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환영회식사

2014년 2월 22일 토요일

대불황과 미국 노동시장

논문 준비하면서 데이터로 그림 몇 개 그리다가
이왕 그리는거 한 번 정리좀 해보자...라고 하다가
이왕 정리하는거라면 블로그에도 몇 자 적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게시합니다.

무슨 아이디어나 생각을 정리한 건 아니구요, 그냥 데이터로 한 번 그려보니 이렇게 나타나더라....라는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되겠습니다.

제 논문 주제는 2007~2009년 미국 금융위기 (요새는 1930년대 대공황 The Great Depression에 비견해 대불황, 곧 The Great Recession이라고들 많이 지칭합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실직된(displaced) 가구의 노동소득 손실에 대한 배우자의 (자기 보험적) 노동 공급 문제에 관한 실증분석입니다. 더 이상의 내용은 1급 비밀이라 적을 순 없지만 아직 초고 작성 단계라 자세한 내용을 적을 수는 없지만 (그리고 적을 내용도 없지만ㅠㅠ) 대강 주제는 저런거구요....데이터는 미국의 노동패널인 PSID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단 2007~2009년 미국 대불황시기 노동시장에 대한 (최근에 나오기 시작한) 연구들을 간단히 요약하면 '대불황 땜에 노동시장 망했ㅠㅠ' 입니다.
실업률도 급증했고 실업에 빠진 이들의 실직 기간도 길어졌고, 특히 그 노동시장 여건 악화의 피해는 성별/교육/경제력/인종 등에 있어서의 minority group에서 더 강했던 것으로 나타나더군요. 예를 들면 여성/저교육층/빈곤층/흑인...
그리고 그 노동시장 여건 악화의 패턴이 앞선 다른 미국에서의 불황시기 모습과 흡사하다...라는군요.
비교적 최근의 사건이기 때문에 아직 연구가 많이 된 바는 없지만 그래도 Working paper 형태로 조금씩 나오는 모양입니다. 좀 더 알고 싶으신 분은 학술적인 논문은 아니지만, 하버드의 노동경제학자 L.Katz가 의회 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증언한 글이 있으니 찾아보시면 될 듯 합니다. (http://scholar.harvard.edu/lkatz/publications/long-term-unemployment-great-recession)

사용한 데이터인 Panel Study of Income Dynamics(PSID)는 대충 설명드리면 미시건 대학(University of Michigan)에서 1968년부터 현재까지 조사하고 있는 패널데이터입니다. NLSY와 더불어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노동패널데이터로 노동, 인구, 교육 등의 실증적 문제에 많이 적용되는 패널데이터입니다. 최초 원데이터에는 SRC샘플과 SEO샘플이라는 두 가지 샘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간에 라틴계 샘플이 추가되었다가 빠지기도 했고, 이민자 샘플이 추가되지만 일단 이 샘플들은 제 연구분석대상은 아닙니다.) SRC는 1968년 미국 센서스 데이터로부터 랜덤하게 뽑은, 그러니까 1968년 미국 인구 전체를 대표하는 샘플이고, SEO는 1968년 당시 미국에서 빈곤선 아래에 있던 저소득층을 대표하는 샘플입니다. 흔히 앞에 것을 Census sample, 뒤의 것을 Poverty Sample이라고 부릅니다 여튼...조사 기간은 1997년까지는 매년조사였는데 이후에는 격년조사로 바뀌었군요. 이유는 연구예산 부족....(ㅠㅠ) 조사년도의 데이터는 그 이전연도의 관측치입니다. 예컨대 2011년 데이터는 2010년에 인터뷰해 얻은 정보라는 뜻.

일단 이 글에 쓰는 데이터는 다음 조건을 충족하는 관측치들입니다.

1. PSID 전체 가구 샘플에서 유배우자 샘플
2. 나이는 25~70세
3. 최소 3회 이상 연속적으로 관측

그림을 보겠습니다. 추세선은 평균, 빨간색 막대기는 95% 신뢰구간입니다.

유의할 것은,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PSID는 저소득층 샘플에 대해 과대대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아래 그림들을 살펴보시면 좋겠군요. 만약 이를 보정해 미국 전체 인구를 대표하는 통계량을 얻고 싶다면 Census Sample만 추려서 보거나, 연도별로 각 개인(가구)이 미국 전체에서 대표하는 비중을 계산해 놓은 횡단면 가중치를 적용해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만 일단 여기서는 전체적인 추세만 한 번 보죠.





