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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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3일 일요일

보편적 노령연금 도입을 위한 필요 재원 분석/이 분석을 대상으로 한 토론 요약

  지난 블로그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족 부양을 우선으로 하는 기초생활수급제도는 고령층에 대한 복지에 있어서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저는 부분 보편적 노령연금제도의 도입을 제안하였는데요, 더 정확히 말하면 보건복지부에서 말하는 “가족부양 우선의 원칙”을 폐지하는 것입니다. 즉, 자녀의 소득이 어떠하든 간에 고령인구에 속한 사람들 중 소득이 일정기준에 못 미친다면 그 차액을 보전해주자는 것이지요.
 
이러한 제도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해 과도한 재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의 인상을 그 방안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이번 발제에서 실제로 재원이 얼마나 필요할지 어림잡아 알아볼 수 있는 분석을 발표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보장이 필요한 총 노인의 수를 계산해 보면 대략 총 인구의 3~6%로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3%는 서울시의 소득 50만원 미만 65세 이상 인구, 6%는 지방 전체로 이를 늘렸을 때 임의의 추정치) 그 다음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계층을 인구의 50%로 정도로 산정하였습니다. (취업률이 60%정도인데 이 중 소득이 너무 적어서 부양세를 낼 수 없거나 65세 이상 노인인 인원이 10%정도라고 가정하였음)  필요재원을 최대치로 산정하기 위해 기준소득 미만의 노인계층은 아예 소득이 0원이라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부양계층 한 명당 부담해야 하는 연금액수는 대략 보장해주고자 하는 기준소득의 6~12%를 부담하는 셈이 됩니다. 예를 들어 월 50만원을 보장해준다면 세금으로 월 3~6만원 정도를 부양계층에서 부담해야 할 것입니다.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위해 이 정도의 수준의 부담이 적절한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 제도의 장점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전까지 노부모를 부양하고 있던 계층에게는 오히려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고 부양을 회피하고 있었던 계층에게는 일종의 부양의무를 지우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과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지도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제까지의 논의는 모든 가구가 같은 액수를 부담한다는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 소득에 비례하여서 세금을 매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노년층의 부양의무를 부유한 계층에서 더 많이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고 싶습니다.
 
 
(이 발제문을 가지고 블로그 운영진들이 모여서 짧은 시간 동안 간단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다음은 그 토론 내용을 일정 부분 요약한 것입니다)
 
 
MamboTango: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은 노령화 추세가 심화되면 세 부담이 커질거다
 
실버쏘온: 노령화 비율이 커지면 세 부담이 커질텐데 이 많은 세금을, 예를 들어 편의점 알바하는 사람한테 매긴 다는 게 말이 안 되니까 누진세를 해야 할듯
 
Choiecon: 이것은 복지 정책의 문제이다. 이전까지는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을 하는 것이 옳다는 원칙이 깔려 있었는데 사회가 변하고 있다. 맞벌이나 가족의 파편화 등 때문에 - 복지원칙을 바꿔야 하는가의 문제이고 이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할 거 같다.
 
Karam Jo: 우리나라는 자식이 부양비를 안 준다면 부모가 뺏어올 수 있는 권한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들이 그것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 제도가 시행되면 50만원 뺏어올 거를 3만원만 뺏어오면 되니까 부담은 없겠죠
 
실버쏘온: 나이 드신 분들 부담은 적어지겠지만 젊은 사람 부담은 커지겠다...
 
MamboTango: 이 제도의 생각이 맞는 거 같은게 부양 안하는 사람 세금 떼어 가는 권선징악 측면 있고, 부모 오래 살아서 리스크가 된다는 측면이 있는데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면 없어지겠다. 이 제도가 나쁘다는 논거를 만들기가 어렵지 않을까?
 
Karam Jo: 저는 이 제도랑 연금 제도랑 겹치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연금은 젊었을 때 일부를 세이브 해서 받는 것인데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연금제도가 국가입장에서 부담이 된다고 하는데, 받는 액수는 별로 안 많은데도. 이 제도에서 50만원을 주기 위해 한 사람당 3~6만원 밖에 부담이 안 된다는 것이 쇼킹한데...
 
roundmidnight: 노인은 많고 나머지 사람은 많으니까 퍼지는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은 자기가 낸 거 자기가 가져가는 거라서 그런 것
 
flyingbunny: 저희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읽었다. 같이 살고 있는데 소득은 없지만 저희 부모님이 부양을 해서 부족한 점은 없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행되면 우리 할머니 같은 사람도 돈을 받게 되서 낭비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같이 사는 사람은 제도에 적용 안 되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면 부모와 자식이 같이 안 살게 될 인센티브가 커지게 되니까 안 좋을 것 같다. 어차피 같이 사는 아들 딸 들이 부양하는 대신 세금 내는 거니까 꼭 불 필요한데 쓴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노령화가 진행 될수록 연금 부담이 커진다는 말을 하는데 어차피 누군가는 부담해야 되는데 국가가 부담 하는가 각자 자녀에게서 해결하는가의 문제이고 총합은 변할 것이 없다. 저도 이 제도가 좋다고 생각한다.
 
