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환영회식사

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저희 블로그 필진, 방문객, 그리고 만수르에게 고합니다.




아래 roundmidnight 님의 글에 달린 어떤 분의 댓글 제보를 통해

저희 팀 블로그 '경연'의 글 여러 개가 무단으로 어느 블로그(http://tnfm.tistory.com/)에 복제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제가 쓴 글도 몇 개 있군요.

배너광고들이 걸린 것으로 보아 광고 수익도 올렸으리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무단 복제된 정황들은 모두 캡쳐 했으니 슬쩍 지우고 튈 생각은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 기회를 통해 다음과 같이 다시 한 번 공지합니다.

1. 본 블로그는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 교수님의 수업을 통해 만난 경제학부생들이 운영하는 경제(학) 팀 블로그입니다. 저희의 의견은 서울대 경제학부를 대표하지 않으며, 글의 저작권은 작성자 각 개인에게 있습니다.

2. http://tnfm.tistory.com/ 블로그의 시사이야기에 게시된 경제 관련 글들 중 상당수는 저희 '경연'의 필진들이 정기적으로 작성한 것임을 공지하며 http://tnfm.tistory.com/ 블로그의 주인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3. http://tnfm.tistory.com/ 블로그의 주인장이신 '만수르'씨는 저희 블로그의 글들을 무단 복제한 모든 글을 삭제하고, 남들이 열심히 작성한 글들을 무단으로 훔쳐가 마치 자신이 쓴 글인양 행세한데 대해 사과문을 자신의 블로그와 저희 블로그에 게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없다면 사과문을 작성해 choi05@snu.ac.kr 으로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게재할 것입니다.

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배너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었을 경우, 비영리적 목적으로 쓰인 글을 도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한것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지적재산권 침해 (저작권법 136조 1항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참고로 저희가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Blogspot 서비스를 제공하는 Google의 이용약관도 적어 드리니 만수르 씨 께서는 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Google 서비스에 포함된 귀하의 콘텐츠

귀하는 일부 Google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제출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귀하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은 귀하의 소유입니다. 즉, 귀하가 보유한 권리는 귀하에게 존속됩니다.


ps.
아울러 남의 글을 무단으로 버젓이 퍼가고도 당사자들이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세상이 원하는 인재?

- 시험을 보는 이유에 대한 짧은 생각-

 중고등학교 때 종종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을 만한 질문. 이제는 대학생들도 재수강을 고민하며 중얼거리는 질문: 시험은 왜 보는 걸까요? 그리고 그 시험 결과는 왜 학생들의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요?

 시험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불만을 나열해 보면 끝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재 대한민국의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줄 세우기 간편하다는 이유로 사용하는 오지선다 OMR 카드 방식의 정기고사는 더더욱 그러하지요. 학생들이 관심있는 주제를 깊게 공부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얕게 샅샅이 공부하도록 유도합니다. 창의적인 학생들에게 오히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 주관식 평가라고 완전무결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문제가 제시되냐에 따라 응시자의 성적이 크게 좌우되며 평가자와 가치관이 다른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내신평가' 타입의 정기고사가 전반적으로 가지게 되는 문제를 거시경제학 시간에 배우는  '유동성제약'에도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유동성 제약'에 직면한 기업은 장기 프로젝트에 마음껏 투자하기 어렵고, '유동성 제약'에 직면한 부모들은 자녀의 인적자본에 마음껏 투자하기가 어렵지요. 거시경제에서 배우는 '유동성 제약'이 '돈'에 대한 것이라면, 시험 공부에서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학생들은 정기고사 스케쥴에 맞추어야 좋은 '성적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공부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학생들 마음에 자연스러운 호기심이 생겼을 때 가장 공부의 효율이 높아진다는 명제가 사실이라면, 이는 인적자본 축적에서의 효율성 저하를 의미한다고 봅니다. 예컨데 과학 시간에 배운 자기장 이론이 재미있어서 대학생용 물리학 서적을 깊게 공부하고 싶어도, 다음주에 있는 중간고사에서 열세 과목을 시험본다면, 마음편히 대학생용 물리학 책을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정규 교육 기관에서 주기적으로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학생들이 자신이 과목의 핵심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앞으로의 공부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지표로 사용하기 때문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 본인에게 제공하는 '정보'로서 의미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시험의 누적된 결과를 학생에 대한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시험 결과는 왜 학생들의 미래에 이리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걸까요? 가면 갈수록 수시 모집의 비율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수시에서 논술이나 구술고사, 수상경력 등의 지표가 영향을 끼치기는 하지만 학생부의 비중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평범하게는, 학생들의 합리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은 미시 이론에서 말하는 Principal-Agent 모형과는 다릅니다. 학생들의 인적자본은 그대로 학생들의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합리적인 학생들이라면 추가적인 유인이 제공되지 않더라도 인적자본 축적을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겠지요. 하지만 Pass/Fail 제도로 운영하는 과목을 듣는 학생들은 "시험을 안 보니 공부를 안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따라서 학기초에 학생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구속'하는 방법으로 정기시험을 보는 방법을 선호할 수 있겠고, 이것이 제도화된 것이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또다른 이유는, 현대 우리 사회가 '천재보다는 범재를' 선호하는 사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서 시험 제도가 Principal-Agent 모형과는 다르다고 했는데, 보다 정확히 말하면 signalling 모형의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고교 내신성적)이나 기업/대학원/전문대학원(학점)에서 어떠한 signal을 중요하게 여기는가는, 그 기관의 선호를 반영하겠지요. 정기고사 성적을 꾸준하게 좋게 유지한 학생은 '성실한' 학생입니다. 함께 일하는 team project를 운영하기에는 일의 성과에 변동성이 큰 '천재'보다, 꾸준히 열심히 일하는 '범재'가 더 많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읽은 교육경제학 논문에도 '교육이 사람의 인적자본 자체를 늘리는 것 이외에도 그 사람의 '성실성'을 길러주기 때문에 유용하다는' 비슷한 주장이 있었습니다(정확한 논문의 출처는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선 때마다 교육정책은 늘 뜨거운 감자가 됩니다. 어떤 정책을 의도대로 운영하려면, 표면에 나타나는 현상의 배후에 있는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이 글이 우리나라 교육이 왜 지금처럼 이루어지고 있는지, 생각을 시작하는 하나의 씨앗이 되면 좋겠습니다.

