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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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3일 목요일

밝은 세상으로 오라 그대들이여!


그리스의 라가르드 리스트, 영국에서 제기된 구글, 스타벅스, 그리고 페이스북의 세금회피 의혹, 우리나라의 선박왕, 구리왕,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까지, 요즘 세계 각국에서는 탈세와의 전쟁이 한창인 듯합니다. 아니면 제가 요즘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지난 구월, 그들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지하경제에 대한 글을 쓴지 근 사 개월 만에 지하경제의 대표적 모습인 탈세를 통하여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이어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늘어난 정부 부채를 안고 있는 수많은 나라들이,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탈세억제정책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시작부터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리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그리스 전 재무장관이 라가르드 리스트에 있는 자신의 친인척의 이름을 삭제하였다는 기사) 이러한 정책의 실행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집단 자체가 탈세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이들이 자신에게 해가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크고 작은 탈세 경험 하나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탈세억제정책이 성공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세계화로 인하여 국내외 자본의 이동이 용이하다는 것일 텐데요, 이는 곧 누구든 세율이 낮은 국가를 선택하여 그곳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와 함께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 방법이 바로 역외탈세입니다. (사실 이론상으로 조세피난처의 존재는 각 국 조세제도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티부모형 (Tiebout model) 응용. 하지만 이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 힘든 이유는 자명한데요, 바로 세율의 높낮이에 따라 거주지를 옮겨 다닐 만한 유인과 능력이 있는 사람은 상위 소득계층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더불어 거주지 선택의 고려 요소 중 세율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요) 이러한 역외탈세는 그 성격상 타국에서의 탈세자의 행위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제적 공조 없이 한 나라가 해결하기에는 힘든 것이 사실이지요.

세계화와 조세피난처의 존재는 탈세 억제 정책에 또 다른 난관을 가져다줍니다. 탈세 억제라는 것은 세금을 부과할 대상이 있을 때 적용 가능한 정책일 텐데, 만약 그 대상이 더 이상 그 나라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어떨까요? 세원잠식이란 이러한 현상을 말합니다. 세계화와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각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원잠식현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요. 탈세억제정책이 강화되면 그 대상이 되는 그룹은 모국을 떠나려는 유인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정부재정은 탈세억제정책 강화 이전상태보다 나빠질 수도 있겠지요. 사실, 이런 연유에서 처음에 언급했던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정부부채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의 탈세억제정책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제 발전을 위해 탈세억제정책은 완화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이 문제는 덧셈 뺄셈보다는 국민의 의무와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대다수의 국민의 사기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접근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런 논의를 포함하여 덧셈 뺄셈을 한다면 비용측면이 더 클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요. 

최근 들어 이러한 탈세억제정책 실행에 긍정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기는 합니다. 앞서 언급하였듯,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나라들이 정부부채문제와 세원잠식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을 이행해야할 필요를 금융위기이후, 악화된 상황으로 인하여 많은 나라들이 느끼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러한 상황이 자신에게 득이 되는 나라는 많으며 이들은 아직까지 공조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이러한 수많은 난관 속에서, 탈세억제정책과 이를 통한 지하경제의 양성화, 국민들의 납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완화, 그리고 경제성장과 바람직한 복지제도의 실행,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댓글 5개:

  1.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조세 제도를 고치고 새로 예산 계획을 짤 때, 세원잠식도 예상해서 고려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 정부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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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 정부에서 추진하였던 법인세 인하의 경우, 여러가지 의미에서 세원잠식을 고려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다른 조세제도의 변화 추세에 대해서도 알아보려했지만, 아직은 어떤것을 보아야할 지 잘 모르겠어서 잠시 유보하였습니다. 이 이슈에 대해 생각하며 공부해서 알려드리도록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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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세율이 높으면 "튄다" 가 가능한 한, 자본 및 개인의 이동이 자유로운 권역 내에서는 세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기서 세율을 올려봤자 세금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으므로 세율을 올리는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되겠지요.

    탈세와 고세율에 의한 조세회피는 전혀 다른 문제이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탈세는 범법 행위이니까요.

    하지만 제 예상엔, 동일 세율을 유지하면서 기존 탈세자들에 대하여 세금 확보 노력의 강도를 높이는 것 역시 기존 탈세자들에게는 세율이 높아진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낼 것 같아요. 이게 참 슬프군요.

    결국 세금 관련 문제는 자본 및 인구의 이동성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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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실 투자, 그리고 거주지의 선택은 세율을 비롯한 각종 혜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세율의 수렴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깁니다. 하지만 세원잠식이 우려되는 세금에 대해서는 세율인상이 매우 힘들 것이라는 것은 사실이겠지요.

      그런데 하나, 이렇게 세원잠식현상만을 우려한 조세정책의 변화는 불평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할 것같습니다. 일례로, 법인세는 낮추면서 부가가치세를 높인다면 세원잠식의 우려는 해결될 수 있겠지만, 불평등도는 높아지지 않을까요? 물론 법인세가 누구에게 귀착되는가 하는 것은 더 생각해 보아야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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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이 글을 읽으실 지는 모르겠지만 (비교적 오랫동안 활동이 멈춰있는것 같아요...!!), 저는 본교 11학번 경제학부생이고.. 졸업논문을 쓸 참에 이것저것 구글링을 해보다가 정말 우연히도 이 블로그를 발견하게 되었네요. 김세직 교수님의 수업 연장선 상에서 이런 참신하고 유용한 모임을 만드셨다니 부럽습니다. 저도 이 시기에 한창 경제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왜 이런 모임에 대해 알지 못했을까요! 졸업논문은 안쓰고, 열심히 이전 블로그들을 쭉 읽어보았습니다. 정말 재미있었고, (지난 몇년간 저는 무슨 생각을 하며 경제학을 공부한다고 말하고 다녔는지 회의도 들었지만) 각자가 정말 가슴에서 우러나온 듯한 글들을 쓴것이 부럽습니다.

    다른 분들 글도 훌륭했지만, 특히 karam jo씨 글들에 공감가는 것들도 많고 관심사가 겹치는 것들도 있어 답글 한번 남겨봐요~ 지금은 졸업하신 것 같은데... 무슨 일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이정도의 열정이라면 무슨 일이든 대단하게 하시고 계실 것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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