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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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7일 화요일

상속세는 공짜점심(Free lunch)일까?

1. 형평이론의 가정


사회효용함수를 가정하거나, 적어도 개인의 효용함수를 모조리 파악할 수 없는 이상, 우리가 어떠한 분배상태가 타당한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분배는 타당하지 않다' 는 소거법을 사용해서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지표로 삼을 만한 것을 알 수 있는데, 가령 우리는 자기자신의 노력수준(투입, input)과 관계없이 산출물(Output)이 평등한 소득분배의 상태를 소득평등도가 높다고는 할지언정 공평하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초기조건이나 인적자본의 약간의 차이로 엄청난 소득분배의 차이가 나타나는 상황도 공평하거나 타당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소거해나가면 결국  J. Stacy Adams 의 형평이론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인데, 이는 결국 개인의 '투입 input 대비 산출 output 의 비율' , 즉 O/I 가 일정할 경우 공평하다고 느낄 것이라는 행동양식의 가정이다.

가령 동질적인 개인을 가정하자. 먼저 A라는 사람의 경우, 25년이라는 시간을 소비하고, 25년간 5억이라는 금전적 비용을 들여서 평생의 순급여가 25억에 달하는 직장에 취직했다고 하자. 이 때 개인이 25년이라는 시간가치에 부여하는 금액을 편의상 15억이라고 할 경우(1년 = 6천만원), 그의 O/I 는 시간적 기회비용과 금전적 기회비용을 합쳐서 25억/20억 = 1.25 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B라는 사람, 즉 박사과정을 위해 32년이라는 시간을 소비하고, 32년간 9억이라는 금전적 비용을 들여서 교수직에 취직한 사람이 있다고 할 때, 이 사람의 투입비용은 32년의 시간가치인 19억2천만원 + 금전적비용 9억 = 28억2천만원인 셈이다.  형평이론에 따를때 이 사람이 교수직에 취업함으로써 얻는 평생의 순급여는 28억2천만*1.25 = 35억2500만원이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때 포함되는 순급여는 가능하다면 물질적 편익만이 아니라 무형적 편익(명예, 사회적 인식, 지위 등)도 포함된 가치로 계산함이 타당하다. 단 동질적인 직업 간에는 (LG전자의 대기업사원과 삼성전자의 대기업사원 등)  여가로 인한 편익을 제외한 무형적 편익은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무형적 편익(지위, 명예 등)을 계산하는 방법은 보상임금격차나 지불용의기준으로 계산하는 방법이 가능하므로 여기에 굳이 싣지는 않겠다. 예를들어 '상대적으로 사회적지위가 높은 판검사나 경제관료 등이 대기업으로 이직할 경우 어느정도의 연봉이 제시되면 이직하는지' 를 명예와 지위라는 무형적 편익에 대한 지불용의의사 혹은 역(-)의 보상임금격차로 생각하여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형평이론의 중요한 점은 이러한 O/I  의 공정성이 단순히 사회적인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의 경제적인 동기유발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O/I 가 사람간에 비교적 공평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 효율적인 노동(Efficiency labor)을 하려 할 것이고(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 기대되므로), 따라서 무임승차 및 도덕적 해이의 유인이 경감되어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증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2. 상속세는 Free lunch 인가?





이러한 형평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상속세는 단순히 자본에 대한 과세 혹은 재산에 대한 과세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외부성을 치유하기 위한 교정과세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1)O/I 가 개인간에 현저히 불평등함을 가정해보자.
2)O/I 가 현저히 높은 개인은,  산출물( Output)이 어느정도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면 산출물로부터의 한계효용이 급격히 체감함을 생각할 때 근로 및 인적자본축적의 유인동기가 그리 커지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의욕과 인적자본축적을 적정수준에 비해 저해할수 있다.
3)반면 O/I 가 현저히 낮은 개인은, 노력수준이 증가하더라도 산출물의 증가(임금소득, 사회적 지위 등)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노력동기가 저해된다. 따라서 근로의욕과 인적자본축적을 적정수준에 비해 저해할 수 있다.