봄: 이 제도를 시행하면 굳이 국민연금 할 필요 없겠다?
 
roundmidnight: 액수가 크면 그렇겠지만 액수가 그리 크지 않다면 필요성은 그대로 있겠다.
 
봄: 부모 부양 안하는 “나쁜 자식”이 문제라면 모든 자식을 세금을 내게 해서 어머니 아버지한테 무조건 자동으로 돈을 빠져나가게 하면 되지 않을까?
 
Karam Jo: 지금 제도 하에서도 만약 자식이 부모를 부양할 능력이 되는데 부양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에 얘기하면 부모가 받을 수 있다.
 
봄: 그렇게 하면 부모가 “나쁜 부모”가 되지만 세금으로 걷으면 그렇지 않지 않나?
 
Karam Jo: 자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세금이 떼인다는 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애들 생활비 부담 준다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봄: 받고 싶은데 자녀가 안 주는 부모들의 문제는 해결하는 거 아닌가?
 
flyingbunny: 이 제도를 시행하면 자기 때문에 자녀에게 부담을 주게 되는 심리적 부담감을 없앨 수 있다. 부모가 오래 사는지 적게 사는지에 따른 부양의 리스크를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webspider019: 일본에서는 자녀들에게 폐 끼치기 싫어서 혼자 살다 죽는 사람들이 3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부담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 듯.
 
Karam Jo: 이 제도가 없으면 40살 정도 되면 부모 부양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 제도에서는 20대에 직업전선 뛰어들면서 부양을 시작하는 것이다. 계산을 해보면 부양 부담은 비슷할 것 같다.

2012년 9월 18일 화요일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보상에 대하여


(이 글은 최근 있었던 경연 멤버들의 복지에 대한 토론 자리를 위해 쓱싹쓱싹 쓴 것입니다.)

복지에 관한 발제를 ‘하루만에’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좀 고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하우스푸어나 장애인보험에 대해 써 볼까 이리저리 찾다가, 결국 제가 평소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던 ‘군대’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군 복무 문제는 한국에서 태어난 남성들의 절대 다수가 한 번씩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정부 수립 이후 정상적인 병역법은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1953년에는 육,해, 공군 병 복무시 각각 36개월 복무토록 하였으며 몇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는 육군 21개월, 해 공군 각 24개월씩 복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가 군 복무할 때 (주로 야근이나 경계근무서면서) 자주 가졌던 의문은, 한국군은 60만 병력이고 대강 복무기간이 2년이니 연간 30만의 시민이며 유권자이기도 한 청년 남성들이 군대를 들락거린다는(입대-전역) 말인데 왜 이다지도 현역병이나 전역자에 대한 대우가 엉망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2년간 개인의 인적자본축적에 있어 강제적인 단절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저는 이에 대한 일정한 사회적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이는 사회적 복지제도의 틀 안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각주1)

군 복무가 전역 후 임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현재 매우 적습니다.(각주2) 이는 제 생각으로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적었다는 점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서야 한국에서도 노동패널데이터, 청년패널데이터 등의 패널데이터들이 구축되고 여기서 기초적인 병역 복무에 관한 질문들 (복무 여부 및 복무 개월 수, 복무 시작 시점부터 종료 시점)을 묻기 시작하면서야 관련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한 실정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동안의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오랜 기간 군사독재정권 하에 있으면서 군에 관한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역린과 같아 금기시되어 왔습니다. 군 의문사 문제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모병제 등이 사회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 제 기억으로는 2000년대 중반의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계에서도 군 복무가 노동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데이터도 적을뿐더러 과거 암묵적으로 군 문제를 잘 다루지 않는 관성 때문에) 연구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각주3)

