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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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30일 월요일

부자가 지갑을 열어야 내수가 회복된다?


현재와 같이 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부자가 지갑을 열어야 내수가 회복된다는 논리, 신문이나 뉴스에서 흔히 접해보셨을 겁니다. 이를테면 서울경제의 이번달 12 기사처럼 말이죠. 이는 얼마나 일리있는 얘기일까요?

지금처럼 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부자가 지갑을 열어야 내수가 회복된다는 논리, 신문이나 뉴스에서 흔히 접해보셨을 겁니다. 이를테면 서울경제의 이번달 12일 기사처럼 말이죠. 이는 얼마나 일리있는 얘기일까요?

물론 부자들이 돈을 더 쓴다면 내수 회복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것 자체는 당연한 얘기죠. 하지만 '부자가 지갑을 열어야 내수가 회복된다'는 말은 사실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부자가 지갑을 열어야만 내수가 회복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 위에서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경기 침체시에는 서민과 중산층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층에서 소비가 크게 늘어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것으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네요. 이는 언뜻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부자들이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느냐는 것입니다. 위 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부자와 기업들이 심리적으로 소비 및 투자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정치적ㆍ정책적 환경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하였다고 합니다. 굉장히 애매한 말이죠.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말처럼 쉽다면 이렇게 많은 나라들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지는 않을 것 같네요. 저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시행된 부자 감세의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세금 인하로 인한 추가적인 소득을 부자들은 투자나 소비하는데 많이 쓸까요, 아니면 대부분 저축을 해버릴까요? 만약 대부분 저축을 한다면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한편 중산층이나 서민들은 어떨까요? , 어느 계층에 대한 감세가 경기를 진작시키는지에 가장 도움이 되는지는 각 계층의 한계소비성향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 됩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전승훈ㆍ신영임(2009)의 연구를 보면 소득분위가 높아질수록 (소득이 높아질수록) 총소득ㆍ경상소득에 대한 한계소비성향이 낮고 비경상소득에 대한 한계소비성향이 높네요. 밑의 표가 이를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감세에 의한 추가 소득은 경상소득인가요, 비경상소득인가요? 만약 사람들이 이를 경상소득이라고 느낀다면, 부자보다는 오히려 저소득층에 대한 세제감면 혹은 보조금이 경기 진작에 더욱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이를 비경상소득으로 인식하는 경우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가 효과가 더 클 것 같네요.

'불황기에는 부자가 지갑을 열어야 내수가 회복된다'는 논리에 대해 나름대로 대답을 해보고 싶었는데, 깔끔한 대답을 하기가 힘들었네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참고문헌: 전승훈ㆍ신영임. (2009). 가계의 소비구조, 소비불평등, 한계소비성향의 변화와 정책시사점. 국회예산정책처.

2012년 7월 26일 목요일

고졸은 대출이자 더 내라?

최근에 신한은행이 대출조건에서 있어서 학력차별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대출여부나 금리를 결정할 때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객의 점수를 매겨서 판단하는데 “학력”을 그 중 한 가지 판단기준으로 삼아 고졸이하에게는 최하점을 매겼다는 것입니다. 특히 감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학력을 그러한 기준으로 삼은 곳이라고 밝혀져 비난이 더욱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신한은행은 학력의 대출심사의 기준으로 사용하였을까요? 은행이 대출여부를 결정하거나 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큰 고려사항은 바로 대출을 받는 사람이 충실히 이자를 갚고 원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일 것 입니다. 극단적으로 어떤 사람이 100% 믿을 만하다면 은행의 입장에서는 매우 낮은 이자로 그 사람에게 대출을 해 주더라도 이익을 볼 것입니다. 반대로 연체나 파산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대출을 잘 해주지 않으려 할 것이고 만약 대출을 해주더라도 고액의 이자를 요구할 것입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체에서 높은 이자를 매기는 것이 이러한 원리이지요.

그런데 대출고객이 믿을만한지를 판단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 입니다. 신용등급이라는 기준이 있지만 이제까지 금융거래가 별로 없었던 고객의 신용등급이 말해주는 것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생애 처음으로 대출을 받는 고객의 신용등급은 아무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 신한은행은 “학력”을 그 기준으로 삼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신규 대출 신청자의 신용상태를 좀 더 철저하게 파악하기 위해 도입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승인해줘서 문제될 것이 없을 것으로 보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금융감독원 또한 고객에 대한 정보수집의 도구로서 학력을 사용하는 것이 부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지요.

감사원에서 지적한 것은 직업이나 소득과 같은 신용평가항목이 있는데 학력을 굳이 또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학력이라는 항목이 직업과 소득으로서 알 수 없는 정보를 준다면 감사원의 지적 또한 부당한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저의 추측은 신한은행은 학력으로서 “성실성”이나 “책임감” 혹은 “미래의 가능성”과 같은 요소를 측정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학력항목에서 석박사 학위 소지자 들은 최고점을 받았는데 이들의 소득은 그다지 높지 않을 수 있고 직업 또한 초반에는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의무에 대한 책임감이 높은 특성이 있고 미래에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감사원의 지적을 철회하고 학력을 대출기준으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옳을까요? 저는 여기에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첫째는 이러한 제도가 학력에 대한 편견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교육/경제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첫째 측면에 대해 얘기하면 제가 신한은행의 이러한 제도에 대해 들었을 때 떠올랐던 단어는 바로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였습니다. “고졸자는 책임감이 없어서 연체율이 높을 것이다”라는 편견으로 인해 그들에게 더 높은 이자를 매긴다면 높은 이자로 인하여 실제로 대졸자들에 비해 연체율이 더 높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고졸 이하 학력이 실제로 연체율이 더 높더라도 그것이 소득이나 직업의 차이 때문인지, 순전히 학력에 의한 차이 때문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면밀한 조사 없이 그들에게 더 높은 이자를 매기는 것은 잘못된 편견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교육/경제 정책에 이러한 학력 차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청년실업 문제, 대학 등록금 상승문제에 대해 정부는 뛰어난 고졸 인력을 많이 배출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과도한 대졸자의 배출이 청년실업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은행권 혹은 다른 영역에서 학력으로 인한 불이익을 준다면 이러한 정책이 잘 시행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특히 이는 “학력”이 신용정보를 판단하는데 편견이 아닌 실제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성립하는 비판입니다. 은행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학력에 차별을 두지만 이러한 행태는 대학진학율을 더욱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여 사회적으로는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는 일종의 외부효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학력을 정보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이득과 손실을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학력이 실제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것을 사용할 수 없다면 은행의 입장에서는 손실이겠지만 그것이 그다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편견을 강화시키게 된다거나 사회전반적인 목표와 배치된다면 학력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도 옳은 결정일 수 있을 것입니다.

