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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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1일 수요일

세이버 매트릭스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

 ( 핵심 참조 사이트 : http://www.fangraphs.com/ , http://mlb.mlb.com/ )


 야구를 조금이라도 볼 줄 아는 사람들은 야구에 통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시즌 타율 2할 5푼을 기록하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다소간 긴장의 끈을 놓곤 하지만, 3할을 기록하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무언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며 손에 땀을 쥐곤 하는 것이다. 그 두 타자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단 5%의 안타 확률이다. 그 확률은 꽤나 작아 보이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 경기의 승패를 바꾸며, 두 선수의 인생을 바꿔버리기에 충분한 확률이다.


 타율(AVG), 타점(RBI), 홈런(HR), 다승(W), 방어율(ERA), 탈삼진(K) 등의 수치가 사람들을 열광시키기 시작한 지는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주 : 위 언급한 수치들은 투타 삼관왕을 언급할 때 평가되는 성적들이다) 그 이외의 수치들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이버매트릭스(Sabermatrix)의 아버지 격인 빌 제임스(Bill James)가 1977년부터 매년 자비로 "The Bill James Baseball Abstract"  를 발간하기 시작한 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그 시작이다.
 (주 : 이전에도 여러 사람들이 이에 대한 직간접적인 연구를 진행하긴 했으나 빌 제임스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진 못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빌 제임스는 세이버매트릭스계에서는 경제학의 애덤 스미스와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그의 노력이 대중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이버 매트릭스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Billy Beane) 단장이 그의 이론을 받아들여 적은 비용으로 기록적인 성적을 기록했을 때이며,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11년, '머니볼(Money Ball)'에서 브래드 피트가 열연을 펼친 이후가 되겠다.

 (주 : 영화 머니볼은 2003년에 발간된 원작 "Moneyball: The Art of Winning an Unfair Game" 을 기반으로 한다. - 물론 두 작품 모두 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경이적인 성적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 개인적인 평을 달자면 영화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책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므로 책을 보고 영화도 찾아보는 건 좋지만, 영화를 보고 책을 찾아보는 건 그다지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세이버 매트릭스(Sabermatrix)를 쉽게 말하자면 말 그대로 야구 통계학이다. 각종 기록을 분석하고 적절한 추정량을 설정하여 각 선수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자 하며, 더 나아가 선수 개개인 및 팀의 성적까지도 예측하고자 하는 통계학의 응용 분야 중 하나이다.

 이를 전문적으로 파고들어가면 일반 대중은 이해하기 힘든 복잡다난한 수치와 공식들이 수도 없이 튀어나오게 되는데, 우선 이 글에서는 영화 머니볼(Money Ball)(2011)의 배경이 된 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사례를 통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기초적인 추정량들을 설명하여 그 등장 배경과 장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영화 머니볼(2011) 中


  2002년 당시 빌리 빈 단장이 세이버 매트릭스에 주목하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오늘날 경제학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접근방식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는 시즌을 앞두고 팀 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던 많은 선수를 떠나보내야 했다. 빌리 빈은 그들을 잡고 싶었지만 양키즈나 레드삭스와 같은 빅마켓구단들과의 머니게임에서 이길 수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애슬레틱스는 스몰마켓 구단이다. 많은 돈을 투자할 여력도 없으며 투자해 봐야 수익률이 그다지 좋지 않다. 팀 성적에 관계 없이 관중 동원 능력이 늘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는 양키즈나 레드삭스와 크게 대조되는 부분인데, 그들의 경우 성적에 따라 관중 동원 능력이 크게 차이나고, 이는 곧 수익률과 직결되므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영화 머니볼(2011) 中
  
 그렇다면 빌리 빈 단장이 해야 할 일은 주어진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의 성적을 내는 방법을 찾는 길이었다. 이는 경제학자들의 '주어진 예산 제약 하에서 최대의 효용을 추구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세이버 매트릭스는 그 방법을 찾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되었다. 일차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해당 선수가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였다. 그 다음으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선수단 중에서 가치 이상으로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그리고 다른 팀 혹은 웨이버 공시 중인 선수들 중에서 가치 이하로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과대평가된 선수를 팔아치우고 과소평가된 선수를 사들인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기본 발상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을 들어 과대평가와 과소평가를 가려낼 것인가?

 팬들은 스타에 열광하고 그러므로 스타는 비싼 몸값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팬들은 왜 스타에 열광하고 그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가? 그것은 스타가 응원하는 팀에 승리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타를 영입한다는 것은 곧 승리를 영입하는 것과 같다.
 (주 : 이와 같은 발상으로 등장한 개념이 WAR인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따라서 스타를 영입할 수 없다면 그 대신 승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여 그 선수를 새로운 스타로 만들면 된다. (그리고 그 선수를 발굴해내어 키워낸 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보너스!) 그렇다면 어떤 선수가 승리를 가져오는가? 득점을 최대화하고 실점을 최소화해주는 선수가 승리를 가져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 2002년 당시 세이버 매트릭스에서 주목했던 부분은 바로 출루율과 장타율이었다. 지금부터는 조금은 전문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출루율(OBP)은 해당 타자가 루상에 출루할 수 있는 확률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0.400을 넘어가면 훌륭한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출루율이 중요한 이유는 득점이 출루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올해 추신수의 출루율을 들어 설명하자면, 0.412의 출루율은 (** 2013/08/21까지의 성적 기준) 그가 아웃되지 않고 루상에 나갈 확률이 41.2%란 이야기다.

