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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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7일 목요일

사회연대은행 소개 및 봉사활동 수기(1)

 지난 발표에서 잠깐 언급했던 바 있는 "사회연대은행"에서 봉사활동을 한지 어언 2주가 지났습니다. 월수금 오전 10시 ~ 오후 5시, 각종 잡무를 보조하면서 눈동냥 귀동냥으로 우리나라의 소액신용대출 실태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은 사회연대은행에 대한 간단한 소개, 특히 MC 사업에 대해 들은 이야기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을지로 3가 인성빌딩 7층에 위치하고 있는 사회연대은행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을 롤모델로 하여 자영업 지원을 통한 우리나라의 저소득층, 빈곤층 구제를 목표로 하는 단체입니다. 사회연대은행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1. Microcredit(MC 사업): 선진국형 MC 사업에 가까우며, 자영업 창업지원자금을 공급하고, 지속적인 사후관리(RM)로 사업의 지속과 발전 및 채무 완전 상환을 도모합니다.

2. 학자금 전환대출 사업: 제2, 3 금융권에서 고금리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들, 혹은 한국장학재단 심사에서 떨어져 신규학자금 대출처를 찾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리 3%의 저렴한 금리로 학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입니다.

3.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사회적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및 컨설팅 업무도 수행합니다.

4. 마이크로 크레딧 교육: 마이크로 크레딧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사업을 수행합니다.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가 MC사업이다 보니까 업무시간과 식사시간에 짬을 내어 관련 질문을 드리면서 이런저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MC 사업의 가장 큰 난관은 상환율을 높이기 위한 사후관리라고 합니다. RM 팀은 채무자들이 운영하는 모든 점포를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사업 현황을 체크하고 경영 컨설팅을 해줌으로써 채무자들의 자활을 돕고, 상환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무담보임에도 70~80%의 상환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상환율"이 총대출액의 70~80%가 상환되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총채무자의 70~80%가 대출을 완전상환하고 있다는 것인지 그 의미가 불분명해서 다시 여쭤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 말씀을 해주신 김쌤은 후원금을 따내기 위한 홍보를 주로 담당한다고 하셨습니다. 은행법에 의한 정식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명도 "은행"이라는 단어를 포함하지 않는 "함께 만드는 세상"을 사용하고 있는 사회연대은행은 마찬가지 이유로 수신 업무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모든) 재원이 기부와 후원으로부터 충당되고 있습니다. 김쌤도 기업 후원을 따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이 상환율을 높이기 위해 취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Group Lending"입니다. 채무자 5명을 한 그룹으로 만들어 그 그룹에게 대출을 해주는 방식을 말하며, 오가작통제와 약간 유사한 면이 있지요. 하지만 사회연대은행은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방글라데시에 비해 경제적 수준도 높고 도시화가 많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채무자들을 지역 기준으로 묶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호 감시 및 채무상환 독촉을 유도하기에는 각각의 사업주 분들이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인 탓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회연대은행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업후원이 많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많은 홍보를 통해 이름과 사업성과를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획홍보팀 분들이 동분서주하고 계시지만 홍보의 결과로 늘어나는 것은 후원보다도 대출요청이라고 하니 사회연대은행의 가치-사회연대은행의 대출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를 느낄 수 있는 대목임에도 홍보의 목적달성 차원에서는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회연대은행 대표님께 사회연대은행의 자립노력에 대해서도 여쭤보았습니다. 예금을 받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셨으며, 정계에 어느 정도의 로비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는 듯 했고, 큰 열의가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업후원을 더 따내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사회연대은행이 시중 은행처럼 자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신 건 또 아닌 듯 했습니다.

 조만간 RM분들이 컨설팅 차 피지원업체 방문을 하실 때, 함께 갈 기회가 생길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을 받아 창업하신 "무지개가게" 창업주 분들의 관련 서류를 전산화하는 작업을 하면서(1000호 점 넘게 있음) 우리 주위에 가슴아픈 사연을 가지신 분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었습니다. 저축은행에서 고금리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학생신분임에도 매월 5~60만원의 이자를 부담했던 분의 방송 인터뷰 촬영도 직접 참관할 수 있었구요. 슬프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학이 보듬어야 할 분들의 현실에 조금은 더 가까이 가본 듯한 느낌이 들어 뿌듯합니다.




