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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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30일 일요일

군 복무 단축은 노동시장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DID를 통한 분석

오늘은 제가 방금 한국노동패널(KLIPS)로 장난 친 것에 대해 잠깐 글을 써 볼까 합니다.
 
일전에 저는 DID에 대해 이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군대 문제에 대해서도 두 차례 글을 쓴 적이 있지요.
 
오늘 글은 이 두 개의 짬뽕버전입니다.
 
두 번의 군대 글을 쓰고 나서는 (특히 이 경연의 공동 필진들로부터) 놀림을 받곤 했습니다만
 
ex) MamboTango: “, 형이 군대왕이라면서요?” (나 군대왕 아니야...ㅠㅠ)
Karam Jo: “야 이 밀덕후야 군대 얘기좀 그만해....” (밀덕 아니라고...)
 
어쨌든 제가 군대 문제, 특히 군대 갔다온 남자들의 삶의 변화에 관심이 많은 것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흠흠...
 
얼마 전에 혼자서 우리 나라 병역 제도의 변화를 보다가 재밌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무복무제에서 현역병 복무기간이 크게 줄어든 것이 두 번 있었습니다. 한번은 김영삼 대통령 시기이던 1993년이고 한 번은 노무현 대통령 시기이던 2003년입니다.
 
복무기간이 줄어든 배경이 있는데
첫 번째 시기는 방위병 제도가 19941.1부로 폐지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바뀌면서 병역자원의 여유가 생기는데 따른 변화입니다. 육군 4개월, 해군 2개월, 공군 5개월이 줄었는데 정말 엄청난 정책적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육군 30->26개월, 해군 32->30개월, 공군 35->30개월)
 
군대 갔다 오신 분들은 아시겠죠, 군 생활이 하루 줄어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런데 우리 군의 절대다수(80%이상)를 차지하는 육군의 경우 30개월에서 26개월로 무려 13%의 복무기간이 줄어든 겁니다. 공군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해군의 경우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는데, 아마 1990년에 이미 한 번 줄였기 때문에 (해군 35->32) 공군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이렇게 줄인 것 같네요.
 
두 번째 단축은 노무현 정권 시기 변화입니다. 병역에 대한 부담을 완화한다는 차원에서 전군의 복무기간을 2개월씩 줄였죠.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젊은 사람들이 군대 빨리 갔다와서 취직도 빨리 하고 결혼도 빨리해서 애도 많이 나아야 나라 살림이 좋아진다라는 취지의 연설을 했던 것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리고 최근에도 군 복무 단축이 있었죠. 저도 그 수혜자인데, 원래 육, 해 공군을 각각 24개월에서 18개월, 26개월에서 20개월, 27개월에서 21개월로 6개월씩 단축하려 했는데 그러면 병 복무기간이 너무 짧아 숙련도 등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반대의견으로 인해 단계적 단축을 거쳐 3개월씩만 줄였습니다. (저는 2007년 후반기 입대자인데 1달 줄어서 23개월 복무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군복무기간을 줄인 것이 노동시장에서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요. 전 이게 궁금했습니다. 과연 군 복무기간을 확 줄이면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말처럼 복학도 더 빨리하고 노동시장에도 더 빨리 진입하고 해서 임금이 더 올라가나?”
 
DID에 관한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그냥 정책 이전과 정책 이후로 나눠서 OLS 회귀분석을 할 경우 정책변화에 따른 효과(Treatment Effect)뿐 아니라 시간의 변화에 따른 효과 (Time Effect)까지 함께 섞여서 잡히기 때문에 정책효과를 따로 보기가 어려워집니다. DID의 요체는, 정책변화가 적용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가른 다음 둘 사이에 시간 변화에 따른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데 있습니다. 그러면 정책변화에 따른 효과와 시간 변화에 따른 효과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목한 집단은 방위병이었습니다. 방위병은 1970년대부터 1994년까지 존재하던 제도로, 보충역들에 대해 18개월간 출퇴근 하면서 군 복무시키던 제도입니다. (부선망독자의 경우 6개월 복무) 그러나 방위병의 복무기간이 현역보다 짧은데서 오는 형평성 및 병역비리 등의 문제로 인해 1994년 방위병은 공익근무요원제도로 바뀌게 됩니다. 방위병과 공익근무요원의 가장 큰 차이는 일단 방위병은 국방부 소속 군인 신분이고 공익근무요원은 행자부 소속 민간인 신분이라는 점, 그리고 복무기간이 후자에서 훨씬 길어졌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위에서 적었듯 1994년의 현역 복무기간 단축은 방위병 제도가 공익근무요원 제도로 바뀌면서 생긴 정책 변화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1994년에 공익근무요원제도가 도입이 되지만 1994년 공익 입대자에 한해서는 이들이 방위병제도가 존재하던 시기에 신검을 받아 판정받은 이들이기 때문에 그 기득권을 인정해 복무기간을 18개월로 하였습니다. 딴 소립니다만,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가 정말 좋더군요. 키워드 몇 개만 치면 이 시기 신문 기사를 통해 이 때 정책 변화가 어떠했는지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으니.
 
