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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1일 월요일

‘위험’은 꼭 나쁜가?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면 ‘위험 기피’라는 용어를 참 많이 듣습니다. 일반인들의 관심을 특히 많이 받는 금융경제학에서는 어떻게 하면 ‘기대수익률’을 최대한 올리면서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가 중요한 이슈이지요. 그러다보면 ‘위험’이란 마치 본질적으로 나쁜 것으로 느껴지곤 합니다.
 
분배 정의의 문제에 관해 Dworkin, Cohen이나 Roemer와 같은 학자들은 ‘Luck Egalitarianism’을 주장합니다. 사람들이 (경제적) 행위를 통해 얻는 결과는 그 사람이 처한 상황, 운,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결정됩니다. Luck Egalitarian들은 그 중에서 상황과 운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한, 그래서 책임이 있는, 부분만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도록 사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Luck Egalitarian’들이 ‘운’의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반적으로 말하는 ‘위험’을 줄이는 것은 정확히 일치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Luck Egalitarianism에서는 개인이 참여를 선택하는 ‘gambling’과 어쩔 수 없이 닥치는 ‘brute luck’을 구분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자면,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장애가 없는 사람과 똑같은 기회를 주기 위해 사회적으로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담배의 해로움을 잘 알면서도 자유의지로 줄담배를 피우다 (담배로 인한 고정된 즐거움을 얻는 대가로 폐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도박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폐병에 걸린 환자에게는 굳이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문득 위험이 전혀 없는 사회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학교의 예를 들자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공부를 한 만큼만 시험 점수가 나오는 세상인 것이지요. 과연 그런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더 행복할까요? 우리가 이상으로 삼아야 하는 사회는 그러한 사회일까요?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책임을 회피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언제나 누군가는 ‘꼴등’이 될텐데 이 학생이 ‘나는 운이 나빴어’라고 말할 근거가 줄어드니까요.
 
얼마전 작가 Elizabeth Gilbert가 TED에서 한 작은 강연을 들었는데, 그녀의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한다면 심지어 ‘일등’에게도 이는 무거운 부담이 됩니다. 과거 그리스 시대에는 ‘천재성’이 신이 인간에게 깃들어서 발휘되는 것이라 믿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면서 ‘천재성’이 개인의 속성으로 여겨지면서 창의적 영감이 필요한 사람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감이 커졌다고 Gilbert는 주장합니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설’을 기억하시나요? 인간의 효용함수가 ‘자존감’과 ‘육체적 만족’의 두 요소의 함수이고 (u=f(x,y) s.t. x=self respect, y=physical desire) ‘자존감’이 우선하는 사전편찬식 선호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자존감’이라는 요소를 잘 정의한다면, 이것도 충분히 그럴듯한 설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이유에 ‘능력 있는 사람’으로 스스로와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게 작용한다는 점, 사람들이 종종 신념을 위해 자신의 이익과는 겉으로 보기에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렇습니다.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고 싶은 욕구가 매우 큰 것이지요. ‘자존감’은 사람들이 관측된 결과를 보고 자신의 ‘투입’의 사회적 위치를 역으로 추정한 결과에 의존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기서 ‘투입’은 Luck-Egalitarian사회에서는 ‘노력’만을, 능력주의(Meritocracy) 사회에서는 ‘능력’과 ‘노력’ 모두를 포함합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예로 다시 돌아간다면, 학생들이 자신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혹은 얼마나 똑똑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시험 점수를 보고 얼추 판단을 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한 가지 더 가정을 더합니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신을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심리학을 잘 모르지만,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optimism bias에 대해 많이 연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설정이라면, 세상에 존재하는 ‘위험’을 없애는 것이 오히려 ‘최소사회자의 최대 수혜’ 원칙에 위반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확실성을 줄여 이제는 스스로를 ‘좋게 평가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위험이 아예 없는 사회보다는, Luck-Egalitarianism이 보장된 사회가 위에서 제가 말한 기준으로는 보다 덜 빡빡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개인이 선택해서 ‘도박’을 할 여지는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자신이 얻은 결과의 책임을 온전히 지게 된다는 점은 그대로입니다.
 
