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환영회식사

2012년 2월 29일 수요일

“아프니? 열은 없는데?”


“아프니? 열은 없는데?”
-최고 석학들의 웰빙 지수 개발 프로젝트: 무엇이 이루어졌나? 앞으론 무엇을 해야 할까?-

-by Flyingbunny

 요즘 대한민국 정치계의 화두를 하나 꼽자면 단연 ‘경제 민주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개를 돌려 세계 각국을 보아도 “자본주의 이대로 가도 될까?”하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지요. 올해 초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서도 자본주의의 미래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고른 첫 포스팅 주제! 2008년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Joseph Stiglitz, Amartya Sen, Jean Paul Fitoussi 교수들이 함께 모여 시작한 “경제성과와 사회진보 측정을 위한 위원회(The Commission on the Measurement of Economic Performance and Social Progress)”의 보고서를 여러분께 소개하고, 국내총생산(GDP)을 대체할 새로운 지수 개발에 대한 제 생각을 나누는 글로 출발선을 끊으려 합니다.

 2009년에 발표된 “Report by the Commission on the Measurement of Economic Performance and Social Progress"는 292쪽에 달하는 총체적인 보고서로, 이를 책으로 엮은 Mismeasuring Our Lives(GDP는 틀렸다)가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세계적 석학들이 GDP를 대체할 새로운 지수를 찾아 나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국민의 생활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1인당 GDP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GDP가 실제 생활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요. 보고서는 단적인 예를 하나 듭니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직접 요리한 저녁을 가족들과 단란하게 나누어 먹는 가장보다, 혼자서 쓸쓸히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먹고 밤늦게 주점에서 폭음을 하는 이혼남이 GDP로 평가되는 사회에서는 더 바람직한 시민이라네요. 물론, 국민의 생활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GDP의 단점은 과거에도 존재했지요. 그런데 지표와 현실의 괴리와 그로 인한 문제점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위원회의 시각입니다.

 지표는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특히 GDP의 성장률로 측정되는 ‘경제 성장률’은 모든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이 주목하는 숫자이지요. 따라서 지표를 무엇으로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정책의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지표가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부작용이 심각하지요. 위원회는 세계의 지도자들이 ‘GDP’만 중시하지 않고 ‘정부 부채’등 다른 통계 수치들에도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2008년의 경제위기 또한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보고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처음에는 가장 적용하기 쉽고 논란의 여지가 적은 개선방안으로 시작하여 뒤로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운 제안들을 제시하지요. 우선 1장에서는 기존의 GDP를 보완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을 추천합니다. ‘생산보다는 소득과 소비를 볼 것,’ ‘소득과 소비를 부와 연관해 고려할 것,’ ‘가계의 입장을 강조할 것,’ ‘소득, 소비 및 부의 분포에 더 주목할 것,’ 그리고 ‘소득에 관한 측정을 시장 외적인 활동까지 확장할 것’입니다.

 2장에서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문제를 다룹니다. 여기서도 다섯 가지 방안이 제시됩니다. ‘통계 조사 기관들은 주관적인 삶의 질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자료에 포함할 것,’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는 객관적 조건인 건강, 교육, 개인적 활동, 정치적 의사표현, 사회적 관계, 자연 환경, 위험을 측정하는 방법을 개선할 것,’ ‘삶의 질에 관한 모든 차원의 지표에서 불평등을 체계적으로 다룰 것,’ ‘삶의 질을 나타내는 영역들 간의 연관성을 밝히고, 이 정보를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고안할 때 사용할 것,’ ‘삶의 질의 영역들을 합산하여 서로 다른 수치 지표를 구성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통계 조사 기관들이 제공할 것’이 이들이지요.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지속가능성을 다룹니다. 네 가지 주요 제안은 ‘지속가능성을 나타내는 대시보드는 잘 정의된 보조 대시보드로 나누어져 있을 것(지속가능성과 현재의 웰빙 및 경제성과를 별개의 문제로 다룰 것),’ ‘이 보조 대시보드로 인간의 웰빙에 영향을 끼치는 저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 ‘현재의 기술로는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화폐로 측정하는 데에 한계가 있으니, 화폐가치로 평가된 지수를 대시보드에 포함하되 본질적으로 경제적 측면에 관한 부분으로 제한할 것,’ 그리고 ‘지속 가능성의 환경적 측면은 물리적 지표에 바탕을 둔 후속편으로 따로 다룰 것’입니다.   

