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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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8일 일요일

2군 선수의 경력이 1군 선수로의 전환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

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저의 최근 연구의 진행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현재 경제학부의 정식형과 함께 비정규직 경력이 노동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저희 연구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저희의 모델이나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증적인 자료가 부족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희의 연구는 비정규직의 경력이 노동시장에서 부정적인 신호를 발송한다는 가정을 근거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실제로 비정규직 경력이 노동시장에서 신호 효과를 갖는지에 대한 연구는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아직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비정규직이 노동시장에서 신호를 발송하는지, 그리고 그 신호가 부정적인지 여부를 직접 검증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가교인지 혹은 함정인지에 대한 논의는 한국의 노동경제학 연구에서 폭넓게 다루어졌습니다.
류재우 & 김재홍(2001)의 연구는 노동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 유동하는 노동력의 약 절반정도가 동일한 직장 내에서고용 상태의 향상에 따른 이동임을 밝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위한 선별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실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규직 근로자들의 비중이 하락한 기업의 경우 정규직 고용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임시직 형태로 관찰기간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류재우 & 김재홍(2001)의 연구뿐만 아니라 정규직이 같은 작업장 내의 정규직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디딤돌(stepping stone)의 역할을 한다거나 더 좋은 정규직 일자리로 건너가게 도와주는 가교(bridge)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실증하는 남재량(2009) 등의 연구 결과는 비정규직이 정규직 이행에 필요한 직업 숙련을 쌓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구직자-구인자 사이의 정보비대칭도 일부 해소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외국 문헌 중에서는 Flaherty & Siow(1995)의 연구가 비정규직이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으며, Waldman(1990)은 다양한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는 ‘up-or-out contract’ 도 일정한 관찰기간을 통해 근로자의 생산성을 측정하고, 노동시장에서 신호를 발송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는데 이는 ‘up-or-out contract’가 일반적인 비정규직과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 외에도 가장 최근의 연구인 스페인의 Guell and Petrongolo(2003)을 비롯해서 Gadecki et al.(1998), Neal(1999), Topel and Ward (1992) 등의 연구가 비정규직이 노동시장에서 선별장치 기능을 하고 있음을 실증하고 있지요. 
그러나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구직자의 정규직 전환 실패 경력이 노동시장에 발송하는 신호효과를 실증적으로 측정한 논문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Gagliarducci(2005)의 실증 연구는 비정규직을 전전한 경력이 노동시장에서 근로자의 능력에 대한 나쁜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제학적인 직관을 뒷받침하는 상황 증거를 제시합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가구 패널자료를 이용하여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근로자가 정규직 일자리를 가질 때까지 거쳐 간 일자리를 추적함으로써 비정규직을 반복적으로 전전할수록 정규직 전환 확률이 낮아짐을 밝혀내었습니다.
또한 류기철(2001)의 연구에 따르면 직전 직장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실직한 근로자는 전직 이전의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취업했던 근로자에 비해 정규직에 재취업할 가능성은 크게 낮은 반면 또 다시 비정규직이나 자영직에 재취업할 가능성은 높다는 사실을 밝혀내었습니다. 이 또한 비정규직-정규직 전환 실패의 경력이 시장에서 나쁜 신호로 작용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구직과정에서 과거 정규직-비정규직 전환 실패의 경력이 근로자의 능력에 대한 신호로 작용하고 있음을 뒷받침 하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한준 & 장지연(2003)의 연구에 따르면 20대에 정규직으로 고용되었다가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다시 정규직으로 전환될 확률이 높았으나, 20대 첫 직장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사람은 사실상 생애과정 동안 비정규직을 계속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에서는 엄밀하게 두 그룹 근로자의 개별적인 특징을 통제하지 못했지만 연구결과는 정규직비정규직의 경력이 이후 정규직 이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많은 선행연구가 비정규직 경력이 부정적인 신호를 발송한다는 상황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만, 그럼에도 직접적인 증가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근로자의 이질성(능력, 인적자본의 축척 정도)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비정규직의 신호 효과를 정확히 포착하려면 동일한 근로자들이 비정규직 경력만 다를 때 노동시장에서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근로자들의 이질성을 통제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동일한 근로자들의 비정규직/정규직 경력에 대한 시계열적 자료를 얻는것도 쉽지 않죠. 

그래서 저와 정식형은 프로 야구 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하였습니다. 
프로야구선수는 1군 선수, 2군 선수, 그리고 신고 선수로 크게 나뉘는데요, 저희는 2군 선수와 신고 선수의 경력이 1군 선수로의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혹은 1군 선수의 연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확인해보았습니다. 저희 가설에 따르면 2군 혹은 신고 선수의 경력은 1군 선수로의 전환 확률을 낮추거나 혹은 1군 선수의 연봉을 낮출 것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저희가 MLB 프로야구 선수데이터를 바탕으로 얻은 2군 경력이 1군 선수의 연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MLB는 선수의 1군, 2군 경력에 대한 시계열적인 자료를 공시해두어 연구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별 선수들의 능력은 타율/승률/실점 등으로 매우 거칠게 통제하였습니다. 