말이 길었는데 표로 정리한 것을 보여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현역 복무자를 처리군(Treatment Group)으로, 방위병 (+1994년 공익근무요원)복무자를 통제군(Control Group)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시기는 1986~1995 입대자까지이고 정책 시점은 1993년이겠지요. 다만 1990.7~1992년 입대자는 분석에서 제외했습니다. 이 시기 입대자는 1993년도 복무 단축에 따라 입대 후 사후적으로 단계적 단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분석 자료는 KLIPS 1~4차년도(1998~2001) 자료입니다. 더 최근 차수 년도 자료들도 포함시킬 수 도 있겠지만, 그러면 입대시점에서 연도가 멀어질수록 입대자에 대한 정책효과가 흐려질 것이라 판단해 일단 오래된 자료들로만 분석했습니다. (추후 최근 연도자료까지 포함시켜 분석해 보겠습니다.) KLIPS의 경우 1차년도 조사자 전체와 이후 년도 신규 조사자에 대해 군 복무 여부와 시작 년 월, 종료 년 월을 조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병역의 종류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무 기간을 통해 이들이 무엇으로 복무했을지를 당시 병역제도를 통해 유추해야 합니다. 저는 일단 1986~1995에 복무한 이들을 추린 다음, 17~19개월 복무했다고 보고한 이들은 방위병, 시기별로 정책 변화 이전에 30~35개월, 정책변화 이후 26~30개월 복무했다고 보고한 이들을 현역병(/단기하사)으로 간주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완벽하게 정확히 복무 형태를 역추적한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학군 장교의 경우 이 시기 현역병과 복무 기간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저 안에는 학군장교(ROTC)로 전역한 이들도 들어있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다만 현역 복무자 전체에서 학군 장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하고 넘겨버렸습니다. (학군장교를 제외한 장교들 중 사관학교 및 학사장교, 기타 다른 장교들은 모두 현역병 보다 의무복무기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없습니다.) 
또 장교 복무 중 중간에 부상 등으로 인해 의무복무기간을 다 못 채우고 전역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위 히스토그램은 KLIPS 1~6년도 자료의 연도별 군 복무 기간의 분포를 나타낸 그림입니다. 사실 1차년도에 최초 조사대상 전체에 대해 군 복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이후에는 (비율이 그리 크지 않은) 신규 조사자에 대해서만 실시했기 때문에 위 6개의 그래프 중 첫번째 것만 제시해도 무방합니다만...즉 2차년도 이후 조사자들의 그래프는 1차년도에서 이탈(attrition)하지 않은 표본+신규조사자 중 군필자들의 분포라 할 수 있습니다.

보시면 알 수 있듯 각 연도별로 복무기간의 분포는 거의 3개 구간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18개월 주변 (보충역), 26개월~29개월 (정책시행 이후 현역), 30개월 이상 (정책 시행 이전 현역) 입니다.
현역 대비 보충역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제 생각에는 그 이유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실제로 당시 보충역 비율이 저 정도였을 수 있겠습니다. 이건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병력 규모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으면 확인이 가능한데, 그런 자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또 한가지 가능한 이유는 KLIPS가 도시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였기 때문에, 도시 노동자의 경우 현역-보충역 비율이 농촌에 비해 더 높았다면 저러한 분포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석은 임금노동자에 대해서만 시행했습니다.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안에 숫자는, 제가 분석한 자료의 KLIPS 1차년도 기준 관측치 수입니다.
 
 
1986~1990.6 입대 T=0
1993~1995 입대 T=1
통제군 (보충역 입대) M=0
116
63
처리군 (현역입대) M=1
214
252
 
대강 이렇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고, 약간 오차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원래 DID를 할 때 자료는 정책 시행 이전과 이후에 대한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KLIPS1998년 이후 자료이기 때문에 정책 시행 이전의 노동시장 성과를 나타낸 자료가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만 정책시행 전/후시기나 데이터가 나타내는 시기에나 처리군과 통제군의 시간 변화에 따른 효과의 차이는 없다(두 시기에 있어 그룹 간 시간변화의 효과는 각기 다르더라도, 두 시기 모두 시간변화에 따른 효과는 두 그룹 간에 상쇄된다)고 가정할 수 있다면, 위 데이터를 사용해도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이전에 DID에 대해 설명한 글에서 인용한 Kang et al(2007, J of Population Economics)의 논문에서도 1970년대 고교 선택제에서 평준화로 바뀐 효과를 추정하면서 KLIPS 1~5차년도 자료를 사용했는데, 동일한 논리에 기반한 분석이라 생각됩니다. (이 부분은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논문 해당 저자님들께 여쭤 볼 생각입니다.)
 
