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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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31일 일요일

Observing Unobservables


    요즘 계약 경제학 수업시간에 정보 비대칭 문제 중 하나인, 감춰진 행동(Hidden Action) 혹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 경제학 연습 시간에는 실증 분석에 있어서의 식별(identification)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예전에 읽었던 논문 중 이 두 가지를 결합한 재미난 논문이 있어서 소개하려 합니다. 우선, 제목부터 매우 흥미롭습니다. “관측 불가능한 것을 관측하다(Observing Unobservables).” Dean KarlanJonathan Zinman이 쓴 이 논문은 신용 시장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역 선택 문제, 도덕적 해이 문제)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식별해 낸 실증분석 논문입니다. 그 전에 먼저 신용 할당(Credit Rationing)’ 문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합시다.

 
1. 신용할당(Credit Rationing)
    신용할당이란 대출시장의 불완전성에 기인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시장에 형성된 이자율이 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지 못해 현행 대출 이자율 하에서 단지 일부 차입자들만이 필요한 만큼의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는 역선택 문제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고 도덕적 해이 문제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먼저 역선택 문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1. 역선택 문제(Adverse Selection)
    먼저 시장에 안전한 유형과 위험한 유형의 두 유형의 잠재적 채무자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각 유형의 채무자들은 투자를 하기 위해서 L 크기의 채무를 져야 한다고 가정합시다. 또 채무자는 각 투자에서 수익 흐름이 발생한 경우에만 채무 상환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때 안전한 유형의 채무자들은 투자를 할 경우 R>L 크기의 수익을 항상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합시다. 한편 위험한 유형의 채무자들은 투자를 할 경우 p의 확률로 R’>R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1-p의 확률로 0의 수익을 얻는다고 가정합시다. 이제 마지막으로 대부자는 채무자의 유형을 관측할 수 없고 딱 한 명에게만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대부자는 이자율을 어떻게 책정해야할까요?
    먼저, 대부자가 안전한 유형에게 대출을 해 줄 경우 책정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이자율을 생각해 봅시다. 안전한 유형의 경우 1의 확률로 R-(1+i)L만큼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대부자가 책정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이자율은 i(1) =R/L-1이 됩니다.
그렇다면 위험한 유형에게 대출을 해 줄 경우 책정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이자율은 얼마일까요? 위험한 유형의 경우 평균 수익은 p[R’-(1+i)L]+(1-p)[0]이므로 이 경우 대부자가 책정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이자율은 i(2) = R’/L 1이 됩니다.
앞에서 우리는 R’>R을 가정했기 때문에 i(2)>i(1)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 위험한 유형의 잠재적 채무자의 지불용의 이자율이 안전한 유형의 잠재적 채무자 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이제 대부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봅시다. 먼저, 대부자가 i(1)의 이자율을 책정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두 유형의 잠재적 채무자 모두 대출을 신청하겠죠. 이 때 대부자는 잠재적 채무자의 유형을 관측할 수 없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대부자의 입장에서는 1/2의 확률로 대출 신청을 한 사람이 안전한 유형이라고 생각하고 1/2의 확류로 위험한 유형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한편, 만약 대부자가 i(1)보다 더 높은 이자율을 책정한다면 오직 위험한 유형만 대출을 신청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안전한 유형의 잠재적 채무자의 최대 지불용의 이자율은 i(1)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부자가 i(2)의 이자율을 책정할 경우, 그의 기대 이윤은 profit(1) = p(1+i(2))L-L이 되고 이자율 i(1)을 책정할 경우, 그의 이윤은 profit(2) = 1/2i(1)L+1/2[p(1+i(2))L-L]이 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p<R/(2R’-R)인 경우, profit(1)>profit(2)이 되어 대부자는 낮은 이자율 i(1)을 책정하려 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위험한 유형의 잠재적 채무자가 충분히 위험을 선호하여(수익이 날 확률이 충분히 낮아서) 따라서 윗 그래프와 같이 신용할당 문제가 일어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1-2)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
    이제 다른 문제인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이를 위해 앞의 경우와는 달리 다음을 가정해 봅시다. 이번에는 잠재적 채무자가 한 명이고, 이 채무자는 L만큼을 대출하면 f(L)의 수익을 내고, 0만큼을 대출하면 A의 수익을 낸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이 채무자가 대출할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f(L)-L(1+i) >= A. 따라서 대부자는 이자율 i가 위 조건을 만족하도록 책정하려 할 것입니다.
   이제 N기간 문제로 확대하고, 채무자가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고 가정합시다. 만약 채무자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다면 채무자는 다시는 대출을 할 수 없다고 가정합시다. 만약 채무자가 첫 기에 디폴트를 선언하면 채무자가 얻을 수 있는 이윤은 f(L)+(N-1)A가 되고, 채무자가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는다면 그의 총이윤은 N[f(L)-L(1+i)]이 됩니다. 따라서 채무자로 하여금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N[f(L)-L(1+i)] >= f(L)+(N-1)A의 식이 만족이 되어야 하고 이를 다시 표현하면 f(L)-N/(1-N)*L(1+i) >= A가 됩니다. 이를 위에서 구한 f(L)-L(1+i) >= A의 식과 비교해 보면, 다음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대출 크기가 줄어들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부등식 제약을 비교함으로써 디폴트 위험이 있을 때는 이자율도 더 낮아질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채무자가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면, ,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다면 주어진 이자율에서 대출 공급량에 비해 대출 수요량이 초과하는 신용 할당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기 논의를 통해 우리는 역 선택 문제와 도덕적 해이 문제 모두 신용할당 문제를 발생시킬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디폴트할 확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최대 지불용의 이자율이 높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채무자가 채무 불이행을 했을 때, 그것이 역선택으로 인해 초래된 것인지(, 안전하고 수익률 낮은 프로젝트를 선택함으로써 초래된 것인지) 도덕적 해이(전략적으로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을 한 것인지)에 의해 초래된 것인지 구별할 수 없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두 문제를 구별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각 문제의 정책적 처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먼저 신용 할당이 역 선택에 의해서 발생한 부분이 더 크다면, 이 문제를 채무자 유형의 선별(screening)”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하고, 도덕적 해이에 의해 발생한 부분이 더 크다면 이 문제를 전략적 채무 불이행을 막는 관점에서 접근해야하기 때문입니다.