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돈으로 건강을 살 수 있을까?

 경제학에서는 최근 보건경제학 (Health Economics)이라는 분야의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건 경제학이 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여러 경제 변수들과 건강 변수들의 관계를 보는 것인데 이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건강 변수가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절반을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격언처럼 건강이란 경제적 변수로 측정할 수 없는 삶의 질의 한 부분을,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한 부분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보건 경제학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주제 중 하나는 경제력과 건강의 관계입니다. 이는 쌍방의 관계가 될 수 있는데요, 한 가지 질문은 "경제력이 높으면 건강이 좋아질까?"이고 다른 한 가지는 "건강이 좋으면 높은 경제력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의 제목이 말해 주듯이 여기서는 전자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경제력이 좋으면 건강이 좋을 것이라는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를 정확하게 테스트하는 것은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서 건강을 종속변수에 소득을 독립변수에 놓고 회귀분석을 진행하면 윗 문단에서 언급한 건강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제대로된 추정치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를 계량경제학에서는 "역인과성" (reverse causality)라고 부르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학자/보건학자들은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왔지만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문헌은 James P. Smith의 "The Impact of Socioeconomic Status on Health over the Life-Course" (Journal of Human Resources, 2007) 입니다. Smith는 단순히 현재의 건강과 경제력의 관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건강을 통제했을 때 현재의 경제력이 앞으로 일어날 "건강사건"과 관계가 있는지를 보려고 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면 두 사람 A와 B가 현재 건강상태가 똑같고 A가 B보다 소득이 높다면, 앞으로 5년동안 병에 걸릴 가능성이 A가 B보다 낮을지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Smith의 논문의 결론을 얘기하면 현재의 경제력이나 자산은 앞으로 일어날 "건강 사건"과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상식에 반하는 놀라운 결과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Smith 이외에 이 주제를 다룬 다른 연구들의 최근의 추세는 이와 비슷한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인 듯 합니다. 즉, "돈으로 건강을 살 수 없다"는 말이 맞는 듯 합니다.

  이러한 사실이 한국에도 적용이 될까요? 제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Smith와 같이 경제력과 건강의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정확히 식별하려는 노력을 한 한국의 연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직접 Smith와 비슷한 방식의 분석을 한국의 데이터를 사용해서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사용한 자료의 출처는 5년간 진행된 한국복지패널입니다.

  저의 연구가 Smith와 비교해서 새로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한국의 데이터를 사용했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둘째, 샘플의 크기가 Smith는 4000~7000개인데 비해 저는 11000개 정도로 더 큽니다. 셋째, Smith의 데이터는 1980~2000년 사이의 관측치인데 저의 데이터는 2006~2010년 관측치로서 과거의 추세가 최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알아보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돈으로 건강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를일이니까요. 넷째, 저의 연구에서는 Smith가 시도해보지 않은 몇 가지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할 예정 입니다 (추가적 분석은 아직 미완료단계입니다)

  저의 연구의 결론부터 말하면 분석 결과는 Smith와 매우 유사하게 나왔습니다. 2006년의 소득이나 순 자산은 2006년에 건강했던 사람이 2007~2010년 사이에 병을 얻게될 확률과 유의한 관계를 가지지 못하였습니다. 관계가 유의했던 변수들은 나이 (고령층일수록 병이 잘 걸립니다), 2006년의 자기자신에 대한 주관적 건강평가 (건강평가가 높을수록 병이 잘 안걸립니다), 교육 (교육 수준이 높을 수록 병이 잘 안걸립니다), 담배피는 양 (담배를 많이 필수록 병이 잘 걸립니다) 등 이었습니다.