 ‘웰빙’을 나타낼 수 있는 보다 총체적인 지표를 만들자는 위원회의 주장이 제게는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사람들은 경제학자를 의사에 비유하곤 합니다. 경제학자들은 국민경제가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관리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치료하기 위해 고심하는 사람들이죠. GDP는 측정이 쉬운데 반해 국민의 생활수준을 잘 표현해 준다는 점에서 ‘체온’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건국 초기에는 우리나라 경제의 열이 펄펄 끓었죠. 그리고 점차 경제가 발전하면서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1인당 GDP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지독한 감기가 낫기 시작하면서 열도 점차 떨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체온만으로 사람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열이 끓기 시작하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가면 혈당량,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등 여러 가지 지표를 측정합니다. 좋은 병원일수록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요.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위원회의 보고서는 새로운 지표의 완성이라기보다 시작에 가까웠습니다. 열정을 가진 후학들에게 남겨 놓은 일종의 과제이지요. 앞으로 ‘경제성과과 사회진보 측정’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한 개의 지수를 도출하는 데에 너무 많은 노력을 쏟기보다 여러 지표를 병렬적으로 구성하여 하나의 지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지수로 합산하려면 동일선상에 있지 않은 서로 다른 가치들의 우위를 판정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정보가 유실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권위 있는 기관에서 국제적인 지표 체계를 통일하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에도 OECD가 건강이나 교육 등 삶의 질에 관한 통계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며, UN은 1990년에 인간개발지수를 개발하여 매년 발표합니다. 하지만 통계 자료들이 하나의 체계로 통합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이밖에도 ‘국민총행복지수,’ ‘행복행성지수,’ ‘녹색GDP' 등 GDP를 보완하기 위한 서로 다른 지수들이 존재합니다. 지표가 통일되어 있지 않으면, 이를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한 투자의 중복이 일어나 비효율적이며, 서로 다른 지표를 사용하는 학자들이 교류하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개개의 지표에 대한 대중과 학계의 신뢰도 떨어지겠지요.  

 앞으로 경제학자들이 할 일이 많다고 봅니다. 우선 국제적인 표준 지표 체계를 관리하고 통계 조사를 실시할 기관을 만드는 데에 경제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세계 각국이 이 기관에 투자하고 조사관들이 통계 자료를 객관적으로 구축하도록 제도와 유인체계를 잘 설계해야겠지요. 또한 꾸준히 지표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일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며, 개발된 지표 체계를 이용하여 연구 범위를 넓혀나간다면 경제학자들이 세상에 기여할 여지가 더욱 커지리라고 봅니다. 국민의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문제에 보다 다차원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테니까요. 

 어렸을 때 부모님께 몸이 아프다고 칭얼대다가, ‘열이 없으니 꾀병’이라는 대답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몸이 아플 때라면 서운한 마음이 들지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률,’ ‘실업률,’ 물가, KOSPI 등 측정하기 쉬운 지수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10년 뒤 대한민국 경제가 두 배로 성장했다고 상상해 봅시다. 과연 우리 국민은 두 배 더 행복할까요? 경제 성장이 국민 복지 향상을 가져오다는 것이 과연 만고불변의 법칙일까요? 이젠 경제학자들이 과감한 도약을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국민의 생활수준에 영향을 끼치는지, 우리는 진정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다시 한 번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경제학자의 보람은 무엇일까요? 세상을 단순화한 모델이 풍기는 지적 아름다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데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위 글에 잘못된 번역이 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게 있습니다.
솔직한 의견, 평가, 자유로운 커멘트 부탁드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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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댓글)