 
2. 관측 불가능한 것을 관측하는 것(Observing unobservables)
    그렇다면 우리는 이 두 문제를 어떻게 식별해낼 수 있을까요? KarlanZinman(2009, Econometrica)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창의적인 실험을 생각해 냅니다. 그들은 임의적(randomly)으로 선발한 남아공의 잠재적 채무자들에게 각각 임의적인(random) 이자율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메일을 보냅니다. 처음에 제시 받은 이자율로 대출을 신청한 사람들(표본 57533) 중 임의적으로 절반에게는 실제로 계약을 할 때는 매우 낮은 이자율을 제시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똑같이 높은 이자율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상기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의 식별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똑같이 낮은 이자율로 대출 계약을 맺은 사람들 중 높은 이자율을 제시 받고 대출 받으러 온 그룹 과 낮은 이자율을 제시 받고 대출 받으러 온 그룹의 대출 상환률을 비교함으로써 역 선택 문제를 식별해 낼 수 있을 것이란 거죠.
    또한, 처음에 높은 이자율을 제시한 메일을 받고 대출 신청을 하러 온 잠재적 채무자들 중 실제 체결한 계약의 이자율이 낮은 그룹과 실제 체결한 계약의 이자율이 똑같이 높은 그룹의 채무 상환률을 비교함으로써 도덕적 해이 문제 여부를 식별해 낼 수 있습니다. 이 두 그룹의 채무자들은 모두 같은 이자율을 제시받고 대출을 신청했으나 실제 대출 신청을 할 때 임의적으로(randomly) 다른 이자율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두 그룹의 채무 상환율 차이를 도덕적 해이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똑같은 이자율을 제시받고 똑같은 이자율로 계약을 체결한 잠재적 채무자들에게 임의적으로(randomly) 동태적인(Dynamic) 대출계약(, 미래의 이자율이 이번 기의 상환 여부에 의존하는 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또 그룹을 나누었을 때 두 그룹의 채무 상환률을 비교함으로써도 도덕적 해이 문제를 식별(identify)해낼 수 있습니다. 이를 표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정보 비대칭 문제를 식별해 낼 수 있는 것은 처음에 제시한 이자율(offer interest rate)과 실제 체결한 계약의 이자율(contract interest rate)을 다르게 설정한 것과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방법에 있습니다.
    여기서 실험한 남아공의 경우에는 역 선택 문제보다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더 유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겠죠?