2012년 7월 22일 일요일

지방대 채용할당제, 학벌 블라인드 채용제는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지난 17일 제주대에서의 간담회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비명문대 출신들의 구직난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대해 지방대 졸업자 채용할당제 및 학력·학벌 블라인드 채용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채용할당제는 말 그대로 채용하는 신규직원 중 일정분을 지방대 졸업생들에게 할당하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학력·학벌 블라인드 채용제는 입사서류에 출신학교를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관련기사: 문재인, "지방대생 위해 학력 블라인드 실시할 것")

지방대 졸업자 채용할당이나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다면 물론 지방대 출신들의 구직난은 개선되겠지만, 반대로 서울지역 대학 출신들의 구직난은 심화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누구에게는 피해를 주고, 누구에게는 이득을 주는 정책입니다. 그렇다면 이 정책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제안된 두 정책 중 어떤 것이 좀 더 나은 정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먼저 할당제를 살펴봅시다. 이 정책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아마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와야 할 것입니다. 우선 이 정책이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 이 정책이 효율성을 개선시키려면 아마도 할당제를 통해 뽑히게 된 지방대 졸업자들의 생산성(일하는 능력)이 할당제를 통해 못 뽑히게 된 서울지역 대학 졸업자들의 생산성보다 높아야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기 위해서는, 할당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고용주가 기대되는 생산성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인해서도 지방대학 출신들을 뽑기를 꺼려하고 있었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오로지 기대 생산성을 최대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채용을 한다면,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의 채용이 할당제라는 새로운 제약조건이 주어졌을 때의 채용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가져다 줄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고용주가 서울지역 대학 출신들을 선호하는 이유가 오로지 일을 더 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면 이 정책은 효율성을 개선하지 못할 것이고, 반면에 그렇지 않다면 효율성을 개선할 여지가 있습니다.

저는 아마 후자가 사실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직원들의 대부분이 서울지역 대학 출신들일 것이므로, 아무래도 예상되는 생산성이 동일하더라도 자기들과 유사한 부류인 사람을 뽑고 싶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을 때 일종의 시너지로 인한 생산성의 추가 향상도 있을 것이나, 그러한 생산성의 향상분 이상으로 차별이 있지 않을까 추측만 해 봅니다. 만약 제 추측이 맞다면, 그리고 지방대 졸업생에 대한 할당 비율이 지나치게 크지 않다면 (지나치게 크다면 오히려 생산성이 더 높은 서울지역 졸업생들이 뽑히지 못하므로), 할당제가 그 조직의 효율성을 늘릴 것입니다.

또한 할당제가 형평성을 개선시키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고용주가 지방대 출신들을 꺼리는 이유가 생산성만의 차이에 의해서라면 이를 차별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입니다. 수능 성적이 낮아서 대학에 못 간 것을 두고 차별이라고 할 수 없듯이요. 반면 고용주가 생산성뿐만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해서 지방대 출신의 채용을 꺼려한다면 이는 지방대 출신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이 사실일 경우, 할당제가 차별을 없애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블라인드 채용은 어떨까요? 우선 이 제도가 형평성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지 생각해 봅시다.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생산성 외의 다른 이유로 인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문재인 고문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신입사원 선발 때 서류전형에서 지방대학 출신 또는 비명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지원자를 배제하면 실력과 상관없이 학력ㆍ학벌 차별이 생기고 모순된 문제점이 파생한다… KBS의 경우 정연주 전 사장이 실제 실행한 블라인드 채용 이후 지방대 출신이 30%로 늘어났다 지방대 출신들도 똑같은 기회를 주면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

정말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것이 지방대생과 비지방대생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고, "대등한 경쟁"을 시키는 것인가요? 오히려 심각한 역차별을 하는 것이겠죠. 예를 들어 채용이 학벌과 토익으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때 한 학생은 서울대 출신에 토익이 900점이고, 한 학생은 비명문대 출신에 토익이 910점입니다. 블라인드 채용이 이루어진다면 후자의 학생이 뽑힐 것입니다. 이게 바람직한가요? 블라인드 채용은 학벌에 상대적인 강점이 있는 학생에게 그 장점을 완전하게 앗아가는 제도입니다

더욱더 심각한 역차별 현상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학교마다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해 필요한 실력의 정도가 다를 것입니다. 명문대에서 3.4의 학점을 얻는 것은 비명문대에서 3.6를 얻는 것보다 힘들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블라인드 채용이 실시되면 후자의 학생이 선택되겠죠.

효율성 향상 역시 기대하기 힘듭니다. 대학 졸업자들의 기대 생산성을 비교하는 데에 학벌 및 학점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비유하자면, 대학 입시에서 언수외를 잘하는 학생이 지나치게 선호받는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서 갑자기 정부가 모든 대학들에게 언수외를 무시하고 탐구영역 성적으로만 학생들을 뽑게끔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 해 시험치는 모든 학생들은 언수외의 중요성을 몇 년 전부터 인지하고 뼈빠지게 공부해 왔는데 말이죠.

정리하면, 전 블라인드 채용제는 정말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채용할당제의 경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나, 할당량이 지나치게 크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심각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2012년 7월 20일 금요일

카드대출과 관련한 짤막한 논평글

<이하는 산업은행의 "가계의 카드대출 결정요인 분석과 시사점" 이라는 보고서의 내용으로부터 주된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1. 현 신용카드산업의 구조
 
1)먼저 경쟁분석의 측면에서는 2004년 이후 신한카드가 지속적인 우위(시장점유율 1위, 2010년 기준 23.5%)를 유지하면서 2위인 KB카드(13.8%)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신한카드는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유지해 온 반면 KB카드는 리스크 및 마케팅 역량 집중도 부족, 은행과의 합병으로 인한 카드사업에 대한 몰입도 부족으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까닭으로 보인다.

2)또한 수익성 측면에서, 카드대란(2003년)직후에 비해서는 자기자본비율과 연체율, 부채비율, 차입금 의존도가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나(2010년 기준 카드연체율 1.68%, 당기순이익 2.7조원), 수익구조가 지나치게 가맹점 수수료 수익에 의존(60%)하고 있고 이자수익 비중은 크게 하락(17%)한 것으로 나타나 기형적인 구조적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3)이러한 수익성 악화로 인해 최근 카드사들은 카드대출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현금대출 중에서도 카드론은 2010년 기준 전년대비 32.7% 상승하였다.


