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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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기회의 평등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블로그 멤버들과 얘기하던 중 지능도 기회의 평등에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태어날 때 부터 부자로 태어난 사람과 가난한 집에 태어난 사람의 차이를 사회에서 보정해 주는 것이 "정의롭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태어날 때부터 똑똑한 (예를 들어 좋은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도 보정해 주는 것이 옳지 않냐는 질문입니다. 제가 먼저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다른 멤버들도 여기에 대한 논의를 전개시켜 나가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군요.

  논의의 초점을 좁히기 위해 몇 가지 가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먼저 선천적인 차이는 지능의 차이 단 한가지라고 가정합시다. (지능의 차이를 보정해 준다면 외모의 차이, 성격의 차이, 건강의 차이, 키의 차이 등 수많은 차이들도 보정해 주어야 하는데 그것은 어렵지 않냐는 질문은 일단 접어두고 논의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또한 지능의 차이는 완전히 관측 가능하다고 가정합시다. 예를 들어 유전자의 어느 한 부분이 지능의 차이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라고 가정합시다. 또한 지능은 "천재" 와 "범인" 의 두 가지로 완전히 분류된다고 가정합시다.

  이러한 가정 속에서 저는  지능도 기회의 평등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지능의 차이가 우리가 기회의 평등에 흔히 포함시키는 부모의 경제력의 차이와 다른 점이 거의 없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능의 차이를 그렇다면 어떻게 보정해 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천재"와 "범인"의 소득 격차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둘의 소득차의 원인은 지능에서 날 것으로 생각하여 둘의 소득차를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각자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지능에 대한 보정의 방법일 것입니다. 즉, 지능으로 얻은 소득은 똑같이 나누어 가지라는 것입니다.

  저는 소득을 좌우하는 데에 지능 이외에 "노력"이라는 요소가 존재하고 "천재" 집단의 지능의 효과가 발휘되는 것은 그들이 열심히 노력했을 때만 가능한 상황을 상정하였습니다. 하지만 분배를 주관하는 사람은 노력의 정도를 관측할 수 없고 노력에 따른 "무형적" 비용 또한 관측할 수 없는 상황을 또한 상정하였습니다.

 링크된 저의 짧은 글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위와 같은 분배 방식은 천재집단이 노력을 하지 않는 쪽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이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로서 열심히 노력할수록 그 대가가 "범인" 집단에게 흘러가니 노력의 인센티브가 별로 없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 보인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경제력만을 고려한 분배의 방식은 천재집단을 노력하게 만들면서도 분배의 효과는 첫번째 방식에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굳이 "지능의 효과를 통제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 보다는 적당한 경제력에 대한 분배규칙을 세우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제가 쓴 글은 간단한 내쉬 균형을 이용하여 이를 보였습니다. 앞으로의 기회의 평등이라는 주제에 대한 논의가 더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댓글 7개:

  1. 비록 다소 평등한 것으로 느껴지는 현재의 세상을 즐기며 살고 있는 저이지만, 기회의 평등이 필요한 이유를 제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태어날 땐 "똑같고", 살면서 들이는 노력만 차이가 나는 세상인 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부정적인 답을 내렸구요.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글에 대한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경제력과 지능의 차이는 말씀하신 것처럼 "효과적인 이전"의 가능 여부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경제적 평등을 유난히 주장하는 것 역시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하구요.

    지능 자체를 재분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능의 불평등을 경제력으로 보정하려고 해도 되는지가 마음에 걸립니다. 글쓴이께서도 지능에 의한 소득 차이를 계량 가능하도록 한 가정이 "논의를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가정이 신빙성이 있는지 없는지가 매우 핵심적인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선천적으로 갖게 되는 여러 가지 초기조건들 각각이 서로 독립이라는 가정도 내포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덧)pdf 파일 4-1)식에서 천재 집단의 payoff 부호가 수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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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ncentive problem 때문에 지능을 보정해 주면 안된다는 글이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기회의 평등의 범주에 지능을 못 넣을 이유는 안되는 것 같아요. 실현 가능하지 않더라도 (가능할 수도 있고) 어떤 social planner가 계획하는 이상 사회의 벤치마크로써 기능할 수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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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쓴이께서는 기회의 평등의 범주에 지능을 넣으신 것 아닌가요? 다만 그것을 보정해주는 방법으로 output의 적절한 분배를 제안하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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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네 그런 것 같네요. 딱 그렇게 해석되어야지 지능을 기회의 평등과는 상관없는 걸로 치뷰히면 안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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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네 그런 것 같네요. 딱 그렇게 해석되어야지 지능을 기회의 평등과는 상관없는 걸로 치뷰히면 안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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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지나가는 사람이라 대화의 맥락을 잘 모르는 점 양해 바랍니다)
    으례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만 노력하는 것도 타고난 재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능 뿐만 아니라 사람의 성품 또한 하나의 유전적 특질로 본 것이지요. 그러게 보면 타고난 것과 후천적인 것과의 경계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려울 듯 싶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에게 사회에서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을 주는 것은 그것이 사회 전체 부를 증진시키는 것에 도움을 주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조직을 더 잘 꾸릴 수 있고, 전문화된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연구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겠지요. 반면에 부모의 경제력을 문제시 하는 것은 그것이 다른 재능있는 사람들의 노력 의욕을 감소시키기 때문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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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소득분배를 주관하는 사람이 노력여부를 관측할 수 없다고 가정하셨는데, 제가 볼 때는 천재집단이 노력을 할 인센티브가 없는 이유에 이 같은 가정도 굉장히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네요. 만약 소득분배 주관자가 노력여부를 관측할 수 있고, 노력에 따른 소득증가는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아마 그렇다고 가정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소득분배주관자는 노력한 천재가 노력하지 않은 천재보다 높은 소득을 누리는 것을 허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천재로 태어난 이상, 그 사람은 노력을 할 인센티브가 존재할 것입니다.

    소득분배 주관자가 노력여부를 관찰할 수 없다는 가정이 의심의 여지없이 현실과 부합한다면, 이 가정을 하나의 전제로 삼아 '지능을 포함한 기회의 평등 -> 천재의 노력인센티브 저해' 와 같이 귀결할 수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이 가정이 포기할 수 없을 정도의 가정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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