(그저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노력하지 않아도 높은 보상이 보장되는 개인은 당연하게도 노력으로 인한 수고로움을 감수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노력하더라도 별 보상이 없는 개인은 당연하게도 노력해보아야 돌아오는게 없으므로 노력하지 않는다. A+를 80% 주는 과목과 A학점을 1%만 주는 과목이 있다고 할 경우, 이러한 과목 수강생의 노력수준은 A학점을 30~40%주는 과목에 비해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측되고 또한 나의 성적분포표를 볼때  실제 대학생들의 노력수준, 행동양식을 살펴볼때 당연하게도 실증된다.)


이 때, 상속세가 거의 부과되지 않거나 상속세가 부과되더라도 각종 불법-합법적인 수단을 통한 (ex. 자식에게 소규모 회사를 상속하여 낮은수준의 상속세만을 납부한 뒤 소규모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편법상속) 부의 대물림이 이어질 경우, 개인의 산출물(Output)은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수준이라는 초기조건에 크게 좌우되게 되고, 노력수준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됨을 알 수 있다. 즉, 부의 세습에 대해 적절한 교정과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면 형평이론에 따라 개인간의 O/I 가 크게 불공정해짐으로써 개개인의 노력동기를 크게 저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상속세율을 증가시키면서 상속세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될 경우의 이득은 다음과 같다.

[ 장점 ]

첫째. 외부성 치유의 효과이다. 가령 개인간의 O/I 가 크게 불공정할 경우, 개인의 노력수준을 저해함으로써 인적자본축적과 근로의욕수준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앞서의 가정대로 상속세가 개인의 노력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교정과세로서 기능하는 이상, 상속세는 외부의 불경제를 최소화시킴으로써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유도할 수 있다.

둘째, 이중배당금 효과이다. 상속세가 교정과세로서 기능하는 이상, 상속세의 수입을 늘리게 되면 그만큼 타 부문의 비효율적인 조세를 감소시킴으로써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가령 자산의 상속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을 부과하면서 근로소득세의 세액공제범위를 증대시키거나 근로소득세율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조세로 인한 비효율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이에 대해서는 '차선의 정리' 와 같은 비판이 가해질 수 있다. 즉 경제전체의 비효율성이 존재하는 이상, 근로시장의 왜곡을 줄인다고 하여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셋째, 자산선택 및 투자선택 왜곡 치유의 효과이다. 상속세가 포괄주의로 운영되어 어떠한 편법을 사용하더라도 조세회피가 불가능하거나 조세회피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면, 기업은 현재 및 가까운 미래의 당기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산선택 및 투자선택을 행하게 될 것이고,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소규모 회사에 비효율적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투자선택을 행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노력동기 뿐 아니라 기업의 세전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도 포괄주의로서의 상속세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넷째, 교정과세로서의 역할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상속세 자체는 중립세에 가깝다. 개인 및 기업이 축적한 총자산의 세습에 대해 일정비율로 과세하므로, 적어도 물품시장 및 근로시장에서 왜곡을 일으킬 가능성은 극히 적다.
(단, 이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가령 자기 다음 세대가 누릴 금전적인 편익의 수준이 개인의 효용함수에 반영되어 있다면, 개인이 추가 1단위 근로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실질적인 한계세율은 [근로소득세율] + [(상속할 예정인 자산/개인의 총자산)*상속세율]   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여가-소득 평면에서도 상속세는 중립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러한 장점을 감안할 때, 비록 비판은 존재하지만 상속세를 증가시키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경우, 상속세는 일견 거의 Free Lunch 에 가깝게 운영될 수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해 보이는 교정과세로서의 상속세 역시도 단점은 존재한다.


[단점]

첫째, 개인의 자산축적에 대해 (실질적인) 과세로서 기능하므로, 특히 부자의 저축수준을 저해할 수 있다. 단, 자산감소의 효과가 반드시 저축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중소규모의 기업의 경우 상속세가 과중하게 부과될 경우, 상속세 부담으로 인하여 기업의 자본규모를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대기업의 독점도가 심화될 수있다.