2. 가계의 카드대출 결정요인 분석(산업은행 동일 보고서, pp.9-10)
  
이와 같은 카드사업구조의 변화를 바탕으로 하여 가계의 카드대출 결정요인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가계금융조사 1만가구를 대상으로 한 결과, 신용카드 대출이 없는 가구들은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액이 상당히 큰 반면, 신용카드대출에 의존하는 가구의 경우 반대로 총자산과 가처분소득 측면에서 평균적인 신용대출보유 가계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 가계는 지출이 소득보다 많을 경우 ①지출감소②자산매각③대출증가 순으로 지출을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바, 실제로 조사결과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신용카드대출의 원인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생활비 조달” 로 나타났다.
그리고 ‘부채상환’ 목적을 살펴보면, 신용카드 대출의 경우 신용대출이 있고 담보대출이 없는 경우 부채상환비중이 11.9%로 나타나 신용대출의 상환을 위해 카드대출을 이용하는 경향이 높고, 또한 신용대출의 용도는 카드대출이 있는 경우라면, 담보대출의 유무와 관계없이 상당한 비중으로 부채상환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담보대출과 신용대출간, 그리고 신용대출과 카드대출간에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담보대출과 카드대출간에는 상관관계가 약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신용카드대출 결정요인을 추정해 보면,
 
우선 신용대출과 신용카드대출은 총저축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 부호)를 가지고 있으나, 주택담보대출과 총저축간 상관계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나타난다. 즉, 우리나라 가계는 실물투자와 금융투자를 분리하는 경향이 있으며, 또한 금융부채가 늘어날 때 금융자산은 줄어드는 역의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간의 관계는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나나, 신용카드대출액은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금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반대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금액이 신용카드대출액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각 대출상품이 가지고 있는 진입장벽 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즉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운 가계가 주로 신용카드대출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명목소득 변수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서는 +의 부호를 가지고 있으나 신용카드대출액에서는 -의 부호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값으로 나타났다(명목소득이 낮을수록 신용카드대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그리고 소득계층별로 추정한 결과에 의하면, 저소득층은 소득이 줄어들면 신용카드대출액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계의 신용카드 대출로 인한 원리금 부담은 모든 계층에서 +의 유의한 부호를 가지고 있는 바, 저소득층의 경우 원리금부담이 증가할수록 신용카드대출액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소득감소와 금리인상 등의 경제적 충격이 저소득층에 보다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저소득층의 명목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3.58로 조사대상평균(0.8)을 크게 상회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저소득층이 금리상승 및 소득감소에 대한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3.카드대출과 관련한 결론


1>신용카드 대출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있으나, 고소득층에는 일시적인 자금융통수단인 반면 저소득층에게는 주요한 자금조달수단으로 기능한다. 또한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금액이 큰 고소득층일수록 신용카드대출액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관계를 보인다.

2>또한, 명목소득의 감소는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감소시키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대출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이며, 금리인상은 저소득층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높여 신용카드대출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금리인상과 저소득층 소득감소가 지속될 경우 신용카드대출은 기존의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대체(代替)하며 성장할 것으로 보이나 그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3>또한, 신용카드대출이 집중된 저소득층의 부채상환능력이 매우 취약한 바, 저소득층 신용카드대출 부실화될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금리인상과 명목소득 감소는 전체적인 신용카드대출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한 부채부담이 악화될 경우 보유자산 처분이 증가하여 자산가격을 급락시키고 가계부실의 파급속도를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카드대출이 저소득층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바, 이들을 위한 금융접근수단의 보완이 필요하다.


4. 논평 (이 부분은 보고서와 무관한 필자의 견해입니다.)

신용카드대출액 및 그 수수료율의 '수준'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신용카드가 제도권 대출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대출' 수단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거래적 수요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좀더 경제학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제 2의 화폐로도 불리는 신용카드금액에 대해 '거래적' 수요가 아닌 '유동성제약을 해소하기 위한 보전적' 수요, 즉 비탄력적인 카드대출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제약을 해소하기 위한 일시적인 고금리 카드대출 총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결국 가계부채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특히 빈곤층) 가계의 부채부담을 과중시키게 되어 경제전체의 수요위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그런데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금리를 증가시킬 경우, 저소득층의 유동성제약을 해소하기 위한 카드대출 수요는 거의 감소하지 않으나 직면하는 이자율이 증가하므로 고금리 카드대출 부채총량은 반드시 증가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신용카드 거래액으로부터의 수수료가 카드회사의 주수입원으로 귀결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바람직하다고도 할 수 있다. 반면 가계부채가 크게 악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높은 대출이자율을 통해 수익을 증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신용카드회사가 일정한 수입 혹은 이윤수준을 달성해야 한다고 가정할 때, 정부정책을 통한 카드수수료율의 강제적인 인하는 결국 다른 부분의 수입 증가로 벌충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위험성이 높은 저소득층 카드대출에 대해 추가적인 위험프리미엄 금리를 요구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유는 저소득층의 경우 제도권 시장에서의 추가대출이 어려우므로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수요의 감소가 매우 비탄력적이나, 고소득층은 제도권에서의 대출가능성이 비교적 높으므로, 금리인상의 경우 대출수요가 매우 탄력적으로 감소한다. 따라서 카드대출로 손실을 벌충하고자 하는 카드회사는 대출수요가 비탄력적인 저소득층 대상 금리를 증가시킴으로써 이윤감소를 보전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풍선 효과라고도 한다.

결국 무리한 카드수수료율의 인하가, 서민에 대한 카드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때 카드수수료율의 인하로 인한 경제효과는 고소득~저소득층이 골고루 혜택받는 반면, 서민대출금리 인상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은 혜택보다는 손해가 더 커지게 되어, 저소득층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가계부채의 측면에 중점을 둔 부분균형분석의 측면에서는 신용카드 회사의 거래액 수수료율을 일정수준으로 유지시키면서 지나친 카드대출의 확대 및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자율 상승에는 제동을 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의 조치 (참고기사: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vf486&logNo=120163404088) 는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거래수수료율 인하 등을 통한 물가안정보다도 카드대출 금리를 일정수준으로 유지시킴으로써 가계의 부채부담경감이 현재의 '잠재적 2차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즉, 카드수수료율 인하는 카드회사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현재의 과점구조 (1. 을 참조하라)를 해소시킴으로써 이루어져야지, 과점형태를 유지하면서 수수료율을 인하시킬 경우 카드회사의 (이윤보전 + 가격설정력)으로 인해 저소득층 대상 카드대출금리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2012년 7월 17일 화요일

상속세는 공짜점심(Free lunch)일까?