 그림이 너무 작아서 잘 안보이시나요? 선수들의 능력을 통제한 상태에서 2군 경력을 임금에 회귀한 결과입니다. p-value는 충분히 작게 나오네요.



이 그래프는 회귀분석한 결과를 그래프로 그려본 것이구요.
이러한 결과는 2군 경력이 1군 경력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다소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저희가 실증 연구에 있어 지나치게 문제를 단순화하여 승률/타율/실책 등으로 통제되지 못하는 능력의 차이가 연봉에 미치는 영향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사실 모든 MLB 야구팀에 대한 연구로 확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처음 몇개의 팀만 골라서 해 보았던 것이구요, 더 많은 비판과 의견을 수용해서 전 팀에 확대해서 회귀분석을 실시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야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2군, 신고선수의 경력이 능력을 통제했을 때 1군으로의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7월 27일 토요일

언제, 그리고 왜 인센티브가 작동하고 작동하지 못할까?

이하는 오늘 경연 저녁모임에서 발제한 내용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내용은 Gneezy, Meier, and Rey-Biel. 2012. When and Why Incentives (Don’t) Work to Modify Behavior,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에서 발췌하였으며, 발제를 위해 글의 흐름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제 주관이 다소 반영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는 기본원칙이 언제 깨지고, 왜 깨질까?
 
심리학의 영향으로 최근 굉장히 많이 연구되고 있는 주제
  • 특히 교육, 이타적(prosocial) 행위, 습관 형성 등의 외부 경제(positive externalities)가 있는 분야에 대해 많은 연구가 됨.

 
모형적 분석의 기본 틀은 주인-대리인 문제 (Benabou and Tirole, 2006)
  • 대리인의 효용함수가 경제적 유인뿐만 아니라 행위 자체로부터 얻는 기쁨 및 사회적 평판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음.
  • 주인이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대리인에게 새로운 정보를 줄 수 있음.
  • 경제적 유인이 행위 자체로부터 얻는 기쁨이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줄 수 있음.

 
인센티브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 1: 정보 공개 (Information Revealing)
 
때로는 주인이 경제적 유인을 주었다는 사실이 대리인에게 새로운 정보를 줌.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은 그 행위가 대리인에게 불리한 것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음.
  •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시 많은 보상을 해준다고 한다면, 핵폐기물 처리장이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는 신호가 되어 대리인이 오히려 반감을 가질 수 있음. (Oberholzer-Gee, 1997)

 
때로는 주인에 관한 신호를 줌.
  • 보육소에서 지각하는 부모들에게 3$ 정도의 벌금을 물리자 오히려 지각하는 부모들이 늘어남. (Gneezy and Rustichini, 2000b)
  • 이유: 3$의 벌금이 오히려 지각에 대해 보육소가 지불하는 비용에 관한 정보를 줌.
  • 인센티브 도입이 주인-대리인 간의 신뢰를 저해함으로써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음.
  • Fehr and List (2004)의 실험 결과, 대리인은 주인이 인센티브를 도입했다는 사실로부터 자신이 신뢰받지 못한다는 신호를 받고 그에 따라 더욱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보임.

 
한번 정보를 공개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장기 효과(인센티브가 없어지고 나서의 효과)를 가질 수 있으므로 특히 문제가 됨.
  • 위의 보육소 사례: 벌금이 없어진 후에도 벌금을 경험한 부모들이 상대적으로 더 지각하는 경향 (Gneezy and Rustichini, 2000b)

 
인센티브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 2: 내적 동기(Intrinsic Incentive)의 약화 및 사회적 평판의 악화
 
경제적 유인의 도입이 내적 동기를 약화시키는 경우도 있음.
  • 이를테면, 학생들에게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진정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저해함으로써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의 학업을 저해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음.

 
인센티브의 크기뿐만 아닌 존재가 내적 유인에 큰 영향
  • 자선 단체 모금 자원봉사 학생들에게 약간의 인센티브를 주자 오히려 덜 일하는 경향. 하지만, 인센티브의 크기를 올리자 더 열심히 일함. (Gneezy and Rustichini, Pay Enough or Don’t Pay at All, 2000a)

 
특히, 이타적 행위를 장려하는 데 제공되는 경제적 유인은 사회적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
  • Fuster and Meier(2010)의 실험은 기부에 대해 경제적 유인을 주면 기부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부정적으로 바뀌어서 오히려 기부가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줌.

 
그렇다면 언제 작동하는가? 혹은... 어떻게 작동하게끔인센티브를 설계할 수 있을까?
 
때로는 인센티브를 통한 정보 공개가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함.
  • 이를테면, 규칙적인 운동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규칙적 운동의 장점을 몸소 체험하게 해줄 것임.
  • 실제로 이러한 체험을 한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제거되고 나서도 꾸준히 운동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음. (Charness and Gneezy, 2008)

 
인센티브를 통한 경제적 보상의 수혜자와 정책 대상자가 다를 경우, 경제적 유인의 도입이 정책 대상자의 내적 동기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적음.
  • 이를테면, 자녀들의 학교 출석에 대한 경제적 유인을 학부모들에게 제공하는 경우, 학생들이 진정한 학업에 대한 열정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어려움.