각주에서 언급한 기존 연구에 의하면 데이터를 민서 노동공급함수 (Mincerian Labor Supply Function)꼴로 실증 분석했을 때 군복무는 임금에 대해 전반적으로 양의 효과를 갖는다고 합니다. 윤여근(2011)에서는 직업군, 교육수준, 연령대 별 분석도 실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학력에서는 고졸 이하에 경우에만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연령대별로는 청년층보다 장년층에서, 직업군은 주로 단순 노무 및 생산업종 종사자에 대해 더 높은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위 기존 연구를 토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회에서 군 복무가 한 개인 (그리고 사회)의 생산성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작아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과거 1970~80년대에 군은 바깥 사회보다 높은 수준의 장비들과 여러 기술을 보유한 집단이었고 국내 노동시장의 산업화 정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전역자들이 군에서 배운 기술들을 사회에서 잘 써먹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각주4) 그러나 기존 연구가 보여주듯 사회의 산업수준이 고도화될수록 군에서 축적된 인적자본이 노동시장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작아질 것입니다. 이는 군의 여러 특성상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따라잡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매칭(Matching)의 문제입니다. 2년간 군 복무시 어떤 일을 맡느냐에 따라 인적자본이 축적될 수 도 있고 감소할 수 도 있으며 축적되는 인적자본의 종류도 다를 것입니다. 예컨대 똑같이 2년간 군복무를 한 사람이더라도 전투병으로, 행정병으로, 취사병으로, 어학병으로 복무한 이들이 축적하는 자본의 양과 종류는 크게 다를 것이라 봐야 합니다.(각주5) 또 이들이 노동시장에 나갔을 때 어떤 직업을 택하느냐에 따라서도 그 축적된 인적자본이 얼마나 활용될지가 달라질 것입니다. 취사병으로 복무한 사람이 식당 요리사가 되려 하는 것과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려 할 때 노동시장에서 군 복무가 미치는 영향이 같을 리 없습니다. 만약 인적자본 축적의 단절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겪는 불이익을 사회적으로 보상한다면 당연 후자를 전자보다 더 많이 보상해 줘야 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군 복무자에 대한 보다 정교한 사회적 복지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군 복무 경험이 노동시장에서 어떤 효과를 갖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측정이 되어야 합니다. 좋은 정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입대시점부터 전역 후 일정 기간까지 특정 개인들의 풀(pool)을 구성해 이들을 추적, 데이터를 구축하는 ‘군 복무자 패널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는 정책입안자 및 연구자들의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군인들은 입대하는 순간부터 군번이 부여가 되며 전역 후 7년 동안 예비군 훈련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에 입대하는 연인원 30만 중 2%인 6천명에 대해서만 군번을 토대로 임의표본추출(Random Sampling)을 해 입대부터 예비군 훈련 종료 까지 거의 10년을 추적한다면 매우 쉽게 패널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각주6)

이를 토대로 군에서의 복무 경험이 노동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가 이뤄진 이후에는 다양한 비율에 의한 노동시장 진입 후 ‘사후적(Ex post)’ 조세 감면/연금 혜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기존의 군 가산점은 공공기관에 취업하려고 하는 이들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 장애인 뿐 아니라 다른 직종에 취업하는 군 복무 남성에 대해서도 차별적이었습니다. 위의 패널데이터를 토대로 군에서의 복무경험이 직종, 연령, 교육대 등에 따라 어떤 부호의 효과를 어느 정도로 갖는지 분석한 다음 이를 등급화 하여 구간별로 차등적인 조세/연금혜택이 주어져야 합니다. 

각주1)
그렇기 때문에 최근 논란이 되는 군 가산점 도입에 대해서는 저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각주2)
“군 복무 여부가 임금결정에 미치는 효과” (엄동욱, 2009, 응용통계연구)
“군 복무가 노동자 임금에 미친 영향” (윤여근, 2011, 서울대 경제학부 석사학위 논문)

각주3)
또한 반공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크게 받은 우리 사회에서 군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연구자에게 사회적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하는 부담을 지우는 점도 있을 것이다.

각주4)
당시 군 지휘관들의 회고를 보면 군에서 기술학교를 세워 각종 건설, 기계 기술들을 제대 직전인 병사들에게 훈련시켰고 이들이 전역 후 국내/해외 산업 일선에서 큰 역할을 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이러한 기술에 대한 교육이 군 밖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할 뿐 아니라 이 기술들에 대해 사회가 요구하는 인적자본으로서의 역할도 예전만 같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각주5)
물론 취사병으로 복무하더라도 식칼 한 번 못잡아 보고 전역하는 예도 있긴 합니다만....