P.S: 서류 전산화 중, 방대한 서류를 치밀하게 준비하신 분들의 미상환종결 비중이 유의미하게 큰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맞춤법도 엄청 틀리시고, 서류도 부실한 어르신들은 성실하게 상환을 하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적어도 교육수준이 신용등급 산정에 유의미하게 반영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현재 어떤지는 모르지만요).

P.S 2: 궁금하신 점 댓글로 달아주시면 관계자 분께 질문해서 최대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P.S 3: 곧 등록기간인데요. 사회연대은행의 학자금 대출 조건 정말 좋습니다. 주위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들어하시는 학우가 계시다면 사회연대은행에 문의해보라고 권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13년 2월 3일 일요일

우리, 커피 한잔하며 최적조세율을 도출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지 않겠소?


여러분, 램지(Frank Plumpton Ramsey)라는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재정학, 혹은 거시경제학에서, ‘주어진 재정수입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정부가 왜곡조세(distortionary taxation)를 사용할 때 사회 효용의 감소를 최소화하는 최적 조세정책은 어떤 형태를 갖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문제를 우리는 Ramsey problem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여기서 찾은 답은 Ramsey plan이라고 부르고요. 그리고 램지라는 이름은 경제 성장론에서 또 한 번 등장합니다. 바로 Ramsey’s model(혹은 Ramsey-Cass-Koopmans model)이라는 용어로요. 

사실 저는 요즘 탈세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물론 진전은 전혀 없습니다. 때문에 이 주제에 관련된 논문들을 틈틈이 프린트만 해읽어보고 있는데요, 작년 봄 학기에 수강하였던 대학원 거시과목에서 Ramsey problem이라는 용어로 처음(사실 학부 거시 책에도 램지라는 이름은 나옵니다, 최적조세정책을 배웠으니까요. 하지만 기억에 없네요)접한 이 이름을 최근 읽은 논문들에서 Ramsey’s model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다시 접하고 나니 이 Ramsey라는 분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 그의 뒤를 한번 밟아 보았습니다. 

F. P. Ramsey(1903-1930)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며, 경제학자입니다. 그는 Trinity College, Cambridge에서 수학을 전공하였고, John Maynard Keynes의 지지 하에 King’s College, Cambridge의 교수가 됩니다[1]. 이곳에서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Ramsey는 Keynes와 Arther Cecil Pigou의 요청(?)으로 세 편의 경제학 논문, Truth and Probability(1926), A Contribution to the Theory of Taxation(1927), 그리고 A Mathematical Theory of Saving(1928)을 쓰게 되는데요, 이 세 편의 논문은 각각 경제학의 세 분야, the theory of expected utility and of decisions under uncertainty, Public finance, 그리고 Economic growth의 발전에 크나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2]. 하지만 만성 간 질환을 겪고 있던 그는 1930년, 수술이 잘못되어 26세의 나이에 요절하게 되고, 안타깝게도 그의 연구는 거기서 멈추게 되지요. 

만약 그가 1930년에 죽지 않았다면 현대 경제학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있을까요? P. G. Duarte의 연구에 따르면 그는 그렇게까지 경제학에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1928년 A Mathematical Theory of Saving을 Keynes에게 제출하며 Keynes에게 보내었던 편지에서 그는, “Of course the whole thing is a waste of time as I’m mainly occupied on a book on logic, from which this distracts me so that I’m glad to have it done. But it’s much easier to concentrate on than philosophy and the difficulties that arise rather obsess me.”[2]라고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남긴 세 편의 논문이 경제학에 준 영향과, 그의 옆에 Keynes와 Pigou가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현대 경제학의 모습이 지금과는 매우 달라졌으리라는 상상에 매우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진지한 경제학 공부에 발을 들여놓으려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렇게 수학, 혹은 물리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경제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준 경우를 하나 둘 씩 보다보면, “나도 수학을 전공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나 먼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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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올 봄에는 새 옷을 차려입고 꽃과 함께 24동[3] 주위를 배회해볼까 합니다.




