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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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4일 목요일

두껍아 두껍아 전세줄게 월세다오


 부동산 가격 하락이 문제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지난달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정적 세금 감면 혜택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부동산 가격에 대해 귀에는 들리는 말이 많지만 눈에는 분명한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고로 flyingbunny는 두꺼비집을 짓듯이 부동산 시장이란 무엇인지 모래 한 더미 한 더미 다시 쌓아보기로 한다. 

 사람들은 왜 집을 살까? 우선 공급은 외생적으로 고정되어 있으며, 가격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거주'의 공급량과 '소유'의 공급량은 동일하지만, '거주'수요와 '소유'수요는 구분해 볼 수 있다. '거주'수요는 주택의 월세를 결정하고, '소유'수요는 주택의 매매가를 결정한다. 우선 인구 변화나 삶의 방식의 변화로 '거주가격'인 월세가 변한다. 한편 주택 '소유'에 대한 수요는 월세와, 가격상승기대, 다른 금융자산의 수익률, 그리고 '내집 마련'에서 오는 직접적인 효용에 의존한다고 볼 수 있겠다.(단순화를 위해 앞으로의 분석에서 이 직접적 효용은 무시한다.)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은 '거주'에 두는 가치도 균형월세보다 높고, '소유'에 두는 가치도 균형매매가보다 높은 것이다.

 전세는 어떠한가? Kim and Shin(2011)에 따르면 전세는 일종의 Repo거래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빌려주는 데에 대한 이자와 아파트의 월세가 맞아 떨어져서 금융기관이 사이에 끼어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통찰력 있는 분석틀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집주인이 왜 주택을 팔아서 투자자금을 마련하는 대신, 전세를 놓기로 결정하였는가는 논문의 주된 논의 밖이다. 아마도 주택 자체의 투자 수익률이 높아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세란 주택이라는 투자 상품이 있을 때, 금융 제약 때문에 집값 전부를 지불하기 어려운 두 사람이 나누어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라고도 볼 수 있겠다.

 주택에 대한 투자에서 오는 수익을 월세와 집값상승분으로 나누어 볼 때, 월세수익은 모두 세입자가 집값상승에서 오는 수익은 모두 집주인이 가져가는 것이 하나의 분배 방식이다. 똑같은 집에 대해서 전세금과 월세를 모두 관측할 수는 없지만, 사고 실험을 위해 암묵적 월세 가격이 있다고 해 보자. 세입자는 월세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를 전세금으로 나눈 값만큼의 수익률을 보장받으며, 집주인은 '(2년뒤 예상매매가 - 현재매매가)/(현재매매가-전세보증금)'만큼의 수익률을 기대하게 된다. 다시 말해, 주택이라는 금융자산을 쪼개어 구입하는데 세입자는 균형월세 변동에 따른 위험을, 집주인은 주택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것과 같다. 부담하는 위험 종류에 대한 분배는 고정되어 있으나 수익률은 전세보증금을 올리거나 내려서 분배 비율을 바꿀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요즘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하고, 전세 보증금은 상승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암묵적 월세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인구변화를 고려할 때, 소형아파트의 경우 '주거'수요가 증가했겠지만 중대형의 경우 감소했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아파트 매매가 하락에 기여하는 한편 오히려 전세 보증금은 덜 오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결국 남는 부분은 주택가격 변동에 대한 기대이다. 아파트 가격 하락 기대로 아파트라는 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자, 하락폭 일부를 전세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통로로 전세보증금이 사용된 것이다.

 뻔한 이야기를 참 복잡하게도 말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분석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집값 이야기를 할 때에 '주거'에 대한 부분과 '투자'에 대한 부분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러면 장기적으로는 '서민이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감정들을 부동산 가격과 따로 보아, 고민의 초점을 뚜렷이 유지할 수 있다. 어떤 세입자가 재계약을 하면서 집주인이 전세금 인상을 요구해서 힘들어졌다고 하자. 이는 '주거'가 비싸진 게 아니라, (전세세입자로서 참여할 수 있던) 특정 투자기회의 수익률이 떨어진 것이다. 다른 요인이 그대로라면 '암묵적월세'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 상품으로서의 주택은 일종의 '화폐'와 같다고 느껴진다. 화폐가 '유동성'의 기능이 강하다면, 주택은 '가치 저장'의 기능이 강한 것이다. 어떤 나라가 성장하면 그 나라 화폐의 가치도 오르는 것처럼 그 나라의 부동산 가격도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안정 궤도에 오르면 화폐나 부동산이나 가치가 정체된다. 한 나라의 경제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 '부동산 가격 안정'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애쓰는 것과 비슷한 차원으로, 국민들의 질 높은 주거생활을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조: Kim, Shin(2011), "Financing Growth without Banks: Korean Housing Repo Contract," http://www.princeton.edu/~hsshin/www/housingrepo.pdf.

*잘못되거나 의아한 점 보이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댓글로 지적해주세요.  