각주6)
군대 복무할 때에는 ‘명령’으로 조사에 응하도록 하고, 전역하고 나서는 군번을 토대로 예비군 훈련 올 때 마다 ‘선배님, 설문지 작성하고 가시면 30분 일찍 퇴소시켜드립니다’ 라고 하면 됩니다. 노동패널데이터 등 일반적인 패널데이터들이 매년 조사 대상자들의 변동을 추적하느라 많은 수고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할 때 이러한 패널데이터 구축은 그 노력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함.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복지지출은 공짜 점심일까?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논술 학원 선생님 분들 중 많은 분들은 과거 운동권이셨던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고3 겨울방학 때 논술 학원을 다니면서 배웠던 내용은 진보적인 것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당시에 굉장히 놀라웠던 자료는 OECD 회원국들의 GDP 대비 복지지출을 비교해놓은 표였는데, 우리나라가 GDP대비 복지지출이 가장 작은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2007년 자료에 따르면 멕시코 다음으로 작지만, 당시엔 가장 작았습니다.) 더군다나,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비슷한 경제 수준의 나라와 비교해서도 복지 지출 비중이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자료: OECD, 2007년)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복지를 확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특히 복지를 반대하는 논리의 중심에는 복지지출 증대가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복지지출이 늘리려면 증세가 필요하고, 증세는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실증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해 줄까요? 이 부문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린더트(Peter Lindert)에 따르면, 놀랍게도 복지 지출은 GDP에 대한 영향이 없다는 것으로 연구자들 간 합의(concensus)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이론과 실증의 차이가 나타났을까요?

  린더트는 Why the Welfare State Looks Like a Free Lunch라는 글에서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그 중 핵심적인 것 두 개만 뽑자면:

(1) 복지국가들의 조세 방법(부문별 세율 등)은 타 시장주의 국가들의 조세 방법에 비해 더욱 성장 친화적이다.

(2) 복지 수혜자들이 work and training을 회피하지 않게끔 하는 장치들을 복지 국가들이 고안해 내었다.

  한마디로 말해, 시장주의 국가들에 비해 복지 국가들은 조세 및 복지 제도를 더 합리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린더트는 이에 대한 이유를 복지 지출이 커질수록 복지정책의 경제적, 정치적 중요도 역시 증가하는 데에서 찾습니다. 즉 복지 예산이 커질수록 얼마나 효율적으로 복지예산이 집행되는지가 국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국민들도 더욱 복지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민주주의 체제 하의 복지 국가에서는 복지 및 조세 정책에 관하여 정치인들이 신중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복지 예산을 전부 재산세로 충당한다거나 하는 엉망인 제도 하에서 복지지출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다면 GDP에 굉장히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은 린더트도 인정합니다. 다만 린더트가 강조하는 것은, GDP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로 엉망인 제도를 가진 복지 국가는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린더트는 복지 국가로의 이행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통해 복지 및 조세 제도가 효율적으로 변하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린더트의 연구를 통해 본다면 우리나라 역시 복지 지출의 양적 변화 못지않게 복지 및 조세 제도를 올바로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 1. 린더트의 연구 결과는 정치적 결정을 내생 변수로 봐야만 하는 좋은 예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복지 정책을 고정(ceteris paribus)시키고 복지 예산만 변화시키는 식으로 복지 예산 증대의 결과를 추론(extrapolate)하면 안 될 것입니다.
  • 2. 우리나라의 국방비 비중이 높아서 복지지출이 낮은 것은 아닌지 질문하셔서 찾아봤는데, 그 영향이 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0년의 경우 국방비가 GDP2.7%이고, 반면 세계 평균 2.5%네요.
  • 3. 스웨덴이 복지지출을 늘리기 시작한 시점에 얼마나 잘 살았는지에 대해 질문하신 분이 계셨는데, OECD는 복지지출 자료를 80년까지 제시해서 그 이전은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1980년 당시에 스웨덴의 GDP대비 공공 복지지출은 이미 27.2% (현재 27.3%)였고, 1인당 GDPOECD base year기준 달러로 $20363 였습니다. 한편 2001년 한국의 1인당 GDPOECD base year기준 달러로 $27865입니다.
  • 4. 린더트는 복지 제도의 특정 부문들은 GDP를 직접적으로 올리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예로 보육에 대한 지원은 여성의 노동 공급을 늘리고, 공공 의료 서비스는 노동생산성을 올립니다. 이는 양의 외부효과에 대한 보조금 지급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2012년 9월 12일 수요일

사회의 행복도를 측정할 수 있을까?

넒게 보면 저번 2월달의 글과 릴레이라고도 볼수 있어서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econreality.blogspot.kr/2012_02_01_archive.html


우리가 흔히 '국가별 행복도 지수' 라는 자료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한국이 OECD 국가에서도 중위권~하위권에 랭크됨은 물론, 세계전체적으로는 방글라데시보다도 행복하지 않다는 기사를 보면서 끄덕끄덕 하죠. 실제로  우리나라의 양극화 정도나 1인당 노동시간 등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이긴 합니다만, 국가별 행복도 지수라는 걸 과연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요.