(주 : 사족을 좀 붙이자면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역대 최고 출루율은 2004년 배리 본즈(Barry Bonds)(신이 되고자 금지 약물에 손을 댔던 초인)의 0.609)

 장타율(SLG)은 해당 타자가 얼마나 멀리 칠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장타율은 총 루타 수를 타수로 나눠서 계산하는데, 산술적으로 최소 0.000부터 4.000까지의 수치를 지닐 수 있다. 일반적으로 0.500을 넘어가면 훌륭한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올해 추신수의 장타율을 들어 설명하자면, 총 447타수(AB)에 들어서 197루타(TB)를 날렸다 ( ** 2013/08/21 까지의 성적 기준 ; 계산법 : Total Bases  = 1루타*1 + 2루타*2 + 3루타*3 + 홈런*4) 그러므로 장타율은 TB/AB = 0.441이 된다. 이 스탯이 중요한 이유는 루상에 출루한 주자가 홈까지 들어와서 득점하기 위해서는 멀리 쳐내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 : 또다시 사족을 붙이자면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역대 최고 장타율은 2001년 배리 본즈(Barry Bonds)의 0.863. 이 시즌이 73홈런으로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시즌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치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OPS라는 스탯이 나온다. (OPS = OBP + SLG) 추신수의 2013시즌 성적을 가져와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0.412+0.441 = 0.853이란 수치가 도출된다. (** 2013/08/21 까지의 성적 기준) 일반적으로 OPS의 경우 10할(1.000)을 넘어가면 굉장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주 : 마지막 사족.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OPS 기록은 2004년 배리 본즈(Barry Bonds)가 가지고 있다. 무려 1.422)
 (주 2 : OPS는 초창기적인 개념으로, 이후 wOBA, wRC, wRC+ 등의 조금 더 정교화된 추정량이 등장했으나 이에 대한 계산은 훨씬 더 복잡하므로 설명을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하겠다)

 기존에 타자들을 평가하는 주요 기록은 타율(AVG), 타점(RBI), 홈런(HR)이었다. 그 수치가 높게 나타난 선수들은 좋은 연봉을 받았고, 그렇지 못 한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아야만 했다. 세이버 매트릭스에서는 그 수치들 대신 출루율과 장타율, 그 중에서도 특히 출루율에 더욱 주목함으로서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득점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출루율은 높지만 타율이나 타점이 낮아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하던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여 주전으로 기용했고, 타율, 타점이 높지만 출루율과 장타율이 낮은 선수들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여 출루율이 높은 선수들을 영입해왔다.

  타자들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출루율과 장타율이었다면 반대로 투수들은 얼만큼 적은 주자를 루상에 내보내느냐가 중요 지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세이버 매트릭스에서 주목했던 부분이 바로 WHIP이다. WHIP는 쉽게 말하자면 이닝 당 출루 허용률로, 1이닝을 소화하면서 몇 번이나 주자를 루상에 내보내느냐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1.00 언저리에 있으면 훌륭한 WHIP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안타, 볼넷, 사구로 인한 출루만 인정되며, 실책으로 인한 출루는 계산하지 않는다.) 류현진의 2013시즌 성적을 이용하여 설명하자면, 류현진은 1.22의 WHIP를 기록하고 있는데, (** 2013/08/21 까지의 성적 기준, 메이저리그 35위) 이는 1이닝을 소화하면 평균적으로 1.22번 출루를 허용한다는 이야기다.

(주 : 참고로 라이브볼 시대 이후 - 1920년 이후 - 단일 시즌 역대 최저 WHIP 기록은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즈(Pedro Martinez)(라고 쓰고 외계인이라고 읽는다)의 0.74)

 다승(W)이나 방어율(ERA)의 경우 투수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어느 팀에 있느냐에 따라 같은 투구에도 달라질 수 있는 기록이다. 공동생산물(Co-product)의 성격이 강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타자의 타점(RBI) 역시 마찬가지다) 득점 지원이 많은 팀의 경우 많은 점수를 내줘도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며, 수비가 좋은 팀에서 투구할 경우 타자한테 많이 맞아나가더라도 더 적은 득점을 허용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12시즌 한화 류현진의 경우 결국 10승을 기록하지 못 했지만 그가 10승 이상을 기록한 다른 팀 투수들(e.g. 2012시즌 골든글러브 투수)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방어율 역시 한화가 아닌 다른 팀에 있었다면 훨씬 더 낮은 성적을 기록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따라서 다승과 방어율은 투수 개개인을 평가하는 데 완벽한 지표가 될 수 없다.