미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들은 시험 기간에 술을 더 많이 마신다고 합니다. 능력은 있는데 단지 술을 마셔서 성적이 나쁠 뿐이라고 스스로 인식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심리학자들은 해석합니다. ‘위험’이 선호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이 덜 다듬어져 모형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그래도 함께 생각해보는 작은 단서가 되면 좋겠습니다. ‘노력’ ‘능력’ 그리고 ‘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예기치 못하는 전세값의 패러독스

예기치 못하는 전세값의 패러독스

 

 
흔히 전세는 아파트 집값보다 싸다고 인식됩니다. 만약 어떤 집의 매매가가 3억인데 전세가 3억원 혹은 그 이상이라면? 이 집 주인 미쳤나보다...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실상 조금만 우리가 노력을 기울여 분석해보면, 주택가격의 상승이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전세값이 아파트 집값보다 낮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분석을 단순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정을 생각해봅시다:
 
1)개인은 자신의 기대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한다. 따라서 주거편익이 일정하다면,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극소화하기 위해 행동한다.
2)위험중립자를 가정한다.
3)개인의 시간할인율은 이자율과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이는 다소 위험한 가정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이 시간이라는 재화를 금전이라는 재화와 동질적으로 취급한다는 가정을 도입하면 가능할 것이다.
4)개인은 현재의 이자율(r) , 현재의 주택가격상승률(π)을 바탕으로 미래의 이자율, 주택가격상승률을 예측한다. 가령 현재(혹은 측정의 어느 한 시점)에서 시장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t 기의 주택가격 상승률 πt = π +e 가 될 것이고, e 의 평균오차는 0이 될 것이다. 따라서 t기의 상승률은 평균적으로 π로 예측된다.
 
 
이 경우 계산의 편의를 위해 주택가격이 3억원인 경우, 전세값은 p * 3억 인 경우를 가정해봅시다.(p = 전세값의 주택가격 대비 비율이 될겁니다)
 
<주택을 구매할 경우의 비용>
 
①금전적인 편익: t 기간 이후 주택가격. 즉 (1+π)t/(1+r)t * 3억
 
②금전적인 비용: 3억을 차입해서 주택구매에 사용한 후 이를 t기간 후 상환한다고 할 때 금전적인 비용의 현재가치는 3억(1+r)t/(1+r)t = 3억. 단, t = 0 ~∞
 
③주택구매의 순비용: 금전적인 편익 - 금전적인 비용.
따라서 이는 (1+π)t/(1+r)t * 3억 - 3억 = [(1+π)t/(1+r)t - 1]*3억 이 됩니다.
 
<주택을 전세로 입주할 경우의 비용>

이 경우 분석을 간단히 하기 위해 현재의 고정금리 r로 3억원을 전부 대출받아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하겠습니다.
p * 3억의 전세금을 맡기고 입주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t기간 후에 자신이 상환받는 전세금의 현재가치는 (p * 3억)/(1+r)t 입니다.
반면 당해 전세금을 고정금리 r로 차입한 후, t 기간 후에 상환해야 할 부채의 현재가치를 구해보면 p*3억(1+r)t/(1+r)t
 
따라서 주택을 전세로 입주할 경우의 순비용은 (p * 3억)/(1+r)t - p*3억 입니다.
 
주택과 전세가격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1+π)t/(1+r)t - 1]*3억 = (p * 3억)/(1+r)t - p*3억
 
즉 주택구매시의 순비용과 전세입주시의 순비용이 동일해야 합니다.(주택서비스에서 나오는 총편익은 동일하기 때문에)
 
위 식을 정리하면 p = [(1+π)t/(1+r)t - 1]/[1/(1+r)t -1], 즉 전세값의 주택가격대비 할증률을 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현재와 같이 π = 0 이거나 혹은 - 로 기대되는 경우, 전세값이 주택가격과 같거나 혹은 높게 책정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가령 π=0, r=5% 라고 할 경우, p = [1/(1+r)t - 1)]/[1/(1+r)t -1] 이 되고,
 
따라서 전세값은 주택가격과 일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반면 π = (-)로 예측되는 경우, 당연히 전세값은 주택가격을 상회해야 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택가격이 0 혹은 - 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값은 주택가격과의 갭(Gap)이 줄어들지언정 주택가격과 동일하거나 혹은 상회하는 전세가격이 형성되는 권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이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1)실제로 차입할때의 이자율과 저축이자율, 시간할인율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 하지만 주택구매자와 주택전세자가 모두 동일하게 차입으로 자금조달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위의 차이는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차입이자율>저축이자율이고 주택구매자의 경우 차입자금이 아닌 저축자금을 소비하여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가정을 할 경우,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의 금전적 순비용이 다소 감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택의 구매를 통한 취득세 등을 추가적으로 감안할 경우, 이러한 가정에도 불구하고 전세금이 주택가격보다 낮을 이유가 없습니다.)
 
