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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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2일 월요일

No Surprises, No Happiness

  다소 힘들게 느껴지는 삶을 살고 있는 요즘, 저는 제가 왜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절대적인 소비수준 등의 물질적 지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해당 측면에서는 제가 행복했을 당시와 큰 차이가 없거든요. 그리고 흔히들 지목하는 요소인 타인과의 비교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역시 해당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엔 저의 불행의 근원이 제 기대치와의 비교인 것 같습니다. 이번학기가 이 즈음엔 '이렇게' 풀리고 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거든요.

  생각해 보니 당장 뿐만 아니라 제 인생에서 행복하거나 불행했었던 순간들은 대체로 제가 제 기대치보다 잘했었거나 못했었거나에 큰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시험에서 예상치 못했던 높은 점수가 나오면 굉장히 행복하고, 반면에 잘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에서 못하면 기분이 많이 다운됐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 06학번 법대 입학생분들 중 네명씩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어 사실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대학생 자살자가 연평균 230명 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네 명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학부에서 나온 것입니다. 06학번 당시 법대 입학정원이 200명 정도였고 2005년 대학 등록생이 417,500명이었음을 감안해 보면, 우리학교 법대 입학생의 예상 자살률이 평균적인 자살률보다 약 33배정도 더 높았다는 것입니다. 06학번이 로스쿨 제도 전환의 최대 피해자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비극의 이유를 당시 학번이 법대에 입학했을 때의 예상과의 괴리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끔 합니다.

  그렇다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자신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즉각적인 해결책일까요? 제가 드는 의문은 우선 실제로 기대치를 낮춘다고 해서 그게 장기적으로 행복한 결과를 가져오냐는 것입니다. 낮은 기대치를 가진 사람은 그만큼 덜 노력하여 향후 기본적인 물질적 조건을 갖추지 못할 확률이 높을 것 같아서요. 또 다른 질문은 기대치를 낮춘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냐는 것입니다. "내 다음시험의 기대치는 0점이야."라고 되뇌이는 것은 쉽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믿는지, 혹은 속이는지는 별개의 문제죠. 특히 제가 생각하는 기대치의 경우 거의 수학적인 의미에서 '주관적인 확률을 attach한 기댓값'과 동일한 것 같은데, 그것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죠. 기대치가 곧 '욕심'이라고 한다고 해도 그러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 고통스러운 작업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 2개:

  1. 글을 읽고 보니 저 개인적으로도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상황이 안풀릴 때만큼 스트레스 받는 일이 드물지요. 반대로 애초에 각오했던 불행은 그만큼 잘 감내해 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뜬금없긴 하지만^^; 연인관계에서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으려나요. 나 스스로의 기대는 글 쓰신것 처럼 마음대로 조절하기 힘들지만 다른 사람의 기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요. 예를들어 여자친구의 생일 선물을 줄 때 무난한 선물을 줄것 처럼 미리 말해놓고선 깜짝 선물을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처음부터 기대를 잔뜩 부풀려 놓는 것보다 이런 방식이 받는 사람이 느끼는 행복도를 더 높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역시 뜬금없긴 하지만, 정부의 입장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때는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해 급작스럽게, 긴축적 정책을 펼 때는 미리 충분히 예고를 주어 경제주체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해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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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마도 기대치는 전기의 '성공'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사람이 매 기 새로운 성공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결국 높아진 기대치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고 불행을 느끼는 때가 올 것 같습니다. 몇번 실패 반복해서 기대치가 낮아지면, 그 이후로 다시 소소한 성공에 의해서도 행복을 느낄수 있겠구요. 글 잘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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