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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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4일 수요일

저소득층은 통근시간도 길다?

다음은 6월 28일자 한겨레 신문에 "저소득층은 통근시간도 길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입니다.

비싼 집에 살면 출퇴근 시간이 짧아 수도권 직장인 출퇴근 시간에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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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는 집의 가격과 전셋값이 높을수록 출퇴근 시간도 적게 걸린다는 상관관계도 나타났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주택가격과 통근시간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매매가격이 1㎡당 800만원을 넘는 비싼 집에 사는 직장인은 통근시간이 20~25분이었다. 이에 반해 1㎡당 200만원 미만의 집에 사는 직장인은 140~160분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셋값의 경우에도 비슷한 경향성이 드러나, 주택가격의 양극화가 통근시간의 양극화로 연결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이에 보편적 교통복지 개념으로 경기권 광역도시철도 개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철도와 교통복지 정책세미나’에서 “서울 소재 사업장이 외곽으로 나오거나, 저소득층 근로자가 서울시내에 집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보편적 교통 서비스를 통해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교통복지가 필요하다”며 “현재 노선에 급행열차를 배당하는 등 미온적인 해법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수도권을 잇는 광역급행철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는 예비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철도와 교통복지 정책 세미나'의 원자료를 구하기는 어려웠습니다만, 세미나 발제자와 이 기사의 주장을 요약하면 "집 값 차이가 교통여건 차이로 이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므로 집값이 싸고 교통여건이 열악한 곳에 새로운 교통시설을 지원해주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주장에 약간의 논리적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값이라는 것 자체가 통근시간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위에서 말한 1m^2당 200만원 미만의 집에 사는 사람은 "통근 시간이 긴 대신에" 적은 돈으로 동일한 주거환경에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시간과 돈을 맞바꾼 셈이지요. 이러한 거래의 결과를 단순히 "양극화"의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미나의 주장처럼 가난한 지역에 새로운 교통시설을 짓는 것은 그 지역의 월/전세값이 오를 수 있다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월/전세로 주거시설을 마련하는 비율이 높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어느 지역에 광역급행철도를 만들어서 강남까지 통근시간이 30분 단축되었다고 가정해보면 강남까지 30분거리의 서울지역과 집값이 상당히 근접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세값도 자연히 매매가를 따라 오를 것이고 기존 세입자들은 자신의 형편에 맞는 곳으로, 즉 통근시간이 긴 곳으로 다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가격이 비싼 아파트가 싼 아파트에 비해 자연환경이 좋다는 결과를 가지고 (예를 들면 한강변의 아파트는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지요) 이를 "자연환경의 양극화"로 규정하고 다른 지역에 인공호수를 만든다거나 하는 정책은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값이 비싼 강남의 교육환경이 더 좋은 상황에 대응하여 다른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들이는 것은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지역별 격차 해소의 노력은 "광범위"하게 진행되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격차 해소의 예를 들면 관악구가 교육환경이 제일 열악하다고 해서 (실제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 관악구에만 대치동 규모의 학원가를 조성하고 학교에 지원금을 대규모로 지원한다면 관악구의 집값은 오르겠지만 그곳에 월/전세 거주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지역과 경기도 지역 전체에 교육환경 개선 지원을 하는 것은 집값상승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도권 광역교통망 구축 또한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안은 인구가 많고 통근자가 많은 주요 도시에 광역철도를 구축하고 거기서 제외된 인근도시들에는 광역철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망 (예를 들면 직행버스)을 설치해 주는 것입니다. 주요 도시 중에 일부만 광역철도를 구축한다면 그 지역의 집값만 오르는 효과가 생길 것이고, 주요도시 인근의 도시의 교통환경 개선을 간과한다면 월/전세 세입자들의 거주지가 그러한 인근 도시로 이동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교통망 구축의 비용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익 (복지적인 측면을 포함한)을 초과하지 않는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는 것은 필수입니다. 예를 들면 건설비용이 너무 비싸지는 않은지, 실제 이용자 수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중요할 것입니다.




댓글 3개:

  1. 예리한 지적이네요. 경제학적인 직관을 이용해 정책을 타당하게 그리고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비판해 주셨네요. 더 알아보면 좋은 게, 철도 조성시 집값이 어느 정도 오르며 (물론 불확실하지만 기대값이라도) 해당 지역 거주자 중 전월세 비중은 어느 정도 되고 그들의 유동자산은 얼마나 되는지 정도 될 것 같아요. (전세 월세 비중만 제가 통계청에서 찾아봤는데 전국과 비교해 경기 지역이 특별히 높지는 않더라고요)
    일단 통근자 중 자가주택인 사람에겐 이득이고 전월세 거주자라도 주거비용 상승폭보다 시간절약으로 인한 이익이 더 크다면 이득일테니, 글에 제시된 경로로 피해 보는 사람들과의 비용편익 분석을 불완전하게나마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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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oundmidnight님의 글은 색다른 발상과 재미가 있어서 항상 기대가 됩니다.

    어떤 지역을 개발하는 것이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에게 혜택이 가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 모임에서도 이야기되었었지만, 교통망 확충에 따른 수혜지역 집값 상승과 기존 교통 편리 지역의 희소성이 줄어듦에 따른 집값 하락 중 어느 효과가 더 클 것인지가 궁금하네요. clear한 근거와 답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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