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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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7일 월요일

가격 경쟁/가격 차별은 시장 실패?

  오늘부터 66일간 이동통신 3사가 순차적으로 영업 정지(신규·번호이동 가입자 모집 금지)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는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입자에게 과다 보조금을 준 이동통신사에 대해 영업 정치 처분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선뜻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과다'한 보조금이 국민에게 어떤 해가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신사간의 과열 경쟁을 제한'한다고 하는데, 과열 경쟁이 소비자에게 어떤 해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이동통신사들 중 일부가  '과열' 경쟁으로 도산할 위기에 처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과점 시장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국가가 주도적으로 경쟁을 제한하고 카르텔을 형성해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래서 관련 법률을 제안한 의안원문을 찾아 보았습니다. 2012년 10월 24일에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의안 원문에 따르면 해당 법률의 제안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안이유
현재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는 전체 인구의 105%에 달하고 있음. 과포화 시장 상황에서 이동통신사들은 과도한 마케팅과 보조금 경쟁으로 무리하게 가입자 유치를 벌이고 있음. 이는 이용자들로 하여금 빈번하게 핸드폰을 교체하게 하여 과소비를 부추기고, 가계 통신비 증가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음. 특히, 최근 특정 휴대폰 단말기의 리베이트가 100만원(보조금은 70~80만원)에 육박하는 등 초과열 상황 이 반복되는 비정상적 시장상황으로, 단말기 구입 시기에 따른 이용자차별이 극대화 되는 등 선량한 이용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음. 이에 이동통신사의 과도한 보조금 지원을 적정한 수준으로 규제하고 위반 시 과징금을 부여하도록 하여,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되는 보조금 경쟁을 방지하고자 함. 또한 선량한 피해자를 줄이는 정책과 더불어 이통통신 요금 고지서에 단말기 할부금을 합산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이른바 ‘공짜 휴대폰’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려는 것임.
납득이 되시나요? 저는 안됩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듭니다:
"이는 이용자들로 하여금 빈번하게 핸드폰을 교체하게 하여 과소비를 부추기고, 가계 통신비 증가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음."
-> '과소비'를 어떻게 정의하죠? 각 소비자들이 최적 선택을 하고 있지 않다고 믿을 만한 근거는 있나요?
 "최근 특정 휴대폰 단말기의 리베이트가 100만원(보조금은 70~80만원)에 육박하는 등 초과열 상황 이 반복되는 비정상적 시장상황으로"
-> 가격이 많이 저렴해지면 '비정상적 시장상황' 인가요? 그럼 '정상적'인 시장상황은 뭐죠?
"단말기 구입 시기에 따른 이용자차별이 극대화 되는 등 선량한 이용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음."
-> 가격 차별이 왜 문제가 되죠? 조조할인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소비자들과 휴대폰을 늦게 사는 소비자들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라도 있나요?  보조금을 받지 않고 휴대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들만 '선량'한가요?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받죠?
한편, 이 정책을 지지하는 논리 중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그럴듯한 것은 보조금 지급이 결국 휴대폰 출고가 자체를 높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출고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경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잘 모르거나 이해를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도 모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댓글 7개:

  1. 법안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해석해보면,

    ((현재 보조금은 픽쳐폰이 아닌, 스맛폰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 픽쳐폰에 비해 스맛폰은 통신비도 훨씬 비쌈))

    1) "'공짜 휴대폰'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

    = 휴대폰은 공짜라도 통신비는 공짜가 아님 & 그런데 보조금에 현혹되어서 통신비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일단 스맛폰 사버리는 비합리적인 소비를 부추길 수 있음

    (소비자가 합리적이어서 통신비 다 생각하면서 휴대폰 구입하려 하는데, 보조금 많이 나와서 좋다고 하면 할 말 없음.
    하지만, 실제로 스맛폰 구입 망설이다가 일시적 보조금에 혹 해서 향후의 통신비 충분히 고려 못하고 충동 구매-과소비-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예상)

    (또, 빚내서 통신비 내는거 아니고 일정한 예산 제약 하에서 통신비의 가치가 충분히 커서 상당한 돈 지불하는게 무슨 문제냐고 하면 할 말 없음.
    하지만, 전체 국민의 105%가 쓴다는 것에서 휴대폰이 더이상 개인 preference나 wealth에 따라 선택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재가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의식주 가격 규제하듯이 필수재인 통신비도 규제하고 싶은데, 법규상 쉽지 않음. 이에 정부는 우회적으로 보조금 경쟁이라도 규제해서 "공짜 휴대폰" 환상(통신비는 공짜가 아니므로)을 깨서 통신비 가계 부담을 줄이고 싶어할 듯)

    + to be specific, 통신사업은 이른바 면도날 장사 중 하나로, 면도기(폰 단말기)는 최대한 싸게 팔고, 면도날(통신비)을 비싸게 팔아서 수익을 올림. 현재 같은 보조금 경쟁이 지속되면, "면도기"가 공짜이기에 일단 빨리 (언제 끊길지 모르는 보조금 나올 때) 사고 보자는 소비자가 증가함. 하지만, 이는 "면도날"(통신비) 값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통신비가 큰 부담이 될 수 있음.

