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환영회식사

2013년 4월 17일 수요일

Homo Economicus에 대한 고찰 (2) : 소득분배에 있어서의 homo economicus에 대한 고려

2. 분배에 있어서 Homo economicus의 문제
 
   지난달에는 경제 정책에 있어서의 Homo economicus의 문제를 살펴보았는데, 이번 달에는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조금 추상적인 수준에서 분배에 관한 Homo economicus의 이슈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2.1 분배와 관련된 다소 철학적인 이슈들
 
   분배와 관련된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논의이지만, 쉽게 지나치게 되는 이슈는 바로 어떠한 분배가 바람직한 분배인가?”라는 가치판단의 영역에서 던져지는 질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바람직한 사회적 분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바람직한 분배인지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가치판단의 문제로부터 어느 정도 중립적인 위치에서 homo economicus의 행동을 분석하는경제학의 영역 밖에 있는, 상당히 철학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분배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는 소득 분배와 관련된 경제학적 논의의 근간이 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그동안 경제학에서 많이 다루어지지 못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경제학적 분석은 기본적으로는 가치판단에서 중립적이기 때문에, 어떠한 분배 상태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답은 제시할 수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치판단의 틀 위해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배 상태가 homo economicus들로 이루어진 경제 안에서 실제로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경제학의 영역에서 분석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배의 기준을 제시하더라도, 그것이 homo economicus들로 이루어진 경제 안에서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면, 그러한 소득 분배의 기준과,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은, “안드로메다은하에 여행을 다녀오겠다.”라는 주장만큼이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우리가 어떠한 분배 상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더라도, homo economicus로 인한 제약들로 인해, 그러한 상태에 도달하거나, 비록 도달하더라도그러한 상태를 지속시킬 수 없다면, 그러한 이상적인 상태는 그저 유토피아적인,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는 상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2.2 공산주의적 분배 이루어질 수 없었던 환상
 
   1990년대 초 구소련의 해체로 대표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똑같이 나누어 갖는구조로 알고 있는공산주의 경제체제의 실패는 지극히 이상적으로 생각되지만, homo economicus의 제약으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분배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똑같이 나누어 갖는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 사상에서의 분배구조는 겉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이상적인 분배상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incentive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는” homo economicus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열심히 일해도 그 대가가 보장되지 않는 공산주의 시스템 하에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사회 전체의 생산성의 저하로 이어져 사회의 발전 동력을 잃어버리게 만들었고, 결국 더 이상 이와 같은 유토피아적인 분배 구조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공산주의 경제체제의 붕괴에서 알 수 있듯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분배 구조를 이루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하게 된 경우, 경제적 불안정성 증가로 인해 분배 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권은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로의 이행과정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적 불안정성의 증가는 빈부격차를 급속하게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마치 무리하게 어떤 일을 밀어붙이다가 실패할 경우 그 타격이 훨씬 큰 것처럼, homo economicus의 현실 속에서 실현이 불가능한 분배 구조를 이루려고 시도할 경우, 이러한 시도는 필연적으로 실패하게 되며, 이러한 실패는 분배구조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2.3 소결

   분배의 문제는 경제학에서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이지만, 분배 문제의 근본에 자리 잡고 있는 어떠한 분배 상태가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은 경제학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경제학에서 분배의 문제를 완전하게 다루기에는 분명 어려운 측면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경제학의 가장 근간을 이루는 homo economicus의 가정은 철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어떠한 분배 상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될 때, 그러한 분배 상태가 과연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를 알아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소련 경제체제의 붕괴는 homo economicus적 특성을 간과한 유토피아적분배는, 현실적으로 지속될 수 없으며, 그러한 체제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분배의 문제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옴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떠한 분배 상태가 이상적으로 생각된다고 해서, 무조건 그러한 분배 상태를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homo economicus의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것인지 냉철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댓글 5개:

  1. 같은 주제를 연이어 탐구하는 프로젝트 좋다고 생각합니다.^^ 픙요와 완전한 결과의 평등의 동시달성 말고 경제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분배적 이상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답글삭제
  2.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
  3.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
  4. 좋은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분배 문제에 있어서 시장 경제와 총체적 계획경제 사이의 줄다리기는 말씀하신 것 처럼 오랜 역사적 실험 끝에 후자의 취약성이 명백하게 드러난 것 같습니다. 흔히 인터넷에 떠도는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로 불리는 유머 짤방만 보더라도 극명하게 느낄 수 있지요^^;

    하지만 문제는 항상 그 애매한 경계에서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 사회에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국민연금 문제나 기초생활 보장제도 혹은 경제 민주화 같이 양 극단의 절충적인 영역에서는 그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따져보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
  5. 글 잘 읽었습니다. 첨언하자면,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치는 일부 교수님들 같은 경우는 "공산주의가 완전하게 정립되면, 그 안에서 개인의 선호도가 점차 바뀌게 되고, 그에 따라 인센티브 없이도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대다수가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인센티브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라는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야 현재 시장자본주의 체제에도 소수 존재할 것이고, 공산주의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그러한 '인센티브 없이 신나게 일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좀더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경험적으로 그런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결국 많은 이들의 '이기적 동기' 를 억누르고 선호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세뇌만이 가능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개인의 효용 상실분이야 말할 것도 없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