물론 첫번째 단점의 경우, 상속세로 인해 부자의 저축수준이 감소했다는 가정을 지지하는 실증연구는 현실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두번째 단점의 경우, 중소기업 규모로 운영되어 일정기간(10년이상) 운영되는 회사는 직원인력 등을 감축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상속세를 감경해 주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 단점을 고려할 때, 상속세는 Free lunch 는 아니더라도 '포괄주의' 로 운영될 경우 거의 유일하게 조세로 인한 편익이 조세로 인한 비용을 상회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과세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물품세나 근로소득세가 포괄주의로 운영되어 개인의 선택을 왜곡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기껏해야 '중립세' 정도가 당해 조세의 효율성 한계이다. 반면 상속세의 경우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기업의 자산선택에 대한 왜곡을 일으키지 않을 뿐 아니라, 교정과세로서 개인의 노력수준 저해라는 외부성을 치유하고 타 부문의 조세부담도 경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문제되는 점은 현재 세대로부터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순자산에 대하여 조세회피 없이 정률로 부과되는 '진정한 포괄주의에 입각한' 상속세 구조를 설계하는 것인데, 이 점이 가장 큰 난제라고 하겠다.

이에 대하여

1)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하여 상속세와 동일하게 정률로 과세
2)주식을 상속시, 상속후 1년 이내의 주가상승분에 대하여도, 상속세와 동일하게 정률로 과세
(2번과 같은 방법이 거론되는 이유로는, 일부러 상장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린 다음 주식을 상속시켜 주고, 이후에 당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증가시킴으로써 주식가치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동일한 자산상속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절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해외차명계좌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국제적인 협력을 증진시킨다. 최근에 한국-스위스의 조세조약 개정안으로 인해  스위스은행의 한국인 비밀계좌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음 기사를 참고하라: http://magazine.hankyung.com/money/apps/news?popup=0&nid=02&c1=2002&nkey=2012070200086067622&mode=sub_view
4)통상적인 기업의 순자산액 대비 상속액을 산정하여, 기업의 상속여부에 관계없이 정률로 상속세를 징수한다.

이 중 3)의 방법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방법은 그 자체로서 일정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조세구조를 복잡하게 하여 또 다른 조세회피를 유도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보다 효율적인 '포괄주의' 로의 상속세 이행방안을 생각해 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독자의 분석에 감히 맡기는 바이다.

댓글 3개:

  1.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서 o/i 라고 상정한 개념은 한계적인 것인가요 평균적인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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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굳이 개념적으로 정의하자면 한계 O/I 에 가깝습니다만, (투입 1단위 증가에 따른 산출 비율)과는 조금 다릅니다. 형평이론은 어떠한 선택에 대한 '동기 부여' 의 개념으로서 O/I를 정의하고 있고, 따라서 여기에서의 O/I 는 '추가적인(한계)경제선택에 의한 투입/산출의 비율' 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겁니다.

      그런데 재밌는점은 이러한 한계 O/I의 개념은 한 사람의 평균적인 O/I(모든 경제선택을 종합한 결과 O/I)로 근사시켜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예컨대 산출물(O) = f(초기재산,능력,노력,기타변수e) 의 함수로 정의되고, 투입물(I) = f(능력, 노력) 으로 정의된다고 합시다. 이 경우 경제선택의 종류에 따라 변동하는 것은 기타변수 e 입니다. 따라서 어느 한 개인의 능력과 초기재산 등이 일정하고, 산출물과 투입물 함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하면, 일정한 개인이 어느 한 경제선택을 한 경우와 다른 경제선택을 한 경우 나타나는 O/I 의 차이는 전적으로 기타변수 e 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기타변수 e 는 평균적으로 0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겠지요. 따라서 개인이 추가적인 경제선택을 행할 경우의 한계 O/I 의 불편추정치는 현재 개인이 누리고 있는 평균 O/I 와 개념적으로 일치한다고 보면 될겁니다.

      즉 어느 한 개인이 숱한 경제선택을 한 결과 O/I 가 1과 2 사이에서 나타나며, 평균적인 O/I 는 1.4 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러한 개인이 추가적인 경제선택 (예를들어 4개월간 동태적거시경제이론을 수강한다 -> 지식과 학점획득/수강비용이 발생)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한계적인 O/I 는 매우 높은 확률로 1~2 사이에 존재하고, 불편추정치 1.4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경제선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개인의 행동동기를 자극하는 한계 O/I 를 근사적으로 평균 O/I로서 추정하여 동기부여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평균 O/I가 개선되어야 우리는 어떠한 동기부여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되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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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상속세에 있어서 모범이 될 만한 나라가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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