webspider019:
너무 많은 지표로 구성된 지표체계는 어떠한 현상을 낱낱이 묘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 지표체계를 구성하는 지표의 수가 많아질수록 그 체계의 활용도가 떨어질 거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하지만 flyingbunny 씨 말씀대로 활용의 편의를 위하여 많은 요소들을 적은 수의 지표로 묶어 표현하면 각 지표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 주관적인 "가중치"를 부여할 수 밖에 없겠지요. 모델 구축 작업과 지표체계 구축 작업이 매우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 세계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현실 세계에 대한 설명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요. 어느 선이 가장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음... 전 그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더불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으로 건강, 교육, 개인적 활동, 정치적 의사표현 등등 많은 요소들이 위 글에 언급되어 있는데, 이 요소들을 병렬적인 지표체계로 다루더라도, 각각의 지표 역시 수많은 세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입니다. 각 세부 요소들을 어떻게 취사 선택하느냐, 또 취사 선택된 세부 요소들에 어떠한 근거로 가중치를 부여할 것인가 등의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건강: 당뇨병, 암, 위궤양 발병률, 평균 운동시간, 평균 수면시간, 식습관 etc
더불어 지표의 선택에는 그 지표를 사용하는 주체의 의도가 반영되게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경제성장률에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정부의 정책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며, 분배의 문제가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제성장률을 이야기하고, GDP를 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목적이 분배보다는 성장(저는 이것이 특히 국가대표기업들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이라는 것이구요. GDP를 대체할 지표의 고안도 중요하지만 각국 정부가 대체 지표를 "수요"하게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고름이 터지는 수밖에 없나...

실버쏘온:
제 생각은 매우 단순한 의견입니다만 '웰빙 지수' 가 실질적으로 삶의 질을 잘 반영하려면 CPI와 같이 100개 정도의 바스켓을 만들어 놓고, 5년 단위로 바스켓에 '추가지표 투입/설명력 떨어지는 지표 퇴출' 을 반복해서 보다 현실 적합성을 늘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보면 CPI처럼 '대표삶의질지수' 를 개발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결국 가중치를 어떻게 두느냐는 큰 문제로 보입니다. 물가지수를 모방하더라도, 소비 바스켓이 정해진 CPI와 달리 삶의 질은 소비패턴으로 가중치를 측정하기가 어려우니까요..
결국 이 문제는 설문조사와 통계의 축적에 희망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

flyingbunny:
두 분 소중한 의견 감사드려요. 두 분 말씀대로 결국 변화가 일어나려면 각국이 양질의 지표체계 구축 및 관리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이를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정부는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여론이 점차 경제성장에서 분배로 관심을 돌리는 지금의 추세가 유지된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 저는 "지표의 수가 많아질수록 체계의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webspider019 씨 추측과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1차적인 지표들을 묶어서 만든 '2차 지수' (예컨대 환경지수)들을 함께 발표하면 오히려 적절한 상황에 맞게 지표와 지수를 취사선택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2차지수'를 구성하는 1차지표들의 가중치 문제에는 가치 평가가 필연적으로 수반되겠지요. 하지만 GDP를 기준으로 한 경제성과 측정에도 결국은 암묵적인 가치 평가가 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심없이' 하나의 가치 체계를 받아들이는 것과 비교하여, '가치 비교'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이 비용에 비해 삶의 질을 보다 정확히 측정하는 지표 체계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더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규 씨가 말씀하신 '추가지표 투입/설명력 떨어지는 지표 퇴출'에 관해서는, 각국이 대표 경제학자를 파견하여 이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webspider019:
그렇네요. GDP도 GDP에 포함시키는 항목들의 선택에 분명 가치판단이 들어가니까요. 지표의 수와 지표체계의 활용도에 대한 문제는, A와 B와 C에 a, b, c의 가중치를 주고 만든 D=aA+bB+cC 지표가 있을 때, A, B, C와 D를 모두 사용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이 역시 GDP에 대입해보니, GDP도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등의 세부 지표를 함께 활용하고 있군요. 모델에의 유추는 적절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유추를 써먹기 위해 노력하자면 너무 많은 세부 지표를 도입할수록 너무 많고 복잡한 측정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가 많은 모델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세부 지표가 많을수록 각각에 대한 가중치의 '가짓수' 역시 늘어나구요. 가중치의 가짓수가 늘어나는 것이 작업을 편하게 해줄지 더 힘들게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2012년 2월 28일 화요일

경연내규(經筵內規)

0. 경연의 '정규필진'은 경제현상 및 경제학에 관한 생각을 교류하여 서로에게 자극을 받고 경제를 바라보는 스스로의 눈을 키우고자 자발적으로 모인 청년들입니다.

1. 매주 일요일과 수요일은 경연에 새 글이 올라오는 날입니다.

2. 매월 1일이 있는 주를 첫 주로 정합니다.

3. 현재 매월 포스팅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쉬어가는 날/특별코너 > flyingbunny > Karam Jo > webspider019 > Choicon > 실버쏘온 > MamboTango > roundmidnight
4. 정규필진은 10명 내외로 유지하며, 1년 이상 활동을 원칙으로 합니다.