2)주택을 전세로 세입하는 경우, 주거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 즉, 일반적으로 전세의 계약기간은 t=50 혹은 그 이상의 다기간이 아닌 2~3년 안팎의 단기간으로 세입하는 경우가 많고, 그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조건으로 계약을 하거나 혹은 다른 주택을 찾아야 할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따라서 주택구매의 가격이 전세가격에 비해 높게 형성되는 것은 위험프리미엄(Risk premium)의 대가라 볼 수 있다.
=> 그러나 그런식으로 치면 주택구매자 역시도 주택가격의 변동이라는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즉, 주택가격의 변동에 대해서 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전세 세입자와 달리 주택구매자는 경기변동에 따른 주택가격의 변동, 그에 따라 금전적인 비용이 달라지는 위험성을 역시 갖고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전세 계약기간 종료 후 마땅한 주택을 찾지 못해 주거서비스를 영위하는 자체가 문제되는 극히 일부의 경우에 한해, 전세자가 보다 높은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말하자면 속물효과. 즉, 대부분이 월세/전세로 살아가는 상황에서 실제 주택보유자로 사는 것은 단순히 주거서비스 말고도 개인의 효용을 증대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4)주택구매자로서 사는 것이 전세자에 비해 이사비용 등이 적게 드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주택보유자로 살게 될 경우, 취득세 등의 세금과, (인플레이션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주택매매시의 양도차익세 등의 비용에 노출됩니다. 전세자의 경우 이사비용은 존재하지만 이러한 부대비용은 없습니다.
 
전세가격이 주택구매가격보다 현저히(그래도 예전의 50% 수준에 비해 현재는 80%수준까지 올랐다지만)낮은 상태로 이탈하는 이유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고찰해 보았는데, 깔끔한 대답을 내리기가 역시 어렵네요. 현명하신 의견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2012년 7월 20일 금요일

카드대출과 관련한 짤막한 논평글

<이하는 산업은행의 "가계의 카드대출 결정요인 분석과 시사점" 이라는 보고서의 내용으로부터 주된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1. 현 신용카드산업의 구조
 
1)먼저 경쟁분석의 측면에서는 2004년 이후 신한카드가 지속적인 우위(시장점유율 1위, 2010년 기준 23.5%)를 유지하면서 2위인 KB카드(13.8%)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신한카드는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유지해 온 반면 KB카드는 리스크 및 마케팅 역량 집중도 부족, 은행과의 합병으로 인한 카드사업에 대한 몰입도 부족으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까닭으로 보인다.

2)또한 수익성 측면에서, 카드대란(2003년)직후에 비해서는 자기자본비율과 연체율, 부채비율, 차입금 의존도가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나(2010년 기준 카드연체율 1.68%, 당기순이익 2.7조원), 수익구조가 지나치게 가맹점 수수료 수익에 의존(60%)하고 있고 이자수익 비중은 크게 하락(17%)한 것으로 나타나 기형적인 구조적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3)이러한 수익성 악화로 인해 최근 카드사들은 카드대출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현금대출 중에서도 카드론은 2010년 기준 전년대비 32.7% 상승하였다.


2. 가계의 카드대출 결정요인 분석(산업은행 동일 보고서, pp.9-10)
  
이와 같은 카드사업구조의 변화를 바탕으로 하여 가계의 카드대출 결정요인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가계금융조사 1만가구를 대상으로 한 결과, 신용카드 대출이 없는 가구들은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액이 상당히 큰 반면, 신용카드대출에 의존하는 가구의 경우 반대로 총자산과 가처분소득 측면에서 평균적인 신용대출보유 가계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 가계는 지출이 소득보다 많을 경우 ①지출감소②자산매각③대출증가 순으로 지출을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바, 실제로 조사결과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신용카드대출의 원인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생활비 조달” 로 나타났다.
그리고 ‘부채상환’ 목적을 살펴보면, 신용카드 대출의 경우 신용대출이 있고 담보대출이 없는 경우 부채상환비중이 11.9%로 나타나 신용대출의 상환을 위해 카드대출을 이용하는 경향이 높고, 또한 신용대출의 용도는 카드대출이 있는 경우라면, 담보대출의 유무와 관계없이 상당한 비중으로 부채상환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담보대출과 신용대출간, 그리고 신용대출과 카드대출간에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담보대출과 카드대출간에는 상관관계가 약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신용카드대출 결정요인을 추정해 보면,
 