 
내적 동기에 대한 악영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인센티브를 설계할 수도 있음.
  • 헌혈에 대해 $7의 보상을 해주었더니, 오히려 헌혈이 줄음. 하지만 이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하자 이런 악영향이 없어짐. (Mellstrom and Johannesson, 2008)
  • 우리나라의 영화 티켓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볼 수 있음.

사회적 평판에 대한 고려가 우려되는 경우, 가시적인 이타적 행동보다는 비가시적인 이타적 행동에 대한 경제적 유인의 제공이 더욱 효과적일 것임.
  • 이를테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해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것 보다는, 집안 내부의 친환경적 보일러를 도입하는 데에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 또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유리할 것.

 
목표 행위의 특성에 따른 유인 설계도 효과적일 수 있음. 예를 들어, 습관 형성은 주위 사람들에 큰 영향을 받을 것임.
  • 운동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의 경우, 친구 집단에게 동시에 인센티브를 주었을 때 그 효과가 더욱 큼. (Acland and Levy, 2010)

 
결론: 인센티브를 도입하고자 할 때에는, 상황과 맥락에 따른 세심한 설계가 필요할 것.

2013년 7월 11일 목요일

Gabaix(2011), Acemoglu.et.al.(2012), 그리고 한국.

   이전까지 거시경제학에서는 개별 기업의 shock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미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루트N 분산 효과(square root N diversification effect)라고도 일컫는데요. 왜냐하면 한 경제에 N개의 기업이 존재할 경우 각 개별기업의 shock은 루트N의 속도로 전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잦아들기 때문에(die out) 한 경제에 많은 기업이 존재할 경우(즉, N이 매우 큰 경우), 한 기업의 shock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0(1/루트N)에 수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에 관해 반대의 의견을 제시하는 페이퍼가 몇 개 발표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로서 Xavier Gabaix(2011)와 Acemoglu.et.al.(2012)를 들 수 있습니다. 각 페이퍼에서는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개별 기업의 idiosyncratic shock이 전체 경기 변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특별 배당이 미국 전체의 personal income을 증대시켰다는 Bureau of Economic Analysis(2005)의 발표나,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량 중 삼성과 현대가 35%나 차지한다는 사실은 개별 기업의 shock이 전체 경기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클 것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두 연구는 이러한 사례로부터 얻은 직관을 체계적으로 증명함과 동시에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글 에서는 두 연구를 간략히 살펴보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 기업의 생산성 shock이 전체 경기변동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Gabaix(2011)는 경제에서 기업크기의 분포가 정규분포가 아니라 두꺼운 꼬리를 갖는 분포를 가질 경우에 전통적인 루트N 분산 효과(square root N diversification effect)는 적용되지 않음을 증명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기업크기의 분포가 두꺼운 꼬리를 갖은 비대칭적인 분포라면, 개별 기업의 shock이 루트 N의 속도로 사라지지 않고 그보다 훨씬 느린 속도인 로그N의 속도로 사라짐을 증명하였습니다. 이를 Gabaix(2011)는 “Granular Hypothesis”라 일컬었습니다. 이는 개별 기업의 shock이 압축되지 않는 한 알, 한 알의 ‘grain’으로서 전체 경기 변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Gabaix(2011)가 붙인 이름입니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Gabaix(2011)는 개별 기업의 생산성 shock이 전체 경기 변동의 어느 정도를 설명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Gabaix(2011)는 이를 실질 GDP 변동을 종속변수로 하고, 그가 새로이 정의한 Granular 잔차를 독립변수로 하여 회귀분석을 실시하고, adjusted-R square를 살펴봄으로써 확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Gabaix(2011)는 상위 20~100개 기업의 1인당 순매출액 변동이 전체 순매출액 변동의 평균과 얼마나 차이나는지를 개별기업의 shock으로 놓고, 이를 가중합함으로써 Granular 잔차를 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중합이라는 것은 각 기업의 매출액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weight으로 하여 합했다는 것입니다. Gabaix(2011)는 위의 방법을 통해, 미국의 경우, 개별기업의 shock이 전체 경제 변동의 약 30%를 설명함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사실 우리나라가 대기업 중심의 경제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Gabaix(2011)가 주장한 Granular 가설이 더 부합할 것이라는 것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수출량의 대략 35%를 삼성과 현대, 두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개별기업의 생산성 shock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임을 추측해 볼 수 있지요. 실제로, 매년 순매출액 기준으로 상위 2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여 Gabaix(2011)와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회귀분석을 실시하여 adjusted-R square를 구해보면 40% 이상으로 나타남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참고로 분석기간은 1994~2011로 하였고, 외환위기로 인한 structural change를 고려하여 분석 기간을 1999~2011로 한정하여 보면 adjusted R-square는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즉, 추측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 기업이 전체 경기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물론 자료의 제약으로 인하여 Gabaix(2011)에 비해 분석기간이 짧다는 한계는 존재합니다.)