[1] http://en.wikipedia.org/wiki/Frank_P._Ramsey
[2] Duarte, P. G., 2009. Frank P. Ramsey: A Cambridge Economist. History of Political Economy
[3] 24동은 필자가 수학하고 있는 학교의 수학과 강좌가 주로 열리는 건물의 번호입니다.

2013년 2월 2일 토요일

보이지 않는 계급, 갑을관계.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읽은 기사입니다. (갑의 횡포에 서러운 을치사해서 못다니겠어” <한겨레 2013.1.31.>http://www.hani.co.kr/arti/economy/working/572055.html) 우리나라 조직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갑을관계(을의 입장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기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저는 갑을 관계조직의 위계 질서에서 상위에 있지 않지만, 거래나 그 외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상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상위에 있는 것과 같은 압력을 행사하는 관계라고 규정하고자 합니다.

갑을관계는 우리나라의 조직에서는 흔히 보이는 현상입니다. A를 갑, B를 을의 위치에 있다고 할 때 AB가 겉으로는 동등한 직급/관계임에도 (더 심한 경우는 A가 직급상 B보다 낮음에도) AB를 업무상의 이점을 이용해 업무상으로나 업무에 관계 없이 자신의 편의대로 흔드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물론 갑을관계라고 해서 항상 을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갑에 당하기만 하지는 않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을이 갑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형성되는 것이 갑을관계이겠지요.

실제로 그래서 노동시장에 신규 취업하거나 중간에 이직을 하는 경우 소위 갑질할 수 있는 직장이 다른 직장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을 얻는 것도 사실입니다. 갑질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을의 설움은 피할 수 있는 직장을 찾게 되고. 또 서로 다른 조직이 아니더라도 같은 조직 안에서도 맡은 업무의 종류 부서의 소위 파워에 따라 얼마든지 갑을관계는 형성될 수 있습니다.

제가 외국에서 살아 본 것이 아니라 외국도 노동시장에 갑을관계라는 것이 이렇게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렇게 언론에 나올 정도로 문제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다면 갑을 관계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완화시킬 수 있는가를 한 번 생각해 봄직 할 것 같네요.

제 생각에 갑을 관계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한 번 갑()이면 계속 갑()’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공통지식(common knowledge)처럼 되어 있고, 또 그게 어느 정도는 실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갑의 입장에서는 지금 갑질을 좀 해대더라도 나중에 을이 (갑질을 당한데 대한) 보복을 할 것이라 크게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갑질을 한다는 거지요.

일단 사회적으로 갑을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오늘은 내가 저 사람보다 갑이더라도, 내일은 내가 을의 입장이 될 수 있다라는 일종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갑을 모두에 형성된다면 갑을 관계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아무리 무한기간 반복되는 게임이더라도 내가 다음 기에도 그 다음 기에도 계속 갑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면 갑질은 현재부터 계속되겠지요. 하지만 내가 내일 갑일 확률이 더 낮아진다면, 그래서 섣불리 갑질했다가 다음기나 그 다음기에 곱절로 보복당할 때의 기대보수가 크다면 오늘 함부로 갑질을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내가 오늘 갑()이더라도 내일은 을()일 수있는 노동시장이 되려면 그 만큼 갑과 을의 변화가 지금보다 잦아야 할 것이고, 그럼 조직 내 상하의 교체 뿐 아니라 조직내 수평적 이동, 그리고 조직간 이동(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일수록 갑을관계는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러니까 노동시장에서 직종내 또는 직종간 수직/수평 이동을 더 활발하게 만들어야한다!’라는 주장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특히 어떤 갑을관계를 표시할 수 있는 지표 내지 갑을 관계의 존재를 통계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그러한 직종들의 직종내/직종간 이동성을 높일 수 있다면 갑을관계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갑을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갑을관계가 정말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문제라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분 계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