임금함수를 돌려봤습니다.
보통의 임금함수에 넣는 통제변수들을 넣고 시간효과, 정책효과, 그리고 교차항을 집어넣었습니다.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계수는 교차항의 계수입니다. 가장 통제변수를 많이 넣은 결과만 리포트하겠습니다.
 
 
(통제변수들을 설명하자면, 위에서부터 나이, 나이제곱, 학력, 경력, 경력제곱, 종사상지위, 정규직 여부, 2차 산업 종사자 더미, 3차 산업 종사자 더미, 노조 유무 더미, 배우자 유무 더미, 사업장 노동자 수, 시간 효과, 처리 효과, 시간효과와 처리효과 교차항입니다.)
  
 
 
 
(1)
VARIABLES
log_weeklywage_paid
 
 
age
0.173***
 
(0.0621)
age2
-0.00185*
 
(0.00102)
school_year
0.0406***
 
(0.00918)
experience
0.0269***
 
(0.00601)
experience2
3.37e-06***
 
(7.52e-07)
workstatus_d
0.0524
 
(0.0793)
regular_d
0.110
 
(0.0836)
industry_2nd
0.154
 
(0.193)
industry_3rd
0.173
 
(0.193)
union_d
0.0126
 
(0.0360)
married_d
0.0455
 
(0.0319)
employernumber
0.0195***
 
(0.00554)
time
0.126**
 
(0.0576)
treatment
0.0116
 
(0.0407)
interaction
0.103*
 
(0.0560)
Constant
-5.378***
 
(0.954)
 
 
Observations
1,108
R-squared
0.285
Robust standard errors in parentheses
*** p<0.01, ** p<0.05, * p<0.1



교차항의 계수값은 0.1, 그리고 10% 유의수준에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1986~1995년도 시기 군 복무 남성에게 있어 1993년도에 군 복무기간을 줄인 것이 노동시장에서의 시간당 임금을 올렸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제가 맞게 분석한 것인지저도 무슨 실수를 한 것인지도 모르고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한데 나중에 더 쓰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했거나 놓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 되면 말이죠잘 안되면 조용히 사장시킬겁니다ㅋㅋ)

