환영회식사

환영회식사

2013년 4월 10일 수요일

Tunneling

오늘 저는 제가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 어떤 수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tunneling'이라는 주제에 대해 여러분들께 간단히 소개를 한 번 해보고자 합니다. 경제학부 대학원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경연에서 다소 '이단아'스럽게도 저는 내년부터 경영대학 재무 과정으로 석사에 진학하게 될 것 같은데요, 아마 제가 앞으로 쭉 공부해나갈 주제기도 하고 해서 겸사겸사 이렇게 소개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 쓰는 글은 이 수업을 진행하고 계신 경영대학 김우진 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상당부분 참고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익은 security benefit입니다. 회사의 주주들에게 누적되는 소득흐름의 가치를 일컫는 말입니다. (주식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배당 등의 이익이 대표적이겠죠.) security benefit은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모든 주주들에게 각자의 지분에 비례하여 분배됩니다.

두 번째 형태의 이익은 사적 편익(private benefit)입니다. 이것은 오로지 기업의 지배주주(controlling party)에게만 귀속되는 이익입니다. 또한 지배 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는 Miller-Modigliani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형태의 이익이기도 하죠. 사적 편익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크게 네가지로 분류하고는 합니다.

1. Amenity Benefits(편의상의 이득)
2. Synergies
3. Perquisites(특전)
4. Tunneling

위에서 언급한 순서대로 점점 소액 주주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의 크기가 커집니다. Amenity Benefit이나 synergy 같은 경우에는 기업 내부의 자원을 전용(diversion)하거나 expropriation(도용)하는 것이 아니지만, Perks나 Tunneling은 내부의 자원을 전용하고 도용합니다. 그 중에서도 Tunneling은 가장 질이 안 좋은 형태의 사적 편익이라고 할 수 있죠.

Tunneling이란, 기업이 보유한 자원 및 이익을 기업으로부터 지배집단(controlling party)에게로 전용, 도용, 이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단어는 문자 그대로 지하의 tunnel을 통해 자산을 옮긴다는 말로부터 유래한 것입니다.

Tunneling의 종류는 다시 크게 네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① 횡렴. 배임(outright theft/fraud)
② 시장 가격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내부 거래 (non market price transaction/transfer pricing)
③ loan guarantees
④ expropriation of corporate opportunities(일감 몰아주기)

하나하나 그 내용을 훑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횡령. 배임입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회사 돈을 지배주주가 사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지요. 대표적인 횡령. 배임의 사례가 비자금입니다. 지출한 금액을 과대평가하거나 받은 금액을 과소평가해서 이익을 줄인 뒤 그 부분을 비밀 계좌에 입금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이 지점에서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만약 이 기업이 외부에서 자금조달하지도 않았고, 한 명의 주주가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면 이렇게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문제가 될까요? 어차피 그 회사는 한 사람이 완전히 소유하고 있는 것이기에 개인 재산일 뿐이고, 따라서 세금 문제를 제외한다면 거기에서 비자금을 만든다 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실제로는 탈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니 심각하게 문제가 있습니다만..) 그러나 남의 돈을 이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배주주가 주식을 파는 경우가 거의 없고, 배당금의 액수가 적으며 경영진에 대한 보상이 상당히 낮은 한국기업의 경우, 이러한 횡령. 배임의 위험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죠.

두 번째, 시장 가격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거래는 왜 문제가 될까요? 제 3자에게 회사의 자산을 더 싼 가격으로 넘긴다거나, 회사가 합병할 때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아닌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거나, 제 3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이는 기존의 minority shareholder들의 부를 감소시키게 됩니다. 간단한 예를 생각해보도록 하죠. (이 예는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사용하신 아주 단순한 형태의 예를 그대로 사용해보겠습니다.)

자산을 싼 값으로 넘기는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기업 A의 주식은 1주 당 $50로 거래되고 있고 투자자 K는 A회사 주식 1000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A 회사의 전체 주식은 100만 주이며, A회사는 1000만 달러짜리 자산 X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기업 B에 800만 달러에 넘겼다고 합시다. 이 경우, 회사 전체의 가치는 5000만 달러였던 것이 4800만 달러로 감소하는 셈이고, 이는 투자자 K입장에서도 $50000의 가치가 $48000로 줄어버려 $2000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신주를 싼 값에 발행한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기업 A의 주식이 주 당 $50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100만 주가 거래되고 있습니다. 기업 A가 적대적 기업인수를 막기 위해 제 3자 white knight*에게 20만 주의 주식을 40$에 발행했습니다. (이것은 white knight자식들에게 발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겠죠.) 이 경우 기존 이 회사의 시장 가치인 5000만 달러가 5800만 달러가 되고 회사 총 주식 수는 120만주가 됩니다. 이 경우 1주의 가격은 5000만/120만= $48.33mil가 되고, 따라서 기존 주주들의 손실은 총 167만 달러가 됩니다.