 (주 : 여기서 언급한 WHIP 역시 굉장히 초창기적인 지표로, 이후 더 발전된 개념으로 FIP( ** 흔히 말하는 조정방어율), xFIP, BABIP 등이 고안되었으나 이는 훨씬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므로 설명을 후일로 미뤄두기로 하겠다)

 하지만 2002년도 당시만 해도 다승과 방어율이 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세이버 매트릭스의 기준으로 저평가 받은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 애슬레틱스는 그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여 적은 비용으로 투자 대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을 도모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영화 머니볼(2011) 中




2002 시즌 아메리칸 리그 성적표 (출처 : mlb.com)
  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참 많은 이슈를 몰고 다녔다. 초반 극심한 부진을 딛고 시즌 20연승이라는 대 기록 달성, 오프시즌에 자니 데이먼(Johnny Damon)을 데려간 보스턴 레드삭스보다 훨씬 좋은 승률(보스턴 0.574, 오클랜드 0.636), 제이슨 지암비(Jason Giambi)를 데려간 뉴욕 양키즈와 비교해도 그다지 부족하지 않은 승률(양키즈 0.640)을 기록하며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 1위를 기록한 것이다. (당시 오클랜드의 무서운 기세는 2013시즌 다저스가 보여주고 있는 그 반전 드라마와 많이 닮아 있었다.) 팀의 주포 미구엘 테하다(Miguel Tejada)는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에이스 베리 지토(Barry Zito)는 사이영 상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양키즈와 동일한 승수를 거두면서 양키즈가 1승 당 쓴 비용은 140만달러였지만, 애슬래틱스가 쓴 비용은 고작 26만 달러였다는 사실이다. 속된 말로 하자면 오클랜드의 '가성비'가 양키즈보다 훨씬 좋았다는 것이다.(주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언급하자면, 슬프게도 플레이오프에서 오클랜드는 말 그대로 '광속 탈락'했다.)

 이는 발상의 전환이 큰 변화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였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높은 타점과 많은 홈런에 열광하고 그 선수를 보기 위해 기꺼이 돈을 냈던 이유는 궁극적으로 그 선수가 소속 팀에 승리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었다. (물론, 몇몇 선수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히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렇다) 이는 투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승리에 대한 기여도가 연봉 계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마땅한데(** 세이버매트리션들이 이를 나타내주는 추정량으로 고안해낸 것이 바로 WAR이다)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고 표면적인 지표들에 의존하여 선수들의 연봉이 과대 혹은 과소평가 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클랜드의 2002년 성공은 그 헛점을 제대로 짚고 들어가서 메이저리그 전 구단이 깜짝 놀랄만한 거대한 파장을 만들어 냈다.

 오클랜드가 세이버 매트릭스를 이용하여 큰 이슈를 만들어낸 후, 메이저리그 각 구단에서는 그동안 경시해오던 세이버 매트리션들에 대한 시각을 뒤집었다. 대표적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에서는 아얘 세이버 매트릭스의 아버지 빌 제임스를 고문으로 모셔오는가 하면, 빌리 빈에 대한 직접적인 스카웃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04년, 1920년부터 이어져 오던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영화 머니볼(2011) 中
"야구계의 편견과 고정 관념을 까뭉갤 수 있는 사치도 누리게 해주지"
-보스턴 구단주 役-
 

 또, 세이버 매트릭스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면서 많은 세이버 매트리션들이 등장했다. http://www.fangraphs.com/ 는 이러한 세이버 매트리션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곳인데, 여기서는 어떤 추정량이 개별 선수들에 대한 정확한 가치를 평가해 주는지, 또 어떤 추정량을 고안 해야 앞으로의 성적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지, 수많은 고민과 토론을 통해 그 답을 구해가고 있다. 세이버매트릭스에서 아직 완벽한 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각각의 세이버매트리션들마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선수의 나이, 경기를 치른 구장의 특성(파크팩터), 소속 팀의 수비 수준 등 굉장히 여러 가지 요인들이 가미되어, 조금 더 정교화되고 있는 추세다.
 (** 주 : 추정량 계산에 가중치와 같은 개념이 들어갈 때 가중치 설정이 모두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같은 지표라도 서로 다른 값이 도출되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세이버매트릭스(Sabermatirix)는 수집된 기록을 바탕으로 하여 적절한 추정량을 고안해냄으로서 1. 선수 영입 및 트레이드에 적절한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 2. 선수 가치 계산을 통해 적절한 연봉을 책정하려는 목적 3. 정교한 추정량을 개발하여 개별 선수 및 팀 성적에 대한 보다 정확한 예측치를 구해내려는 목적 등을 위해 활용되는 통계학의 응용분야이다. 빌리 빈 단장이 오클랜드의 잊지못할 2002년 스토리를 써낸 이후로, 구단주와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뿐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야구를 보는 재미를 한층 더 가미시켜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p.s. 그동안 서너 달 정도 개인적으로 방황 기간을 겪으면서, 경연 활동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 한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성실하게 활동에 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3년 8월 14일 수요일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

잡설 1.
경연에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6월에 한창 시험때문에 바쁠 때 제가 글을 올리는 날이어서 은근히 안 올리고 넘어갔다가 시험 끝나고 올리려고 했는데, 당시에 제가 관심갖고 조사하던 게 data를 돌려보니 제 생각이랑 다른 결론이 나와서 엎어버리고 여차여차 하다보니 7월 것도 안 올리고 넘어갔습니다. 일단 8월은 제 날짜에 올렸는데, 두달 안 올린 글은 이번 달 안으로 두번 정도 더 포스팅을 해서 채워놓도록 하겠습니다.

잡설 2.
경제학 전공자들이 아니더라도, 모든 분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에 책 한권 추천합니다.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라는 책인데, 개인적으로 제가 최근에 읽었던 많은 책들 중 가장 많이 공감하고 충격받은 책입니다. 밑에 글은 안 읽으셔도 어쩔 수 없지만 책은 꼭 한 번 사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가격은 17000원, 페이스북 페이지도 있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pages/%EC%A0%9C%EB%A1%9C-%EC%84%B1%EC%9E%A5-%EC%8B%9C%EB%8C%80%EA%B0%80-%EC%98%A8%EB%8B%A4/337844056287107?fref=ts) 책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저까지 12명밖에 안 된 것은 좀 아쉽네요.