우선 신용대출과 신용카드대출은 총저축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 부호)를 가지고 있으나, 주택담보대출과 총저축간 상관계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나타난다. 즉, 우리나라 가계는 실물투자와 금융투자를 분리하는 경향이 있으며, 또한 금융부채가 늘어날 때 금융자산은 줄어드는 역의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간의 관계는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나나, 신용카드대출액은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금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반대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금액이 신용카드대출액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각 대출상품이 가지고 있는 진입장벽 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즉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운 가계가 주로 신용카드대출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명목소득 변수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서는 +의 부호를 가지고 있으나 신용카드대출액에서는 -의 부호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값으로 나타났다(명목소득이 낮을수록 신용카드대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그리고 소득계층별로 추정한 결과에 의하면, 저소득층은 소득이 줄어들면 신용카드대출액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계의 신용카드 대출로 인한 원리금 부담은 모든 계층에서 +의 유의한 부호를 가지고 있는 바, 저소득층의 경우 원리금부담이 증가할수록 신용카드대출액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소득감소와 금리인상 등의 경제적 충격이 저소득층에 보다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저소득층의 명목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3.58로 조사대상평균(0.8)을 크게 상회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저소득층이 금리상승 및 소득감소에 대한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3.카드대출과 관련한 결론


1>신용카드 대출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있으나, 고소득층에는 일시적인 자금융통수단인 반면 저소득층에게는 주요한 자금조달수단으로 기능한다. 또한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금액이 큰 고소득층일수록 신용카드대출액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관계를 보인다.

2>또한, 명목소득의 감소는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감소시키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대출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이며, 금리인상은 저소득층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높여 신용카드대출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금리인상과 저소득층 소득감소가 지속될 경우 신용카드대출은 기존의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대체(代替)하며 성장할 것으로 보이나 그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3>또한, 신용카드대출이 집중된 저소득층의 부채상환능력이 매우 취약한 바, 저소득층 신용카드대출 부실화될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금리인상과 명목소득 감소는 전체적인 신용카드대출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한 부채부담이 악화될 경우 보유자산 처분이 증가하여 자산가격을 급락시키고 가계부실의 파급속도를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카드대출이 저소득층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바, 이들을 위한 금융접근수단의 보완이 필요하다.


4. 논평 (이 부분은 보고서와 무관한 필자의 견해입니다.)

신용카드대출액 및 그 수수료율의 '수준'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신용카드가 제도권 대출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대출' 수단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거래적 수요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좀더 경제학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제 2의 화폐로도 불리는 신용카드금액에 대해 '거래적' 수요가 아닌 '유동성제약을 해소하기 위한 보전적' 수요, 즉 비탄력적인 카드대출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제약을 해소하기 위한 일시적인 고금리 카드대출 총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결국 가계부채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특히 빈곤층) 가계의 부채부담을 과중시키게 되어 경제전체의 수요위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그런데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금리를 증가시킬 경우, 저소득층의 유동성제약을 해소하기 위한 카드대출 수요는 거의 감소하지 않으나 직면하는 이자율이 증가하므로 고금리 카드대출 부채총량은 반드시 증가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신용카드 거래액으로부터의 수수료가 카드회사의 주수입원으로 귀결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바람직하다고도 할 수 있다. 반면 가계부채가 크게 악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높은 대출이자율을 통해 수익을 증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신용카드회사가 일정한 수입 혹은 이윤수준을 달성해야 한다고 가정할 때, 정부정책을 통한 카드수수료율의 강제적인 인하는 결국 다른 부분의 수입 증가로 벌충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위험성이 높은 저소득층 카드대출에 대해 추가적인 위험프리미엄 금리를 요구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유는 저소득층의 경우 제도권 시장에서의 추가대출이 어려우므로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수요의 감소가 매우 비탄력적이나, 고소득층은 제도권에서의 대출가능성이 비교적 높으므로, 금리인상의 경우 대출수요가 매우 탄력적으로 감소한다. 따라서 카드대출로 손실을 벌충하고자 하는 카드회사는 대출수요가 비탄력적인 저소득층 대상 금리를 증가시킴으로써 이윤감소를 보전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풍선 효과라고도 한다.

결국 무리한 카드수수료율의 인하가, 서민에 대한 카드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때 카드수수료율의 인하로 인한 경제효과는 고소득~저소득층이 골고루 혜택받는 반면, 서민대출금리 인상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은 혜택보다는 손해가 더 커지게 되어, 저소득층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가계부채의 측면에 중점을 둔 부분균형분석의 측면에서는 신용카드 회사의 거래액 수수료율을 일정수준으로 유지시키면서 지나친 카드대출의 확대 및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자율 상승에는 제동을 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의 조치 (참고기사: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vf486&logNo=120163404088) 는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거래수수료율 인하 등을 통한 물가안정보다도 카드대출 금리를 일정수준으로 유지시킴으로써 가계의 부채부담경감이 현재의 '잠재적 2차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즉, 카드수수료율 인하는 카드회사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현재의 과점구조 (1. 을 참조하라)를 해소시킴으로써 이루어져야지, 과점형태를 유지하면서 수수료율을 인하시킬 경우 카드회사의 (이윤보전 + 가격설정력)으로 인해 저소득층 대상 카드대출금리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2012년 5월 30일 수요일

재수 나쁘면 재수 비용 드립니다.