   Gabaix(2011)에 이어 Acemoglu.et.al.(2012)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비슷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Acemoglu.et.al.(2012)에서는 개별 기업의 shock이 전체 경기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매커니즘을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Gabaix(2011)가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데 있어 기업의 ‘크기’에 주목한 것과는 달리 Acemoglu.et.al.(2012)은 한 경제의 sector간의 구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sector 간의 구조라는 것은 투입-산출 구조를 의미합니다. 즉, 한 sector에서 상품을 생산함에 있어, 어떤 sector들에서 얼마만큼의 투입이 필요했는지의 구조가 한 개별 sector의 shock이 전체 경기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만약 어떤 기업이 이러한 sector 간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 그만큼 그 sector의 shock이 전체 경기변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Acemoglu.et.al.(2012)은 경제 내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sector와 많은 sector들이 연결되어 있고, 또 그 sector들과 2차적으로 연결된 다른 sector들이 많다면, 그 sector의 shock은 일종의 연쇄효과(cascade effect)를 통해 전체 경기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Acemoglu.et.al.(2012)의 주장은 기업 크기 분포와는 상관없이 성립하는 주장이지요. 즉, Gabaix(2011)의 주장과는 달리, Acemoglu.et.al.(2012)의 주장에 따르면, 기업 크기의 분포가 두터운 꼬리를 가지고 있지 않고 균형된 분포일지라도 개별 기업의 shock이 전체 경기변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두 paper 모두 엄밀한 수학적 증명으로 각각 주장을 theorem화시켜 증명하고 있습니다.)
   Acemoglu.et.al.(2012)에서도 Gabaix(2011)와 마찬가지로 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에 힘을 더 실어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투입-산출 행렬을 바탕으로 sector 간 네트워크를 파악하고 실제로 경제에서 특히 중요한 sector가 있는지, 즉, dominant한 sector가 있는지를 네트워크에서의 outdegree, indegree share의 실증적 분포(empirical density)를 비모수(nonparametric) 추정하고, 또 outdegree share의 실증적 분포의 꼬리를 나타내는 모수를 추정함으로써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 경제의 네트워크가 비대칭적임을 밝혀내었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개별 sector의 shock이 미국의 전체 경기 변동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1980년부터 2005년까지 5년마다 발표되는 산업연관표를 바탕으로 Acemoglu.et.al.(2012)과 같은 방법으로 추정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역시 몇몇의 sector가 전체 sector가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비대칭적 네트워크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 역시 개별 sector의 shock이 전체 경기 변동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꼬리를 나타내는 모수가 1과 2사이에 있을 때 power-law와 같이 두터운 꼬리를 지님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out-degree share의 실증분포의 꼬리에 관한 모수를 추정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consistent하게 1과 2사이로 나타남을 알 수 있고, 특히 2nd order의 경우에는 더 작은 추정치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수치가 작을수록 꼬리가 두텁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전체 경기변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 전통적인 주장과는 달리 개별 기업이나 개별 sector의 shock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최근의 두 연구를 소개하고, 또 이를 실제 우리나라 데이터에 적용해본 결과를 제시해 보았습니다. 앞으로는 따라서 경기 변동을 설명할 때 물가, 소비 등등의 거시적인 데이터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데이터 등 미시적인 데이터를 들여봐야할 일이 많아지겠죠? 거시가 더 복잡해진다는 뜻인걸까요? :)


참고문헌

ACEMOGLU,D., V.M.CARVALHO, A.OZDAGLAR, and A. TAHBAZSALEHI(2012), "The Netowrk Origins of Aggregate Fluctuations", Econometrica, 80(5), 1977-2016
XAVIER GABAIX(2011), "The Granular Origins of Aggregate Fluctuations", Econometrica 79(3), 733-772

Tipping Ponit - (2)

   안녕하세요, 먼저 지난번부터 예정보다 조금씩 늦게 글을 올리고 있는점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지난 학기 정말 여러모로 정신이 없네요..(이것도 다 변명입니다.. 다 제가 게을러서 그렇습니다..ㅠㅠ) 일단 밀린 글 두 개 올리고, 7월 부터는 꼭 제 시간에 맞춰서 글 올리겠습니다..ㅠ.ㅠ 죄송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번 글의 후속편으로서, 예고한대로(?) Card et.al.의 Tipping Point 아이디어를 복지와 경제성장 간의 관계에 적용시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 번 글에서 서술한대로 저는 Card et.al.의 Tipping point아이디어가 무척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혹시 이를 다른 사례에 적용한다면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다가 이를 복지와 경제성장 간의 연결고리를 설명하는데 사용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일종의 가설(?)에 불과하고 제가 실증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확실히 밝혀낸 것이 '전혀 없는' 아직 덜 가다듬어진 제 생각일 뿐이니 이를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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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연말의 신문기사 단골메뉴 중의 하나는 사회 내 중산층의 비율로 알아본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효과일 것입니다. 이는 그만큼 사회 내 중산층 비율이 얼마나 늘었는가, 혹은 줄었는가, 또는 사회 내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해졌는가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임을 말해줍니다. 연말의 신문기사 단골메뉴라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늘,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빈부격차의 확대, 혹은 중산층의 축소가 개인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보다 구체적으로는 사회 내 빈부격차의 확대가 개인의 인센티브 형성 측면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간단한 모형을 통해 살펴본 후 복지가 개인의 인센티브를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지, 여기서는 이를 Card et.al.의 아이디어를 빌어 설명하고자 합니다..
 
