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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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7일 일요일

내가 벌면 남도 좋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라는 말, 다들 한번 씩 들어보셨나요?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 요즘, 좌우를 불문한 여러 정치인들이 자주 인용하고 있는 문장인데요, 재미있게도 많은 정치인들 이야기하는 것들 중 제 기억으로는 유일하게 제가 공감하는 말인 동시에 제가 경제학을 공부하게 된 동기와도 관련이 있어 이번 글의 소재로 사용해 보려 합니다.

사실,’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라는 말은 복지의 대상을 너무 제한적으로 고려하였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없는 신체적 조건 하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복지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일자리를 그 매개체로 정한 것은 바로 일을 통해서만 국가와 포괄적 개인이 존속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방금, 포괄적 개인이라는 용어를 임의로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단어를 만든 이유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하여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한 비용은 결국 누군가가 일을 하여 얻는 소득으로부터 충당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일을 할 수 있는 개인에 국한하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혼자서 살지 않는 이상(사실 혼자 살더라도) 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물물교환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이를 얻기 위해서는 돈이 꼭 필요할 것이고요. 사람이 돈을 얻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일’을 하고 그것을 얻는 방법을 든다면 이에 대하여 반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의식주 없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일단 위에서 언급했듯 이 세 가지 없이는 삶 자체를 살 수 없을뿐더러 행복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돈 없이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도 말할 수 있을 텐데요, 이로부터 조금 더 나아가보자면 사람은 일을 하지 않고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까지 말할 수 있겠습니다(극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은 제외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을 통하여 얻는 성취감은 많은 사람들의 삶의 동력이 되어준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은 행복한 삶(복지)의 필요조건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일자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 정부는 여러 가지 정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분류해보자면 공공사업 실행 등을 통한 직접고용, 직업교육과 일자리 알선 등을 통한 구직자 지원, 그리고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제공 및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키우기 정도가 될 텐데요, 하지만 직접고용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과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 구직자 지원의 경우 정부가 시장, 혹은 구직자 자신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해 주기 힘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일자리 키우기 정책은 어떤가요? 현대기술은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적어도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비대칭적 성장도가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현재의 제도 하에서 시장의 힘만으로 이러한 현상이 개선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고용인 1인당 근무시간이 일정한 가운데 생산량과 이윤이 증가하는 현상으로 정의한다면 같은 기술 하에서 기업이 성장할 경우 고용은 늘게 되겠지요. 정부가 중소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만 있다면 일자리 키우기 정책은 꽤나 희망적인 옵션일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대 기업 정책은 대기업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을 것입니다. 과거 고도성장기 시절에 현재의 대기업에게 주었던 특혜를 회수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형평성 측면에서 특혜를 받지 못하였던 중소기업에게 정부가 손을 내미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기업 활동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이 옳다는 가정하에서요. 효율성 측면에서는 어떤가요? 사실 상당수의 재화를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하여 더욱 효율적으로 생산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경영과 생산의 효율성은 외부의 도움이 없는 한 경쟁 속에서 기업이 성장해 나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일 테니까요. 그렇지만 복지의 향상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생각하면서 효율성만을 고려할 수는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효율성의 증가는 일자리의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이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자리 창출, 혹은 고용 증가를 위하여 효율성의 상실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효율적이지 않은 기업의 존속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 또한 자명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존재하는 정책상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대기업들이 많이 생겨나는, 즉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에 장벽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추상적이고도 어려운 것이겠지만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해법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요(스웨덴은 대기업 중심의 사회이지만 복지지출을 비롯한 모든 복지지표에서 우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면 이번 글은 더욱 풍부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좋은 개선안이 나오거나,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 글은 충분한 연구 없이 작성하게 되어 모든 면에서 부족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복지정책을 실행해 나가기 위해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가장 필요한 요건인 동시에 가장 어려운 요건일 것이라는 면에서 일자리를 키우는 일은 유일하게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으로도 바람직한 복지정책이 아닐까요?

* 이 글은 지난 9월 14일에 있었던 블로그 운영진들과의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씌여졌습니다. 운영진들의 의견은 차후 정리하여 본문에 써 넣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2개:

  1.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동태적 거시경제를 수강하는 학생입니다. 우선 경연에 올라온 여러가지 좋은 글 들 감사합니다. 저도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대기업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이 문제에 대해 동아리 차원에서도 살펴본 적이 있는데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 대한 장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전에 먼저 '중견기업'을 정의해야할 것 같은데요.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단계로서 '중견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로에서는 1) 먼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 2)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눠서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때 1)에서는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오히려 꺼리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중소기업을 졸업하여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갑자기 사라지는 여러가지 혜택들 및 정부지원들 때문이죠. 실제로 중소기업으로 남아있기 위해서 cheating을 저지른 사례도 있었고, 또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구분하는 종업원 수의 threshold에서 bunching 현상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한편, 2)에서는 적대적 M&A와 같은 것이 문제가 될 것이고 중견기업으로 하여금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 대한장벽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해결책도 각각 나눠서 살펴보아야 할 것 같은데 1)에서는 중소기업을 졸업한 기업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점차 세제지원을 줄이는 방법, 또 중견기업에 대한 새로운 지원책 마련 등이 있을 것 같고, 또 2)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여러가지 법안(그러면서도 효율성을 너무 해치지는 않는?)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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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생산과 관련된 기술이 효율적일 수록 명시적인 일자리는 줄어들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술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하겠죠. 산업 기술의 발전이 GDP증가에 따라 파생되는 일자리 수를 줄이는 현실 앞에서 '일자리 복지'는 큰 딜레마에 처해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의 생산, 경영 기술이 중소기업보다 효율적이긴 하겠지만, 지금의 한국과 같이 몇 개의 대기업이 기업 생태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진정 '효율적'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가 이 부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지만, 보통 건강한 생태계일 수록 피라미드 구조를 지니는데,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는 역피라미드 구조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요인에는 윗 분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현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중소 기업 내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려하는, 일정부분 정책으로 인한 왜곡현상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효과적 정책을 통한)중소기업 양성이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위한 효율성의 저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생태계의 변환은 외부적 SHOCK에 대한 취약성을 보완해 줄 수 있으므로,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중소기업 양성은 산업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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