3. 마무리
    지금까지 우리는 신용할당(Credit Rationing)문제와 이 문제에 있어서 역선택 문제와 도덕적 해이 문제를 식별해내는 창의적인 실험 디자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는 보통의 경우 관측할 수 없었던 문제를 창의적인 방법(게다가 전혀 어렵지 않은!!!)으로 관측하려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의 문제점은 식별의 비용이 크다는 점, 그리고 일반화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남아공에서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더 유의미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겠죠. 그러면 우리나라의 경우 역선택 문제가 더 심한지, 아니면 도덕적 해이 문제가 더 심한지 알기 위해서는 비슷한 RCT를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비용이 만만치 않겠죠. 그러나 최소한 이 두 문제를 구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접근인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RCT에 의존하지 않고도 이 두 문제를 구별하는 분석을 어떻게 시행할 수 있을지, 혹은 또 다른 불완전한 시장에서 이 두 문제를 구별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일 것 같습니다.

4. 참고문헌
Dean Karlan, Jonathan Zinman(2009), "Observing Unobservables: Identifying
   Information Asymmetries With a Consumer Credit Field Experiment",
   Econometrica, 77(6), pp.1993-2008
Frederico Finan, Global Poverty and Impact Evaluation, 2011, Lecture Note
 

2013년 3월 30일 토요일

모두가 경제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살아온 지도 어언 3년차. 그동안 대한민국 제일의 경제학부에서 최고의 은사님들께 다방면의 경제학적 접근방식을 배워왔다. 내 짧은 소견에 경제학은 아름다운 예술작품처럼 비춰져 왔다. 쉽게 이해하기 힘든 현란한 수식들, 그리고 그 복잡함 속에 숨어 있는 간단 명료한 직관, 그리고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결론. 애덤 스미스가 경제학의 기틀을 잡은 이후 2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천재들의 헌신으로 쌓아온 드높은 상아탑은 분명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일 것이다.
 
  그런 내 개인적인 감상을 떠나서, 상아탑 바깥으로 나가 경제학 전공자로서 명함을 내밀 때면 늘 무언가 기대에 가득찬 시선을 받기 마련이었다.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경제학이란 뭐랄까 원피스라도 숨겨둔 보물 지도 같아 보이는 모양이다. 지난 몇 년 간 세상 사람들은 경제 공부에 열광해 왔다. 몇 년 전까지 베스트셀러 서가에서 내려올 줄 모르던 지금 당장 경제공부 시작하라라는 책을 굳이 예로 들 것도 없이 그정도는 누구나 어렴풋이나마 인지하고 있는 트랜드였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도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어린 마음에 경제학이 갖고 있는 신비스런 아우라에 이끌려 경제학을 전공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때의 솔직한 심정으로는 경제학을 공부하면 세상의 진리에 어느정도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세상의 부()가 움직이는 법칙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물론 이 말도 꽤나 돌려 말한 셈이다) 너무 작은 표본이긴 하지만 내가 살면서 만난 가장 많은 경제학 무지자집단, , 군대에 있을 때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 나를 보며 경제학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느 자산, 혹은 어느 주식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냐고 물어보곤 했다. 농담 조로 나중에 내 돈 좀 맡아서 크게 불려달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사실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인지하는 경제학의 범위는 그정도일 것이다. 경제 돈 잘버는 기술 자산 투자, 이정도로 요약하면 적당할까?
 
