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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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3일 목요일

골치의 비극

 '경제 개혁'이 시대의 화두인가 봅니다. 인터넷 토론방에는 사람들이 저마다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네요. 그에 맞춰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느라 바쁩니다. 그 중 하나가 지난 12월 1일 발효된 '협동조합 기본법'입니다. '협동조합'이 '기업'과는 또다른 성격의 '생산자'로 대한민국 경제에 주연으로 설 수 있는 제도적 가능성을 마련한 것이지요.

 '협동조합기본법'에 대해서는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 잘 설명이 되어 있어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www.makehope.org/4071

 저는 '협동조합은 따뜻하고 기업은 차갑다'는 이미지에 근거하여 협동조합에 너무나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 건강한 다양성을 불어넣을 실마리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밥이랑 국만 먹고 살던 사람들에게 배달된 밀가루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람들은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계란에 버터에 설탕을 넣어 밀가루를 반죽합니다. 아직은 몰라요. 망하면 빵 굽는 데 들인 수고만 아까울 수도 있고, 잘 만들면 앞으론 '후식이 있는 삶'을 살게 되는 거지요.

 그럼 사람들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요? 저라면 빵 굽는 것이 밥 짓는 것과 어떻게 다르고, 그래서 무엇을 주의해야 할 지 생각해 볼 것 같아요. 그렇게 내린 결론은 누군가에게 다소 거북하게 들릴 수 있는 주장입니다. 바로 경제적 '공동체'가 오래 지속되려면 어느 정도  '참여'에 대한 의무와 '탈퇴'에 대한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협동조합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난달 죽순처럼 솟아난 협동조합들이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학교에서 여러 동아리를 거치면서, 마음이 씁쓸했던 적도, 스스로 반성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바로 '무관심' 때문이지요. 동아리에 재미있는 행사가 있을 때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정작 필요할 때 동아리 일을 내 일처럼 여기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공유의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의 공유재는 바로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숙고' 쉽게 말해 '골치아프기'입니다. '숙고'의 비용은 사람들이 흔히 무시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상당히 큰 것이니까요. 공동체의 어떠한 명시적/암묵적 제도가 불편할 때,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새로운 제도를 고안하고 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기존 제도를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체에서 조용히 탈퇴하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비용이 적게 드는 두 번째 대안을 선택하곤 합니다. 그런데 주변 상황이 늘 변화하기 때문에 어떠한 공동체이든지 처음 만들어진 제도가 끝까지 효율적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제도를 개혁할 생각을 하지 않고 하나 둘 공동체를 빠져나간다면 결국 그 공동체는 살아남기 어렵겠지요. 그렇다고 '탈퇴'를 선택하는 개인을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요즘 대학 학생회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도 이런 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동체의 미래를 논하는 회의 참여를 의무로 하고, 탈퇴에 패널티를 부과한다면 이런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의 참여를 의무로 하는 것은,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숙고'의 기회 비용을 낮추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 시간에 '공동체에 대한 고민' 대신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의 다른 모든 재미있고 중요한 일들'에서 '공상'으로 그 범위가 대폭 줄어드니까요. 한편 '탈퇴'에 부여하는 패널티는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그리고 공동체 자체에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리라 봅니다.

 협동 조합 중 성공적인 모델로 주목받는 '몬드라곤'에 대한 책을 읽다가 두 가지 사실이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모든 조합원은 총회 참석에 대한 권리 뿐 아니라 의무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은퇴 전에 조합을 탈퇴한다면 지분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아무쪼록 새로 태어난 협동 조합들 모두 멋지게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댓글 2개:

  1. 잘 읽었습니다. 우리네 사는 인생 속에서 공유지의 비극이 초래하는 문제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시스템적인 해결책은 차치하고, 일단 저부터 조금이라도 더 손해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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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일부 국가의 경우 선거권 행사를 법적인 의무로 하고, 정당한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벌금을 매기는 제도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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