2. 본론
2.1 모형설정
사회 내 빈부격차의 확대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양할 것입니다. 빈부격차의 확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함으로써 하위계층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여 사회적인 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는 전자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 빈부격차가 개인의 인센티브 형성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즉, 빈부격차의 확대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개인, 특히 하위계층의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빈부격차가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하위계층의 사람들은 성공한 상위계층의 삶을 바라보며 좀 더 의지를 불태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벌어져 버리면 이미 상위계층끼리의 사회가 형성되어 하위계층이 성공할 확률은 줄어들게 되며, 이에 따라 하위계층의 의욕이 현저히 저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다음과 같이 모형화해봅시다..
     먼저, 경제주체는 앞서 논의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대표적인 두 경제주체 그룹인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으로 나눕니다. 이를 편의상 U(Upper class의 약자)와 L(Lower class의 약자)이라 합시다. 이들은 모두 사회적 성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데 그 노력수준을 e(Effort의 약자)라 하고, 이를 종속변수로 둡니다.
이 때 노력수준은 사회 내 상위계층의 비율, r(Ration의 약자)에 따라 움직이는 함수로 둡니다.
즉,   e=e(n,r)이 되는 것이다. 이 때   n은 사회 내 상위계층의 비율이 r 일 때 n번째 사람이 기울이는 노력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함수는 상위계층 U와 하위계층 L에 따라 각각 다른 형태를 지니는데, 이를 각각
      e(U)=e(n(U), r)  ,e(L)=e(n(L), r)  이라 둡시다.
먼저, 상위계층의 노력함수,   e(U)=e(n(U), r)은 사회 내 상위계층의 비율인   r이 증가할수록 약하게 감소하는 형태를 보일 것입니다. 즉,   e'<0 이 됩니다. 이는 사회 내 상위계층의 비율이 증가할수록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어 노력을 많이 기울이지 않더라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하위계층의 노력함수, e(L)=e(n(L), r)은 처음에는 사회 내 상위계층의 비율인 r이 증가할수록 증가하는 형태를 보일 것이나, 사회 내 상위계층이 특정 비율 이상으로 상승해버리면 급격히 감소하는 형태를 보일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바 있듯이, 사회 내 상위계층의 비율이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적정수준까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일 경우, 하위계층의 사람들은 성공한 상위계층의 삶을 바라보며 좀 더 의지를 불태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 내 상위계층의 비율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가버리면 이미 상위계층끼리의 사회가 형성되어 하위계층이 성공할 확률은 줄어들게 되며, 이에 따라 하위계층의 의욕이 현저히 저하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위계층의 노력함수는 어떤 사회 내 상위계층의 비율   r = r*를 경계로 하여 r이 r*보다 작을 때에는 e'>0, r이 r*보다 클 때에는 e'<0과 같은 형태를 보일 것입니다.

    한편, 단기적으로 사회에는 적당한 일자리 수준이 존재하여 각 사회계층의 노력에도 적당한 균형수준이 존재한다고 합시다. 즉, 고정된 일자리 수준 탓에, 두 사회계층이 적당히 섞여 균형을 이루는 두 사회계층이 혼합된 균형에서 사회적 성공을 위한 노력 수준은  e_(H)(rth, r) = e_(L)(1-rth, r)과 같은 형태를 보인다고 합시다. 즉, 상위계층에서 r번째로 높은 노력수준과 하위계층에서 (1-r)번째로 높은 노력수준이 동일하게 형성되는 것이죠.


 
[그래프1 - 모형]

   그러면 우리는 Card.et.al.에서와 마찬가지로 세 가지 균형이 형성됨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위에서 표시한 A, B, C가 그것이다. 여기서 A는 안정적인 균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하위계층의 노력함수형태를 보았을 때, 하위계층이 marginal 상위계층 비율 r에 대한 marginal 노력수준이 상위계층의 노력함수형태를 보았을 때 상위계층의 marginal 노력수준에 비해 높기 때문입니다. 한편, B는 여기서 불안정적인 균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상위계층 비율 r에 어떤 긍정적인 shock이 오면 하위계층의 marginal한 노력수준이 상위계층의 marginal한 노력수준에 비해 낮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C의 균형으로 갈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C는 경제 내 상위계층의 노력수준만이 존재하는 균형으로 상위계층의 노력과 하위계층의 노력이 공존할 수 없는 균형을 뜻합니다.
    이로부터 우리는 사회 내 상위계층의 비율이 일정수준을 넘어가면 하위계층의 노력수준이 0으로 수렴하는, 즉, 사회에 상위계층의 노력수준만이 균형으로 존재하게 되는 C의 균형으로 발산해버리는 tipping behavior을 보일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지적한 현실, 즉, 빈부격차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벌어지고, 이미 상위계층끼리의 사회가 형성되어 하위계층이 성공할 확률은 줄어들게 됨에 따라 하위계층의 의욕이 현저히 저하되는 현실과 일정 부분 부합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죠?
 