  물론 내 공부가 부족한 탓도 있었겠지만, 사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전공자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무 것도 없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럴 때마다 돈버는 게 생각처럼 그리 쉽지 않으니 그런 거 하실 때 조심하세요...’라고 기어들어가듯 조심스레 말하곤 했던 것이다. 스스로 인정하기에 조금 슬프긴 하지만, 사실 그정도는 경제학의 수요 공급 곡선도 잘 모르는 사람도 할 수 있는 말이다. 아마 그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으레 에이, 그래 너혼자 잘먹고 잘살아라!’ 라고 말했던 걸 보면 말이다.
 
  한때 경제공부에 미쳤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꼈던 심정이 나와 얼마나 다를까? 물론 읽은 책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시절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라는 책도 함께 있었다) 제대로 된 경제 서적으로 경제학의 기초를 익힌 사람들이라면 결국 나와 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경제학을 공부해서 애초에 기대했던 큰 수확을 거둬들일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다고 본다. 첫째, 경제학의 달인이 되어 노벨상을 수상한다. 둘째, 그럴싸한 경제학 서적을 써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셋째, 경제학을 잘못 이해하고 어설프게 들어간 투자가 우연히대박을 내 벼락부자가 된다. 요약하자면 천재, 사기, 천운’, 셋 중 하나라고 할까? 하지만 내게 경제학으로 잘사는 법을 묻는 비전공자들에게 엄청 똑똑하거나, 말을 엄청 잘하거나, 운이 엄청 좋으면 되요~’라고 얘기하면 그들이 그걸 진담으로 받아들일 지는 조금 의문이다.
 
  사실 그래도 경제학을 공부하고 나면 부가 어디로 모이는지 정도는 어렴풋이나마 인지할 수 있게 된다. 경제학이 이론을 전개하는 대부분의 시장인 완전경쟁시장에선 특정 한 자산의 수익률 널뛰기가 단기적으로 랜덤워크를 따른다. 영원한 고수익은 없고, 영원한 저수익도 없다. 그리고 그 수익률의 변동은 예측 불가능한 영역에 들어간다. 하지만 완전경쟁시장이 아닌 곳에선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완전경쟁시장의 가정을 깨뜨리는 3대 조건, 정보의 비대칭성, 독과점, 외부효과가 존재하는 시장에선 조금은 직관적인 예측이 가능해진다. 정보 우위에 있는 경제 주체가 더 많은 이득을 가져갈 확률이 높고, 독과점 하에서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으며, 외부효과가 존재할 때 경제 법칙에 어긋나는 결과를 예상해볼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특정 자산의 수익률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된다. 우습게도 경제학이 가정하고 있는 가장 기초적인 가정들을 완화시킬 때 경제학이 비로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학문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런 부문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어설픈 조언은 하지 않는다. 누구 물 한번 먹어보라고 일부러 하는 말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 많은 세월을 살아보진 못 했지만 그래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을 들어보자면 세상 사람들이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더 똑똑하다는 것이다. 내가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때 즈음에는 대부분 이미 상황이 종료돼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형성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까? 정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가에는 이미 현대·기아차 그룹의 내수시장 독점력이 반영돼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FTA 등의 시장 개방으로 인해 내수 시장에서 독점력이 약화되는 것과 반대로 미국·유럽 등지에서 수출경쟁력을 얻게 되는 사실도 반영돼 있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출경기가 부진한 것도 반영돼 있으며, 연기금 등의 거대 기관 투자자의 투자 흐름으로 인한 기업 가치 변동과 상관 없는 주가 변동도 반영돼 있다. 그 외에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고급 정보들도 소수의 큰 손들에 의해 은연중에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정량화 하기 어려운 각종 요인들이 시장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의해 자연스레 균형을 찾아간다. 수많은 전문 투자자들이 나름대로의 탁월한 방법을 이용하여 각종 요소들을 계량화하고 그를 통해 주가의 추이를 예상해보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할수록 주가의 움직임은 더욱 더 첩첩산중으로 빠져들 뿐이다.
 