  Smith의 연구와 정 반대로 대치되는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는 Smith의 경우 현재 취업해있는 사람은  미래에 병이 걸릴 확률이 낮아지는데 비해, 한국의 데이터는 정 반대의 결과, 즉 취업상태가 오히려 미래의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업무환경이 열악하거나 업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Smith의 분석에서 더 나아가 새롭게 시도해본 것은 "아동기의 경제적 생활상태"라는 미래의 건강 악화를 예측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분석 결과는 매우 관계가 깊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 정도"라는 변수와 미래의 건강과의 관계 또한 매우 유의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참고로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 정도"는 주기적으로 소득으로 잡히는 부분이 아닌, 결혼 할 때 집을 마련해 주었다던가 자동차를 선물로 주었다던가 하는 일시적인 증여의 성격의 부분을 말합니다.  결국 이는 "부모님의 재력"의 척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동기의 경제적 생활상태"나 "부모님의 재력"이 건강과 유의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결국 현재의 경제상태가 아닌 아동기 때의 경제상태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결과로 이어집니다. 즉 "돈으로 건강을 살 수 없지만 내 자식의 건강은 살 수 있다"라는 주장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아동기 때의 건강이 평생의 건강의 매우 큰 부분을 좌우한다는 많은 연구결과를 볼 때, 아동기때의 유복한 생활은 아동기 때의 건강을 향상시켜서 평생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가능할 듯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건강의 상당부분이 유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보면 부모가 좋은 "건강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좋은 건강으로 인해 경제력이 높아지고 그 자식은 좋은 건강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남과 동시에 유복한 아동기를 보내게 되는 거지요. 그렇다면 그 자식이 성년이 되어 좋은 건강을 누리는 것은 유전자 때문이지만 마치 유복한 아동기가 그 원인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될 수 있습니다.

  아동기 때의 경제상태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지는 아직 생각해 보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가진 자료로 식별이 불가능한 주제일 수도 있겠지요. 또한 이 외에도 Smith의 결론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다른 분석방법 들이 있을지도 생각해 보고있는 중입니다.

독자분들의 조언은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추정결과에 대한 데이터와 Smith의 논문은 요청시 보내드리겠습니다)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내가 생각하는 기회의 평등

몇 주 앞서서 roundmidnightflyingbunny님이 기회의 평등에 관하여 글을 써 주셨습니다. 그 중 flyingbunny님의 글은 제목에서부터 "당신이 생각하는 기회의 평등은?"이라고 묻고 계셨는데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해 답해보고자 합니다.
 
최근(오늘)flyingbunny님이 언급한 John Roemer"Equality of Opportunity"를 조금 읽어보니 '기회의 평등'이란 개념이 상당히 넓게 정의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회의 평등의 개념의 핵심을 추려 말하면 다음 과 같습니다: 각 사람이 그의 합당한 보상만큼을 가져가는 것. (실행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 동의를 하고 나면, 그 다음 사람들 간 논란이 주로 일어나는 부분은 '합당한 보상'이 무엇이냐는 겁니다. 우선 이 보상의 기준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각 개인의 생산성입니다. 이 개념은 많은 사람들이 합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개념인 능력주의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생산성은 자신의 노력 여하뿐만 아니라 타고나는 것, 환경적인 것에 대한 영향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roundmidnight님과 flyingbunny님의 글에서 논의가 되었던 지능을 예로 들자면, 태어날 때부터 지능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생산성이 대체로 낮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능이 태어날 때부터 낮은 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므로, 저는 개인의 생산성으로 보상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각 개인이 노력한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도서관에서 매일 열 시간씩 똑같은 강도로 공부한 개인들은 같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도 올바른 기준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똑같이 열 시간 공부를 했더라도, 주의가 산만하게 태어난 사람은 열 시간 공부를 하는 것이 엄청난 고역이었을 반면에 집중력이 높게 태어난 사람은 아주 수월하게 열 시간 공부를 해치웠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의가 산만하게 태어난 것이 그 사람의 책임은 아니므로 저는 이에 따라 보상하는 것은 옳지 않게 느껴집니다. (사실 노력의 정도라는 것이 애매모호한 개념인데, 저는 이런 식으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세 번째는 어떤 환경이 주어졌을 때, 같은 환경이 주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특정 개인의 노력의 상대적 위치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것이 Roemer의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아까 지능이 낮은 사람들 중에서 노력의 상대적 위치가 상위 25%인 사람은 지능이 높은 사람들 중에서 노력의 상대적 위치가 상위 25%인 사람과 동일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뜻 듣기에 그럴듯한 제안이지만, 저는 이에 반대합니다.
 