(2012년 국가 행복도 순위는 다음 자료를 참조하시길 부탁드립니다.
http://blog.daum.net/korea_brand/1852)

이번 장에서는 대표적 개인을 이용하여 국가별 행복도(혹은 사회만족도) 지수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간략히 예시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1. 개인과 사회는 어떠한 요인으로 만족도를 느끼는가


실제로 개인에 대해서 만족도를 느끼는 요인을 열거해보라면 굉장히 많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업, 연봉 등의 유형적인 것으로부터 자신의 연인과의 관계, 오늘 갓 데운 아메리카노의 완성도 등등 굉장히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제학의 모형에 여자/남자친구에 대한 만족도, 아메리카노의 온도 등을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다만, 개인은 일반적으로 '내 연봉이 어느정도인가?(절대적/상대적)'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어서, 노후 혹은 사고시 걱정할 필요가 없는가?' '얼마나 여가시간을 가질수 있는가?' 등에 만족도가 크게 좌우된다고 할 수있을 것입니다. 물론 비물질적 요인 '명예, 가치실현, 직업만족도' 의 경우에는 자신이 상대적으로 차지하는 위상에 크게 좌우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구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개인의 사회만족도 지표는 다음과 같다고 보입니다:

U(개인만족도) = (상대소득, 비근로시간, 사회복지의 정도,  etc .)

*etc 에는 자신이 중시하는 다른 비물질적 요인의 상대적인 위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봅시다. 예를 들어 유명한 사회봉사자의 경우 상대소득과 비근로시간은 적더라도 사회적으로 다른사람들에 비해 크게 존경받는 것(명예)에 만족할 수 있으니까요.
** 여기서의 상대소득이란 자신의 연간소득을 사회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고, 혹은 사회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소득의 연간 백분위(ex. 상위 5%)에 비례한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개인의 만족도를 측정할 수 있다손 쳐도, 각각의 다른 개인의 효용을 기수적으로 단순합하는 것도 어려우며, 설령 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구 5천만의 효용을 모두 구하는 것도 산술적으로 불가능하겠지요.

따라서 '가장 쉽게' 이용될 수 있는 방법이 대표적인 개인을 상정하는 것입니다. 이 때 대표적인 개인은 정확히 사회의 '중간층' 에 위치하여, 중류층을 대표하는 개인이라고 합시다.
(일반적으로 양극화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중류층이 두터울수록 대표적 개인의 방법은 사회효용을 정확히 반영하리라 봅니다.)

이 때 채택하는 가정을 다음과 같이 두도록 합시다:

1)국가 간에는 구매력평가 PPP 가 대략적으로 성립한다고 하자. 혹은 PPP 조정 GDP를 사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개인의 만족도는 세계 전체의 소득과 대비한 상대소득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2)개인은 사회의 중간층을 대표하는 대표적 개인이므로, etc. 요인은 평균적으로 사회의 중간 정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비물질적 요인의 상대적인 위상을 나타내는 etc. 는 평균오차는 있겠지만 1로 수렴한다(대표적개인의 etc/사회 중류층의 etc. = 1이라는 뜻)
3)사회복지의 정도는 국가의 총예산에서 GDP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대략적으로 근사하도록 한다. 즉 GDP 대비 사회복지 예산이 높을수록 당해 국가에서 그만큼 사회적 안전망이 잘 갖추어진 것으로 본다.

이러한 가정을 받아들인다면, 사회의 '대표적 개인' 의 사회만족도는 다음과 같이 나타날 것입니다.

SW (A국의 사회만족도) =[ (A국가의 중간소득/세계전체의 중간소득) , (A국의 평균적인 비근로시간), (A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예산의 비중), ]

*2)의 가정에 의해서, 개인의 만족도와 달리 etc. 요인은 1 혹은 상수항이 됩니다.


2. 사회만족도 함수의 추정

이제 우리는 사회만족도, 혹은 행복도를 결정하는 요인을 3가지 정도로 압축해 보았습니다.
(물론 저 3가지 요인 말고 결정적인 요인을 1~2가지 추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는 방법론적 논의로서 '이렇게 하면 될 것이다' 를 예시하는 데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사회만족도 함수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만약에 함수의 형태를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있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먄약 콥-더글라스 함수 형태의 만족도 함수를 가정할 경우:

SW = (PPP기준 국가상대소득)a(비근로시간)b(GDP대비 사회보장지출비율)c
 
이와 같은 형태로 가정해 볼 수 있겠지요. 이 경우 우리는 우리의 지불용의 혹은 한계대체율을 사용해서 매개변수 a, b, c 를 추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시> 만약 사회보장지출비율이 1% 높아지는 경우, (증세를 통해) 구매력평가 기준 실질소득이 얼마나 감소하여도 이를 감내할 수 있는가?
예시2> 현재의 균형수준에서 대표적인 개인은 얼마의 임금이 주어져야 추가적으로 비근로시간을 1단위 희생하려 할 것인가?
 
