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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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9일 화요일

교육 경제론


1.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교육제도 및 커리큘럼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물질적인 인프라(예를 들어, 스마트교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인터넷 강의를 제공, 혹은 학교에서 컴퓨터와 스마트 TV등을 활용한 자료 교육을 활성화)를 구축하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적인 제도나 물질적인 인프라를 제한다면, 결국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 의 '역량강화'와 '교육동기 부여'가 교육의 질 향상에 크게 중요함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정부당국에서 특정한 목적을 추진(ex.사교육 시장의 축소, 획일적 입시제도로부터의 다변화)함으로써 교육제도나 커리큘럼이 빈번하게 변화하는 것은, 학부모나 학생들이 일정시기마다 교육제도에 맞추어 끊임없이 변화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종의 '혁신 피로감(행정학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개혁을 위한 개혁이 지속될 경우 구성원들이 이에 적응하기 위해 느끼는 피로감을 의미합니다.)' 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됩니다. 따라서 교육제도와 커리큘럼은 한번 잘 갖추어지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형태를 수립해야 할 것이지, 지속적으로 바꾸어야 할 대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질적인 인프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기술발전 등으로 인해 교육현장의 교육시설 역시 최첨단으로 유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각 학교에 배치되는 물질적인 인프라를 보게 되면 새로운 교육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구축되는 측면이 매우 강합니다. 예를 들면 학교폭력 및 성폭력 문제가 심각해지자 부랴부랴 학교마다 손톱만한 학교폭력전담상담소를 만든다던가(기존의 상담실을 그대로 활용해도 되겠습니다만.. 말 그대로 정부의 학교폭력 지침을 충실하게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으로 형식만을 갖추는 것이지요.)하는 식입니다.

따라서 물질적인 인프라를 정기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제도가 '피로감' 을 느낄 정도로 자주 변화하고, 이에 따라 물질적인 인프라도 형식적으로만 개선된다면 실제 투입되는 자원에 비해 교육의 질에 대한 성과가 충분할지는 의문입니다.

결국, 특정한 교육 및 입시제도가 잘 구축된다고 가정하고, 그러한 제도는 정기적인 수정은 필요할지언정 빈번한 개혁이 요구되지는 않는다고 가정할때, 물질적인 인프라 역시도  그 수준에 맞추어 변화하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어느 한 정태적 시점에서 지속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것은 '교사의 역량 및 교육동기의 질 quality'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교육의 질을 '지속적' 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요체로서 '교사의 역량과 교육동기 부여' 하기 위한 현재의 시스템을 점검해보고 이를 간략히 평가하겠습니다.

2. 현재 교육자로서의 인센티브


교사들이 현재의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 보다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유인동기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유인동기는 금전적/비금전적 유인동기로 크게 나눌수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교사의 '효용 utility' 을 극대화하기 위한 유인동기임을 감안하면 결국 '경제적 유인동기' 로 총칭해도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교사들의 유인동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선호경향 및 선호강도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직의 메리트는 무엇일까요?

1)경제적 수입이 안정적인 직장  --- 실제 공립학교 교사의 경우 교사 임용나이에 따라 평균 30~35년 이상 근무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교원연금도 국민연금이나 민간연금에 비해 소득대체율이 높은 편입니다. 사기업에서는 찾기 힘든 메리트죠.

2)업무의 수월성과 여가시간 --- 이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1년여간 관찰한 경험에 따르면 일반 사기업은 물론 일반 공공기관에 비해서도 업무의 수월성이 높습니다. 또한 방학(물론 아예 출근을 안하는 것은 아닙니다만..)과 6시 이전에 거의 퇴근하는 빠른 퇴근시간(물론 초등학교 한정입니다. 고등학교 교사의 경우 칼퇴근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으로 인해 여가시간도 비교적 많이 가질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보직(ex.교무 전반 업무를 총괄하는 교무부장, 교감 등)의 경우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지요.

3)교육 봉사 동기.

여기에서 '교육봉사동기' 는 크게 민간기업/일반공공기관/교직 3가지의 취업시장 중 '교직' 이라는 취업시장을 선택하기 위한 동기로서 주된 기능을 한다고 생각해 보면, 결국 교직 내에서 교사의 주된 메리트는 직업안정성/업무수월성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평균적인 교육봉사동기를 가진 교사의 경우 효용함수가 '안정성' 과 '여가시간' 등에 보다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경제적 주체일 것입니다.


3. 현재 교육기관이 설계한 유인동기 및 이에 대한 평가

현재 교직이라는 직장이 가진 유인체계 특성은(주로 공립학교 교직의 경우에 한정합니다),

1)순환근무. 즉 한 학교에 오래 있지 못하고, 정해진 지역 내에서 학교를 계속 옮기게 됩니다. 만약 현재 교사의 거주지가 충청도에 있다면, 천안->서산->공주..의 각 학교로 일정기간마다 옮기는 식이죠. 현재 한 학교에 있을 수 있는 기간은 최장 5년 정도입니다.실제로는 5년을 꽉 채우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 3~4년차에 다른 학교로 전출발령이 나게 됩니다.