  이야기가 잠깐 산으로 갔는데, 여기서 다시 한 번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현대·기아차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글쎄, 잘 모르겠다!’라는 답을 내릴 수밖에 없는 건 중간에 복잡한 설명 과정을 생략하면 전공자나 비전공자나 별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차이점을 들자면 아마도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감히 투자할 엄두를 못 낼 것이고 비경제학을 모르는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투자할 용기를 낼 수 있으리란 전망 정도랄까?
 
  잠깐, 그럼 경제학을 공부하는 게 아무 짝에 쓸모 없다는 결론으로 흘러가는 건가? 내 개인적인 소견으론, 적어도 일반인 수준에선 그렇다. 두 가지만 알면 된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묻는다면 첫째, 여러 가지 복잡한 요인이 얽혀있어 어떻게 될지 잘 몰라요, 라고 답한다. 둘째, 그냥 냅두면 시장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해결할 겁니다, 라고 답한다. 이렇게만 답해도 경제학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아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 여기서 강세는 첫째 답변이 아니라 둘째 답변에 있다. ‘Let it be’. 경제학을 아무리 연구하고 탐구해도 이 이상의 진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물론 그 답을 내릴 때까지 중간 과정이 생략돼 있긴 하지만 결론은 마찬가지니 읽어봐야 머리만 아픈 복잡한 일들은 몰라도 상관 없을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학을 공부하려 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재산을 유지하고 증식시키는 데 경제학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가정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 학문적인 흥미로, 상식을 쌓기 위해서, 기타 등등의 이유로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나는 할 말이 없다. 다만, 경제학이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물론 경제학을 공부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조금 더 넓어질 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새로운 부동산 정책에 의해 집값이 폭락하고, 남유럽에 재정위기가 터지고 미국 재정 적자가 심화될 때 그에 대해서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보다는 할 말이 더 많을 것은 분명하다. 또 그 사태의 전망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주관적 확률 분포를 가지게 될 것이고, 그에 걸맞게 자신의 자산을 더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확률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일부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 대중이 가지고 있는 자산 규모라는 건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다. 자산 관리보다는 차라리 부채 관리가 더 의미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니 경제학이 설령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마법의 학문이라 할지라도 투입 대비 산출이 떨어질 수 있다. 하물며 경제학의 실상이 그게 아니라면 오죽하겠는가. 그런 복잡한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겨버리고 (전문가는 위험 관리 측면에서는 그나마 좀 낫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차라리 경제학을 공부할 그 시간에 파트 타임으로 일해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들이는 게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

2013년 3월 23일 토요일

시간이 돈으로 바뀌는 곳 - 소셜 네트워크 게임 속 세상


들어가기에 앞서 - 가벼움에 대한 변명

반갑습니다. 이번에 새로이 집필진에 합류하게 된 pheww라고 합니다. 저는 다른 집필진들과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경제학을 전공으로 삼고 경제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다른 분들과는 달리, 공학도의 길을 걷다 최근 한 모바일 게임 회사의 게임 기획자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곳에 합류하기 까지, 아니 이 글을 올리기 전까지도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 곳은 제가 글을 쓸 만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까지 저는 공학과 기술을 공부해왔습니다. 영화나 음악, TV나 게임과 같은 문화 컨텐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이었고, 제가 경제학 전공자들과 함께 글을 쓰며 어울리게 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제가 다른 분들처럼 깊이 있는 경제학적 담론을 펼친다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제학 블로그에서 가장 경제학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관심을 쏟고 있는 이 세계, 마치 경제학과 동떨어져 보이는 이 비현실적인 세상에서 조차 정말 뜻밖에도 경제학이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고, 이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어떤 경제학적 관점을 제시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분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따라서 제가 쓰는 글은 게임, 영화, 음악, TV, 소설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 그리고 공학 분야에 집중될 것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또한, 제가 쓰는 글은 별 한 개도 달기 아까운, 0개짜리의 아주 쉬운 글이 될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제 글의 깊이와 주제에 대해 실망하실까 봐 미리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시간이 돈으로 바뀌는 곳 - 소셜 네트워크 게임 속 세상