제가 반대하는 이유를 예를 들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미국 학생과 한국 학생을 생각해 봅시다. 미국과 한국의 다른 교육문화로 인하여, 한국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보다 대체적으로 노력의 정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특정 한국 학생과 미국 학생의 노력의 정도가 동일하다면, 그 미국 학생의 자기 그룹에서의 노력의 상대적 위치는 한국 학생의 그것보다 더 높을 것이고, Roemer의 기준에 따른다면 한국 학생은 미국 학생보다 보상을 적게 받아야 합니다. 이에 동의할 수 있나요? Roemer 본인도 상당히 고민되는 이슈라고 인정하고 있는데, Roemer는 결국 상기의 미국 학생이 한국 학생보다 더 자발적 노력을 많이 했다는 이유에서 자신의 기준은 틀리지 않았다고 변론합니다.
 
하지만 저는 자발적 노력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노예들과 지주들을 생각해 봅시다. 노예들은 지주가 강제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100의 노력을 하고, 지주는 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0의 노력을 합니다. 이 경우에 100의 노력을 하는 노예는 0의 노력을 하는 지주와 동일한 보상을 받아야 하나요? 노력의 자발성이 없는 만큼 노예의 노력은 저평가 받아야 하는 것인가요? 저는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합당한 보상에 대한 궁극적 기준은 노력을 하느라 힘든 정도(disutility of effort)’입니다. 이렇게 보상을 하면 위에서 발생하는 난점들이 해결되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돼지고기 이력제와 경제통계학


최근 '돼지고기 이력제' 라고 하여, 대형마트 등에서 팔고 있는 돼지고기의 원산지나 도축기간 등을 바코드에 정보입력하여, 이를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 기사참조:  http://news.kbs.co.kr/economic/2012/11/14/2567183.html

이는 현재 1% 정도의 돼지에 대해서 시행되고 있고, 내년 말까지는 현재 사육되고 있는 돼지 990만 마리에 대해서 확대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돼지고기의 품질이나 상태 등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신뢰성 있는 확인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나 쇠고기 이력제의 경우에서 나오듯이, 실제로 이러한 이력제를 활용하는 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 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돼지고기 이력제' 와 같이 돼지고기의 품질, 상태를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규제비용의 지출만 커지고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바꿔 말해, '돼지고기 이력제' 의 실효성을 신뢰한 나머지 실제 이 제도를 이용하기를 게을리 한다면 이러한 기회를 틈타 오히려 돼지고기의 불량률(즉, 원산지/도축기간 등 표기된 돼지고기의 품질과 실제 품질이 일치하지 않음)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입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직관을 한번 통계학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가정

1)돼지고기 전체를 유한모집단 N 이라고 하고, 이때 불량돼지고기(=원산지/등급/도축일의 표기내용과 실제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라는 속성 A를 지닌 집단이 이중 M개 존재한다고 하자. 이 때 크기가 n인 표본을 추출하여 불량돼지고기 속성을 지닌 집단의 개수를 확률변수 X 라고 정의하면, 이 확률변수 X는 초기하분포를 따른다.
(주어진 모집단에서 표본추출시 비복원추출을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초기하분포를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현대통계학(4개정판, 김우철 저)을 참조하시길 부탁드립니다.)

cf>여기서의 불량돼지고기는 편의상 원산지/도축기간/고기등급 등의 표기가 실제 고기의 품질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만으로 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관련당국이 정기적으로 표본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돼지고기의 품질규정을 비교하는 경우도 있고, 관련 지방자치단체가 정기적,비정기적으로 원산지 표기의 허위 여부를 검사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2)또한, 이러한 초기하분포의 경우 M/N , 즉 돼지고기의 불량률(불량돼지고기/전체돼지고기)을 p 라는 상수로 두고, 모집단의 크기 N이 충분히 큰 경우, 초기하분포는 대략적으로 이항분포로 근사된다. (이 역시 현대통계학 책 참조)

3)돼지고기 100g 을 표본 1단위로 볼 경우, 모집단 크기 N는 충분히 커서 이항분포로 근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돼지고기 전체 중에서 표본을 추출할 경우 불량 돼지고기가 추출될 확률변수는 시행횟수(=표본수) n, 성공률(=불량률) p (=M/N 인 이항분포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 결국 이와 같은 가정을 통해, 실제 돼지고기 중에서 일부를 비복원추출하여 검사하는 것 (정기적인 표본검사를 통한 것이든, 혹은 돼지고기 이력제를 활용하여 자발적으로 품질을 확인하는 것이든)은, 그 자체가 비복원추출임에도 불구하고 이항분포로 근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소비자 개인은 돼지고기의 불량률, 즉 M/N 이 작을수록 효용이 증가하고, 또한 돼지고기의 품질을 n번 확인할 때마다 개인의 귀찮음+시간비용으로 인해 효용이 감소한다.