본문

예전에 경영대 금융 동아리에서 활동을 할 때, 동아리 동기 중에 물리학과 박사과정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군대도 안 가고 계속 공부를 했던지라 내년 말 정도가 되면 이제 박사님이 됩니다. 수학이나 물리학 전공을 하는 분들 중 이렇게 금융권에 관심 있는 분들이 간혹 있고, 이 친구도 그런 케이스였죠. 전혀 다른 background를 가진 탓에 어떻게 보면 너무나 기초적인 경제상식이나 회계지식을 그 친구가 잘 몰라서 다른 동아리원들이 알려주기도 했었지만, 반대로 저희가 손도 못 대는 아주 복잡한 파생 상품 수식이나 트레이딩 기법을 너무나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작년을 마지막으로 저와 이 친구는 동아리 활동을 끝냈고, 그러다보니 올해 들어서는 가끔 동아리 행사 때나 얼굴 보는 게 전부가 됐습니다. 매일같이 만나다가 두세달에 한번 정도 보게 되니 참 생소할 지경이었죠. 그런데 올해 초쯤에 술자리에서 그 친구가 저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면서 물어보는 겁니다. "태준아 근데 경제성장은 왜 해야 되는거냐? 그냥 지금의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 안되는거야?" 저는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당연한 그 질문에 저는 도저히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경제 성장은 학부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많았던 주제들 중 하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앞으로 평생 공부해야 할 기업재무보다도 더 좋아했던 주제기도 했구요. 2010년에 고시한다고 학교를 쉴 때 이지순 교수님이 이 수업을 강의하신 뒤, 3년동안 이 수업 개설을 안 하셔서 학교 수업으로는 못 들었지만 따로 교과서까지 사서 읽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던 주제였는데, 정작 그 친구의 당연한 질문에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관심은 있었지만, 정작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문제 의식을 갖지 않고 있었던 것이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경제성장을 해야 하는 것인가? 성장을 하지 못하면 지구 상의 많은 사람들이 현재 선진국 국민이 누리는 소비 생활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 역시 그 나름대로 문제겠지요. 그러나 아주 critical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하지 않으면 현재의 통화. 금융 시스템은 멈추고 그래서 현재의 경제 체제가 유지될 수가 없다는 점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일반적으로 실질 이자율은 실질 성장률과 1:1 대응되는 변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rough하게 이야기하자면 실질 이자율은 제가 돈을 지금 빌려줘서 희생해야 하는 유동성에 대한 대가의 성격과 그 돈을 가지고 굴려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성장이 멈춘다는 것은 이제 돈을 가지고 굴려서 수익을 얻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이 상태에서 돈을 빌려주고 빌려받는 행위는 '호혜'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누군가 선심쓰고 "나는 일단 당장 돈 안 쓸테니 니가 그 돈 지금 쓰고 나중에 본전만 보장해줘."라는 행동양식을 모든 사람이 보일 때만 대출과 차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그런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이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하겠죠. 저는 이 지점에서 작년에 화폐금융론을 들을 때 이필상 교수님이 내셨던 문제 하나가 생각이 났습니다. 균형 이자율을 구하는 어떤 문제였는데 답이 0%였습니다. 저를 비롯한 학생들은 "뭐 이런 허접데기같은 문제가 있어?"라고 불평하면서 문제를 풀어냈는데, 교수님이 나중에 시험 채점 이야기를 하시면서 이자율이 0%인 상황에서 아무 대가없이 본전만 받고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이 없으므로 두 주체 간 대출.차입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군가가 답을 써주기를 바랬는데, 아무도 그렇게 쓴 학생이 없어서 다들 2점씩 깎았다고 하셨을 때 저조차 너무 어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의미를 알거 같습니다. 노교수님은 너무나 간단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지 않는 부분을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이런 문제뿐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부채가 있고 성장이 멈추면 그 부채에 딸린 이자 상환이 안 되면서 채무 불이행이 늘어나고 그 결과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가 줄어드는 연쇄적인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의 금융시스템과 현대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모든 것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죠.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입니다. 우리의 모든 경제 시스템을 무너뜨릴 변화가 온다는 것입니다. 책 내용은 너무 방대해서 이 책의 저자가 만든 동영상 두개로 일단은 넘어가고자 합니다.

http://socoop.net/endofgrowth/whokilled.html

http://socoop.net/endofgrowth/300years.html

(한글 자막 있습니다.)


대충 내용은 에너지, 물, 광물이 바닥나면서, 특히 그 중에서도 석유가 바닥나면서 경제 성장동력이 멈추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사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절대 아니고, 유명한 1970년 [성장의 한계]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왔던 내용들이죠.) 최근의 금융위기의 본질적 원인도 아주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면 자원의 문제로부터 상당부분 기인한 것이며, 동시에 현재의 금융위기는 그러한 자원고갈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를 앗아가고 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합니다. 양자가 동시에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죠. 본질적으로 산업혁명 이후 지난 250년간의 급속한 성장의 본질은 '화석연료 혁명'이었으며 지속적으로 그러한 에너지를 제공해줄 수 있는 다른 대체 자원이 없으면 이러한 성장은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그런 대체자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런 대체자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그들도 지적하는 것은 절박하게 그런 대체자원을 찾는데 엄청난 노력이 투입될만큼 기존 자원의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까지 올라야 한다고 한다는 점입니다. 만일 그 상황이 된다면, 대체 자원을 설사 언젠가 찾아낸다 하더라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저 개인적으로는 드는군요. 좀 더 이론적 배경이 궁금하신 분은 Weil의 [경제성장론] 교과서 17장을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환경오염의 문제는 더욱 본질적으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자원고갈, 환경오염, 현재의 금융시스템이라는 3가지 요인은 모두 한 데 얽혀있으며, 성장이 멈추는 시대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입니다.

