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환영회식사

2013년 1월 14일 월요일

보편적 복지 - 선별적 복지 논쟁에 대한 짤막한 의문





  최근 우리나라에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한 논쟁이 활발했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차이는 보편적 복지는 개인의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동등한 복지혜택을 주는 반면, 선별적 복지는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사람일수록 더 많은 복지혜택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충분한 복지 수준을 보장하는 동시에 보편적 복지제도를 시행하는데에는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만약 동일한 재원이 주어진다면 보편적 복지제도를 시행했을 때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이 선별적 복지제도 일 때보다 더 적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보편적 복지제도를 지향하는 국가일수록 (유럽, 특히 북유럽 국가들) 전반적으로 세율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한 나라가 (예를 들어 한국이)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제도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필요한 추가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진보진영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소득세의 확대, 특히 고소득자의 세율을 높이는 것인 듯 합니다. 또한 이는 유럽 국가들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안이기도 하고,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매우 높은 부유세 부과제도로 유명하다고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지게 된 의문은 만약 이런식으로 재원을 충당하게 되면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차이가 실질적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로 부자 1명 서민 1명이 사는 나라에서 각각에게 25만원을 걷어서 서민에게 50만원을 주는 것과 (선별적 복지) 부자에게 75만원, 서민에게 25만원을 걷어서 두 명에게 50만원 씩 나누어 주는 것이  (부유세50만원 + 보편적 복지)무엇이 다르냐는 것입니다.

  이는 극단적인 예이지만 (아마 보편적 복지제도를 시행한다면 서민층의 세율도 조금은 올라가겠지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부유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보편적 복지는 결국 선별적 복지나 다름 없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위의 예에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무차별해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의 부작용은 위의 예처럼 돈으로 나누어주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복지제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요) 만약 실물 형태의 경제적 혜택으로 복지혜택이 주어진다면 (간단한 예로 50만원 어치 의료혜택을 준다던지) 이전에는 시장에서 자원분배기능을 수행했던 부자의 50만원어치에 대해 이제는 정부에서 수행하게 되는데서 비롯되는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분야에 대해 깊이 공부해 본 것은 아니라서 잘못된 논리를 전개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댓글 7개:

  1.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예와 같은 경우에는 복지관련 사업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꼴이 되어버리는군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때 무상급식으로 인해 논란이 무척 뜨거웠는데요. 그 때 들었던 의문점이, "부자(보수세력)가 오히려 선별적 복지를, 서민(진보세력)이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였습니다. 친구들과의 이야기에서는 정치적인 게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경제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일까요?

    답글삭제
  2. 1) 자존감이 효용에 영향을 끼치고 2) '수혜자'와 '기여자'가 뚜렷이 구분되는 선별적 복지 사회에서 '수혜자'가 되는 것이 '자존감'을 떨어뜨리며 3) 기여자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총효과(A)와 수혜자의 자존감이 떨어지는 총효과(B)와 보편적 복지로 세금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비효율(C)이 있다고 할때(모두 절대값), A-B+C가 양이라면 선별적 복지가 나을 수 있을 덧 같아요.

    결국 사회 구성원의 평균적인 효용함수모양과, '자존감'이 결정되는 요인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물론 매우 단순하게 정태적으로만 보았을 때입니다)

    한편 저는 과연 현실에서 보편적 복지가 선별적 복지보다 정말 비효율이 커질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우선 선별적 복지에서는 screening에 따른 비용이 필요합니다. 한편 모둔 조건이 동일하고 단지 보편적/선별적 복지 여부만 다르게 놓은 모형에서 선별적 복지가 더 효율적이라 나온다고 하더라고, 현실에서는 '모든 조건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답글삭제
    답글
    1. 결국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논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존감''인가요?
      제가 본 또 다른 논거로는 ''사회적 통합성''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인간의 감정 등을 배제한 기존 경제학의 논리만 가지고는 보편적 복지를 지지할 수 없는 걸까요?