    게다가 우리나라 통신업계는 일종의 담합으로 통신비가 매우 높은 수준에서 안 떨어지고, 오히려 3G-4G 개선과 함께 통신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싼 보조금에 현혹되어서 "면도기"를 막 사게되면, 약정 2년 동안 엄청난 경제적 부담 안게 됨.


    2) "가격 차별로 일찍 사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높은 금액 지불"

    : 보조금 경쟁이 "과열"된 결과, 가격 차별의 정도가 매우 세져서, 출고 직후에는 보조금 경쟁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가격을 매우 높였다가 쭉 떨어뜨림. 가격이 매우 높을 때, 상황상 필수재인 휴대폰을 급하게 구입해야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 사게 되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음.

    모든 휴대폰 가격이 일제히 높은 것이 아니라, 싼 제품도 하나쯤은 있을테니 급하고 돈 없는 사람은 싼 제품 사면 되지 않냐고 하면, 할말 없음. (구린 휴대폰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져서 정보 격차 벌어진다고 반박할 수도 있을 듯?)


    3) Frame-reference point setting-의 문제로 해석할 수 있을 듯.

    조조할인은 일찍 온 사람들을 "원래 가격"보다 discount해준다니깐 문제삼는 사람 없음. 똑같은 가격이라도, "오후할증"이라고 하면 반발 클 것임. (요즘 주말 할증에 대한 불만같이)

    보조금도 "원래 가격"보다 discount로 보면 소비자로서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가격 차별 세져서 초기 구입자들에게 extra charge를 부과한다고 바라본다면 (법안 입안자는 그렇게 보는 듯), 부당해 보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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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좀 멀리 떨어진 얘기일수도 있는데, Kahneman, Knetsch, Thaler의 1986년 American Economic Review 논문보면, demand fluctuation 따라서 seller가 가격 조정하는 것이 미시 경제학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이나,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unfair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대개 buyer 입장인 국민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 국회의 일이라고 보면, 확실한 가격차별을 unfair하다고 보는 국민이 늘어나면, 국회가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물론, 단말기는 공짜라도 통신비가 통신업체 주요 수입원인 것 이해하고; 최신폰 교체에 따른 통신비 증가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미리 스맛폰 구입 계획 있던 사람에게는 보조금 경쟁이 전혀 unfair 하게 느껴지지 않겠으나,

      어리버리한데 일단 보조금에 훅해서 스맛폰 질렀다가 "예상치 못한" 통신비증가로 부담 느끼고; 보조금 나올 것 예상못하고 같은 제품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샀던 소비자는 unfair하다고 느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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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예리한 포스팅과 예리한 댓글 둘 다 잘 읽었습니다. 미니쉘님이 1번에서 소비자가 제한된 합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답해 주셨는데요, 약간 다르게 설명하자면 '정보비용'이 커지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2번에서 말씀하신 구입시기 문제와도 비슷해요) 만일 휴대폰 가격과 요금제도가 간단했다면 소비자들이 가격이라는 신호와 자신의 선호를 비교해 최저 선택을 하기가 쉽지만, 가격과 요금제도가 복잡하면 최적 선택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데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수집된 정보도 더 불확실해('정보=확률분포'로 보았을 때 분산이 커질) 지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최적 선택이 사후적으론 최적이 아니기도 쉽고(폰 사고 바로다음날부터 할인), 애초에 정보 수집을 덜 하려 할 것 같아요(인터넷 찾아보다 지쳐서 그냥 점원이 권하는 통신사와 기종구입) 통신사가 가격정책을 어떻게 책정하는지 잘 몰라 조심스럽지만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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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미니쉘님과 flyingbunny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보조금경쟁을 폐지한다면 아마 통신사들은 다른 방법으로 경쟁하려 하지 않을까요? 제가 기대하는 것은 그것이 요금제 경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보조금 경쟁보다 요금제 경쟁이 바람직한 이유는 flyingbunny 님의 말처럼 요금제에 대한 정보가 훨씬 얻기 쉽다는 것입니다. 특히 연령이 높을 수록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보조금 추이에 대한 정보수집에 익숙하지 않은데 그러한 이용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경쟁구도로 바뀌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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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니쉘님 말씀처럼, 통신사의 대부분의 수익은 단말기 판매가 아닌 통신비에서 나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통신사들 입장에서 매월 부과하는 통신요금을 "약간"만 조정해도, 수익이 엄청 크게 변하는 것이지요. 그에 반해 보조금은 큰 폭으로 조정해도 통신사들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인식하고 있듯이 통신업계는 과점시장입니다. 제가 통신사 경영진이라면 같은 양의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면, 티나지 않게 요금제를 조정하는 것보다는 엄청 큰 폭의 보조금(단말기 가격) 변화를 줌으로써, 우리는 타사보다 훨씬 싸다~ 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싶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3대 통신사 경영진 모두가 "우리 신나게 경쟁하는 척 한번 하자."라며 보조금 경쟁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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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5&oid=047&aid=0002016830

    저희가 얘기했던 바로 그 사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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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가격차별이 '요금제도를 복잡하게 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라면, 실제 소비자의 단말기 선택 및 요금제도 선택이 꼭 최적선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에 동감이 갑니다. 저와 같은 경우는, 이래저래 요금설계하는 것이 귀찮아서, 대부분 (기본료+알아서 적게쓴다) 혹은 (걍 데이터 무제한으로 생각없이 ㄱㄱ씽) 한 경우가 더 많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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