2013년 6월 26일 수요일

Homo Economicus에 대한 고찰 (4) [마지막] : 우리들이 꿈꾸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4. 결론 : 우리들이 꿈꾸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4.1 Homo economicus라는 제약조건
   지금까지 인간이 이기적 특성을 기본으로 상정한 homo economicus의 개념을 바탕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 그리고 보다 세밀하게는 최근 상당한 이슈가 되고 있는 분배와 복지 분야를 살펴보았습니다.
   Homo economicus가 상정하고 있는 인간의 이기적인 특성은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을 간과한 정부의 정책은 그 어떠한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었습니다. 어떠한 경제 정책이든지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위를 감안하지 않은 행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행동을 감안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것 역시 정부가 해야 할 일이자, 기본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득분배와 관련해서도 어떠한 소득 분배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문제는 다소 철학적인 영역일 수 있지만, 어떠한 소득 분배가 homo economicus의 상황 속에서 실현이 가능한가의 문제는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그리고 복지 제도와 관련해서도 주어진 복지 정책에 대해 사람들의 homo economicus적인 특성이 복지 제도가 처음 계획했던 대로 움직여줄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해볼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가정한 homo economicus적 설정은 정부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어떠한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제약조건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주어진 예산이 제약조건으로 작용하고, 다양한 종류의 최적화 문제를 풀어내는데 있어서 주어지는 제약조건들을 고려해야 하듯이, 정부가 특정한 목적(함수)를 가지고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서도, 인간에게는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특성이 존재한다는 homo economicus의 제약조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산제약을 넘어서는 효용의 증가는 실현시킬 수 없고, 제약조건의 범위를 넘어서는 지점으로 목적함수를 최적화시킬 수 없듯이, 정부의 정책 역시 사람들의 이기심이 작용하는 homo economicus의 제약조건이 상정하는 범위를 벗어나서 정부가 원하는 바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4.2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환상
   하지만 정부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때때로 인간은 일반적인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일종의 환상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어떠한 측면에서는 다분히 환상일 뿐이며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현실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혹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경제 정책에 대해, 그것들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고민하다가 보면, 특정한 지점에서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가정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른바 골목상권의 보호를 위해 대형 슈퍼마켓으로 하여금 월 2회 의무적으로 영업을 쉬도록 하는 등의 SSM 규제 정책의 경우, 그 이면에는 대형 슈퍼마켓들이 쉬면, 그만큼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약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재래시장을 이용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싼 값에, 더 좋은 물건을, 더 좋은 환경에서 사고 싶은 사람들의 homo economicus적 특성이러한 부분은 서민들에게도, 아니 어떻게 보면 서민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특성일 것입니다.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는, 다시 말해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재래시장을 생각해줄 것이라는, homo eoconomicus와 반대되는 가정이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싼 값에, 더 좋은 물건을, 더 좋은 환경에서 사고 싶은사람들은 대형 슈퍼마켓이 주말에 하루 쉬게 되면, 대게는 그 주말에 쉬지 않는 다른 날에 시간을 내어 쇼핑을 하거나, 그 전 주말에 미리 물건을 사기 때문에, 대형 슈퍼마켓의 영업을 규제하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만을 지닐 뿐, 재래시장이 활성화되는 실질적인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인간이 완벽하게 이기적인가라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이러한 부분은 오늘날 행동경제학의 영역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니부어의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관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시적인 차원에서 관찰되는 인간의 행위는 한 개인 미시적 차원에서보다는 더 이기적으로 관찰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정책의 경우,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homo economicus적 관점이 상당히 유효하며, 이를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정책은 비용만 들어갈 뿐,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4.3 해결책은 homo economicus가 약해지는 사회
   만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떠한 경제 정책도 homo economicus라는 인간 본성의 제약조건을 벗어날 수 없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그저 약육강식, 혹은 부익부 빈익빈의 숙명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요?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homo economicus적인 특성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하는 01의 이분법적인 성격이 아니라, homo economicus적인 특성이 얼마나 강하게 나타나는가 하는 정도(degree)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국가나 사회마다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나 의식구조가 있고, 이러한 구조는 그 사회에 속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결정하며, 이러한 부분들은 한 개인의 미시적인 특성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거시적인 차원에서 관찰되는 특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인의 이타적인 성격은 거시적인 정책 수립 차원에서의 homo economicus적 특성에 영향을 주기 힘들지만, 그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의식구조는 정책을 고려하는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homo economicus의 정도(degree)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근로 시간을 줄여서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이른바 job sharing 정책이 기존 노조의 반발 문제로 인하여 쉽게 수립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지만, 네덜란드의 경우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 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네덜란드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적 사상이 강하게 바탕에 깔려있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흔히 네덜란드 하면, 성적으로 자유롭고,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같은 것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네덜란드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러한 이미지는 도시 지역에 국한되어 있을 뿐, 도시를 벗어난 대부분의 시골지역은 아직까지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기독교 사상에서 직업은 일종의 절대자로부터 받은 소명(calling)이라는 의식이 있는데, 네덜란드의 경우 이러한 인식이 상당히 강해서, 무직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감당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 하에서 자신의 임금을 희생하기 싫어서 실직자들을 그대로 두는 것은, “주변의 타인이 자신의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무관심하게 방과하는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job sharing 정책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네덜란드의 사례는 한 국가 혹은 사회가 경제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마주치게 되는 homo economicus의 제약이 인간의 본성에 의한 외생적인측면도 존재하지만, 그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에 의해 좌우되는 내생적인측면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전반적이고 실질적인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당위적인 차원이 아닌, 사람들의 실제 행위에서 나타나는인식구조가 homo eocnomicus적 제약조건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인간의 이기적인 homo eocnomicus적 특성을 약화시킬 수 있을 때, 우리들이 꿈꾸고,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은 보다 커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구조는 경제 정책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주어지는 경제 정책에 따라 이기적으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할 뿐, 경제 정책이 사람들의 이기적인 특성을 변화시켜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은 경제학의 영역이 아닌, 정치, 도덕, 철학, 혹은 종교적인 영역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물론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이러한 부분들까지 고민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homo ecnomicus라는 다소 철학적일 수 있는 가정 위에서 많은 혹은 모든것들을 시작하는 경제학이 반드시 인지하고는 있어야하는 부분이며, 인간의 행위를 연구하는 경제학 역시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에 어느 정도는관심을 갖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3월부터 homo economicus라는 주제 하나만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 이제야 아직도 많이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끝에 이르렀네요. 사실 경제학 교과서의 가장 처음에 설명되는 ‘homo economicus’라는 개념에 대한 생각만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쓸 수 있었다는 것에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다음 달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