위에서부터 가구주 근로소득, 배우자 근로소득, 가구 총소득 그래프입니다. (변수의 가용함에 따라 적용된 연도가 좀 다릅니다.) 모두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은, 명목 변수인데 가구 총소득의 경우 2009년에서 2011년 데이터로 넘어가면서 오히려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남성) 가구주 연간 총 근로시간과 (여성) 배우자 연간 총 근로시간입니다. 주목할 점은 2009년도 데이터에서 남성 가구주의 연간 총 근로시간이 급락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1983년도에도 남성 가구주 연간 총 근로시간의 급락이 보이는데, 이 시기는 2차 오일쇼크 이후 불황기입니다. 반면 여성 근로시간의 경우 2007년 데이터에서 정점을 찍고 감소추세이군요.

위의 그림들이 (3개의 조건들로 걸러낸) PSID 전체 샘플로 본 데이터이고
아래는 그 중 제 주요 관심대상인, 2009년 데이터에서 가구주가 외생적인 이유로 실직한(Displaced) 이들에 관한 그림입니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2008년에 실직경험 있는 남성 가구주들) 순서는 위와 같습니다.




남성 가구주 근로소득은 2003년부터 하락세인데, 재밌는건 배우자 근로소득은 오히려 상승세이군요. 가구 총 소득의 경우 2009년에 오히려 jump하는걸 볼 수 있는데 이건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할 것 같네요. 95% 신뢰구간의 길이로 봐서는 뭔가 outlier가 있거나 측정오차를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2009년에 실직을 경험한 남성 가구주의 연간 총 근로시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2009년에 근로시간의 급락이 관측되고...


이들의 배우자의 총근로시간은 가구주의 실직(Displacement)이 일어난 2009년 데이터보다 한 기수 앞에서 노동시간의 증가가 관측되고 이후 하락세를 보입니다. 

ps. 다만 2009년 실직한 이들에 대한 관측치는 머언~ 앞 시기로 갈수록 관측치가 적어져서 보시다시피 신뢰구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 








2014년 2월 3일 월요일

빚에서 빛으로

기사링크: '떡국 대신 라면으로' 설 쇠는 체불 노동자들


 얼마 전 마음이 아픈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포근한 설을 보내는 동안에도 이 기사가 문득 문득 떠오르더군요.

 기사의 박 씨가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주민등록이 말소'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민등록 말소란 무엇이며, 이는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2009년 10월에 폐지된 무단전출 직권말소제도는 주민등록 상의 주소와 실제 주소가 일치하지 않거나 주소가 불명확한 사람들의 주민등록을 읍/면/동사무소에서 직권으로 말소할 수 있는 제도였습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몰래 종적을 감추는 경우 채권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읍/면/동사무소에서 채무자의 주민등록을 말소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한편 2010년 10월부터는 '주민등록말소자'들이 일괄적으로 '거주불명등록자'로 신분이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박 씨는 정확히 말하면 '주민등록말소자'가 아니라 '거주불명등록자'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새로운 제도로 '거주불명등록자'들은 선거권과 각종 사회보장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었으나, 주민등록등본/초본 발급 등 일부 서비스는 여전히 제한됩니다. 물론 일정한 거주지가 생기면 이들은 1~10만원의 비용으로 '재등록'할 수 있습니다.

 박 씨가 체불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를 구비할 수가 없어서입니다. 그렇다면 왜 '재등록'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우선 집이 없어서겠지요. 가까운 친척이나 사회복지기관에 거처를 마련하기도 어려운가 봅니다. 어쩌면 폭력적인 불법 추심이 두려워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년 거주불명등록제도 도입은 훌륭한 발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거주불명등록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법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다 더 개선할 때가 아닐까요? 국민행복기금의 비용과 편익은 따져 보아야 알겠지만, 이 기금 덕택에 일부 거주불명등록자들이 '재등록'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거주불명등록자들이 많이 남은 것을 보면 행복기금의 사각지대도 상당했나 봅니다. 박 씨처럼 일을 해서 가정의 재기를 꿈꾸는 사람들의 법적이 권리를 찾아주는 일이 국민행복기금보다 더 효율적이고 공평하며 지속가능한 가계부채 정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거주불명등록자들의 권리를 늘리는 것은 크게 보면 채권자의 채무자의 '계약'에서 채무자가 받을 수 있는 최악의 '결과'가 너무 나빠지지 않도록 그의 책임 한도(liability limit)을 축소하는 것이겠습니다. 직관적으로, 효과는 대출의 사회 전체적 규모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작용하겠지요. 현재 가계금융이 완전히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사회복지를 축소시키겠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가계 대출이 일어나고 있다면,  사회복지가 증대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추측으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환 가능성을 지나치게 낙관하여 과도한 가계 대출이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문단에서 말하는 '사회복지'란 현재 거주불명등록자 신분인 사람들의 복지개선과는 별도로, 미래의 잠재적인 채권자/채무자들의 복지를 말합니다.

 간단한 문제 제기로 2014년 첫 글을 시작합니다.

 (제 글에 잘못된 정보나 논리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