  (경제원론이나 비슷한 수준의 경제학 수업을 들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입니다)
 
바야흐로 6월 모의고사의 시즌이 다가왔다. 중간 평가를 앞두고 설렘과 긴장에 싸여 있을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이번 글을 시작한다.
 
얼마 전 블로그 필진 중 한 분과 대화를 하다가 대학 입시 이야기가 나왔다. 그분이 나에게 “왜 대학 입시에는 보험이 없을까”라고 물었다. 위험기피적인 개인들 사이에 위험한 사건이 있다면, 위험중립적인 기업에겐 늘 보험 상품을 판매하여 이윤을 얻을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왜 대학 입시에는 보험이 없는지.

1.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문제 때문일까? 대학 입시에 보험이 생긴다면, 상대적으로 붙을 확률이 높은 학생들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보험사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므로 보험료를 높일 수밖에 없고, 결국 그렇다면 더더욱 떨어질 확률이 높은 학생들만이 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결국 보험료는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보험 상품이 사라진다. 하지만 보험사가 ‘신호(signal)’를 활용할 경우 이 문제는 대체로 해결된다. 이제까지 쌓아온 모의고사 성적이나 내신 성적, 기타 수상 실적이 좋은 학생들일수록 보험료를 깎아주며, 합격이 어려운 학교를 지원할수록 보험료를 높이는 것이다. 대입의 경우 학생의 합격 확률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가 쉬워 역선택의 문제는 많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2.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의 문제 때문일까? 대입 보험에 가입한 학생들은 위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예를 들어 원하는 대학에 붙지 못하면 재수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위로금까지 주는 보험이 있다고 하자. 보험에 가입한 학생은 이제 대학 입시에 붙거나 붙지 않거나 ‘무차별’해질 것이다. 이 경우엔 학생의 위험 부담도 줄여주면서 학생이 공부도 열심히 하게 하는 최선(First-best)의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도 차선(Second-best)의 해결책은 존재하며, 이는 위험을 원래 수준과 0 사이의 적당한 수준으로 낮추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떨어질 경우, 재수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 또한 보험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여기까지 경제학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의문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내 나름대로 이유를 더 생각해 보았다.
 
3. 대학에 떨어진다는 것을 상상하기 싫어서일까? 보험에 가입하려면 내가 떨어질 확률은 얼마나 될지, 재수를 하게 될 경우 그 비용은 얼마나 될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대입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계산을 한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심리적 비용)를 수반할 것이다. 대입을 가까이에 앞둔 시점에는 여러 대학의 입시 정보나 수능 시험 준비에 신경이 곤두서있는 시기이므로 학생과 학부모의 ‘심리적 안정’의 가치가 올라가고, ‘주의(Attention)’가 희소해지는 시기이다. 만일 할인율이 충분히 작아 현재가 미래보다 많이 중요하다면, ‘불합격 상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보험 가입에 따른 유의미한 추가적 비용으로 작용할 것이다.
 
4. 예산제약이나 손실회피 때문일까?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부분의 대학은 경쟁률이 2:1을 넘는다. 떨어질 확률이 상당히 큰 것이다. 따라서 보험 상품이 만들어질 경우, 보험료가 매우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한편 비행기 사고와 같이 보험 상품이 제공되는 대부분의 상황은 위험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작고, 따라서 보험료가 낮다. 보험료가 높아지면 두 가지 효과가 생기리라 예상된다. 우선, 일반적인 서민 가정이라면 소비를 줄이거나 대출을 받아서 보험료를 내야 할 텐데 이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둘째로, 심리학에서 연구된 ‘손실회피’ 경향 때문에 사람들은 보험료라는 확정된 손실을 대학 입시에 수반된 기대 손실보다 크게 인식하여,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한편 역선택의 문제 때문에 ‘합격 확률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중학생이나 초등학생들은 보험에 가입하기가 어려워, 보험료를 여러 해에 분산해서 지불하도록 하는 것도 어렵다.)
 
p.s.
3번과 4번 이유를 약간 변형하면 요즘 논란이 되는 노인보험(장기요양보험, 연금보험 등)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노후를 상상하는 데에 심리적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보험 가입을 계속 뒤로 미루게 되고, 노인보험은 보험료가 비싸지기 때문에 예산 제약과 손실 회피 심리에 부딪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