5. 신규 필진은 지원서와 샘플 에세이를 제출하여 기존 필진의 심사를 거쳐 일년에 두 번 선발합니다.

6. 정규필진은 매달 자신의 차례에 게시글을 올리며, 글을 올리기 1주일 전 임시보관함에 초고를 올립니다.

7. 정규필진은 앞 사람의 글이 올라온 지 한 달 이내에 리뷰를 작성하여 올립니다.

8. 정규필진은 한 달에 7개 이상의 댓글을 작성합니다.

9. 새글 작성과 리뷰에 대해 지각은 0.5점, 미제출은 1점의 벌점을 부과하며, 벌점이 3점을 초과할 시에는 '정규필진'의 자격을 박탈합니다.

10.  1년 이상 꾸준히 활동한 정규필진은 명예졸업이 가능합니다.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경연(經筵)이란?



2011년 가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김세직 교수님께서는 '동태적 거시 경제 이론'이라는 이름의 강의를 개설하셨습니다. 한 학기 동안 수강생들은 현재 대한민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들과 루카스의 거시경제모형을 함께 배우며, 현실과 이론의 괴리를 느끼고 이를 메우려 노력했습니다. 학기가 끝날 무렵, 우리는 더 이상 수업 시간에 이루어지던 흥미로운 토론을 이어나가지 못하게 될 것이 아쉬웠습니다. 어려서 서툰만큼 신선하고 열정 넘치던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수강생 일곱 명이 다시 모였습니다. 2012년 2월, 이렇게 블로그 '經筵'이 태어났습니다.

이곳은...

경제학(經濟學)을 공부하는 관악의 유생들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유로이 의견을 나누는 자리(筵)입니다.

젊은 경제학도(經濟學徒)들의 풋풋한 의견을 세상에 알리는 자리(筵)입니다.

경제정책 및 이론에 대한 순수한 '경연(競演)'이 이루어지는 자리입니다.

경제학(經濟學)의 향연(饗宴)이 펼쳐지는 자리입니다.


우리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학자들이 임금에게 유학의 경전을 강연하는 자리이자 국정 운영을 위한 토론과 건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통로였던 경연(經筵)제도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합니다.

한달에 한 편 자신이 원하는 주제의 글을 올립니다. 한국 경제 및 경제학 전반에 관한 내용이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경연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께...

댓글을 통한 토론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여러분의 댓글 한 줄은 공유지식의 호수를 이루는 한 톨의 신선한 물방울이 됩니다.

한편 이 곳에 올라오는 모든 글은 블로거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대표하는 의견이 아닌 점을 알려드립니다.

협력이익배분제(구 이익공유제)와 성과공유제


 지난 2월2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제13차 동반성장위원회 회의를 통해 ‘기본사항과 가점사항을 묶은 패키지형태의 동반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도입여부를 결정하도록 의결했다. 여기서 ‘기본사항’이란, 원자재가격변동 반영, 불공정한 대금감액 여부, 2∼3차 협력사 유동성 지원 등 협력기업의 애로사항 해소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도입할 경우 동반성장지수 평가 시 공정거래, 협력 등 기존항목에 반영된다. ‘가감사항’이란, 협력이익배분제, 성과공유제, 동반성장투자 및 지원 등 기업이 협력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지원하는 내용으로, 자율적 판단에 따라 도입할 경우 동반성장지수 평가 시 가점이 부여될 계획이다. 한편, 가점사항에 해당하는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이익공유제의 세부항목이었던 목표초과이익공유제, 순이익공유제, 판매수입공유제를 삭제하고, 명칭을 ‘협력이익배분제’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동반성장위원회,『대・중소기업 창조적 동반성장(이익공유제) 논의결과 발표』, 2012.2.2) 이번 글에서는 언뜻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협력이익배분제(구 이익공유제)와 성과공유제가 각기 어떠한 개념인지 설명하고, 그것들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 무슨 정책이 더 적합한지에 대한 나의 견해를 펼쳐보고자 한다.