2011년에 공개된 영화 '인 타임'은 시간을 새로운 화폐의 단위로 삼고 있는 미래 지구의 모습을 선보여 관객들을 매혹한 바 있습니다. 비록 영화의 완성도 그 자체는 참담한 수준이었지만 '미래에 우리 인류가 사용하게 될 화폐는 금속이나 종이 따위가 아닌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라는 발상은 많은 관객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영화 '인 타임'.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쁘고,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잘 생겼고, 영화의 소재도 매력적이지만, 영화의 완성도에서 너무도 아쉬움이 남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간은 돈이다' 따위의,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격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세상에 왕왕 존재해 왔습니다. 이미 우리들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시간을 돈과 같이 소중히 하고 있구요. 하지만 엄밀히 말해, 시간은 아직 화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세상의 '시간'은 화폐의 기능 - 교환의 매개수단(재화나 용역의 구입에 사용되는 지불수단), 가치척도의 기능(상품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 가치의 저장수단(구매력을 보관해 주는 역할) - 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시간이 정말 돈이라면,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은 이 글을 위해 얼마의 돈을 사용하고 계신 걸까요.)

하지만 이미 우리 주변에 시간을 화폐처럼 - 엄밀히 말해 시간을 진짜 화폐처럼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 사용하는 세상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분들께서 이런 세상에서 활동하고 있구요.

바로 소셜 네트워크 게임 (Social Network Game, 이하 SNG) 속 세상입니다.

(지금의 페이스북과 징가가 존재하는데 일조한 대표적인 SNG, '팜빌')

사실 최초의 SNG들은 유저들 간의 의사소통을 강조하는 아주 단순하고 가벼운 게임들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점 진화(?)를 거듭하며 (아무래도 페이스북과 징가, 그리고 전설적인(?) SNG '팜빌'의 역할이 컸지요) 지금과 같이 단순한 의사소통의 공간을 넘어서 무언가를 짓고 만들고 생산하고 판매하고, 심지어 싸움까지 벌이는 좀 더 '복잡한' 장르로 거듭나게 됩니다.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SNG. 왼쪽 사진은 SNG를 통해 엄청난 매출을 기록한 핀란드의 게임 개발사 Supercell의 대표작 'Clash of Clans' 'Hay Day')

이렇게 SNG들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며 대표적인 성공 장르로 발전하는 동안, 다양한 SNG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특징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주목하는 SNG의 가장 큰 특징은, SNG 세계 속 시간과 화폐, 그리고 현실 세계 속 시간과 화폐가 서로 아주 재미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SNG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유저들이 '노력'만 한다면 더 많은 게임 머니를 벌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노력'이란, '게임에 유저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가'를 뜻합니다. , SNG들은 유저들에게 더 자주, 더 오랫동안 게임에 접속해 있길 희망하며, 유저들이 게임에 투자한 시간은 게임 머니로 환전됩니다.

유명한 SNG 가운데 하나인 '타이니팜' 얘기를 잠깐 해 볼까요. 앞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유저들이 SNG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장 빠르게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게임에 자주 접속하는 것입니다. '타이니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타이니팜'에서 화폐를 획득하는 가장 주된 방법은 자신이 키우는 동물들에게 모이를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화폐의 양은 동물들의 성장시간에 따라 다릅니다. 성장시간이 짧으면 모이를 더 자주 줘야 하고, 성장시간이 길면 모이를 덜 자주 줄 수 있습니다.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이 게임 머니로 '환전'되어야 한다는 SNG의 특징에 따라, '타이니팜'은 가장 성장시간이 짧은 동물들로부터 시간 당 가장 많은 화폐를 획득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결국, 유저들이 이 게임에서 개발자들이 예상하는 것 이상의 돈을 벌기 위해선, 가장 성장시간이 짧은 ''을 집중적으로 사육해야 합니다. 