2.3 복지의 역할
우리는 여기서 복지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프 2 - 복지의 역할 (1)]
 
    먼저, 복지가 하위계층의 노력수준 자체를 높이는 경우입니다. 즉,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의 복지정책이 하위계층이 노력을 기울이는 데에 대한 비용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됩니다. 이 경우 위 그래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상위계층의 노력과 하위계층의 노력이 공존하는 안정적인 균형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이 때 하위 계층의 노력 수준 그래프 자체를 상방이동 시킴으로써 전체적으로 하위계층의 노력수준 또한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다음으로는 복지정책이 사회 내 상위계층의 비율, 즉 r을 낮추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역시 아래 그래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상위계층의 노력과 하위계층의 노력이 공존하는 안정적인 균형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에 따라 사회 내 상위계층 및 하위계층 모두의 노력수준이 존재하는 균형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 경우 사회 전체적인 노력수준도 더 높음을 아래 그래프에서 알 수 있습니다. 즉, 복지가 개인의 인센티브 차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프 2 - 복지의 역할 (2)]
 
 
 
3. 결론 및 한계점
 
 지금까지는 대표적 경제주체(Representative Agent)를 둘(즉, 상위계층, 하위계층)로 나누어 사회 내에 상위계층 비율이 높아질 때 사회적으로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 때 복지는 어떠한 방향으로 이를 보완해줄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여기서는 대표적 경제주체를 상위계층, 하위계층 둘로만 나눔으로써 모형을 단순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여기에 만약 중산층까지 추가하여 대표적 경제주체를 셋으로 나눌 경우, 논의가 달라질 수 있으며, 좀 더 재밌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향후 연구과제가 될 수 있을 것같습니다.
   한편, 여기서는 이러한 threshold effect, 혹은 tipping point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 혹은 추정에 바탕을 두고 논의를 전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혹은, 국가별로, 기간 별로 효과 존재여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효과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실증적인 부분(empirical problem)입니다.
   사실, 위에서 제시한 이론적인 모형은 종속변수를 개인의 노력수준, 즉, effort level로 두고 있기 때문에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안적으로 생각한 방법으로는  "Threshold Cointegration Test"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득 재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수치, 예컨대 지니계수 등이 장기균형에서 일정 수준 이상 이탈했을 때 다시 장기균형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아니면 아예 벗어나서 수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지를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참고문헌
David Card, Alexandre Mas, and Jesse Rothstein, "Tipping and the Dynamics of Racial Segregation", NBER Working Paper No. 13052 April 2007, JEL No. J15,R21,R31
 

2013년 7월 7일 일요일

저녁이 없는 삶

   우리나라가 살기 녹록하지 않은 이유를 대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대표적인걸 하나 꼽으라면 ‘야근이 만연한 문화’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정이 다가오는 어두운 밤 테헤란로를 걷다 보면 참으로 많은 사무실에서 불이 훤하게 켜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늦은 밤에도 미처 퇴근을 마치지 않은 사무실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지요. 주요 건물입구에는 택시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고, 도심 밖으로 가는 버스 안은 심야에도 만원입니다.

   물론 이 장면을 시시때때로 보는 저 또한 밤늦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니 어찌 보면 야근(?) 대열에 동참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밤 늦도록 일하는 건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흔한 일입니다. 저희 아버지, 어머니도 은퇴를 앞두신 지금까지 저녁 7시 전에 퇴근하신 경우가 드뭅니다. 이제 막 취업을 시작한 친구들을 보면 연수 생활 동안 새벽까지 밤을 새는 것이 다반사라 합니다. 한국의 직장인 하면 어째 밤늦게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다른 무엇보다 떠오르는게 우리의 현실이지요.