1. Introduction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이 대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의 측면이고, 다른 한 가지는 ‘비용절감’의 측면이다. 예를 들어, (주)LG전자는 지난 2009년, 하청업체인 (주)세화전자의 Mobile Phone용 터치 윈도우 신제품 개발에 힘입어 60억의 매출증가를 올릴 수 있었다.(동반성장위원회,『2009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 성공사례집) 반면, 제조․건설업 분야 회사인 (주)포스코컴텍은 하청업체인 성주산업의 전기로 하부 전극부 작업방법 개선으로 인한 공정단축으로 13억의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었다. (동반성장위원회,『2010 대․중소기업 성과공유제 추진사례)
이처럼 대기업의 실적이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에 힘입어 크게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면에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에게 기술혁신에 대한 적절한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단기실적으로 평가받는 대기업 실무자들’에 의해 업무가 주도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관계’에서는 기술혁신에 대한 유인 제공보다는 당장의 제품단가를 낮추기 위한 가격 후려치기가 먼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대기업 내에 존재하는 일종의 주인대리문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착취적 관계로 전락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실정에서 동반성장위원회가 주장하는 협력이익배분제의 개념과 성과공유제의 개념은 혹자들의 주장대로 ‘분배에 맞추어진 반시장적인 제도’가 아니라, 중소기업에 기술개발을 위한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대기업 내 주인대리문제로 인한 시장실패의 일부를 회복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기술개발과 ‘비용 절감’형 기술개발은 언뜻 느끼기에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다음과 같은 중요한 두 가지의 차이를 보인다. 첫째, 기술혁신에 기여하는 주체가 다르다. ‘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기술개발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자의 기술혁신이 함께 기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용 절감’형 기술개발의 경우, 그 목적이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중간재와 관련된 비용절감’인 만큼, 중소기업의 독자적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LG전자의 핸드폰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중소기업이 터치윈도우 기술을 개발하고 LG전자가 새로운 핸드폰 운영체제 및 디자인을 개발할 수는 있지만,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비용절감을 위해 현대자동차가 기술개발을 하지는 않는다. 둘째, ‘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기술개발의 경우, 기술혁신의 성과를 수요의 변화 혹은 그에 따른 매출변화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반면, ‘비용 절감’형 기술개발의 경우 절감된 비용 자체가 기술혁신의 성과가 된다. 기술혁신의 유형에 따른 이와 같은 차이로 인해 각 기술개발 유형에 따라 적합한 정책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글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2.‘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기술개발과 협력이익배분제에서는 ‘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기술개발의 경우 왜 협력이익배분제 도입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한다. 3. '비용절감형‘ 기술개발과 성과공유제에서는 ‘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기술개발과는 달리 ‘비용 절감’형 기술개발의 경우에는 왜 협력이익배분제보다 성과공유제를 도입하는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해 논의한다.