반면 돼지고기 유통업자의 경우 당국이나 시민에 의해 불량품의 적발률 D가 증가할수록 효용이 감소한다. 또한 적발률이 일정하다면, 불량률 M/N 이 높을수록 유통업자가 이득을 챙기게 될 가능성이 증가하므로(불량품을 싸게 매입하며 비싸게 판매한다는 의미이므로) 유통업자의 효용이 증가한다.


2. 도출

이와 같이, 우리가 돼지고기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시행을 할 경우, 불량품을 적발할 가능성은 이항분포를근사적으로 따르므로, 이러한 시행 역시도 성공률이 p, 즉 M/N인 베르누이 시행으로 근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우리가 가상적으로 어떤 한 유통업체가 유통한 고기를 정기적인 표본검사 혹은 돼지고기 이력제를 통하여 검사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 경우 당해 유통업체가 불량품인 돼지고기가 1개 이상 적발될 가능성 (= 적발률) 은,


 
적발률 D = [ 1 - (1-p)n ]

(1일 적발률이 일정 수준, 즉 유통공정상 불가피한 불량률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당해 유통업체는 전수검사를 받는다고 가정합시다.)
 
여기서 중요한점은 스마트폰 등으로 돼지고기의 바코드 번호를 확인해서 품질을 확인하는 것이, 성공률 p (=M/N)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돼지고기 이력제는 주어진 불량률 하에서, 돼지고기의 표기된 품질과 실제 등록된 품질을 비교-대조하는 비용을 크게 줄여주어(정기적인 품질대조검사 및 해당유통업체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줄이고 소비자가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품질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실제적으로 시행 n 혹은 표본수 n 을 증가시킴으로써 적발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돼지고기의 품질검사 시행횟수 n 이 반드시 증가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즉, 돼지고기 이력제가 시행되어 품질을 어디에서나 확인할 수 있게 되면, 개인은 '이렇게까지 유통경로가 투명해졌는데 설마 품질을 속였겠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실제 최적인 시행횟수(돼지고기 이력제의 이용 횟수)에 비해 훨씬 적은 빈도로 시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설령 이러한 바코드 확인을 통해 이미 구매한 돼지고기의 품질 및 등급이 표기된 내용과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이를 정부당국에 신고하는 데 드는 주관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불량품의 적발률은 증가하기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돼지고기 이력제를 사용하는데 비용이 드는 만큼, 식약청이나 개별 지자체 등의 관련당국에서는(관련당국의 정기적인 검사 외에도 지자체는 고발 등이 들어오면 관련 유통업체를 불시에 검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별 유통업체에 대한 품질검사의 비율을 줄일 가능성이 큽니다. (돼지고기에 대해서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실무적으로 귀찮은;; 즉 관료들에게도 공연한 행정비용을 발생시키는 유통업체에 대한 검사를 아무래도 적게 할 유인이 생기지 않나 하는 것이지요.)



만약 이와 같은 유인으로 인해 실제 주어진 모집단 M에 대한 실효적인 표본검사횟수, 즉 시행 n 이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위의 적발률 식에서는 표본시행횟수 n 이 감소하게 된다면, 위의 적발률 식에서는 적발률이 반드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경우, 유통업체는 적발률을 이전의 수준으로 증가시키면서 오히려 불량률 M/N 을 증가시킴으로써 부당이득을 꾀할 유인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돼지고기의 불량률이 증가함으로써 오히려 효용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가능성이고, '돼지고기 이력제' 를 통해 바코드 시스템으로 품질검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정부당국에 의한 표본검사가 설령 감소하게 되더라도 일반적으로는 전체 표본검사 n (정부당국에 의한 품질대조검사+ 시민들의 자발적인 품질확인 및 문제발생시 신고) 가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교통사고율을 줄이기 위한 안전띠의 도입이 오히려 '안전띠' 라는 안전장치를 신뢰한 나머지 난폭운전을 증가시키는 모순을 불렀듯이, 효율적인 시스템이 구축되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인 것 같습니다.