   실정이 이러하다 보니 지난 대선에서 야당 유력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을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가져온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이는 많은 것을 함축합니다. 심야에도 멈추지 않는 업무, 반납되기 일쑤인 주말, 부족한 휴가, 그리고 업무의 연장선인 회식까지. 생각해 볼만한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족과 함께하는 느긋한 ‘저녁’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또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야근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 매우 높습니다. 2011년 기준으로 2193시간이며 이는 OECD 평균보다 417시간 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가입 이후 이 부문에 있어서 줄곧 선두에 위치하다가 2008년 무렵에서야 겨우 멕시코에게 1위를 내주었습니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최근 6개 업종의 근로시간을 조사한 결과를 보아도 기업의 88.6%가 법정 연장근로 한도인 주 12시간을 초과해 근무했고, 39.9%는 휴일에도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는 특히 IT 같은 일부 업종에서는 더욱 두드러져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IT 개발자의 경우에는 연 평균 2906시간을 일한다고 하니 이는 독일, 노르웨이 등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그럼 일을 많이 하는 만큼 생산력이 높은가 하면 또 그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OECD에서 조사한 근로자 1인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보면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에 속하고 있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볼 때 OECD 평균의 61.9%로 30개 국 중 28위 입니다. 야근이 만연한 현 노동 관행이 무척 비효율적이다라는 것을 시사하는 바입니다. 사실 비효율성을 떠나서 근로 시간의 과잉 그 자체가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건강문제와 가족문제, 삶의 질 저하, 문화 산업의 부진은 이와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2. 원인은 무엇인가

   과잉 근로 문제에 관해 보다 중요한 이슈는 원인일 것입니다. 일단 많이들 지적되는 문화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상급자 보다 일찍 퇴근하기 어려운 문화가 주로 제시되는데,  기업이 이윤추구를 하는 집단이라면 이러한 비효율적인 관행에 대해 제재를 가할 유인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나라 안에서도 여러 산업군, 직군에 따라 초과 근무가 잘 발생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공존하는 것을 보면 문화 외에 다른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출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노동 공급 측면(Supply Side)입니다. 무엇보다도 최저생계 유지를 위해 근로자들이 어쩔 수 없이 과잉 근로와 야근을 선택한다는 것이 이에 대한 주요 논리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제로 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생각해 볼 때 이들은 임금수준에 따라 노동 공급 시간을 조절할 것입니다. 사실 경제원론에서 나오는 정태적 노동공급 곡선(후방굴절곡선)을 떠올려보면 시간당 임금이 낮을수록 대체효과가 우세하여 노동공급시간을 감소한다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기는 하지요. 그러나 이는 여러 현실적인 측면을 간과한 논리라 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한 시점에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소득을 거두고 소비를 합니다. 따라서 노동공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여 미래소득을 거두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을 유지하고 능력퇴보를 막기 위한 최저생계비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가 소득을 잇기 위해서는 가정을 꾸릴만한 비용도 충당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최저생계비가 미래 노동능력 확보를 위한 고정비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임금은 초과 근로를 통해 상쇄되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합니다.

  이는 실제로 노동계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생산직 근로자들의 경우 기본급 비중이 낮고 또 시간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연장근무와 휴일 특근 등 시간외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하곤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법정 최저임금이 비슷한 소득의 다른 국가들보다 상당히 낮은 것도 이에 대한 논거로 활용됩니다.


  두 번째로는 노동 수요 측면(Demand Side)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1인당 노동시간을 늘림으로써 사내 노동자의 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이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유리하다는 논리입니다. 한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서 100시간의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할 때, 10명이 10시간 투입하는 것보다 20명이 5시간 투입하는 것에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기업은 초과 수당을 주어서라도 5명이 20시간씩 일하도록 하는 것을 더 원할 수 있겠지요

  기업의 입장에서 후자가 유리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와 같이 고용이 경직된 나라에서는 최대한 정규직의 수를 줄이는 것이 경기 변동에 대응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불황 시 높은 해고비용을 감수하는 것보다, 적은 사람을 고용하고 호황 시 초과수당을 주어 1인당 업무량을 늘리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무직에서 주된 인사관리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는 팀제 조직구조 (team-based)가 이를 촉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미국 권에서 주로 쓰이는 직무제 조직구조와 구분되는 것으로 직무 별로 뚜렷한 업무 분담이 정해져 있지 않고 팀 단위로 유연하게 업무가 그때그때 나뉘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 경우 소수의 인원이 오랜 시간 동안 일하는 것이 다수의 인원이 적게 쪼개서 일하는 것보다 조정비용이 적게 발생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본 것은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한 경제 내에서 야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가 발달하여 개인들이 더 부담없이 야근을 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우리나라는 어찌 보면 야근을 하기 좋은 인프라를 잘 갖추었습니다. 늦은 밤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전혀 불편함이 없고 24시간 여는 편의점, 미용실, 병원, 식당들이 주거지와 상업지를 가리지 않고 널리 퍼져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심야 인프라 자체가 밤 늦게까지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발생한 산업들입니다. 덕분에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야근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의 입장에서도 야근을 유도하기 어려움이 없는 것이지요. 양성 피드백과 유사한 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3. 우리는 ‘저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야간 근로 비율이 매우 높은 이유에 대해 여러 경제학적 원리를 곁들여 살펴보았습니다. 모 취업포탈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1.4%가 야근을 하고 있다고 답했고 일주일 야근 횟수의 최빈값은 5번이라고 합니다. 상당수의 근로자가 하루도 빠짐없이 평일에는 야근을 한다는 뜻이지요. 이는 분명히 비정상적인 수치입니다. 실정이 이러하다 보니 과잉 근로를 문제시 하는 사회적인 합의 또한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앞서 보았듯이 다양한 부분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부의 노력 역시 다방면으로 진행될 수 있겠지요.