*여기서 (PPP 기준 국가상대소득) 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만, 어느 시점에서 세계 전체의 평균소득은 주어져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위의 SW는 결국 PPP기준 A국의 국가소득(중류층의)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여가의 가치와 실질소득의 대체관계를 상정하더라도 매개변수 a,b,c 를 추정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러한 추정 방식을 흔히 켈리브레이션(calibration)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중류층의 지불용의 혹은 한계대체율을 구함으로써 대표적인 개인의 만족도를 구하여 이를 사회만족도로 근사시킬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옳은 지표일까요? 어느정도의 의미는 가질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회가 '양극화' 가 심한 사회라면 중류층이 느끼는 사회 만족도와 상류층 - 하류층이 느끼는 만족도는 천지차이일 것이기 때문에 참고지표 외에는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대표적 개인이 마치 '하류층의 만족도를 걱정해 주는 것처럼' 양극화의 정도(사회복지혜택 및 소득의 양극화 정도)를 대표적 개인 효용함수에 추가하여 사회만족도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양극화와 여타 지표(비근로시간, PPP기준소득)와의 한계대체율을 구하기가 무척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생깁니다.
 
지금시간에는 대표적 개인의 효용을 통한 사회만족도 및 이의 한계점을 알아보았는데요,
좋은의견이 더 있으시면 언제든 추가바랍니다.^^

2012년 9월 7일 금요일

똑똑할수록 민주적이다?

‘(민주화가 덜 된 사회에서) 시민들의 평균적인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그 사회는 더욱 민주적으로 변한다라는 명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뜻 생각하면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사회의 민주화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어 민주화를 촉진하리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교육이 기존의 권위, 통치구조에 개인을 더욱 순응하게 만들어 민주화에 장애가 될 것이라 생각할 수 도 있을 겁니다.

이에 관해 최근에 읽은 The EconomistEconomic Focus 기사가 있습니다.
(http://www.economist.com/node/18864777이 기사에서 소개하고 있는 NBER 워킹 페이퍼에 따르면, 케냐에서 60여 초등학교의 여학생들에 대해 장학금을 받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무작위로 나눈 후 그들이 성장해 감에 따라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갖게 되는지 연구했다고 합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오래 교육을 받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러했습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장학금을 받아 고등교육을 더 오래 받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독립적이고 전통의 권위에 대해 덜 수용적이었다고 합니다. (케냐라는 국가와 여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 기존의 주어진 여성에 대한 성 역할에 대해 더 저항적이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현상이 곧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더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었다는군요. 즉 교육이 개인들로 하여금 보다 더 사회적으로 적극적인 삶을 추구하도록 만들기는 했으나 그것이 시민활동이나 정치 공동체에 대한 참여를 높였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교육을 더 받을수록 민주주의에 대해 경멸하고 비민주적이지 않은 체제 (예컨대 엘리트 독재와 같은)를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고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단순히 교육을 몇 년 더 받았느냐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북한과 같은 국가에 들어가 위의 케냐에서의 연구와 같은 실험을 시행한다면 학생들이 민주화에 대해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교육이 민주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려면 단순히 양적인 교육 연수 뿐 아니라 다음과 같은 질적인 질문들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공식적인 부문 : 해당 국가는 민주주의에 대해 학생들에게 어떤 의식을 갖도록 의도하는가.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과정에서 정치 공동체,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식으로 가르치는가.

비공식적인 부문 : 교실 밖의 영역에서 학생들은 정치 공동체, 민주주의에 대해 교육 받을 여건이 얼마나 잘 조성되어 있는가.
 
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저는 한국의 1980년대 대학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한국에서 대학이 민주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 연구할 때 에만 집중한다면 교련교육을 받고 (매우 극우적인) 국민윤리 수업을 의무로 들어야 했던 한국의 대학 교육은 민주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 보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클럽, 세미나 등으로 대표되는 의 비중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1980년대 한국의 대학생들이 한국의 (절차적) 민주화를 이끌어 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케냐의 연구 사례에 대해서도 보완할 점을 똑같이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저는 에 대해서는 교육학이나 정치학 전공자도 아니고 해서 어떤 식으로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에 대해서는 저는 사회의 다양성을 측정하는 방법들을 사용하면 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교실밖 교육은 일차적으로는 새로운 연결망이 많아질수록,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이 새로운 연결망들이 기존의 것보다 더욱 다른 환경의 사람들을 연결할 때 더 잘 이뤄질 가능성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케냐의 경우도 이후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대학에 갔을 때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얼마나 더 사회적 관계의 연결망이 많아지는지, 또 얼마나 다른 지역, 소득, 종교 등을 가진 학생들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지는지를 측정해 본다면 교육이 개인의 민주화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더 잘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써놓고 보니 이게 경제학 블로그에 적합한 글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Degrees of democracy (The Economist. 2011.06.23.)