2012년 11월 11일 일요일

[CJE-2012 November] 건강이 배우자의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경연 제 글에서는 오랜만에(!) 최근에 읽은 노동경제학 논문을 한 편 리뷰 하려고 합니다.

보통 가 일을 하다 갑자기 중병에 걸리면 노동공급을 줄이게 될 것입니다. (물론 아닐 수 도 있지만!) 그렇다면, 만약 결혼한 부부에 있어 배우자가 중병에 걸릴 경우 다른 한 배우자의 노동공급은 줄어들까요, 늘어날까요.

저는 저 질문을 보았을 때 언뜻 보고 당연히 늘리지 않겠어?’라고 생각했어요. 가구의 생애소득이 줄었기 때문에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한 명의 배우자가 노동시장에 뛰어들 것이 자명하지 않을까 싶었지요. 이러한 배우자의 실직 시 다른 배우자가 노동공급을 늘리는 현상(또는 늘리려고 비경제활동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는 현상)을 노동경제학에서는 부가노동자효과(Added Worker Effect, AWE)라고 합니다.

하지만 Coile(2004)에서는 배우자의 건강 충격(health shock)이 발생한다고 해서 반드시 AWE가 미미하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AWE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로 저자가 제시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지금부터 A를 기존에 노동공급을 하였으나 지금은 병에 걸려 노동공급을 줄인 노동자, B를 그 배우자로 지칭하겠습니다.)

보험 내지 연금의 존재 때문입니다. A가 병에 걸렸을 때 보험이나 정부가 제공하는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종전의 가구소득보다 적잖은 규모의 소득이 보전된다면 B의 추가적 노동공급을 구축(crowding out)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때 아마 B의 노동소득-여가에 대한 한계대체율도 고려해서 B의 여가에 대한 한계효용이 상대적으로 더 커야겠죠.)

또 하나는 A의 중병이 단순히 A의 노동공급시간을 줄일 뿐 아니라 B의 시간도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짧게 말해 병수발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 B의 총시간은 24시간이 아니라 24-(병구완 시간)이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실증적으로 그렇다면 부가노동자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Coile는 미국의 HRS라는 건강 패널 데이터의 6년치 자료를 사용해 보여주었습니다. 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읽으며 재밌었던 지점은 그렇다면 저 질병을 어떻게 변수로 포함시킬까 하는 부분이었는데, 미국에는 기능장애지수(Functional Impairment Index)라는 것이 있어서 17가지의 외부적 활동에 대해 얼마나 불편한지를 조사한 후 이를 토대로 0~1의 값을 부여한다고 합니다. (낮을수록 건강함을 의미.) 이 지수 이외에 질병을 설명변수에 넣는 방법으로, 3가지 종류의 건강에 대한 충격을 검토했다고 하는데 급성질환 / 만성질환 / 사고 이렇게 나뉩니다.

실증분석 결과를 보면 부인이 질병에 걸렸을 경우 남편은 부가노동자효과가 나타납니다만 그 효과는 (부인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에 대비) 상대적으로 미미했으며 반대로 남편이 질병에 걸렸을 경우 부인의 부가노동자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논문의 표 3, 4 참고)

AWE가 작게 나타날 수 있는 한 원인으로 제기되는 것이, 노령부부의 경우 여가병수발 시간이 서로 보완적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배우자가 병들어 직업을 관둘 경우 다른 한 사람도 배우자의 병수발을 하며 남은 시간을 함께보내기 위해 오히려 노동시간을 줄일 가능성이 있지 않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자는 HRS 데이터에서 귀하는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우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 배우자가 병든 이후 부인/남편에 있어 각각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았습니다. 부인의 경우 남편의 질병에 대해 지수가 그리 변하지 않는 반면, 남편은 부인의 질병에 대해 위 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편과 부인의 지수 변화가 같다는 가설은 5% 수준에서 기각됩니다.) 이를 통해 성별에 따라 배우자의 건강충격에 따른 AWE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어느 정도 설명해 낼 수 있게 되었군요.

건강 충격에 대한 노동공급은 또한 고용주와 국가가 제공하는 은퇴자 건강 보험편익에도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분석결과 고용주가 제공하는 보험이 있는 경우 배우자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아진다고 나옵니다. 재밌는 것은, (배우자가 질병에 걸린 상황에서) 성별 간 행동의 차이가 있어, 남편의 경우 아내가 이 건강보험에 들었을 때 노동공급을 줄이는 반면, 아내의 경우 노동공급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네요. (반면 논문에서 장애 보험의 편익에 대해 분석해 보니 반대로 아내가 노동공급을 줄이는 결과가 나온다고 하는데, 위 두 보험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군요. 추후 더 공부해 보겠습니다...)