1. 형평이론의 가정


사회효용함수를 가정하거나, 적어도 개인의 효용함수를 모조리 파악할 수 없는 이상, 우리가 어떠한 분배상태가 타당한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분배는 타당하지 않다' 는 소거법을 사용해서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지표로 삼을 만한 것을 알 수 있는데, 가령 우리는 자기자신의 노력수준(투입, input)과 관계없이 산출물(Output)이 평등한 소득분배의 상태를 소득평등도가 높다고는 할지언정 공평하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초기조건이나 인적자본의 약간의 차이로 엄청난 소득분배의 차이가 나타나는 상황도 공평하거나 타당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소거해나가면 결국  J. Stacy Adams 의 형평이론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인데, 이는 결국 개인의 '투입 input 대비 산출 output 의 비율' , 즉 O/I 가 일정할 경우 공평하다고 느낄 것이라는 행동양식의 가정이다.

가령 동질적인 개인을 가정하자. 먼저 A라는 사람의 경우, 25년이라는 시간을 소비하고, 25년간 5억이라는 금전적 비용을 들여서 평생의 순급여가 25억에 달하는 직장에 취직했다고 하자. 이 때 개인이 25년이라는 시간가치에 부여하는 금액을 편의상 15억이라고 할 경우(1년 = 6천만원), 그의 O/I 는 시간적 기회비용과 금전적 기회비용을 합쳐서 25억/20억 = 1.25 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B라는 사람, 즉 박사과정을 위해 32년이라는 시간을 소비하고, 32년간 9억이라는 금전적 비용을 들여서 교수직에 취직한 사람이 있다고 할 때, 이 사람의 투입비용은 32년의 시간가치인 19억2천만원 + 금전적비용 9억 = 28억2천만원인 셈이다.  형평이론에 따를때 이 사람이 교수직에 취업함으로써 얻는 평생의 순급여는 28억2천만*1.25 = 35억2500만원이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때 포함되는 순급여는 가능하다면 물질적 편익만이 아니라 무형적 편익(명예, 사회적 인식, 지위 등)도 포함된 가치로 계산함이 타당하다. 단 동질적인 직업 간에는 (LG전자의 대기업사원과 삼성전자의 대기업사원 등)  여가로 인한 편익을 제외한 무형적 편익은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무형적 편익(지위, 명예 등)을 계산하는 방법은 보상임금격차나 지불용의기준으로 계산하는 방법이 가능하므로 여기에 굳이 싣지는 않겠다. 예를들어 '상대적으로 사회적지위가 높은 판검사나 경제관료 등이 대기업으로 이직할 경우 어느정도의 연봉이 제시되면 이직하는지' 를 명예와 지위라는 무형적 편익에 대한 지불용의의사 혹은 역(-)의 보상임금격차로 생각하여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형평이론의 중요한 점은 이러한 O/I  의 공정성이 단순히 사회적인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의 경제적인 동기유발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O/I 가 사람간에 비교적 공평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 효율적인 노동(Efficiency labor)을 하려 할 것이고(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 기대되므로), 따라서 무임승차 및 도덕적 해이의 유인이 경감되어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증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2. 상속세는 Free lunch 인가?





이러한 형평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상속세는 단순히 자본에 대한 과세 혹은 재산에 대한 과세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외부성을 치유하기 위한 교정과세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1)O/I 가 개인간에 현저히 불평등함을 가정해보자.
2)O/I 가 현저히 높은 개인은,  산출물( Output)이 어느정도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면 산출물로부터의 한계효용이 급격히 체감함을 생각할 때 근로 및 인적자본축적의 유인동기가 그리 커지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의욕과 인적자본축적을 적정수준에 비해 저해할수 있다.
3)반면 O/I 가 현저히 낮은 개인은, 노력수준이 증가하더라도 산출물의 증가(임금소득, 사회적 지위 등)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노력동기가 저해된다. 따라서 근로의욕과 인적자본축적을 적정수준에 비해 저해할 수 있다.

(그저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노력하지 않아도 높은 보상이 보장되는 개인은 당연하게도 노력으로 인한 수고로움을 감수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노력하더라도 별 보상이 없는 개인은 당연하게도 노력해보아야 돌아오는게 없으므로 노력하지 않는다. A+를 80% 주는 과목과 A학점을 1%만 주는 과목이 있다고 할 경우, 이러한 과목 수강생의 노력수준은 A학점을 30~40%주는 과목에 비해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측되고 또한 나의 성적분포표를 볼때  실제 대학생들의 노력수준, 행동양식을 살펴볼때 당연하게도 실증된다.)


이 때, 상속세가 거의 부과되지 않거나 상속세가 부과되더라도 각종 불법-합법적인 수단을 통한 (ex. 자식에게 소규모 회사를 상속하여 낮은수준의 상속세만을 납부한 뒤 소규모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편법상속) 부의 대물림이 이어질 경우, 개인의 산출물(Output)은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수준이라는 초기조건에 크게 좌우되게 되고, 노력수준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됨을 알 수 있다. 즉, 부의 세습에 대해 적절한 교정과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면 형평이론에 따라 개인간의 O/I 가 크게 불공정해짐으로써 개개인의 노력동기를 크게 저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상속세율을 증가시키면서 상속세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될 경우의 이득은 다음과 같다.

[ 장점 ]

첫째. 외부성 치유의 효과이다. 가령 개인간의 O/I 가 크게 불공정할 경우, 개인의 노력수준을 저해함으로써 인적자본축적과 근로의욕수준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앞서의 가정대로 상속세가 개인의 노력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교정과세로서 기능하는 이상, 상속세는 외부의 불경제를 최소화시킴으로써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유도할 수 있다.