성장이 멈춘다는 것은, 모든 현재 생활 방식의 붕괴를 수반합니다. 이렇게 야밤에 컴퓨터를 두들기며 잉여력을 발휘할 수도 없을 것이고, 스마트폰도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운송수단을 통해 자유롭게 지구 반대편을 여행다닐 수도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극심한 고통을 수반할 것이고 몇십년 몇백년 전으로 (물질적 수준이) 퇴보하는 듯한 결과를 발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아마 우리 세대는 인생의 말년이나 되어서야 이런 위기를 경험할 수도 있고, 어쩌면 위기를 겪지 않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고통을 겪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젠가 가까운 우리 후손이 이런 시대를 겪으리라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석유만큼 쉽게 퍼올릴 수 있고, 석유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주는 획기적인 자원을 발견해내지 못한다면요. 이런 대전환 시대를 대비해서 고통을 최대한 축소시키고 새로운 삶의 기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을 해야 할 것인가를 이 책은 논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본질적으로 경제학 서적이면서, 동시에 철학 서적이고, 자원과 관련된 서적이며, 역사서이고, 동시에 인류학 서적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학문에 대한 저자의 엄청난 내공에 감탄하면서 재밌게 책을 읽었습니다. 제가 다른 학문에 전혀 조예가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경제학과 경제사의 전반에 대해 조명한 1장과 최근 세계 금융. 통화 시스템의 위기를 살펴 본 2장은 대학다니면서 배운 경제학의 엑기스만 정리해서 요약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훌륭합니다. 기껏해야 110쪽 정도의 분량에 그런 내용을 담는 것은 보통 내공으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겠죠. 그리고 이 사람의 본업은 환경 전문가 겸 환경 운동가이기 때문에 아마 뒤쪽은 더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그 쪽에 대해서는 내공이 없으니 추측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시카고 학파의 거두였던 로버트 루카스는 "이런 질문들(경제성장과 관련된)이 인류 복지에 대해 함축하고 있는 바는 실로 엄청나다. 일단 이런 것들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다른 것에 대해서 생각하기 어렵다."고 1988년에 말한 적이 있습니다. 경제학에 많은 분야가 있지만 결국 모든 것이 더 잘 먹고 더 잘 돈 쓰면서 더 행복하게 사는 것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을 생각할 때 '성장'이라는 문제는 가장 본질적인 것임에 틀림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3년 8월 10일 토요일

경제학 저널의 경제학적 분석

   대학은 학문을 위한 공간입니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나 행정 업무도 근본적으로 따져 보면 지식 탐구 과정의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학술 활동이 이루어지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은 논문의 저술과 출판일 것입니다. 수개월, 때때로 십 수년에 걸친 연구과정이 하나의 글(article)로 요약되어 주변 이들에게 검증을 받고 또 공유가 됩니다. 출판된 논문은 그 연구자의 성과입니다. 그래서 보통 학자의 일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연구 성과를 저널에 게재하는 것을 일컫지요.

   논문을 싣는 것에도 경쟁이 있습니다. 전 세계 학자들이 내놓는 논문의 수는 매년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지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편집자들은 좋은 논문을 미리 선별하는 것입니다. 특히나 AER이나 JPE와 같은 유수 저널의 투고 통과율은 7%가 채 안 된다고 하니 그 경쟁의 세기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저명한 저널에 실린 글들은 그 내용뿐만 아니라 출판된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저작자에게 큰 이력이 됩니다.

   우리 경연 필진들에게도 논문이 비단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겠지요? 오늘은 한 번 경제학자들의 논문 투고 과정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1) The “Dismal Science”

   경제학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일은 ‘어렵다’와 ‘오래 걸린다’ 두 가지 말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경제학은 유난히 논문 출판이 어려운 분야로 손꼽힙니다. 자연 과학의 경우 석사생 심지어 학부생의 논문이 제1저자로 탑 저널에 실리는 경우가 빈번한 반면 경제학은 박사 과정 졸업생 중에도 출판 이력을 가진 학생이 매우 드물지요. 그만큼 하나의 논문에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크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들 조차 예외는 아닙니다. 에커로프는 정보경제학의 시초라 할 수 있는 Lemon Market 논문을 게재하기 까지 무려 네 번이나 거절을 당했다고 합니다. (참고1) 그가 처음 받았던 거절 사유는 “trivial stuff”였다고 하지요. 마찬가지로 샤프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안겨준 CAPM도, 폴 크루그먼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안겨준 Monopolistic Competition도 한 때는 심사위원들로 부터 비참하게 퇴짜를 맞았었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경제학도들로서는 논문을 싣는 것이 참으로 고난의 길이라 할만합니다.