  사실 밤낮없이 근면하게 일하는 것은 산업화 시대의 바람직한 가치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이것이 빠른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이제 성장 패러다임은 노동투입에서 인적 자본의 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의 상태는 오히려 과유불급이라는 말에 어울리지요. 우리에게도 가족들과 함께 느긋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들이 언젠가 올 수 있을까요? 그래도 근 10년 동안 조금씩 개선되어 오고 있다는 점은 조금 희망적입니다.

2013년 7월 1일 월요일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한 지방 재정 위기 유형 분석


   국가부채가 많기로 유명한 남유럽이나 일본 등지의 부채 중 상당부분은 지방정부에 기인 한다. 이른바 지방재정 부실화의 문제인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지방 재정 부실화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외부 경제 충격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대공황과 오일쇼크 당시 지방 재정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다.
   두 번째로 도덕적 해이를 들 수 있는데, 이 유형은 멕시코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지의 중남미에서 다수 관측되었다. 를 들어 멕시코 국가재정법(NFCL ; National Fiscal Corrdination Law)은 주정부 채무에 대해 연방 정부가 보증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채무 상환의 최종적 책임이 중앙정부로 넘어가게 되자 자연스레 도덕적 해이가 유발되었다. 개별 지방자체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파산에 대한 제약이 사라져버린 셈이 된 것이다. 실제로 NFCL이 시행된 1988년부터 1993년까지의 기간 동안 주정부의 채무는 연평균으로 무려 62%나 증가하였다.
   세 번째 유형은 최근 크게 부각되고 있는 유형으로, 통화 정책에 제약이 걸린 중앙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맞아 경기 부양책을 사용하면서 그 일부를 지방 정부에 위임하면서 발생하는 재정 위기다. 대표적으로 일본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서는 세제 개혁을 통해 지자체에 자체 세원을 보장해주면서 재정 자립도를 올리고 재정건전성을 스스로 확보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는 나름대로 지방재정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해준 후, 더 이상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예산 운용을 중앙 부처에서 끌어안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처였다. 하지만 장기 불황 속 일본 경제가 유동성 제약에 빠지고, 그 대안으로 재정진작을 필요로 함에 따라 중앙정부, 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집행됐다. 세입에서 자체 세원이 올라갔지만, 세출에서 자율성을 어느 정도 훼손당한 지자체는 애초에 의도와는 다르게 재정건전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결국 지방정부는 다시 한 번 중앙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빠지게 되고 말았고, 그 원인을 제공하게 된 중앙정부는 위기에 빠진 지방정부를 좌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두 번째 유형과 세 번째 유형이다. 도덕적 해이 문제의 경우,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에 대해 지나치게 포용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앞서 살펴보았던 멕시코나 아르헨티나는 그로 인해 디폴트 선언에까지 몰린 바 있었다. 이는 일종의 유한책임(Limited Liability)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빚을 쌓아 봐야 지자체가 갚을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고 그 이상으로 넘어가게 되면 전부 중앙 정부가 책임지게 된다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부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어가게 되면 빚을 더 크게 불릴 유인이 존재하게 된다. 어차피 자신이 감당할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적절한 유인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유형의 경우 문제가 복잡하다. 이른바 중앙 정부 위임 사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데, 통계 자료에 의하면 지방 정부에 지원해주는 국고 보조금의 규모가 증가하는 비율보다 위임 사무가 증가하는 비율이 훨씬 크다. 따라서 그 차액만큼이 고스란히 지방 정부의 빚으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고 이는 곧 국가부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그렇게 지방 정부가 위임 집행하는 대부분의 정책 사업이 사회공공서비스 분야라는 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스페인 카탈로니아의 경우 지방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사회공공서비스분야에 대한 지출을 크게 늘려오고 있었는데, 재정 정책이 별 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 함에 따라 그게 고스란히 다 빚으로 돌아오게 됐다.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복지 서비스는 큰 재정 압박을 유발하는 것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더 이상 그 혜택을 제공할 수 없음을 발표할 필요가 있으나, 복지의 특성상 한 번 제공된 서비스를 물리기 어렵다는 문제로 인해 그 해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통합재정수지 지표로 나타나는 지자체 적자재정의 현황과, 재정 자립도 하락 추세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는 시점이나 그 정확한 원인이나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연구가 아직 미진한 실정이다. 안전행정부에서 발간하는 지방재정모범사례집을 살펴보아도, 예산 절감을 위한 미시적인, 혹은 소소한 아이디어들은 많이 소개되어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을 꿰뚫는 큰 아이디어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차 스페인처럼 세 번째 유형의 지방 재정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된다. 각종 복지 정책이 난립하게 되면  (예를 들어 서울시의 무상급식 제도와 같은 것들이 더 가난한 지자체에서 등장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을 것이다.)  그 중 많은 부분이 지방 재정에 할당될 것이고,그에 따라 지방 부채가 증대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스페인 등지에서 겪고 있는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에 그에 대한 경계와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