Education as Liberation?
(Willa Friedman, Michael Kremer, Edward Miguel, Rebecca Thornton. 2011. NBER Working Paper)

2012년 9월 6일 목요일

주택 시장의 미래에 대하여

(악덕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는 포스팅은 뒤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릴게요.)

             틈만 나면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시끌시끌합니다. 가격이 오르면 올라서, 떨어지면 떨어져서 문제라고 하고, 정부는 각종 대책들을 쏟아 내지요. 어떠한 제도[1]를 제정했다가 폐지하기도 하구요.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종종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어떻게 될까?’, ‘정부의 의도는 무엇일까?’, ‘저러는 게 소용이 있을까?’ 하는 막연한 의문을 갖곤 했습니다. 신문을 읽던 중 이번엔 주택거래량 감소에 대한 기사가 나왔길래 이 참에 주택 시장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올해 1~7월 전국의 주택거래량이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고 합니다[2]. 주택거래량 또한 다른 재화들의 거래량과 마찬가지로 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이 될 것입니다. 금번 주택거래량 감소의 원인은 수요측면의 충격으로 보입니다. 앞에서 참조한 기사에서 나인성 부동산써브 팀장은 대내외 경기불안과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집을 사는 것보다 빌리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주택거래량 감소가 수요측면의 충격에 의한 결과일 경우 집값이 떨어지게 되고, 집값이 떨어지면 건설경기 침체, 주택담보 대출의 부실화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주택보유의 목적은 투자목적과 실거주목적 두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투자는 임대수익과 자본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겠구요. 저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배경에는 고성장에 따른 소득 증가와 앞으로 주택가격이 더 상승할거라는 기대에 의한 수요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투자목적과 실거주목적의 주택 수요를 모두 늘렸을 것이고, 후자는 투자목적의 주택 수요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했겠지요.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과거와는 달라졌습니다. 추가적 성장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소득도 정체되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도 사그라들었습니다. 그 결과, 투자를 위한 주택수요가 줄어든 것이지요. 투자를 위한 주택수요가 줄어드는만큼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늘어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살 집을 보유한 가구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주택수요의 지속적 감소, 그에 따른 주택거래량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은 필연적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정부는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거래 활성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런 거대한 흐름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주택거래량 급감에 따른 주택가격 급락[3]을 막음으로써 다가올 충격의 진폭을 줄이고 그 시기를 늦추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올 미래라고 해도 그 미래로 향하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그 사이에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안간힘이 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건설업 종사자의 타 직종으로의 원만한 이직이 가장 중요한 대비가 아닐까 합니다[4].

             정부가 쥐고 있는 카드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먼저 주택가격 급락을 직접 막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가격 하한제와 공급제한이 뇌리에 떠오르지만, 가격 하한제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고, 공급제한을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있습니다[5]. 주택거래량 유지를 위해 거래비용을 감소시키는 방향의 정책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페지가 있는데 이는 주택거래량 감소를 더디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정책으로 생각됩니다. 주택보유에 따른 상대적 수익률을 높임으로써 투자목적의 주택수요를 진작시킬 수도 있을텐데, 이는 부동산과 대체관계에 있는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이미 상당히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수익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밖에도 DTI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도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시행 혹은 논의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들입니다. DTI 완화는 시중 유동성을 늘림으로써 주택거래를 늘리려는 조치인데 DTI 완화는 결국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주택가격 하락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위기의 크기를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항아리 가운데 부분에 균열이 생겨 물이 샐 때, 항아리 밑부분을 깬 조각으로 그 균열을 메우는 것 같아 보입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경우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수요측면을 자극하는 어떠한 요인도 될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떤 의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주택거래량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은 필연이며, 그 속도를 늦추고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데, 정부는 잘 하고 있는 것도(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헛발질을 하는 것도(분양가 상한제 폐지), 좀 애매한 것도(DTI 완화) 있더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2] 이데일리 강경지 기자, 올 상반기 주택거래량, 40만여건..역대 최저 2006년 이후 최저..부동산써브 조사 결과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newsid=02948726599656512&SCD=&DCD=A00402
[3] 거품 붕괴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4] 적극적인 해외판로의 개척도 중요하겠구요.
[5]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건설업의 구조적 발전단계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최인방 조사국 산업분석팀 과장, 박창현 산업분석팀 과장)이라는 제하의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지난 2000 67000개에 불과하던 건설업체수가 전문건설업체를 중심으로 2010년 현재 97000개로 45% 가까이 증가한 반면 건설업체당 부가가치액은 2000년대 초반 이후 55000만원~7억원 범위에서 정체된 상황이라고 합니다.