2)기피보직에 대한 비금전적 메리트. 학교에서는 1년마다 새로 세부적인 업무분장을 이루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의 교무업무를 총괄하는 교무부장이나, 각 학년의 업무를 조정해야 하는 학년부장, 그리고 초등학교의 경우 6학년 담임(초등학교의 경우 6학년 정도 되면 아이들이 체격도 커지고 반항하는 정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업무난이도가 가장 높은 보직으로 꼽힙니다. 반면, 아이들이 아직 순수(?)하고 학교 물도 좀 들게 된 초등학교 2학년의 경우 가장 수월성이 높은 보직으로 꼽힙니다.)등의 경우 어떠한 유인동기도 주어지지 않는다면 선택할 유인이 없습니다. 따라서 초등 6학년 담임의 경우 다른 학교로 전출을 할때 가산점이 주어진다거나(교육환경이 좋다는 학교를 지망할때 가산점 있음) 교무부장을 거치지 않으면 교감으로 승진할 수 없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비금전적 유인동기를 제공합니다.

3)교원평가제와 교원성과급제.  성과급제야 어느 직장에나 존재하는 것이지만, 학부모님들이나 학생에 대해 정기적인 설문조사를 하고 담임이나 보직교사를 평가하도록 하여 그 성적을 교원평가에 반영하는 시스템은 타 직장과는 차별화된 평가기준이죠. 어쨌든 교직이란 공공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그 특성상 양적인 평가가 불가능하고 결국 서비스만족도를 측정해야 된다는 점에서는 일견 타당하긴 합니다만...

이러한 유인동기는 나름 타당한 점도 있으나 단점 역시 가지는데 이를 분야별로 간략하게 분석하겠습니다.

1)순환근무

순환근무는 초기에는 교사가 한 지역에 오래 머무름으로써 지역사회와 야합하는 관행(ex.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교사에게 촌지가 오간다거나..)을 제거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요즘에는 그러한 이유보다도 금전적 유인동기 없이 교사의 유인동기를 제공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학교의 기피보직을 솔선해서 떠맡고 교육서비스의 제공에 적극적인 교사의 경우, 다른 학교로 전출시 높은 가산점을 받아 보다 선호되는 학교에 배치되는 것이 가능합니다(가령 본가가 대전인 경우, 대전 주변의 학교들로만 배치되는 것도 극단적인 경우 가능합니다). 이러한 차등적순환근무는 추가적인 금전적 보상 없이 교원들이 솔선해서 교육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알뜰한 유인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순환근무 역시 단점이 존재하는데, 무엇보다도 한 학교에 4~5년간 머무름으로써 학교 학부모들의 수요파악, 당해학교가 추진하는 업무에 대해 능통해진 교사들이 4~5년마다 다른 학교로 이동해 버림으로써 축적된 인적자본의 상당부분이 쓸모없어져 버릴수가 있다는 것이죠. (물론, 학교마다 기본적인 업무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만, 학교별로 교육정책의 세부적인 업무추진 및 업무전달체계는 생각보다 유의미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초등학교의 경우 어떤 학생을 1학년부터 가르쳐 온 선생님이 있다면 그 학생이 6학년을 거쳐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 남아있어 주는 편이 학부모에게 더 신뢰가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볼때, 순환근무의 제한기간을 6년 혹은 그 이상으로 늘림으로써 교육서비스의 일관성을 보다 제고하는 것이 한가지 방도가 될 수도 있고, 현재의 순환기간을 유지하되 지속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베테랑 교사의 경우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서 당해 학교에 10년 이상 장기간 머무를 수 있도록, 순환근무를 보다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교육유인동기 및 교육서비스의 질 제고에 도움이 될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기피보직에 대한 비금전적 메리트 (특히 승진)

특히 교사들의 경우 업무의 수월성이 보다 높은 효용강도를 갖는다는 다소 전형적인 고정관념 점을 생각해 볼때, 업무배치의 유연성을 위해서 비금전적 메리트를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타 학교로의 전출' 시 메리트를 부여하는 것은 앞서 논의한 바와 같습니다. 그 외에 일부 업무의 경우 장학사나 교감으로 승진하기 위해 필수적인 커리어로 간주되고 있는데, 이는 교사들 중 승진욕심이 강한 교사들에 대해서는 큰 메리트가 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교사들에게는 실질적인 메리트가 되지 못합니다.