둘째, 이중배당금 효과이다. 상속세가 교정과세로서 기능하는 이상, 상속세의 수입을 늘리게 되면 그만큼 타 부문의 비효율적인 조세를 감소시킴으로써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가령 자산의 상속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을 부과하면서 근로소득세의 세액공제범위를 증대시키거나 근로소득세율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조세로 인한 비효율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이에 대해서는 '차선의 정리' 와 같은 비판이 가해질 수 있다. 즉 경제전체의 비효율성이 존재하는 이상, 근로시장의 왜곡을 줄인다고 하여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셋째, 자산선택 및 투자선택 왜곡 치유의 효과이다. 상속세가 포괄주의로 운영되어 어떠한 편법을 사용하더라도 조세회피가 불가능하거나 조세회피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면, 기업은 현재 및 가까운 미래의 당기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산선택 및 투자선택을 행하게 될 것이고,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소규모 회사에 비효율적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투자선택을 행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노력동기 뿐 아니라 기업의 세전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도 포괄주의로서의 상속세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넷째, 교정과세로서의 역할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상속세 자체는 중립세에 가깝다. 개인 및 기업이 축적한 총자산의 세습에 대해 일정비율로 과세하므로, 적어도 물품시장 및 근로시장에서 왜곡을 일으킬 가능성은 극히 적다.
(단, 이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가령 자기 다음 세대가 누릴 금전적인 편익의 수준이 개인의 효용함수에 반영되어 있다면, 개인이 추가 1단위 근로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실질적인 한계세율은 [근로소득세율] + [(상속할 예정인 자산/개인의 총자산)*상속세율]   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여가-소득 평면에서도 상속세는 중립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러한 장점을 감안할 때, 비록 비판은 존재하지만 상속세를 증가시키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경우, 상속세는 일견 거의 Free Lunch 에 가깝게 운영될 수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해 보이는 교정과세로서의 상속세 역시도 단점은 존재한다.


[단점]

첫째, 개인의 자산축적에 대해 (실질적인) 과세로서 기능하므로, 특히 부자의 저축수준을 저해할 수 있다. 단, 자산감소의 효과가 반드시 저축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중소규모의 기업의 경우 상속세가 과중하게 부과될 경우, 상속세 부담으로 인하여 기업의 자본규모를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대기업의 독점도가 심화될 수있다.


물론 첫번째 단점의 경우, 상속세로 인해 부자의 저축수준이 감소했다는 가정을 지지하는 실증연구는 현실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두번째 단점의 경우, 중소기업 규모로 운영되어 일정기간(10년이상) 운영되는 회사는 직원인력 등을 감축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상속세를 감경해 주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 단점을 고려할 때, 상속세는 Free lunch 는 아니더라도 '포괄주의' 로 운영될 경우 거의 유일하게 조세로 인한 편익이 조세로 인한 비용을 상회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과세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물품세나 근로소득세가 포괄주의로 운영되어 개인의 선택을 왜곡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기껏해야 '중립세' 정도가 당해 조세의 효율성 한계이다. 반면 상속세의 경우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기업의 자산선택에 대한 왜곡을 일으키지 않을 뿐 아니라, 교정과세로서 개인의 노력수준 저해라는 외부성을 치유하고 타 부문의 조세부담도 경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문제되는 점은 현재 세대로부터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순자산에 대하여 조세회피 없이 정률로 부과되는 '진정한 포괄주의에 입각한' 상속세 구조를 설계하는 것인데, 이 점이 가장 큰 난제라고 하겠다.

이에 대하여

1)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하여 상속세와 동일하게 정률로 과세
2)주식을 상속시, 상속후 1년 이내의 주가상승분에 대하여도, 상속세와 동일하게 정률로 과세
(2번과 같은 방법이 거론되는 이유로는, 일부러 상장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린 다음 주식을 상속시켜 주고, 이후에 당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증가시킴으로써 주식가치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동일한 자산상속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절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해외차명계좌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국제적인 협력을 증진시킨다. 최근에 한국-스위스의 조세조약 개정안으로 인해  스위스은행의 한국인 비밀계좌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음 기사를 참고하라: http://magazine.hankyung.com/money/apps/news?popup=0&nid=02&c1=2002&nkey=2012070200086067622&mode=sub_view
4)통상적인 기업의 순자산액 대비 상속액을 산정하여, 기업의 상속여부에 관계없이 정률로 상속세를 징수한다.

이 중 3)의 방법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방법은 그 자체로서 일정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조세구조를 복잡하게 하여 또 다른 조세회피를 유도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보다 효율적인 '포괄주의' 로의 상속세 이행방안을 생각해 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독자의 분석에 감히 맡기는 바이다.

2012년 7월 15일 일요일

[CJE-July 2012] 차이들의 차이 (Differences in Differences)


 오늘 제가 올릴 글에서는 Differences-In-Differences (DID)라는 실증 분석 기법에 대해 간단하게 써보려 합니다. (각주1)

 DID는 어떤 정책이 특정 집단, 특정 기간에 시행 된 상황에서 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만을 뽑아내고자 할 때 사용되는 기법입니다. 얼핏보면 '그냥 특정 정책이 시행되었을 때 시행되기 이전과 이후의 결과값(outcome)만을 비교해 보면 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히 정책 시행의 이전과 이후의 결과값만 비교하면 정책을 시행함으로서 달라지는 효과 뿐 아니라 정책이외의 다른 외생적 영향이 결과값에 미치는 효과도 섞여있기 때문에 정책의 '순수한' 효과만을 뽑아내지 못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사용되는 기법 중 하나가 DID입니다. DID는 준실험적(quasi-experimental) 상황, 곧 정부의 특정 정책으로 인해 일정한 시점, 지역에 대해 마치 사회실험을 행한 것과 같은 상황에서 그 정책의 효과를 보는데 유용한 기법입니다.

 예시를 하나 보겠습니다. (각주2) 1973년 한국의 고등학교 입시 정책에 변화가 생깁니다. 종전에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시험을 쳐 시험 성적에 따라 입학이 결정되었는데 1973년부터 특정지역에 대해 소위 '뺑뺑이'가 도입이 됩니다. 시험 성적이 아니라 집-학교의 거리등을 고려한 추첨을 통해 입학할 고등학교가 결정이 되는거죠. 반면 실업계 고등학교는 1973년 이전/이후 모두 뺑뺑이로 학생들을 뽑았습니다. 이러한 고등학교 입시정책의 변화가 학생들의 향후 소득에 변화를 가지고 왔는가를 연구자가 알고자 한다고 합시다.

1973년을 기준으로 이전에 시험을 통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과 이후에 뺑뺑이를 통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소득을 비교한다면 정책으로 인한 효과 (treatment effect)뿐 아니라 시간이 변화하면서 오는 외생적 효과 (time effect)들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단순히 입시정책의 변화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가 성장하니까, 또는 경기 변동으로 인해, 기타 다른 여러 요인들로 인해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거니까요.