  또한 경제학 저널은 길고 긴 출간 소요시간으로 유명합니다. 연구자가 논문을 제출한 시점에서부터 수정을 마치고 게재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평균 2년 이상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는 최근 들어 더욱 악화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참고2) 그렇다면 다른 분야는 어떠할까요? 자연과학 분야의 저널인 Nature지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1차 리젝션 까지 보통 1주일이 소요된다고 하고 모든 심사위원들은 규정상 또 다른 1주일 내에 심사결과를 제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또한 각 분야 탑 저널 기준으로 물리학은 평균 1.3개월이고 수학은 평균 5.5개월, 정치학은 7.6개월, 철학은 5.8개월 그리고 경제학은 26.3개월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참고3)

2) “Why Papers Fail”

   그렇다면 왜 경제학에서는 유독 저널의 투고 기간이 길고 어려워진 걸까요? 같은 사회과학 분과 안에 속해 있는 정치학이나 방법론이 유사한 수학과 비교할 때 소요기간이 훨씬 긴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를 분명하게 논증한 글은 잘 없는 것 같은데 제 입장에서 생각한 몇 가지 가설을 써볼까 합니다. 다수의 투고자와 소수의 명망 있는 저널이 각기 경쟁하는 양상을 생각해 봅시다.

   먼저 투고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논문을 제출할 저널을 고르는 것이 선택변수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시장에는 상이한 특성을 가진 저널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어떤 저널 A는 명성이 높은 대신 게재 확정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저널에 출간되기 까지 거듭 수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투고자는 아이디어를 보다 세련되고 정교하게 표현하기 많은 시간을 투입하여야 합니다. 반대로 어떤 저널 B는 명성이 낮은 대신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빠른 시간 내에 게재확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투고자들의 무차별 곡선도 그릴 수 있겠지요? 이때 다른 자연과학과 비교되는 경제학의 특성은 적시성의 필요가 낮다는 것입니다. 사회변화가 기술변화 만큼 빠르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 투고자의 입장에서는 논문을 신속하게 게재할 유인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학 학계에서는 신속성이 높은 저널보다는 스크리닝 과정이 엄격한 저널들의 비중이 높을 것입니다.

   한편 저널 편집인의 입장을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스크리닝의 엄격함과는 별개로 저널 편집인은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보다 단축할 수도 늘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심사를 해본적은 없지만-_- 사실 한 논문을 읽고 검토하는데 경제학만 유독 수십 개월이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도(참고2) 논문 검증에 직접 투입된 시간은 하루 이틀 남짓하고 나머지 수개월은 프로세스가 지체되는 것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명문 저널들이 이런 지체를 방치하느냐? 저는 역선택의 문제(Adverse Selection)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널 편집인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많은 논문이 투고 되는 것 보다 양질의 논문만 소수 오는 것을 원할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저널 게재 프로세스 기간을 길게 잡는 것은 논문의 질에 자신 있는 투고자만 지원하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논문의 질에 자신 있는 투고자는 심사 후 게재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하더라도 손해 보는 것이 적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없는 투자자는 괜히 오랜 프로세스에 붙들리고 게재도 못하는 것 보다 빠른 결과를 내는 저널에 투고하는 게 유리할 것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경제학은 상대적으로 적시성에 대한 필요가 적기 때문에 편집자들의 입장에서도 프로세스 소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비용보다 이득이 높을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경제학 학계의 구조적 특성입니다. 경제학은 대학교 뿐만 아니라 민간 및 정부 연구소의 비중이 높은 분야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대학 교수들의 논문이 실리는 저널과 이들 연구소에서 내놓는 논문은 출간 과정 자체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보통 연구 기관들은 자체 간행 채널을 이용하지요. 이는 아예 학계 밖 연구가 존재하지 않는 정치학, 수학이나 아니면 민간연구 논문들이 학술 저널에 함께 실리는 물리학, 공학 등과 대비되는 경제학의 특성입니다. 이때 주목할 것은 경제학 연구기관들이 주로 적시성이 높은 연구 수요를 충족하는 데 주력한다는 점입니다. 경기 불황에 대한 정책 과제나 금융 위기에 대응한 새로운 금융 제도의 필요성 같은 것들이 이에 속합니다. 실제로 우리 학교 교수님들도 보면 이런 주제의 논문들은 한국은행이나 KDI를 통해 출간하실 때도 있으시지요. 이처럼 경제학도 신속함을 요하는 주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2차 시장에서 상당부분 흡수되기 때문에 학술저널의 경우 더욱 적시성의 필요가 낮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지금까지 경제학 논문 투고 과정의 특성을 여러 원론적 개념을 곁들여 설명해 보았습니다. 아직 저는 직접 겪어 보지 못했습니다만 참으로 길고 고된 과정임을 짐작이 됩니다. 한참 논문을 쓰느라 고군분투 하고 있을 박사 과정 선배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사실 위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투고 과정이 길기로 만만치 않은 분야가 하나 있는데 이는 통계학입니다. 18.8개월이라고 하니 그래도 경제학보다 8개월 밖에(?) 안 짧은 셈입니다. 이를 문제로 인식하였는지 얼마 전 통계학의 유수 저널인 Annals of Statistics에서는 길고 긴 R&R(Revise & Resubmit)과정을 폐지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논문이 투고되면 심사위원들은 게재or거절 여부만 단번에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보다 신속한 논문 간행을 도모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합니다.