2. ‘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기술개발과 협력이익배분제
논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협력이익배분제의 개념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동반성장위원회가 협력이익배분제에 앞서 제안했던 이익공유제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었다. 판매 수입 공유제, 순이익 공유제, 목표 초과 이익 공유제가 그것이다. 첫째, 판매수입공유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각기 연구개발비용을 부담한 뒤, 그에 따른 판매수입을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다. 둘째, 순이익공유제는 일단 대기업이 모든 연구개발비용을 부담한 뒤, 판매수입에서 생산비용과 연구개발비용까지 제한 순이익을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다. 셋째, 목표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정해놓은 연 목표이익에 대하여 이를 초과한 부분을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중소기업과 나누는 방식이다. 협력이익배분제는 이익공유제의 이러한 세 가지 정형화된 실행방안 대신 대기업이 좀 더 자율적으로 이익배분방식을 정할 수 있도록 완화시킨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대기업의 이익배분방식 중 이익공유제의 세 번째, 목표 초과이익공유제는 사실 목표이익 자체를 대기업이 스스로 정하는 것이고, 실제 목표한 이익보다 높여 잡을 유인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익공유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목표초과이익 공유제는 논외로 하고, 실제 이익을 나누는 방식에 대해서만 한정하여 생각하기로 한다.)
먼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왜 이익을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나누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익을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나누어 준다는 것은 결국 대기업이 최종재를 팔아 얻은 실적에 비례하여 중소기업에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만일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들이는 노력'이 관찰가능하다면, 대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이처럼 실적에 비례하여 중소기업에게 보상을 해 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자신이 원하는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들이는 노력정도'를 강제하고, 그 비용만큼만 주면 충분한 것이다. (즉, 중소기업이 자신이 원하는 '기술개발에 대한 노력정도'를 해 준 경우 그에 필요한 비용만큼 주고, 그렇지 못한 경우 아무것도 주지 않는 계약을 짠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계약을 Forcing Contract 라고 한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들이는 노력'이 관찰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경우,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해주길 원하는 만큼의 기술개발노력에 필요한 비용을 fixed wage형태로 주면, 중소기업은 굳이 기술개발을 위한 노력을 들여 대기업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을 줄 유인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연구개발비 받고 제대로 기술개발에 매진하지 않아도 정해진 돈을 챙길 수 있고, 이를 대기업이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는 중소기업체들의 해이한 정신상태를 비판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다만 정책을 정할 때에는 '개별 경제주체는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가정 하에서 생각해야 하고, 그런 가정 하에서 위의 방식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대기업 입장에서 관찰불가능한 요소인 '기술개발에 들이는 노력'을 컨트롤하기 위하여, 그와 직접 연동된 '대기업의 실적'에 비례하여 보상해주는 계약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한편, 앞서 밝혔듯이 ‘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기술개발의 경우, 대기업의 제품가치 향상을 위한 기술이 중소기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종 제품생산에 필요한 기술 중 일부는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은 스스로에게도 이 기술을 개발시키기 위한 노력을 들일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만일 대기업이 위험중립적인 중소기업에게 기술개발을 위한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고정된 이익만 챙기고 나머지를 다 주는 계약을 짠다면(일반적으로 이러한 계약을 Fixed Rent Contract라고 한다.), 정작 자기 자신은 기술개발을 위한 유인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익을 나누는 방식은 양쪽 모두에게 '이익에 비례하는 몫'이 돌아가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서로의 행동을 보지 못하는 정보비대칭 상황에서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양자에게 모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 문제는 보통 Franchiser-Franchisee 관계에서 많이 연구되어 왔다. 비록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Franchiser-Franchisee의 관계와는 소유권 등의 측면에 있어서 완전히 다르지만, 양측에 모두 인센티브를 나누어 주어야 하는 측면에서 굉장히 비슷하다. 실제로 Franchiser-Franchisee situation에서의 이익배분을 설명한 'Romano, Richard (1994): "Double Moral Hazard and Resale Price Maintenance", RJE'의 모델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 맞도록 변수들의 의미를 재정의 해주고 약간 변형해준 결과, 앞서 직관적으로 설명한 내용을 보다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대기업 A가 해당제품의 총 판매량 q에 대하여 중소기업 B에게 주는 총 보상 W(q) 중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 C_b(q)를 제외한 S(q)는 총 판매량 q에 대해 선형으로, 혹은 판매수입 pq에 대해 선형으로 지급하는 것(즉, 'S(q)=s*・q+F*' 꼴, 단, 0<s*<1)이 최적의 계약이다.”
(구체적인 모델은 아래 APPENDIX 1. Model 참조.)
이는 ‘양쪽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익을 나누는 방식은 양쪽 모두에게 '이익에 비례하는 몫'이 돌아가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직관과 정확히 부합한다. 한편, 간단한 예를 통해 살펴보면 중소기업 B의 ‘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기술개발‘이 해당제품의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s*가 커져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이 판매량에 기여도가 클수록 중소기업이 최선을 다해 기술개발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그만큼의 incentive를 넣어주어야 함을 설명한다.(여기서 사용된 '간단한 예'에 대한 구체적인 수식은 아래 APPENDIX 2. Examination on the Meaning of s* through simple numerical example 참조. 이 '간단한 예'는 앞서 언급된 Romano (RJE,1994)의 논문을 다루었던 김선구 교수의 2011년 2학기 '미시경제학 특수연구' 강의에서 차용하였음.)
