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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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3일 수요일

경쟁이 과연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가?

  사람들에게 강력한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핚다는 주장은 직관적으로 명쾌합니다.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주장은 주장을 넘어서 하나의 사실로 널리 받아들여지며 폭넓은 사회 문제의 해결책으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학교 내에 하나밖에 없는 식당의 음식의 맛과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학교 내에 식당을 더 많이 지어 식당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자는 식으로 말입니다. 어떤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나 서비스의 질이 낮다면 그것은 시장의 경쟁이 낮기 때문에 공급자가 높은 품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고, 따라서 다른 경쟁자들을 투입하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경쟁의 증가와 인센티브의 증가가 재화와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 연구한 논문들이 많이 있겠지만, 제가 읽어본 논문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Holmstrom 과 Milgrom 이 1991년에 쓴 Multitask Principal-Agent Analyses Incentive Contracts, Asset Ownership, and Job Design 이라는 논문입니다. 

  Holmstrom & Milgrom(1991)은 대리인이 복수의 업무를 동시에 관리할 때(multitask agent) 성과에 임금이 연동되는 계약은 위험배분과 동기유발이라는 인센티브의 기능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대리인이 복수의 업무 중 어떤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향제시의 기능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대리인에게 복수의 업무가 부여되고, 복수의 업무 중 일부는 노력 투입에 따른 산출물의 측정이 수월한 반면, 다른 일부는 노력 투입에 따른 산출물 측정이 어렵다면, 대리인은 산출물에 대한 측정이 수월한 업무에만 노력을 쏟을 것이라고 한는 것이죠. 따라서 산출물의 측정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더욱 중요할 수 있는 업무들에 대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같은 논문에서 Holmstrom & Milgrom는 성과가 측정가능한 업무로 교사의 ‘표준화된 시험문제를 풀어내는 학생들의 능력 배양, 성과가 측정되기 어려운 업무로 ‘학생들의 창의력, 호기심, 혹은 전반적인 청해, 작문, 말하기 실력과 같은 더 고등한 분야에서의 능력 배양을 제시하면서, 교사에게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면 교사들은 측정가능한 전자의 업무에만 노력을 쏟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후자의 업무에 대해 소홀해지기 쉬우므로 성과가 측정가능한 업무와 측정가능하지 않은 업무를 분리해 서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직업을 설계(job design)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즉, 인센티브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대리인이 복수의 업무를 맡고 있고, 복수의 업무 중 일부는 노력 투입에 따른 산출물의 측정이 수월하고, 다른 한쪽은 어렵다면, 측정이 용이한 업무에만 노력을 투입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와 관련해서 새롭게 해석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실증 연구가 있어서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시카고 대학교 
Harris School of Public Policy Studies 의 교수인  Daniel Bennett가 타이완 학자들과 2011년에 쓴 Health Care Competition and Antibiotic Use in Taiwan 이라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타이완의 타이완의 의료 데이터를 가지고 병원의 HHI 지수를 추정해, 경쟁 정도가 약해질수록(즉, 병원의 독과점이 심화 될수록) 항생제 처방의 정도는 낮아진다는 사실을 검증하였습니다. 이를 병원과 의사의 이윤극대화 문제로 설명하면, 의사들은 항생제가 환자의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쟁에서 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환자들의 항생제 처방 요구에 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의료 시장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병원간 경쟁이 불가피할 때 가격을 낮춤으로써 환자를 끌어모으는 가격 경쟁은 일반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병원의 경쟁은 의료서비스의 품질로만 경쟁이 가능한데요, 이때 의료서비스의 품질 자체가 빠른 시간 내에 관측이 어려운 것이라면 병원은 장기적으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이 존재하지요. 그리고 이 논문에서는 항생제 처방이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논문은 실증 연구 결과를 담고 있고, Holmstrom & Milgrom의 연구를 직접 인용하지는 않고있습니다. 

  제가 의학에 관해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의료 서비스의 관측 가능성이 일부 제한되고 가격 경쟁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쟁의 증가가 과연 Holmstrom & Milgrom이 예측한 방향으로 관측가능한 부분만의 향상으로만 이루어지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네요.

물론, 항생제 처방의 문제만 하더라도, 의사가 항생제를 처방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거나, 혹은 항생제를 처방하는 병원에 자주 오는 고객의 내생성 문제가 존재한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지만요.


오늘은 경쟁이 과연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가?라는 주제를 통해서 경쟁과 인센티브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재화와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요자와 공급자가 주인-대리인 형태를 갖는 시장에서 대리인의 행동의 부분을 관측하지 못할 때에는 반드시 시장 경쟁이 더 나은 서비스 품질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이론과 증거를 제시해 보았습니다. 제가 제안한 주장을 반박하는 혹은 보완하는 사례나 이론이 댓글로 추가된다면 더 재밌는 논의가 되지 않을까요?

댓글 1개:

  1. 단기적으로 전체적인 서비스의 품질이 낮아지더라도 단기적인 수요창출만을 노리는 것을 '한탕주의' 라고 하지요. 요즘 유행하는 사무장 병원(자산가들이 의사면허 대여후, 불법으로 의사고용해서 비합법적인 시술이나 투여를 행함)같은 곳에서 단기간 내에 크게 벌고 철수하려는 움직임이 비슷한 예인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단속이 필요하겠구요. 어쨌든 이런 한탕주의는 장기간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보통 각 병원을 3년~5년 단위로 단속 나가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이나 국세청등)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서비스 품질을 증가시킨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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