 그래서 '순수한' 입시정책의 변화만을 보기 위해 우리는 정책에 영향을 받는 대상(처리군: treatment group. 곧 여기서는 인문계 학생들) 뿐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대상(통제군: control group. 여기서는 실업계 학생들) 을 도입해야 합니다. 아래의 표는 (정책이 시행된) 1973년 이전과 이후를 기준으로 인문계/실업계 학생들의 소득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인문계(Treatment group)
실업계(Control group)
정책 시행 이전 (Before)
a
c
정책 시행 이후 (After)
b
d


앞서 설명드렸듯 정책 시행 이후와 이전의 인문계 학생들의 소득 차(b-a)만을 관찰하면 여기에는 정책으로 인한 효과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데 따라 발생하는 정책 이외의 외생적 효과들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반면 통제군인 실업계 학생들의 정책시행 이후와 이전 소득 차(d-c)를 보면 시간의 흐름에 의한 외생적 변화만을 반영하겠지요. 실업계 학생들에 대해서는 정책에 변화가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b-a)-(d-c)를 한다면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외생적 변화를 제한, 오로지 입시정책의 변화가 소득에 미치는 순수한 효과만을 뽑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DID라는 기법의 핵심입니다.

회귀식을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T  는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는 더미변수(dummy variable)로서 정책 이후의 시점을 1, 이전 시점에 대해 0을 반영합니다. SA는 그룹의 차이를 반영하는 더미변수로 처리군(인문계 학생)에 대해 1, 통제군(실업계 학생)에 대해 0을 반영합니다.
 이렇게 했을 때 각 베타값들이 반영하는 효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르는 외생적 효과(time effect)가 통제군과 처리군 모두 같다고 가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두 개가 다르다면 정책의 변화가 미치는 순수한 효과를 뽑아내는데 어려움이 있겠지요.

 DID라는 기법을 접하면서 느꼈던 것은 특정 정책이 시행되었을 때 사회에 어떠한 경제적 영향을 미쳤는지 사후적으로 검토하는데 유용한 툴이 될 수 있으리라는 점이었습니다. 예컨대 제가 떠올렸던 상황은 흡연이 아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흡연률 변화가 아동의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묻는다면 일단은 ‘흡연률이 높아지면 아동에게 나쁜 영향을, 낮아지면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증적’으로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지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흡연률에 변화가 생겼을 때 아동의 소득, 교육수준 등을 비교한다면 여기에는 부모의 흡연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니까. 그런데 최근에 (제 기억으로는 제가 꺾인 상병이던 2009년 초) 한국군은 병사들에 대한 담배 지급 정책에 변화를 줍니다. 기존에는 담배를 신청하면 무료로 배급했는데 이를 중단하고 대신 전체 병사들의 월급을 소폭 인상시켜준거죠. 아마 ‘왜 군이 흡연 병사에 대해서만 비흡연 병사보다 더 물질적 혜택을 주는가?’라는 문제제기, 그리고 군의 금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서 시행된 정책 변화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책이 시행된 2009년 이전과 이후에 대해 처리군(현역으로 군대 갔다 온 남성의 2세)과 통제군(공익, 병역특례, 면제 등 현역으로 군대 갔다오지 않은 남성의 2세)의 소득, 교육수준등을 비교한다면 금연 정책의 변화가 2세의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다 정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몇 가지 가정을 더 도입해야 하겠습니다만... (그리고 무엇보다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만!) (각주3)

각주1) DID에 대해서는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Difference_in_differences에 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각주2) 이 예시는 다음 논문의 주된 내용으로 필자가 지난 학기 수업에서 접한 논문입니다.
"Effects of Ability Mixing in High School on Adulthood Earnings: Quasi-Experimental Evidence from South Korea"(강창희, 박철성, 이명재. 2007. Journal of Population Economics)
http://prof.cau.ac.kr/~ckang/papers/Effects%20of%20ability%20mixing.pdf)

각주3) 사실 지난 학기 우리 학부의 BK21 세미나에서 제가 쓴 것과 유사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신 어느 스웨덴 노동경제학자가 있었습니다. 원래 스웨덴은 1960년대 21세 이하 청소년 음주에 대해 엄격하게 통제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특정 지역에 대해 1960년대 초 6개월간 저알콜 주류 판매를 완화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음주정책의 변화가 2세들의 소득, 교육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조사한 논문이었습니다. 해당 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Does a Pint a Day Affect Your Child's Pay? Unintended and Permanent Consequences of a Temporary Alcohol Policy Experiment”(Peter Nilsson, 2012, Working Paper)

2012년 7월 11일 수요일

포괄수가제에 대하여

최근 의료계에서는 포괄수가제 시행 여부를 두고 정부와 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첨예한 갈등을 빚다가, 며칠 전 의협이 잠정적으로 포괄수가제 시행을 받아들이기로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 예비 간호사인 동생과 상의할 기회가 있었고, 제 생각을 이 글을 통해 정리해보았습니다. 다음은 2012 5 22일 연합뉴스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노환규, 포괄수가제[1] 사실상 반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연 기자 = 대한의사협회는 22일 포괄수가제 시행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이날 시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괄수가제는 진료량이 늘어날수록 순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에 정부가 급증하는 의료비를 통제할 좋은 제도이며,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좋은 재료를 쓰거나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진료원가가 높아지는데 진료비가 고정돼 있다면 의사들은 비용을 아낄 수 밖에 없다" "조기퇴원 강요, 치료 생략, 싸구려 의료품 사용, 신기술 배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포괄수가제 시행의 보완점으로 ▲적정한 수가 개선 ▲환자의 경·중 분류 ▲과소진료 방지를 위한 행위료 분리 ▲진료 질 평가를 위한 모니터링 등을 내놨으나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회장은 "의사들이 정부가 정한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로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과잉진료라는 편법을 동원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과잉진료를 없애려면 포괄수가제보다 진료수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리하자면, 현행 행위별 수가제에서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가 매겨져 있었기 때문에 의사들은 과잉진료를 통해 자기 밥그릇을 챙길 수밖에 없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위별 수가의 개선이 필요한 것이지 질환별로 총 수가를 정해버리는 포괄수가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여러모로 탄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행위별 수가가 낮다는 핑계로 과잉진료를 한 의사가, 행위별 수가가 높아진다고 과잉진료를 하지 않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위의 기사의 주인공인 노환규 의협회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따르면 2010년 전문의 평균연봉이 9200만원이라고 합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매우 힘들고, 또한 중요하기에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의사 입장에서 의사 개개인의 풍요와 환자들이 받는 의료서비스의 적절성 중에서는 분명 후자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2]. 낮은 행위별수가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어느정도 감내하면서(분명 왠만한 사람들보다는 풍요로운 생활수준을 영위하는 직업이므로), 행위별수가 상향을 요구했다면 훨씬 더 납득할만하고 믿을만한 근거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의협의 논리대로라면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하지 않더라도 포괄수가를 정부의 현재 안보다 더 높인 후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되는 일입니다. 좋은 재료를 쓰거나 치료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진료원가가 높아지는 것을 반영해서 진료비를 설정하면 되는 것이지요. 결코 포괄수가제 자체에 대한 반대 근거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차후 의료 서비스 가격 설정의 주도권을 정부에게 내어 주지 않기 위한 의협의 이익 추구 행위로 보입니다.
위의 기사에서 의협회장은 좋은 재료를 쓰거나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진료원가가 높아지는데 진료비가 고정돼 있다면 의사들은 비용을 아낄 수 밖에 없다”, “조기퇴원 강요, 치료 생략, 싸구려 의료품 사용, 신기술 배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의사 본인입니다. 의사 본인의 입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분노가 일었습니다. 지금보다 월급이 낮아지면 범인을 좀 더 많이 놓칠 거라고 경찰관이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노 회장은 2012 7 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수술 연기였지만 다음엔 수술 중단이 될 것이다[3]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협상의 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인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어떤 제도든지 시행되었을 때 부작용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그것을 고려하여 제도를 다듬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다만, 그 부작용의 발생 여부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당사자(포괄수가제의 케이스에서는 의사)가 부작용을 일으킬거라고 협박하면서 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월급이 낮아져서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경찰관들의 업무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월급이 낮아지기도 전에 우리 범인 덜 잡을 겁니다!”라고 경찰관이 말하는 것은 납득하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다 적고 보니 경제보다는 윤리에 포커스를 맞춘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경제학에서 다루는 많은 문제들 속에도 이와 같은 부작용 여부 결정 당사자의 문제가 분명 존재할 거라는 생각에 이 글을 게시합니다.