이러한 방식의 선형 이익배분은 협력이익배분제를 통해 실현 가능하다. 그러나 협력이익배분제에는 결정적인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s*와 F*를 구체적인 수치로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s*와 F*를 찾기 위해선 기술개발이 수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함수를 추정해야 할텐데, 그 자체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기술개발에 들이는 노력의 정도’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부터가 문제다.
이처럼 정부가 각 산업별로 s*와 F*를 지정해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협력이익배분제의 실효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앞선 논의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해 이익에 비례하도록 보상을 해주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분명해진 이상, 협력이익배분제의 방향성 자체는 옳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협력이익배분제의 본질을 각 대기업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키고, 협력이익배분제가 분배에 초점이 맞추어진 반시장적 정책이 아닌, 본인들의 이익 극대화에도 부합하는 정책임을 인지시켜 주는 것이다. 기업들이 선형 이익배분의 타당성에 동의한다면, 그래서 협력이익배분제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의지를 보여준다면, 각 산업별로 적절한 s*와 F*를 찾아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산업에 종사하는 Franchiser-Franchisee들이 각기 자신들의 실정에 맞는 최적의 linear sharing rule을 찾아낸 과정이 이론적인 계산을 통한 것이 아니라, s*와 F*를 약간씩 줄였다 늘였다 하는 과정에서 경험적으로 찾아낸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3. '비용절감형‘ 기술개발과 성과공유제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성과공유제의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성과공유제는 수탁기업이 원가절감 등 수ㆍ위탁기업 상호 간에 합의한 공동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위탁기업이 지원하고 그 성과를 수ㆍ위탁기업이 공유하는 계약모델이다.’(동반성장위원회 홈페이지(http://www.winwingrowth.or.kr/business/resultShare.jsp)) 쉽게 말해 주어진 기간 동안 공동목표를 정해놓고 필요한 연구개발비용은 대기업이 지원하며, 그에 따른 성과를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다. 물론, 음의 성과 역시 같은 규칙에 따라 나누어야 할 것이다.
2. ‘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기술개발과 협력이익배분제에서 살펴본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유형은 ‘최종재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이었다. 그러나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유형에는 ‘비용절감’이라는 중요한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첫 번째 유형의 기술개발의 경우, 최종재의 가치 향상정도는 대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노력이 합쳐진 결과이다. 두 기업의 기술개발노력으로 최종재의 가치가 증가해도 이것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에 의한 것인지 대기업의 기술개발에 의한 것인지를 볼 수 없으므로 양쪽 모두에 인센티브를 나누어주어야 하고, 따라서 양쪽 모두에 이윤에 비례하는 방식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앞서 설명한 모델의 중심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중소기업 주도의 비용절감형 기술개발의 경우, 대기업이 기술개발노력을 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중간재의 생산비용 자체의 절감, 혹은 그 중간재의 사용 시 필요한 원료비용의 절감 등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온전히 중소기업의 몫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양쪽의 인센티브를 고려할 필요 없이, 중소기업에게만 열심히 연구할 인센티브를 주면 충분하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비용절감의 경우 기술개발 결과 얼마나 비용을 절감하게 되었는지 그 값이 정확히 나온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2010년 포스코의 지원하에 머드건에서의 기술개발을 이루어낸 (주)고려금속은 월 21톤의 머드사용량 절감을 이루어, 총 36600,0000원의 비용절감효과를 이루었다.(동반성장위원회, 『대・중소기업 성과공유제 추진사례』)) 이 경우, 중소기업의 인센티브를 담고 있는 변수로 ‘대기업의 이익’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비용절감 크기’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대기업의 이익’은 대기업이 들이는 다른 노력, 경기변동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뒤섞인 결과로 중소기업의 노력에 대한 정보가 희석되어버리지만, ‘비용절감 크기’는 순수하게 중소기업의 노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비용절감형 기술개발’형의 경우에는 성과공유제를 적용하는 것이 더 유리한 이유이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노력에 대한 정보가 희석되어버린 ‘대기업의 전체이익’이 아닌, 중소기업의 기술개발노력에 대한 정보다 고스란히 살아있는 ‘비용절감분’ 에 비례하도록 보상해 주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고려해야 할 인센티브가 중소기업 쪽에만 있으므로, fixed rent contract의 형태를 취하여 중소기업에게 full incentive를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물론, 중소기업이 위험기피적일 경우,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중소기업이 위험중립적이라고 가정한다.) 즉, 비용절감의 크기가 X라면, S(X)=X-k형태의 보상을 해주는 형태의 성과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k는 기술절감의 결과에 상관없이 대기업이 챙기는 몫으로 해석하면 된다. 기술개발 성공여부가 확률적으로 주어질 것임을 고려한다면, 실현된 X의 값에 따른 S(X)=X-k가 중소기업의 Participation Constraint(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계약관계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약식)에 위반될 확률이 유의수준 이하가 되도록 하는 k가 설정될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성과공유제 하에서는 비용절감을 이루어낸 정도가 중소기업이 챙기는 이익에 100% 반영된다. 즉, 중소기업이 비용절감을 1억원 더 해내면 1억원 더 받는 것이고, 1억원 덜하면 1억원 덜 받는 것이다.
한편, 대기업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노력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비용절감에 따라 매 기 만큼의 추가이익을 챙길 수 있는 반면, 기술개발노력에 따른 비용 은 일회성임을 고려하면, 대기업 입장에서도 성과공유제에 참여할 유인이 충분하다.
또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노력이 unobservable함에 따라 중소기업이 기술개발노력에 따른 비용을 과대 보고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제기 또한 성과공유제에 해당사항이 없다. 성과공유제에서는 사전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기술개발에 들어가게 될 비용 및 (비용절감크기에 대한 기댓값)를 가지고 경제성을 평가하여 계약하는 것이다. ‘실제 기술개발비용’을 실제로 기술개발에 들어간 비용, ‘사전 기술개발비용’을 사전 계약 시 중소기업이 책정한 비용으로 구분하여 표기한다면, 대기업이 지원해주는 비용은 정확히는 ‘실제 기술개발비용’이 아니라 ‘사전 기술개발비용’인 것이다. 그러나 ‘사전 기술개발비용’을 과대보고 할 경우, 대기업의 성과공유제 참여에 대한 유인 자체가 떨어진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사전 기술개발비용’을 필요한 이상으로 함부로 크게 잡을 수 없고,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중소기업은 그저 X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최적의 기술개발노력을 들이게 되는 것이다.