결국 논문에서 시사하는 것은, 배우자의 건강충격에 대해 다른 배우자가 노동공급을 늘리더라도 그 증가분이 아픈 배우자가 노동공급을 줄이는 것보다 미미하기 때문에, 배우자의 질병이 가구에 실질 금융 위험(real financial risk)’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위험(risk)’에 대한 보험을 국가나 고용주가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후생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Courtney C.Coile (2004) ‘Health Shocks and Couples' Labor Supply Decisions’ NBER Working paper, Revise and resubmit at the Journal of Population Economics.
 

2012년 11월 9일 금요일

경연 2기 필진 모집!(2차)

 경제학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모임 경연에서 2기 필진을 모집합니다.


* 경우의 밤 참석자들과 1차 신청 기한을 놓친 분들(문의가 있었습니다)께도 참여 기회를 드리기 위해 2차 모집을 진행합니다.
1. 조건: 2013년 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활동할 수 있고,
경연 블로그 활동에 열정이 있는 누구나!

2. '활동'이란: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짜에 블로그에 글 올리기
꾸준히 댓글로 토론에 참여하기
(따라서 외국에 있거나 지방에 있어도 참여가 가능합니다)

3. 신청 방법:
 A4용지 1~2장의 경제학 및 경제 현상에 관한 자유 형식의 에세이 한 편을
자신의 이름, 간단한 소개(2-3줄), 핸드폰번호와 함께
seventwice@snu.ac.kr로 제출하고,
신청 기간 내에 블로그에서 관심 가는 글에 댓글을 3개 이상 남긴다.

4. 신청 기간(2차):
2012. 11. 24 - 2012. 12. 01.

5. 선발 여부 발표:
2012. 12.07

다같이 배워나가는 학생들입니다.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한 열린 마음, 현실에 대한 관심,
경제학에 대한 열정이 있는 모두를 환영합니다.

문의 사항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2012년 11월 7일 수요일

음식점 앞에 늘어선 줄에 담긴 경제학

             식사시간, 소문난 맛집을 찾으면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서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가격이든, 맛이든 간에)훌륭한 음식을 먹기 위해서 사람들이 바깥에서 기다리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단지 그것뿐일까? 문득 예전의 경험이 떠올랐다. 친구와 길거리를 걷던 중, 처음 보는 음식점이지만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했고, 시간이 넉넉했던 우리는 기다렸다가 저 집에서 밥 한번 먹어보자. 맛있는 집인가봐.” 하고 긴 줄 뒤에 섰었다. 물론 그날 먹었던 음식은 긴 기다림을 무색케 하지 않는 맛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음식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수만 보고 그 음식점을 선택한 우리의 행동에는 뭔가 숨은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모형을 생각해보자. 당신은 식사를 하러 밖에 나왔다. 선택 가능한 식당은 두 개 밖에 없으며, 당신은 두 식당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다만, 두 식당이 동일한 음식을 동일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당신이 인식 가능한 두 식당의 유일한 차이는, 한 식당에는 대기자가 한명도 없고 다른 식당에는 식당 문 앞에 대기자가 n명 서 있다는 것이다. 이 때, 당신은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겠는가?(, 시간은 넉넉하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첫째, 기다리는 시간(기회비용), 둘째, 맛에 대한 예상일 것이다. 첫째 요인은 개개인의 선호에 대한 문제이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짧은 것을 긴 것보다는 선호할 것이다. 또한 음식점 줄의 길이와 음식 맛은 양의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듯이 맛있는 음식점일수록 그 정보를 아는 사람들이 그 집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맛을 T, 기다리는 시간을 W라고 놓으면 당신에게 있어서 T Good(재화), W Bad(비재화)일 것이고, T=cW (c>0)의 관계를 가정할 수 있다. 효용함수 U=T^a*W^(-b) (a>0, b>0)라 하고, 예산제약을 효용함수에 대입하면 U=c^a*W^(a-b)가 된다. 따라서 당신이 효용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결정하는 W값은 우리의 예상과 같이 a-b의 값, 즉 선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음식점 주인이 알고 있다고 하면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경험적으로 소비자들의 평균 a-b값을 추정했을 때 그 값이 양수가 나온다면, 줄이 길면 길수록 소비자들은 그 음식점으로 몰릴 것이다[1]. 따라서 음식점은 자신의 음식점 [2]에 늘어선 줄을 길게 만들 유인을 가지게 된다. 이를 위해서 음식점 주인은 가게 안에 대기석을 하나도 놓지 않고 전부 가게 바깥에 놓을 것이다. 일정 길이의 초기 줄을 만드는 것이 영업에 유리하므로 수익성을 따져본 뒤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필자가 지금까지 가봤던 음식점들을 생각해보면, 음식 맛에 대한 보증이 되어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3]은 대기석을 가게 안쪽에 두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실내에 대기석을 둔 일반 식당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고려한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위와 같은 유인의 영향도 어느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4]. 또한, 식당 바깥에 대기석(조그마한 벤치)을 둠으로써 지금은 아니지만 다른 시각에는 우리 식당에도 줄을 많이 섭니다.” 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식당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1] (Waiting time이 반영되는 예로는 적절치 않지만)X뮤직 등의 음악 사이트에서 Top 10안의 곡을 청취하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Top 10 순위가 계속 견고해지는 것도 비슷한 예이다.
[2] 가게에 들어가는 결정은 가게 밖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게 밖에 있는 대기자 수가 중요하다.
[3] 이름만 봐도 소비자가 맛을 예측 가능하다.
[4] 공간 활용의 효율성만을 중시한다면 프랜차이즈 식당이 실내에 대기석을 두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누가 삼성과 애플을 싸우게 만드는가?