(타이니팜의 모습. 이렇게 귀엽게 생긴 닭이나 양을 떼거지로 키워야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유명 SNG '룰 더 스카이'의 돈벌이 시스템 역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룰 더 스카이' 역시 '타이니팜'과 동일한 규칙, , 생산시간이 짧은 건물들을 많이 지을 수록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규칙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생산시간이 가장 짧은 집이나 풍차를 잔뜩 지어놓는 모습은 '룰 더 스카이' 속 흔한 유저들의 풍경 가운데 하나가 되어 버렸습니다. 

('룰 더 스카이'의 섬은 풍차와 집으로 도배되기 일수. 가장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 비법이지만, 유저들의 자율성을 해치고 획일화를 강요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위 두 게임에서 언급한 '성장시간' '생산시간'은 정확히 현실 세계의 시간과 일치하며, 이것이 모든 SNG들이 가진 또 다른 공통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게임 내 시간과 현실 시간의 흐름이 일치하지 않던 기존의 게임들과는 구분되는 점 이구요. 

(유명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시티의 모습. ‘심시티세계의 시간은 현실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흐르고, 이것이 일반적인 '게임 내 시간'의 특징입니다.)

'성장시간' '생산시간'의 존재하고, '시간'들이 현실시간과 동일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크게 2가지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됩니다. 하나는 자신의 시간을 (혹은 잉여력(?))) 게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화폐를 획득하는 것입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게임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의 패턴을 게임 내 생산 시간(혹은 성장 시간)에 맞추게 될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게임에 접속할 여유가 되는대로 게임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틈틈이 게임에 접속해 화폐를 획득하고, 다음 번 게임 접속 때까지 남은 시간을 예상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생산물을 선택합니다.



1. '타이니팜' 내에 표기된 작물들의 생산 골드량 

2. '타이니팜' 속 작물들의 단위 시간 당 생산 골드량. 생산 시간이 짧은 작물일 수록 단위 시간 당 생산 골드량이 많습니다. 결국, 1분짜리 작물인 '알파파'를 죽어라 심는 것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이때, 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유저들이 후자와 같이 행동하길 바랍니다. 유저들은 자신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게임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다양한 성장시간(생산시간)을 지닌 건물이나 동물을 유저들에게 제공해 선택의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설사 다양한 성장시간을 갖고 있는 '타이니팜'의 동물들과 다양한 생산시간을 갖고 있는 '룰 더 스카이'의 건물들을 다양하게 선택하는 유저들의 경우라도, 자신의 접속 주기에 맞는 '농작물'을 선택해 주기적으로 농작물을 수확함으로써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게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3. '타이니팜' 속 작물들의 성장시간

(물론 이 성장시간(혹은 생산시간)을 어느 정도 간격으로 맞출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왜냐면,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유저들의 게임 접속 빈도가 줄어들어 유저들이 게임에 쉽게 무관심해질 것이며, 반대로 시간이 너무 짧아지면 게임의 접속 빈도가 늘어나면서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도가 빠르게 쌓여갈 것입니다. 참고로 '아이러브커피'를 위시한 최근 SNG들은 생산시간을 되도록 짧게 잡고, 생산시간 중간중간 유저들이 개입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만듦으로써 게임의 접속 빈도를 높여 계속 게임을 플레이 하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기획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간단히 가볍게 틈틈이 즐기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SNG가 점점 '힘든' 게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여기선 게임 접속 빈도에 대한 얘기는 중요한 논제가 아니니 이쯤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

하지만 SNG를 즐기는 유저 대부분은 게임 내 숫자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생산 시간 대비 화폐 획득량을 따지기 보다는 이 동물 혹은 건물이 얼마나 많은 돈을 자신에게 안겨다 주느냐에 더 신경 쓸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막상 높은 돈을 벌 수 있는 건물을 지어 놓고선, 건물 생산이 끝날 때 까지 넋 놓고 기다리게 되는 '답답함'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유저들은 생각합니다.

'이 답답하고 지루한 시간'을 내가 살 수 있다면 좋겠다!'