참고자료

2012년 5 22일 연합뉴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05/22/0200000000AKR20120522042700017.HTML?did=1179m

2012년 7 3일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51697&CMPT_CD=P0001


[1] 포괄수가제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진찰·검사·수술·투약 등 진료의 횟수와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행위별수가제(fee for service)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그 횟수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이에 따라 진료 횟수가 늘어날수록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의사 수입이 증가하는 만큼, 과잉진료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이 있었는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제안된 것이 포괄수가제입니다. 유럽 등 의료선진국은 대부분 건강보험의 재정지출 한도를 미리 정하는 포괄수가제를 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맹장수술·제왕절개 등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를 확대적용할 계획입니다(네이버 지식사전 발췌).
[2]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보편적인 생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3] 실제로 수술이 연기되지는 않았지만, 의협은 포괄수가제에 반대하여 수술 연기 방침을 공표한 바 있습니다.

2012년 7월 9일 월요일

Why Inequality Matters?



Flyingbunny님의 이번 포스트를 읽다가 필자는, 여러 매체를 통하여 불평등, 혹은 양극화가 매우 중요한 문제임은 알고 있었고 적게나마 그 양상 등에 대한 자료를 찾아본 적 또한 있었지만, 정작 불평등도의 심화가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특히 어떤 경로로 경제성장1)을 저해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해서 이 주제 - 왜 불평등이 문제인가 - 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 하였는데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조사를 통해 찾게 된, 적어도 이 분들의 의견이라면 저의, 그리고 여려분들의 의견을 정립하는 데에 있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세 경제학자분들 - Daron Acemoglu, Joseph E. Stiglitz, 그리고 Mark Thoma -의 의견을 소개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Why does inequality matter에서 Mark Thoma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소득을 얻는 완벽하게 평등한 사회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나머지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완벽하게 불평등한 사회 모두 최대속도의 성장을 이룰 수 없으므로, 성장을 최대화 하는 수준의 불평등도는 위의 둘 사이 어디인가에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Mark Thoma가 말하는 최적수준의 불평등도가 존재할 지는 의문이지만 불평등도의 양극단 부근에서 성장이 느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은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상당수 나라의 분배구조변화가 극소수에게 대부분의 부가 편중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2), 앞으로 불평등도는 우리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conomic power begets political power에서 Daron Acemoglu는 1. 사람들은 불평등도가 높은 사회를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2.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는 그룹은 그렇지 못한 그룹에 비하여 더 많은 자원을 자녀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으므로 불평등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기회의 평등 또한 달성하기 어려워지며, 가장 중요하게 3. 경제력은 정치권력을 낳고 정치권력은 또다시 경제력을 낳기 때문에 지나친 불평등도는 문제가 된다고 말합니다. 로비와 선거자금제공 등을 통한 금융부문과 정치가들 사이의 관계는 금융규제완화를 가능케 하였고, 이는 금융업계종사자들 중 최상위임금소득계층의 임금이 다른 산업의 같은 계층에 비하여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이는 또한 근래의 금융위기의 발생과정에 영향을 주었다는 Acemoglu의 예시는 세 번째 불평등도로 인한 문제점이 어떻게 경제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Of the 1%, by the 1%, for the 1%에서 Joseph E. Stiglitz는 1. 불평등도의 증가는 기회의 감소를 가져오며 기회평등의 감소는 ‘사람’이라는 자산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만들고, 2. 독점력 및 특수이해집단을 위한 조세특례 등 불평등도 증가를 가져오는 왜곡은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이러한 불평등도 증가는 또 다른 왜곡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 저하를 심화시키며3), 가장 중요하게 3. 현대경제는 정부가 주축이 되어 투자하는 사회기반시설, 교육, 그리고 기술 등을 필요로 하지만, 최상위 소득계층은 이러한 것들을 정부의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 충당할 수 있으므로, 자신들의 조세부담으로 돌아올 정부의 이러한 투자를 원치 않고 이는 (현재의 미국과 같이) 부의 편중이 심한 국가일수록 정부에 의한 투자가 적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불평등도는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합니다. 세 번째 이유의 경우, 금융위기가 전개되고 있을 당시 보조금을 받아 회생한 금융기업들이 곧바로 보너스잔치를 벌였던 일을 떠올린다면 이것은 그렇게 비관적인 예측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경제성장과 평등주의에 기반 한 소득분배의 공평성, 즉 불평등도의 완화가 서로 상충관계에 있는 듯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논쟁합니다. 하지만 위의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하여 불평등도의 완화는 반드시 달성되어야 할 목표임에, 즉 경제성장과 불평등도의 완화는 함께 추구되어야 할 목표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1) 왜 경제성장을 추구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불평등도 문제만큼이나 복잡하고, 방대한 소재이기에 이번 포스트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2) Income inequality in America에서 볼 수 있듯 많은 분석들이 이것이 사실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3) 이 글에서 Stiglitz는 수많은 재능 있는 젊은 인력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의 보너스를 좇아 더욱 생산적이고 건강한 경제를 만들 수 있는 산업이 아닌 금융업에 발을 들이는 현실을 예를 들고 있습니다.
* 미국의 경우, 상위 1%의 연소득은 미국경제 전체의 25%이고, 그들의 부는 전체의 4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 How does inequality matter - 이곳은 이 주제에 관한 “금맥”입니다.