댓글 9개:

  1. 몇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1. 거주수요가 월세를 결정하므로 거주수요가 변하면 소유수요가 변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는 거주수요와 소유수요 사이의 상관관계는 분명 있지만 수요를 구분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2. 중대형 아파트 거주수요 지속적 감소 => "암묵적 월세" 하락 => 월세 하락에 따른 소유수요 감소 => 2년 뒤 예상매매가 하락 => 집주인 수익률의 분자부분 감소를 상쇄시키기 위해 분모의 전세보증금 증가
    의 고리로 이해했는데 제가 잘 이해한 것 맞나요?
    또, 집주인 수익률에서 2년 뒤 예상매매가가 현재매매가보다 더 낮아지게 될 경우 집주인의 수익률은 음수가 되고, 분모를 크게 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전세보증금을 줄이게 될 수도 있는건가요?(전세보증금을 현재매매가보다 더 늘리면 수익률이 +로 반전되기도 하네요.)

    3. 밑에서 두번째 문단에 대한 부연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세입자가 전세금 인상에 의해 "주거"를 위협받는 거 아닌가 해서요.

    이상입니다~ 수고하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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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 네, 거주수요가 결정되고, 거기서 생긴 균형집세rent가 다시 소유수요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어요.
    2. 월세하락도 소유수요 감소에 영향을 끼쳤겠지만 더 큰 이유는 심리적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국가의 화폐가 불안하다고 소문이 나면 실제로 사람들이 보유하던 화폐를 팔아치우려해서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처럼요.
    기대수익률이 음수라면 아예 투자를 안하지 분모를 키워 그 절댓값을 줄이려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분자만큼의 손해를 입어야만 한다고 해도, 최대한 투자원금을 줄여 나머지 돈은 기대 수익률이 양인 곳에 투자하겠지요. 보통 기대수익률은 양수이지만 실제 판명난 수익률은 음수인 경우 손해를 입는 것 같고요. 아파트값 하락을 예상하면서도 구입하는 사람들은 월세수입까지(본인이 거주한다면 스스로 그 집 거주에 부여하는 가치) 합산한 수익률이 양이거나 '내집소유'에 대한 선호가 커서라고 생각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3.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주거문제와 아파트가격(전세보증금 포함)문제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이사를 하거나 집주인과 월세로 재협상을 하는 데에 비용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암묵적, 균형)월세에 변화가 없다면, 근본적 문제는 월세를 내는 데 사용하던 좋은 투자처가 사라져서 발생한 것이지, 주거에 따른 가격이 올라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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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익은 글이라 오류가 많을꺼에요~ 관심갖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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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암묵적 월세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은 어떻게 생각해내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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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암묵적 월세가 변하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한 것은, 분석을 단순하게 하기 위한 가정일 뿐입니다. 만일 인구 변화로 주거 수요가 변하거나 건축업계 요인으로 주거 공급이 변한다면 암묵적 월세에도 변화가 생기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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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글 잘 읽었습니다. 실증적(?)인 사례만 보충하자면, 제가 사는 집 주변 아파트의 경우 32평형이 3억3000에 거래되는데 35평형이 3억2천에 거래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 적이 있지요 ^^; (물론 당해 32평형과 35평형이 같은 '단지' 내에 있는 건 아닙니다만, 본질적으로 같은 지역, 같은 동의 동일한 아파트라..) 물론 이런 상황은 단순히 Matching 문제에 따라서 35평형 거래자가 손해를 본 거래를 했다고 볼수도 있겠습니다만, 실제 사례를 보면 32평형 이상부터가 중형 아파트로 인식되어서 주거수요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35평형부터는 32평형과 비추어 매매가가 별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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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다른 조건에서 모두 동일하다면, 사람들이 주거에서 얻는 효용은 대체로 (전체 인구 평균을 보았을 때) 평수가 넓을수록 커질 것 같아, 주거수요 자체는 35평형이 더 커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글에서 쓴 개념을 사용하자면 '소유수요' 측면에서 35평형 아파트의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거래량이 더 작으므로 유동성이 작아지니까요. 다만 장기적으로도 그런 가격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더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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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녕하세요? 이번에 동태적 거시 경제이론을 수강하는 학생입니다. 먼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부동산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이번에 동태적 거시경제 과제에서도 전세문제를 다룬 바 있는데요,
    먼저, 제가 당시 과제를 했을 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요즘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하고, 전세 보증금은 상승하는 현상은 글쓴이 님은 수요측면에서 그 요인을 지적해주셨는데요, 여기에 하나만 덧붙이자면, 그간 건설사들의 수요예측 잘못으로 이미 중대형 아파트의 미분양 적체량이 많이 쌓여있었고, 어느 기간동안 점점 늘어가는 추세였습니다. 즉, 수요는 줄어든 데 비해, 공급은 늘어났기 때문에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진것 같습니다.
    또한 전세가격의 상승은 글쓴이 님이 지적해주신 바와 같이 아파트 가격 하락 에 대한 기대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글쓴이 님이 지적해주신대로, 아파트라는 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자, 하락폭 일부를 전세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통로로 전세보증금이 사용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잠재 아파트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함에 따라 아파트 매매수요를 전세 수요로 옮김으로써 전세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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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아파트 수요 예측을 잘못하여 공급이 과잉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한편 제가 글을 쓸 때는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옮겨간 것을 아파트가락 하락 부담을 전가하는 과정과 별개로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전세 보증금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전세 수요가 (같은 보증금이라면) 늘었기 때문이고, 가격과 수요가 동시에 조정되어 다시 완전균형으로 가는 과정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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