   과연 경제학도 언젠가 이런 움직임이 있을 날이 올까요? 아니면 현재의 구조가 공고하게 유지될까요? 물론 저야 학계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니 전혀 짐작을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내심 전자를 바라게 되는 것이 사람 마음인가 봅니다.



참고1: Gans and Shepherd (1994) "How Are the Mighty Fallen: Rejected Classic Articles by Leading Economists", The Journal of Economic Perpectives

참고2: Ellison (2002a), "The Slowdown of the Economic Publishing Process",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참고3: Ellison (2002b), "Evolving standards for Academic PublishingL A q-r theory",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2013년 8월 9일 금요일

게임 화폐 인플레이션 - (1) 게임 화폐 인플레이션은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가?


지난해 5 15,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디아블로'의 새 시리즈가 발매되었습니다. 수 천명의 팬들이 밤새워 '디아블로'의 발매를 기다렸고, 팬들의 뜨거운 성원은 PC방을 만석으로 만들고, '디아블로'의 개발사인 블리자드의 서버를 버벅이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디아블로'의 흥행 파괴력은 생각만큼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유야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의 불균형으로 인해 많은 사용자들이 게임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많은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던 디아블로 발매 사태의 모습입니다. 이들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지금도 디아블로3를 플레이하고 있을까요?
 
'디아블로'에서 발생한 '경제 시스템의 불균형'이란 경제학과 동떨어져 있는 현상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게임 내 화폐가 굉장히 많아지면서, 사용자 간 거래 아이템들의 가치가 폭등한 겁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게임 인플레이션'이란 이름을 붙이며 '게임 내 대표적인 경제 현상'이라고 언급합니다만, 사실 이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inflation)또는 물가상승은 한 국가의 재화와 용역 가격 등의 전반적인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상태를 말한다. 이는 동시에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과 구매력의 약화현상을 가져온다. 인플레이션의 주요원인으로는 유통되는 통화공급의 증가 등이 있으며, 구체적인 원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경제학파별로 차이가 있다.


- 출처: 위키피디아, 검색어 '인플레이션'
 
아마 많은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전통적인 의미의 '인플레이션'은 위와 같을 겁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 인플레이션'의 정의를 제가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게임 인플레이션: 게임 내 거래 상품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상태를 말한다. 이는 동시에 게임 내 통화가치 하락과 구매력의 약화현상을 가져온다. 게임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게임 내 화폐량'의 급격한 증가이다
 
게임 인플레이션의 정의와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의 정의를 비교해 보시면, '게임 인플레이션'의 특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선, 게임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다시 말해, 게임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뒤, 이를 해소하고자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 내 아이템 등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지 않는 한) 사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거래하는 상품의 가격을 상승시킵니다. , 게임 내 사용자 간 거래가 가능한 상품들의 가격을 상승시키지만, 게임 내 거래 불가능한 상품들, 다시 말해 상점에서 사용자들이 돈을 소비하여 획득하는 아이템들의 가격에는 변화를 주지 못합니다.
 
이는,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시장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 세계에서의 돈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장소와 장소 사이를 돌고 돕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사용자들은 게임 개발자가 지급하는 돈을 받고, 그 돈을 소비(혹은 소멸)시켜 상품을 구매합니다. , 사용자들 사이에서 게임 화폐는 마치 현실 화폐들처럼 돌고 돌지만, 실질적인 게임 화폐의 흐름은 순환 구조가 아닌, 일방통행 - 생성되는 곳과 소멸되는 곳만 존재 - 에 불과 합니다.
 
두 번째로, '통화가치 하락'과 구매력 약화현상'을 언급한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2부에서 좀 더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만, 간단히 살펴 보면, 일반적인 인플레이션 현상과 마찬가지로 게임 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고, 같은 상품을 구매하는데 더 많은 화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구매력의 약화를 불러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통화가치 하락과 구매력의 약화 현상은 화폐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 - , 현재의 구매력을 미래로 이전시키는 데 이용되는 수단 - 에 문제를 일으키고, 화폐를 보유하기 보다는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 왜냐면, 화폐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지만, 상품의 가치는 계속 오르기 때문입니다 - 기존의 유저들은 부를 계속 축척할 수 있으나, 신규유저들이 기존 유저들의 수준의 부를 따라잡기는 점점 어려워 집니다. , 초기 진입 장벽이 형성되기 쉽고, 이로부터 게임 유입 인구의 감소 등의 여러가지 부작용이 야기됩니다. 이 부분 역시 다음에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마비노기란 게임 속 인플레이션에 대한 분석 글에서 발췌한 도식입니다. 다른 게임들의 인플레이션 현상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출처: http://plafina.egloos.com/1024373
 
끝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게임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주로 '게임 내 화폐량'의 급격한 증가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화폐량 증가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크게 언급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선 저보다 여러분들이 훨씬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잠시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1. 초과수요: 실물수요의 계속적인 증가와 과잉 통화공급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며 인플레이션을 야기함
2. 비용상승: 제품의 생산비용이 상승하면서 제품가격의 상승을 초래하며 물가가 상승하고 이로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함
3. 기타이유: 수요의 이동, 공공요금 인상, 저생산성, 카르텔 등으로도 발생 가능
 
그런데 게임 인플레이션은 게임 내 화폐량이 급증하면서 이로부터 물가 상승이 야기되면서 발생되어 왔습니다. 이는 게임이 가진 본질적인 시스템 - 게임 내 화폐의 지급 및 소비 방식 - 과 관련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게임 내 화폐는 2호선 지하철처럼 순환구조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1호선 지하철과 같이 어느 한쪽에서 시작하여, 어느 한쪽에서 끝나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사용자들이 게임 플레이 중에 얻게 되는 화폐량은, 언제나 소비하는 화폐량보다 많습니다. 사용자들은 더 많은 화폐를 원하면,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은 화폐를 벌 수 있는 곳이 바로 게임 속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의 창고에 더 많은 돈을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마다 조금씩 꺼내 쓰는 자세를 취하며, 이는 결국 화폐량의 증가를 야기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게임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볼까 합니다.
 