99년에 이슈가 되었던 삼성 SDS의 사례가 딱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 때 삼성 SDS는 상장은 안 됐었지만 OTC 시장에서 54750원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신주인수권부 사채에는 230만 주의 주식을 1년 후 7150원에 취득할 수 있는 옵션이 부여되어 있었고, 이는 이재용이 경영권을 취득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이점을 제공했습니다. 이 거래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요? 2009년에 이루어진 형사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삼성 SDS의 경우에는 신주인수권부 사채가 바로 이재용에게 발행되었기 때문에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그러나 삼성 순환출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 에버랜드의 경우에는 잘 알려진 대로 형사재판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죠. 주주들에게 모두 BW 권리가 주어졌고, 이재용을 제외한 다른 주주들이 그 권리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이기에 무죄라는 것이 판결문의 내용이었습니다. 다만 작년에 고등법원에서 이루어진 민사 재판에 따르면, 제일모직의 임원인 이건희씨가 회사가 자발적으로 BW행사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입힌 부분은 인정되어 손해배상을 하도록 판결이 내려졌었죠.(기사 참조: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52152.html)

지금까지 횡령, 배임을 통한 Tunneling, 그리고 시장가격이 아닌 가격으로 내부거래 함으로써 이루어지는 Tunneling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채무보증(Loan Guarantees)을 통한 Tunneling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기업의 지급보증은 다른 기업에게는 이득이 됩니다. 계열사 간의 이러한 지급 보증은 1997년 위기 이전 한국에서는 아주 일반적이었으나, 재무제표에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오로지 주석에서만 공시되어 있었죠.) 부도가 나서 잠재적으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채무보증을 해주는 기업의 소액 주주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요소입니다. 보증받는 기업과 보증하는 기업에 동시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배주주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셈이죠. 그래서 이것도 tunneling입니다.

Tunneling의 마지막 형태는 '회사의 기회 유용(Expropriation of corporate opportunities)'입니다. 말만 들어서는 어떠한 내용인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지만 실제로는 가장 심각한 형태의 tunneling입니다. 우리에게는 '일감몰아주기'라는 용어로 친숙하죠.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지배집단은 지배 일가에 의해 100% 소유되는 기업을 만듭니다.(예: 현대 글로비스) 그리고 이 기업에 집중적으로 일감을 몰아넣어서 이 기업의 가치를 상승시킵니다. 그리고 상장을 하게 되면 이 기업의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던 자제들은 세금을 피하면서 막대한 금전적 이익을 얻게 됩니다. 기존 기업들의 소액주주들이 가지고 있던 가치가 새로 만들어진 기업의 주주인 재벌가 자제들에게 흘러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형태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tunneling을 막고자 상법과 상속법이 바뀌었으며, 특수관계인간 거래(related party transaction)에 대한 공시 조항도 강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해 볼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글로비스를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의 물류 업무를 전담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글로비스가 없다하더라도 현대자동차는 물류 서비스를 누군가에게 부탁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가 글로비스에 특별히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한 것이 아닌 이상 오히려 이것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전방통합 전략 아닐까요? 여기에서 우리가 분명하게 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글로비스가 설령 공정한 가격으로 물류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현대자동차와 글로비스 간 거래는 tunneling입니다. 현대자동차 지배주주가 현대자동차 주식의 40%를 소유하고 있고, 글로비스는 100% 소유하고 있다고 편의상 가정한다면, 현대자동차와 글로비스의 거래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부가 글로비스로 100 이전되었을 때, 현대자동차에서 나간 돈의 40%만 지배주주의 돈이지만 글로비스에 꽂히는 돈은 전부 지배주주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기 때문이죠. 아주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런 전방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현대자동차의 다른 주주들도 누려야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만약 글로비스의 지분 구성이 현대자동차의 지분 구성과 똑같다면, 즉 글로비스가 현대자동차의 100% 자회사라면 심지어 공정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tunneling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키자면 한 명의 주주가 두 회사를 100% 소유하고 있는 경우와 같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 기업(기업 A)은 여러 사람들에 의해 소유되고 있으나 거래대상이 되는 상대 기업(기업 B)이 기업 A 지배주주에게 100% 종속되어 있는 경우 양자간 거래는 항상 tunneling입니다. 한편, 이런 극단적인 경우들이 아니라 기업 A와 기업 B가 모두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소유되고 있는 가운데 지배주주가 같은 상황이라면, 이 거래가 tunneling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 가격이 공정한지 여부가 됩니다. 상대적으로 지배주주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 쪽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맺어지면 맺어질 수록 tunneling의 가능성과 강도는 점점 커진다고 해야겠죠.

* White Knight: 적대적 M&A의 목표가 된 기업이 경영권을 넘겨주게 되는 우호적인 기업인수자

댓글 1개:

  1. 재벌 대기업들이 수많은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는 마지막 형태의 tunneling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주들의 이해관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성장과 신규 기업의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이 보다 클 수 있고요.

    한 가지 궁금한건, 내부 계열사 거래 일때 그 가격의 공정성 여부를 실무적으로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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