2012년 9월 3일 월요일

그들의 세계


1917년의 맨하탄 어딘가, 이탈리안들의 축제로 복잡한 거리. 크림색 중절모를 적당히 기울여 쓴 남자가 노점상들에게 물건을 요구하며 거만한 걸음을 옮긴다. 그의 움직임을 쫓아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지붕을 오르내리는 젊은 남자. 이윽고 크림색 중절모는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벽 뒤에 숨겨놓았던 흰색 타월로 둘러싼 권총을 찾은 젊은이는 그 건물의 옥상 문을 연다. 복도의 깜빡이는 램프, 전구를 살피다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던 크림색 중절모는 흰색 타월 안에서 발사되는 총알을 맞고 쓰러진다.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2, 1974

지하경제, 어떤 곳일까요??

흔히 지하경제라고 부르는 우리 경제의 한 부분은 이탈리아의 마피아, 우리나라의 조폭 등으로 대표되는 1. 불법경제, 합법적 시장에서 이루어지지만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태어나는 2. 보고되지 않은 경제(불법입니다), 그리고 행정상의 어려움, 또는 실수로 생겨나는 3. 기록되지 않은 경제,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러한 지하경제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넘어 그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과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점, 그럼에도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겠지요.

우리나라의 지하경제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위의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좁은 의미에서의 지하경제에 국한하여 그 규모를 분석한 Friedrich Schneider et al. (2010)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규모는 2007년 기준 명목GDP대비 25.6%로 멕시코, 그리스, 그리고 이탈리아에 이어 OECD국가 중 4위, 조사한 120개국 중 75위(1999~2006년 평균)에 랭크되었습니다. 이 수치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명목GDP의 25.6%는 정말 대단한 규모네요.

여기서 잠깐, 지하경제의 규모는 어떻게 알아내는 것일까요? 지하경제는 그 특성상 정부기관에게 그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그 규모의 직접적인 계산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좋을 텐데요, 하여 경제학자들은 예의 계량적 추정방법 등을 사용하여 이를 알아냅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제가 아직 공부를 덜 했습니다ㅜ)하겠지만, Edgar L. Feige의 The underground economies, 1989에서는 discrepancy method, currency ration method, 그리고 transaction method를, Friedrich Schneider et al.의 Shadow economies all over the world, 2010에서는 M0, 경제활동참가율, 그리고 노동인구증가율을 사용하여 지하경제 규모를 추정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하경제가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일까요? 학부 미시 시간에도 나오듯, 상대가격을 왜곡시키는 조세의 부과는 사람들의 선택에 혼란을 가져와 경제의 효율을 저해합니다. 그 정의상 조세부과가 불가능한 지하경제의 경우, 적어도 이러한 범주 내에서 ‘드러난 경제’에 비하여 효율적일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하겠지요. 이러한 의미에서 지하경제의 존재는 경제 전체(= 드러난 경제 + 지하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지하경제의 존재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자명한 이야기일 수 있겠습니다. 명목GDP의 25%나 차지하는 지하경제의 존재는 정부의 재정확보를 어렵게 만들 것이고, 정직한 국민으로부터 부정직한 국민에게로 소득을 이전시킬 테니 정직하게 일하고,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에 더하여 경제지표의 관측을 부정확하게 만들어 정부의 잘못된 정책처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적어도 저에게는 꽤나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특정년도의 한 경제성장이 대부분 지하경제에서 이루어 졌다면 그 경제의 공식 성장률은 매우 낮을 것입니다. 이때 정부에서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확장적 정책을 사용한다면 실제 경기는 과열되고 말겠지요(Edgar L. Feige의 The underground economies에서는 기록된(관측된) 경제와 기록되지 않은 경제(지하경제)를 포함한 실제 경제가 capacity output에 있을 때 완전고용정책은 stagflation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안정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에게 지하경제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관심을 갖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를 이해하기위해 보아야 할 자료가 많아 아쉽지만 이번 포스트는 이렇게 간략하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지하경제는 탈세만큼이나(사실 탈세 또한 지하경제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이 주제, 꽤나 흥미롭지 않나요?



참고문헌

Feige, E. L. et al. (1989). The underground economies: Tax evasion and information distor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Schneider, F., Buehn, A. and Montenegro, C. E. (2010). Shadow Economies All over the World: New Estimates for 162 Countries from 1999 to 2007 Policy Research Working Paper No. 5356, World Bank, Washington D.C.

박명호, (2010). 우리나라 자영업자 가구의 소득탈루율 추이분석. 한국조세연구원, 서울

김현숙, (2006). 자영업자 사업소득 추정방법에 대한 소고. 한국조세연구원, 서울

정재호, (2010).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부가가치세 탈루규모 추정. 한국조세연구원,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