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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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0일 일요일

성장과 분배는 두 마리 토끼일까?



일반적인 담론에서 성장과 분배는 '두 마리 토끼'처럼 여겨집니다. 하나를 잡으려고 하면 다른 하나는 놓치게 되기 십상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저는 '성장'을 좀 더 올바른 의미로 사용한다면 꼭 그런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성장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 봅시다. 그것은 아마도 GDP가 올라가면 국민의 평균적인 삶의 질, 즉 효용도 높아질 것 같기 때문에 그럴 것 같습니다.
, 그러면 '국민들의 평균적인 효용'을 직접 측정할 것이지 GDP라는 변수로 측정할까요? 그것은  아시다시피 효용을 직접 측정하는 것이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것과 큰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GDP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곧, 효용이 주어졌을 때, GDP의 크기 그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성장의 중요성을 이야기 할 때에는, GDP의 크기가 중요해서라기 보다는 국민의 평균적인 효용이 중요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GDP를 성장시키면서 효용이 떨어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것이 GDP의 성장을 동반하는 분배정도의 악화를 통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쉬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경제 내에 두명의 개인이 살고 있습니다. i번째 사람의 효용을 u_i= (c_i)^(1/2)로 나타낸다고 합시다. 여기서 c_i는 개인 i의 소비입니다. 이 때 다음과 같은 두 가상의 경제를 비교해 봅시다:
경제 1
c_1=100, c_2=100
-> GDP=200, 삶의 질 평균=10
경제 2
c_1=1, c_2=225
-> GDP=226, 삶의 질 평균=8
즉 분배가 나쁜 경제 2에서는, GDP는 더 높은 데도 불구하고 삶의 질은 더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여하튼 이러한 경우, 우리가 '국민의 평균적인 효용' 개선을 목표로 해야한 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경제 2 보다는 경제 1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경제의 형태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성장'을 단순한 경제성장이 아닌 효용 증대로 정의할 경우, 분배는 그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물론 극단적인 복지정책 등으로 차후 국민의 소득수준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리는 경우, 분배상태의 개선이 미래의 평균적 삶의 질까지 갉아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성장과 분배를 상반되는 어떤 것으로 인식하는 것의 큰 이유중 하나는 '삶의 질'에 대한 지수가 GDP로써 잘못 정립되었기 때문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flyingbunny님이 얘기하였던 올바른 목표지수의 확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 8개:

  1. 간단한 예로 명확하게 설명해주셨네요. 사람들 사이의 효용의 크기는 비교할 수 없다는 불가지론만 극복할 수 있다면 이 주장을 널리 펼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그 부분에서 막히네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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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론 A가 가진 물건이 A보다 B에게 더 필요한 물건이라고 해서 A에게서 이를 빼앗아 B에게 주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아직 소유권의 경계가 설정되지 않은 새로운 물건이 생겼을 때 이를 B에게 주는 것이 낫다는 주장까지는 할 수 있겠네요. 사회에서 '새로운 물건'이 생기는 예는 어떤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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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항상 하듯 homogenous agent를 잠시 가정할까요 우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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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새로운 물건이 생기는 예는 아니지만, 새로운 이득이 생기는 예가.. Fta?? 근데 글쓰고 나서 드는 생각이 사실 성장과 분배가 양립하는 경우에는 분배적 정책이 장기적 성장성을 갉아먹는데에서 생기는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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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오 FTA는 적절한 사례가 될 수 있겠군요. 전체 gdp는 증가해도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이익을 보고 빈곤층이 손해를 보아 전체 효용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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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만약 t기에 시행한 소득재분배의 과정에서 t기에는 비효율성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소득분배의 공평성 추구로 인해 개인이 오히려 근로/성장의욕이 퇴행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반대로 지나치게 분배가 불평등해도 일해봐야 돌아오는게 없다는 판단하에 근로/자기계발의욕이 감소할수 있을거 같구요. 결국 오히려 적정한 수준의 차등적 배분과 그를 정당화하는 시스템이 최적일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재분배를 한참 개선해야 근로의욕이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이니 해당사항은 없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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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약 t기에 시행한 소득재분배의 과정에서 t기에는 비효율성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소득분배의 공평성 추구로 인해 개인이 오히려 근로/성장의욕이 퇴행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네, 저도 쓰다보니 성장과 분배가 갈림길에 놓이는 것은 사실 그런 부분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차' 싶었습니다..ㅋㅋ 특히 요즘 나오는 무상복지에 관한 내용들은 개인의 유인체계도 문제지만 국가 재정에 안좋은 영향을 끼쳐 성장성을 저해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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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신이 일한 양에 비례(rough한 의미)하는 이득을 볼 수 있어야 일을 한다는 인간 본성의 가정이 너무 슬픕니다. 자신이 일함으로써 다른 사람도 살게 한다 가 아니라 쟨 일도 안 하는데 잘 사네 로 받아들이는 세태만 바뀌면 세상이 참 좋아질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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