4. Conclusion
먼저 앞서 설명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관계에서 중소기업에게 요구되는 기술개발의 유형은 두 가지로, 하나는 ‘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기술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비용 절감’형 기술개발이다. 첫째, ‘최종생산물의 가치 향상(혹은 차세대 제품개발)’형 기술개발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자 모두의 기술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쪽에 인센티브를 나누어주어야 한다. 또한 기술개발의 성과를 최종재의 수요 변화 혹은 그에 따른 판매수입의 변화로만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최종재 판매에 따른 판매수입이나 순이익을 양쪽에 선형으로 분배하는 것이 최적의 sharing rule이 된다. 단기실적 위주로 평가받는 실무자들에 의한 납품 단가 후려치기가 만연한 현 기업환경에서, 협력이익배분제는 이러한 linear sharing rule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된다. 둘째,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비용 절감’형 기술개발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관여하지 않는다. 또한 그 성과를 ‘비용절감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노력에 대한 정보가 희석되는 최종재 판매수입이나 순이익 보다는, 정보가 그대로 살아있는 ‘비용절감분’으로 계약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할 대상이 중소기업뿐이므로, 비용절감분을 underlying variable로 하는 fixed rent contract를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걸 실현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제도가 바로 성과공유제이다.
성과공유제의 경우 그 시행방안이 단순하여 즉각적인 정책 도입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실현된 비용절감분 X에 대하여 S(X)=X-k의 fixed rent contract를 짜기 위해선, 중소기업의 participation constraint를 위반하지 않는 수준의 만 설정하면 된다.) 반면 이익공유제의 경우, 이익공유의 비율을 정부가 계산하여 확정해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익공유제가 많은 대기업들의 반대표를 얻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그 방향성 자체는 분명히 옳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각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이익공유제를 도입하려는 생각만 있다면 적절한 sharing rule을 찾아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Franchiser와 Franchisee들이 각기 자신들에게 적합한 linear sharing rule을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찾아간 것처럼 말이다. 현재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대기업들은 전자 ․ 자동차를 비롯한 몇몇 분야에 있어 세계를 주도하는 위치에서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한발 더 빠른 제품 기술 혁신과 가격경쟁력 확보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자연히 대기업 제품기술 혁신 혹은 가격 경쟁력 확보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이 절실하다. 이제 각 대기업들은 최적의 이익 공유비율을 계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협력이익배분제를 외면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유도해 낼 수 있는 협력이익배분제의 원리와 그 실효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협력이익배분제를 수용하되, 현재는 0인 이익공유비율(s*)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과정을 통해 최적의 공유비율을 찾아가야 할 때이다.   

APPENDIX 1. Model
('Romano, Richard (1994): "Double Moral Hazard and Resale Price Maintenance", RJE'논문에서 Franchiser-Franchisee 관계가 아닌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관계에 맞도록 변수 의미를 재정의하고 약간 변형하였음.)  





APPENDIX 2. Examination on the Meaning of s* through simple numerical example
(여기에 사용된 simple numerical example은 앞서 언급된 'Romano, Richard (1994): "Double Moral Hazard and Resale Price Maintenance", RJE'의 논문을 다루었던 김선구 교수의 2011년 2학기 '미시경제학 특수연구' 강의에서 차용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