SNG에서는 이 '시간'을 살 수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의 '현금'으로 말입니다. ''이 곧 '시간'이고, '시간'이 곧 '' SNG의 세계에서, 유저들은 실제 돈을 통해 기다리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을 번다는 것은, 결국 더 빨리 더 많은 게임 내 화폐를 획득함을 의미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SNG는 시간을 게임 머니로 환전하는 시스템에 지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니팜' 내 현금 화폐인 벨의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SNG 2가지 이상의 화폐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최소 하나는 대체로 현금을 환전함으로써 획득하게 됩니다. '대체로' 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이러한 형태의 화폐를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에도 조금씩 얻을 수 있지만, 그 양이 워낙 한정되어 있고, 유저들이 약간 모자라다는 느낌이 들만큼만 이런 화폐를 게임 내에 유저들이 획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SNG 개발의 핵심 사항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SNG 속 세상에서도 다양한 화폐가 존재하고, 따라서 이들 사이에는 체계적인 환율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른 게임들과 구분되는 SNG 환율 시스템의 특징은, '시간'에 대해 환율 가치가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 시간에 대해 현금 가치를 매겨놓고, 유저들이 이 시간을 현금으로 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간'의 가치로부터, SNG 내에 등장하는 모든 물체들의 생산(혹은 성장) 시간들과 그 생산 시간에 따른 물체들의 가치가 결정됩니다.

이러한 '시간' '화폐'의 관계는 SNG 장르가 추구하는 가장 독특한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아니 거의 모든 SNG들은 무료입니다. 아니, 무료인 것처럼 보입니다만, 사실 이들은 유저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당하여 유저들이 하염없이 기다리게 만든 뒤, 이것을 유저들의 현금과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인 타임' 속 거대 독점 기업들이 생존 시간을 담보로 소비자들과 거래를 하듯이 말입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래곤베일 짝퉁 '우파루마운틴'의 모습. 많은 분들께서 위와 같은 '즉시 완료' 버튼을 목격하셨을 겁니다. 대부분의 SNG들이 저 '버튼'으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저 버튼을 터치하는 순간, 게임 세계에서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앞선 시간대에 살게 될 것이고, 더 많은 게임 내 화폐를 획득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의 지갑은 조금 가벼워지겠지만요.)

물론 '인 타임' 속 거대 독점 기업들은 '시간' ''을 일치시키고, '시간'을 독점함으로써 영생을 누릴 기회를 가지게 되며, 이로부터 엄청난 폐착을 불러일으킵니다 (돈 없어도 굶어 죽긴 하지만요.) 하지만 SNG를 만드는 게임 개발자들은 유저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줍니다. '여러분의 현금과 시간을 교환하여 게임 머니를 늘릴 텐가요?'라구요.

선택은 결국 유저들의 몫이므로, 게임 개발자들을 탓할 순 없는 노릇이죠. 게임 내에서,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자신의 현금을 통해 획득한 '시간'이 결국 유저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다 준 셈이니까요. SNG에서 유저들 간의 '소셜'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주된 특징입니다. 따라서 자신과 함께 공생하며 경쟁하고 있는 다른 유저들을 앞서게 되고 다른 유저들보다 더 빨리 게임 내 목표를 쟁취한 데서 얻게 될 승리감과 그로부터 누리게 될 뿌듯함을 돈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게임이라는 매체가 태초부터 지니고 있던 가장 본질적인 존재 이유 - '돈과 즐거움을 교환한다' - 와 일치합니다.

팜빌은 지금의 징가가 존재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되었고, ‘클래시 오브 클랜은 핀란드 회사 수퍼셀에 어마어마한 부를 안겨다 주었습니다. ‘타이니팜은 컴투스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번 게임이 되었고, ‘룰 더 스카이는 스포츠 캐주얼 게임 전문회사 JCESNG 전문회사로 탈바꿈 시키는데 일조 했구요. 결국 '시간'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환율 시스템이 지금과 같은 SNG 장르의 부흥기를 일으키며 게임 회사들에게 막대한 이윤을 안겨다 준 셈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수 많은 게임 기획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엑셀 시트를 열어 놓구선, '시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재화에 화폐 가치를 매기는 중입니다.


ps. 부족한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