      삭제
  3. 본문 내용보다는 댓글에 대한 댓글인 것 같지만, 일단 자존감이 복지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되는 것에 저는 매우 강한 반감이 듭니다. 쉽진 않겠지만 이 문제는 사람들의 의식, 그리고 행정 과정의 변화를 통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이 보편적 복지를 옹호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사실 저는 선별적 복지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한명이지만, flyingbunny님의 말씀처럼 이론적으로 선별적복지가 우월하더라도 현실에서도 그럴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어졌어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정책입안자들이 선별적 복지의 대상이 되는 그룹과 그 내용을 선택할 때 이로인한 사람들의 행동변화(인센티브 왜곡 등을 통한)등의 다차원적인 문제를 제대로 고려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roundmidnight님의 부자1명과 서민1명이 사는 나라의 예와 그로부터 도출하신 결론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답글삭제
  4. 보편적복지가 결국 보다 많은 정부세출을 필요로 한다고 가정할 경우(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을 줄이기는 어려우니), 결국 보편적복지는 상류층에 대한 누진세증가나 상속세 세원 확대 및 세율증가 등의 증세정책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세율-보편적복지확대)를 잘 설계하여 (저세율-선택적복지)제도와 설령 각 계층의 주어진 경제적 선택 하에서 정태적인 효과가 동일하도록 만든다고 해도(현재의 경제선택수준에서의 (물질적 수혜-부담)이 동일하다고 해도) 결국 동태적으로는 차이가 날 것 같네요. 글쓴분이 지적해주신 비효율성 말고도, 고소득층이 직면하는 소득에 대한 '실질한계세율' 증가로 인한 근로의욕감퇴 및 해외로의 자금유출 및 비자금 생성이라던가..

    실제로 보편적복지+높은 누진세율을 자랑했던 1980년 이전의 북유럽 국가에서 저런 현상이 만연했죠.(중산층 이하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으나, 고소득층의 근로동기 감퇴 및 해외로 재산 빼돌리기가 성행하는 등..)

    결국, 보편적인 복지제도가 일반화될 경우의 문제점은..

    1. 보편적복지가 결국 선별적 복지보다 정부세출의 크기를 증가시켜 세원확보가 요구된다면 : 저소득층에 대한 세율과 부담을 현실적으로 늘릴수는 없고, 그 대상은 중산층이나 상류층에 대한 세금을 증대시켜야 할 텐데, 제가 위에 기술한 효율성상의 문제점이 가장 크게 문제된다.

    2. 보편적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정부세출의 크기를 똑같이 유지한다면: 결국 저소득층에 대한 파이가 줄어들 수 밖에 없음.

    이렇겠군요.

    답글삭제
    답글
    1. 즉 복지제도를 아주 잘 짜서, 각 계층에 대해 평균실질세율 혹은 평균실질세부담(명목세부담 - 복지혜택수혜)을 현재수준과 동일하게 한다고 해도, '한계노동세율' 은 변화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 비효율성은 작든 크든 생겨날 것 같습니다. 다만 위에서 말씀하신 대로 수혜자 선별비용 등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겠지만요.

      삭제
  5. 1. 제 생각에는 보편적 복지가 선별적 복지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은, (글 쓰신 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조세구조를 편성한다 하더라도) 보편적 복지의 경우 해당 재화 혹은 서비스와 관련된 경제 전체의 가격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대체효과가 발생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무상의료 혹은 의료비 부담 상한제와 같은 경우, 개인의 입장에서는 의료 서비스가 공짜가 되거나, 실질 부담이 작아지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대체효과에 의한 급격한 의료 서비스 수요 증가를 가져올 수 있고, 이에 따라 정부의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는데, 이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가격기능이 사라짐에 따라 비효율성이 증가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예로 무상보육의 경우, 모든 부모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려고 함에 따라, 정작 경제적 환경 때문에 맞벌이를 해야 하는 부부의 아이들의 경우 혜택을 받기 어려워지는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또한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는, 한정된 예산이라는 제약 하에서 누구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무상급식의 경우 (비유적으로) "타워펠리스 사는 집 아이들에게도 밥 한끼, 달동네 사는 아이들에게도 밥 한끼 씩 주는게 좋은지, 아니면 타워펠리스 사는 집 아이들은 돈 내고 밥 먹도록 하고, 달동네 사는 아이들에게 점심과 저녁까지 먹게 해주는게 좋은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았을 때 제 생각에는 선택적 복지가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3. 그리고 선택적 복지보다 보편적 복지가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정치인들도 보편적 복지를 많이 주장하는 것은, (역시 비유적으로) "달동네 사는 부모들이나, 타워펠리스 사는 부모들이나 정치적으로는 똑 같이 한 표이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인기가 더 높게 나타나며, 정치인들 역시 vote maximization 과정 하에서 보편적 복지를 더 많이 외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각 경제주체(여기서는 정치인과 유권자가 되겠지요)의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이지만, 과연 사회적으로도 효율적이거나 바람직한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2번에서 말씀드린 상황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webspider님의 댓글에 대해서는, 부자들은 보편적 복지의 경우 결국은 국가 재정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자신들에 대한 증세로 이어지기 때문에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고, 서민들의 경우 보편적 복지가 겉으로 보기에 자신들이 부자들과 평등해지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보여지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것 (하지만 같은 예산들 들일 경우, 자신들에게 오는 혜택을 보편적 복지가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아닐까는 생각도 해 봅니다. ^^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