지식재산권, 처음 이 주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는 이러합니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 그리고 이로 인하여 각 사에서 들이고 있는 천문학적인 법률비용. 이러한 분쟁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배심원들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 즉 지식의 소유권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의 모호함과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전문성 부재. 그리고 특허괴물의 출현과 지식재산축적사이의 관계.

이 문제에 대한 저의 생각의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정부에서 지식재산권을 보장해주는 이유는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 매우 긴 시간과 비용이 들고(때로는 한 순간의 기발한 생각이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는 지식재산이 되기도 합니다만, 그 비중은 매우 낮으므로 논의에서 배제하기로 하겠습니다), 만들어지고 나면 여러 분야에 좋은 영향을 주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그것의 사용에는 경합성과 배재가능성이 없어, 즉 지식재산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공재의 일종이어서 필요한 양보다 더 적게 공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식이 재산의 일종이라면 이를 소유한 사람의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점점 더 복잡해져 가는 기술과 더불어 복잡해져가는 지식재산의 고유성(즉, 누구에게 그 소유권이 있는가)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면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까? 대규모 소송으로 인한 시간과 금전적 낭비, 그리고 이러한 소송을 피하기 위하여 지식재산을 개발코자 하는 사람들이 기울여야 하는 노력의 낭비, 그리고 이미 축적된 지식재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 더뎌지는 데에서 오는 낭비는 지식재산을 보호해 줌으로서 얻는 이득보다 더 커서 정부의 지식재산 보호는 오히려 지식재산축적과 이를 통한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렇게 이 글을 시작하던 저는, 몇 개의 선행연구를 읽으면서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지식재산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 무언가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것을 진정 재산이라고 부르고, 유형의 재산과 동일하게 여기며, 그것의 소유에 대한 기준을 유형의 것에 대한 그것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 재산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우리는 이것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이것에 대한 판단을 실행할 때 지금까지 유형의 재산에게 적용하였던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더욱 복잡하고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식재산이 정말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재산과 동일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의 시작은 이러한 것 같습니다. 소유주가 불분명한 물건에 대한 소유권은 보통 이렇게 결정됩니다,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 그런데 이것을 지식재산에 적용하는 일은 옳을까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먼저 등록했다고 해서 그것을 그 사람의 소유라고 인정해 주는 것은 옳은 일인 것일까요?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식재산은 경합성이 없습니다. 즉 한 사람이 더 사용한다고 해서 유형의 재산처럼 이를 사용하고 있던 사람들이 그것을 절반밖에 사용할 수 없다던가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이것의 사용을 한 사람에게만 허락하는 것은 그에게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 이외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또한, 광범위하고도 깊은 지식들이 축적되어있는 현대사회에서 선례가 없는 지식을 창조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즉, 누군가의 지식은 다른 사람들의 지식에 기반을 두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이렇게 점점 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식재산에 대한 권리를 누군가에게만 준다는 것에 대한 정당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요?

이번 글은 이렇게 지식재산이라고 불리고 있는 그 무엇인가에 대하여 풀어보아야 할 문제들을 나열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바라건대, 다음 글을 쓸 때까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해보려 합니다.


References

Lemley, Mark A. (2004): Property, Intellectual Property, and Free Riding. John M. Olin Program in Law and Economics Working Paper 291.

Helpman, Elhanan (1993): Innovation, Imitation, and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Econometrica, 61, 1247-1280.

Boldrin, Michele, and Levine, David K. (2002): The Case Against Intellectual Property. University of Minnesota and UCLA.

Hughes, Justin (1988): The Philosophy of Intellectual Property. Georgetown University Law Center and Georgetown Law Journal.

Vaidhyanathan, Siva (2003): Copyrights and Copywrongs: The Rise of Intellectual Property and How It Threatens Creativity. New York, New York: New York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