일단은 게임 경제의 구조와 실제 경제의 구조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비교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현대 경제의 구조는 크게 가계, 기업, 정부로 구분되며, 여기에 외국이나, 은행과 같은 요소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GDP, 물가, 인플레이션, 경제성장, 저축, , 실업, 금융시장, 시장과 같은 여러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아주 복잡한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찾은 이미지인데, 이것 외에도 다양한 구조도가 존재하지만, 핵심은 돈의 흐름이 여러 경제 주체들을 거치며 순환구조를 띈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게임 경제의 구조는 훨씬 간단합니다. 게임 경제는 오직 서비스 제공자(게임 개발자)와 서비스 사용자(게이머)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 성장이 존재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화폐'만을 고려하면 되는 아주 단순한 구조로 이뤄져 있기 대문에, GDP, 경제성장, 저축, 실업, 금융시장 따위가 게임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실제 경제보다 훨씬 단순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게임 경제이지만, 그렇다고 게임 세계 속 인플레이션을 해소하는 것이 실제 세계보다 쉬우냐 하면...그건 또 아닙니다. 이러한 단순한 구조가 갖는 본질적인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 경제에는 서비스 제공 업체와 서비스 사용자가 존재합니다. 서비스 제공 업체는 화폐의 통제를 담당하지만, 이들이 화폐를 통제하는 방식은 꽤 독특합니다. , 중앙은행 등을 통해 화폐를 순환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상점이나 퀘스트(게임 내에서 사용자들에게 주어진 임무로써, 임무를 달성 하게 될 경우 게임 내 화폐를 획득할 수 있음)와 같은 게임 내 시스템을 통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화폐량과 사용자들이 소비하는 화폐량을 통제합니다.
 
서비스 사용자들은 이러한 게임 내 시스템을 통해 화폐를 생산하고 소비하게 됩니다. 이는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는 현실세계와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이렇게 사용자들이 생산한 게임 화폐는 사용자들 사이의 거래에 사용되는데, 이러한 일종의 '시장 활동'은 사용자 간 거래의 여지가 있는 모든 게임에서 존재합니다.
 
 
 
이 사진에는 모바일 게임 '타이니팜'의 퀘스트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 개발사는 퀘스트나 이벤트, 아이템 되팔기 등의 방식으로 사용자들에게 화폐를 공급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사용자들은 이러한 행동을 반복해서 취함으로써 화폐를 생산하는 셈입니다.
 
 
이 사진에서 보듯이, 게임 개발사는 게임 내부의 여러가지 시스템 - 상점, 스킬 배우기, 강화, 수리 - 을 통해 사용자들의 화폐 소비를 유발하고, 이로부터 화폐를 소멸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비스 제공 업체, 즉 게임 개발사는 사용자들이 더 즐거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서비스 사용자들은 더 많은 화폐를 획득하는 것으로부터 '즐거운 플레이'를 실현시키고자 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용자들은 (게임 개발자들의 예상치를 넘어서는) 더 많은 화폐를 획득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화폐를 더 많이 생산하려 하지만, 게임 개발자들이 만들어 놓은 갖가지 '화폐 소비 유발 장치'들을 요리조리 피하고자 애씁니다.
 
 
이 사진은, 모바일 게임 '룰 더 스카이'에서 어느 사용자가 풍차를 잔뜩 지어놓은 모습입니다. 풍차가 초반 건물들 가운데서는 시간당 골드 획득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이처럼 풍차를 잔뜩 지어놓고 게임을 진행하곤 합니다.
 
위 사진과 같이, 사용자들은 더 많은 게임 내 화폐를 얻고자 항상 노력합니다. 이렇게 게임 화폐나 아이템을 열심히 모으는 행위를 게임 용어로 '파밍'이라고 하는데, '파밍'과 같은 경제 활동(?)은 모바일 게임, PC 게임을 가리지 않고 빈번히 발생합니다.
 
결국, 더 많은 화폐를 더 빨리 모아야 게임 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그로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용자들로썬, 화폐 획득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고, 개발자들 역시 이러한 사용자들의 본성(?)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 게임 세계에서는 화폐 수량을 거시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으며, 사용자들은 파밍과 같은 방법을 통해 무한의 골드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개발자들을 딜레마에 빠뜨립니다.
 
사용자들이 더 즐거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화폐를 획득케 해야 하지만, 너무 많은 화폐가 사용자들에 의해 생산되면, 게임 인플레이션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한대의 화폐를 양산할 수 있는 사용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개발자들은 사용자들이 무한대로 화폐를 소비하게끔 만드는 수 밖에 없습니다.
 
, 화폐 인플레이션에 맞서, 모든 개발자들에게 주어진 퀘스트는 꽤 명확합니다:
 
" 사용자들의 화폐를 모조리 불태워라"
(다음에 계속)
 
 
ps. 빠른 연재를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