                                          <교사의 일반적 승진 커리어>
일반교사 -> 교무부장 -> 장학사 -> 교감 -> 교육지원청 과장 -> 교장 -> 교육지원청 국장

이런식으로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나가게 되는데, 장학사나 교육지원청 과장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보다 많은 영향력을 가지게 될 수는 있지만 교사의 업무수월성이나 빠른 퇴근시간 등의 메리트는 크게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커리어에 대해 메리트를 느끼는 교사가 적을수록 일부 중요보직은 마치 '폭탄돌리기' 처럼 간주되어서, 승진에 대한 가산점이 있다고 하여도 서로 보직을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게 됩니다.
(특히, 업무가 빡세다고 소문난 학교일수록 업무부담이 큰 보직은 오랫동안 결정되지 않는 경향이 존재하고, 이러한 경우 업무의 인수인계에도 큰 차질을 보이게 됩니다..)

결국 기피보직에 대한 메리트를 순환근무나 승진에 대한 가산점 등으로 단순화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원화된 메리트(그것이 성과급이 되었든, 혹은 연가나 병가 사용을 보다 늘려주는 것이 되었든)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기피보직에 대한 유인동기를 늘려줄 수 있을 것이라 보입니다. 이를 통해, 교육기관의 중요업무에 대한 인수인계가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결국 학교민원서비스에 대한 대응력 제고 등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3)교원평가제와 교원성과급제.

우리가 갖는 고정관념(?)과 다르지 않게, 교사들은 교원평가제와 교원성과급제에 부정적입니다. 특히 얼마 전 집계한 설문조사에서 '기타 건의사항' 에 압도적인 응답을 자랑했던 응답은 '교원평가제의 폐지' '교원성과급제의 폐지' ...등으로 나타났으니, 말 다했죠. 특히 경제적 안정성의 효용강도가 높은 교직원에게 있어 학부모 등에 의한 교원평가와 이를 반영한 교원성과급제는 이래저래 연봉의 변동성을 높여 불만스러운 제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교원평가제가 결국 대(對) 학부모서비스의 질을 높여준다는 측면(주 민원인인 학부모의 평가에 의해 이루어지므로)은 무시할 수 없고, 또한 교원역량에 따른 성과급 역시도 금전적인 보상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필요한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교원평가제가 교사의 역량은 무시한채 '인기투표' 처럼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문제입니다. 따라서 학부모와 교사가 직접적으로 대면 및 상담할수 있는 시간을 늘려, 학부모가 교사의 역량 및 품성 등을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만 교원평가제의 평가객관성이 증대될 것입니다.

또한 교원성과급제의 경우에도 학부모나 기관장 등에 의한 교원평가 이외에도, 대외적인 표창 실적 등등 가시적인 성과의 반영비중을 크게 높임으로써 객관적인 척도를 제시하게 되면, 교사가 자신의 실적에 따른 연봉을 보다 객관적으로 예상할 수 있게 되어 불확실성으로 인한 효용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굉장히 일반적인 논의에 그쳤는데 이 외에도 교사의 유인동기를 높이기 위한 유인체계나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많이 거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댓글 3개:

  1. 너무 길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 3.현재 교육기관이 설계한 유인동기 및 이에 대한 평가 // 이 부분만 보셔도 글을 이해하시는데는 무리가 없으실 겁니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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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선 학부모와 교사 상담 시간을 늘리는 의견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교사들에게 잡무가 많아 수업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실정인데, 학부모와 교사의 상담 시간을 늘리게 되면 교사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되어 수업 준비가 더 어려워지리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한편 바쁜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고요. 현재 시스템에서도 학부모나 교사 중 한 쪽이 원하는 경우 상담을 할 수 있는데, 그 이상 상담 시간을 규정으로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시적인 표창 실적을 교원평가에 반영하는 것도 저는 우려가 듭니다. 개인적인 경험만 보자면, 표창 실적이 많은 선생님들(승진을 위해 이력서를 화려하게 꾸미시는)보다 승진 욕심이 없는 선생님들이 수업의 질도 좋았고, 담임 선생님으로서 지도도 훨씬 성심성의껏 해 주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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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공립학교 교사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이야기 해보면

    얼마 전에 flyingbunny님과 교수의 정년보장(tenure)제도의 인센티브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최초 임용후 몇년 경과 후 일정 레벨 이상의 학술지에 몇 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양적 측면)하고 그 논문의 퀄러티는 해당 분야의 교내외 동료 연구자들의 평가(질적 측면)를 받아 정년 보장 심사를 하는 것으로 알아요. 테뉴어 제도로 인해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젊은 교수들의 경우 자신들의 연구역량이 가장 왕성할 시기에 굉장히 연구를 열심히 해 좋은 논문을 쓴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으로는 아무래도 테뉴어와 관련이 적은 항목에 대해서는 소홀해 진다는 점과 테뉴어를 받은 이후에는 연구 의욕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테뉴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의 테뉴어 장벽을 좀 낮추는 대신 한 번 통과하면 정년 보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7~10년 정도만 고용을 보장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즉 7~10년 마다 심사를 받되 맨처음의 심사만 현재와 같이 엄격하게 심사를 하고 다음번, 그 다음번 심사는 약간 기준을 낮춰서 한다면 어느 정도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면서도 연구자에게 지속적인 연구 인센티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물론 이 의견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예상되는 문제등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글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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