2012년 7월 4일 수요일

통계로 확인해보는 부익부빈익빈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낳는다는 주장, 어디선가 들어 보셨죠? 얼마 전  대한민국의 소득 양극화와 계층의 고착화 문제에 대해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최근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절대적인 복지도 악화되었는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졌는지 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우선 알아보는 김에 덤으로 소득 10분위 모든 계층의 실질 소득이 최근 어떻게 변해왔는지 계산해 보았어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소득 10분위별 소득을 물가지수로 나누어주어 이를 그래프로 표현했더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다른 계층들은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반면, 소득 1분위의 실질소득은 비슷한 수준에 정체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소득 1분위 계층의 실질소득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는 아니네요. 소득 1분위 계층의 실질소득이 감소했던 해는 2004-2005년, 2006-2007년, 2008-2009년, 2010-2011년입니다.

 다음으로 이보다 실제 '생활수준'에 더 가까운 통계자료를 알아보고 싶어서, 각 계층별 소비를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로 나눈 지표(이하 '실질소비'라고 부르겠음)를 한 번 살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1분위와 2분위 계층의 실질소비가 정체되어 있고, 다른 계층은 완만히 상승하네요. 한편 가장 소득이 높은 10분위의 실질소비가 증가하다가 정체되고 마지막에 감소하는 거꾸로 된 U자 그래프를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어요.



 마지막으로, 각 계층별로 소비 행태가 다르기 때문에, 물가지수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 보니, 계층별 물가지수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국회예산정책처에서 2011년 발간한 <소득계층별 물가지수의 차이가 체감물가에 미치는 영향 >에 있는 1분위 피셔지수를 사용하여, 1분위 계층의 실질소득의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 보았어요. 아래 제시된 그래프는 2003년 1분기부터 2011년 2분기까지 1분위의 소득을 1분위 피셔지수로 나누어준 값입니다.
 여기에서는 변동성이 크긴 하지만 오히려 완만히 상승하는 추이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제가 이번에 그래프를 그려 보며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에 '부익부' 현상은 있지만, '빈익빈' 현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소득으로 보아서는요. 이번 포스팅은 소득불평등 문제에 접근해 본 단순한 '첫 벽돌'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추론에 어떤 오류가 있을 수 있는지, '상대적 소득'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여러 아이디어 부탁드립니다. ^^

저소득층은 통근시간도 길다?

다음은 6월 28일자 한겨레 신문에 "저소득층은 통근시간도 길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입니다.

비싼 집에 살면 출퇴근 시간이 짧아 수도권 직장인 출퇴근 시간에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살고 있는 집의 가격과 전셋값이 높을수록 출퇴근 시간도 적게 걸린다는 상관관계도 나타났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주택가격과 통근시간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매매가격이 1㎡당 800만원을 넘는 비싼 집에 사는 직장인은 통근시간이 20~25분이었다. 이에 반해 1㎡당 200만원 미만의 집에 사는 직장인은 140~160분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셋값의 경우에도 비슷한 경향성이 드러나, 주택가격의 양극화가 통근시간의 양극화로 연결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이에 보편적 교통복지 개념으로 경기권 광역도시철도 개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철도와 교통복지 정책세미나’에서 “서울 소재 사업장이 외곽으로 나오거나, 저소득층 근로자가 서울시내에 집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보편적 교통 서비스를 통해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교통복지가 필요하다”며 “현재 노선에 급행열차를 배당하는 등 미온적인 해법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수도권을 잇는 광역급행철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는 예비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철도와 교통복지 정책 세미나'의 원자료를 구하기는 어려웠습니다만, 세미나 발제자와 이 기사의 주장을 요약하면 "집 값 차이가 교통여건 차이로 이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므로 집값이 싸고 교통여건이 열악한 곳에 새로운 교통시설을 지원해주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주장에 약간의 논리적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값이라는 것 자체가 통근시간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위에서 말한 1m^2당 200만원 미만의 집에 사는 사람은 "통근 시간이 긴 대신에" 적은 돈으로 동일한 주거환경에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시간과 돈을 맞바꾼 셈이지요. 이러한 거래의 결과를 단순히 "양극화"의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미나의 주장처럼 가난한 지역에 새로운 교통시설을 짓는 것은 그 지역의 월/전세값이 오를 수 있다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월/전세로 주거시설을 마련하는 비율이 높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어느 지역에 광역급행철도를 만들어서 강남까지 통근시간이 30분 단축되었다고 가정해보면 강남까지 30분거리의 서울지역과 집값이 상당히 근접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세값도 자연히 매매가를 따라 오를 것이고 기존 세입자들은 자신의 형편에 맞는 곳으로, 즉 통근시간이 긴 곳으로 다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가격이 비싼 아파트가 싼 아파트에 비해 자연환경이 좋다는 결과를 가지고 (예를 들면 한강변의 아파트는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지요) 이를 "자연환경의 양극화"로 규정하고 다른 지역에 인공호수를 만든다거나 하는 정책은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값이 비싼 강남의 교육환경이 더 좋은 상황에 대응하여 다른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들이는 것은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지역별 격차 해소의 노력은 "광범위"하게 진행되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격차 해소의 예를 들면 관악구가 교육환경이 제일 열악하다고 해서 (실제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 관악구에만 대치동 규모의 학원가를 조성하고 학교에 지원금을 대규모로 지원한다면 관악구의 집값은 오르겠지만 그곳에 월/전세 거주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지역과 경기도 지역 전체에 교육환경 개선 지원을 하는 것은 집값상승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도권 광역교통망 구축 또한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안은 인구가 많고 통근자가 많은 주요 도시에 광역철도를 구축하고 거기서 제외된 인근도시들에는 광역철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망 (예를 들면 직행버스)을 설치해 주는 것입니다. 주요 도시 중에 일부만 광역철도를 구축한다면 그 지역의 집값만 오르는 효과가 생길 것이고, 주요도시 인근의 도시의 교통환경 개선을 간과한다면 월/전세 세입자들의 거주지가 그러한 인근 도시로 이동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교통망 구축의 비용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익 (복지적인 측면을 포함한)을 초과하지 않는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는 것은 필수입니다. 예를 들면 건설비용이 너무 비싸지는 않은지, 실제 이용자 수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