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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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9일 수요일

“아프니? 열은 없는데?”


“아프니? 열은 없는데?”
-최고 석학들의 웰빙 지수 개발 프로젝트: 무엇이 이루어졌나? 앞으론 무엇을 해야 할까?-

-by Flyingbunny

 요즘 대한민국 정치계의 화두를 하나 꼽자면 단연 ‘경제 민주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개를 돌려 세계 각국을 보아도 “자본주의 이대로 가도 될까?”하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지요. 올해 초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서도 자본주의의 미래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고른 첫 포스팅 주제! 2008년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Joseph Stiglitz, Amartya Sen, Jean Paul Fitoussi 교수들이 함께 모여 시작한 “경제성과와 사회진보 측정을 위한 위원회(The Commission on the Measurement of Economic Performance and Social Progress)”의 보고서를 여러분께 소개하고, 국내총생산(GDP)을 대체할 새로운 지수 개발에 대한 제 생각을 나누는 글로 출발선을 끊으려 합니다.

 2009년에 발표된 “Report by the Commission on the Measurement of Economic Performance and Social Progress"는 292쪽에 달하는 총체적인 보고서로, 이를 책으로 엮은 Mismeasuring Our Lives(GDP는 틀렸다)가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세계적 석학들이 GDP를 대체할 새로운 지수를 찾아 나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국민의 생활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1인당 GDP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GDP가 실제 생활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요. 보고서는 단적인 예를 하나 듭니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직접 요리한 저녁을 가족들과 단란하게 나누어 먹는 가장보다, 혼자서 쓸쓸히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먹고 밤늦게 주점에서 폭음을 하는 이혼남이 GDP로 평가되는 사회에서는 더 바람직한 시민이라네요. 물론, 국민의 생활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GDP의 단점은 과거에도 존재했지요. 그런데 지표와 현실의 괴리와 그로 인한 문제점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위원회의 시각입니다.

 지표는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특히 GDP의 성장률로 측정되는 ‘경제 성장률’은 모든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이 주목하는 숫자이지요. 따라서 지표를 무엇으로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정책의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지표가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부작용이 심각하지요. 위원회는 세계의 지도자들이 ‘GDP’만 중시하지 않고 ‘정부 부채’등 다른 통계 수치들에도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2008년의 경제위기 또한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보고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처음에는 가장 적용하기 쉽고 논란의 여지가 적은 개선방안으로 시작하여 뒤로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운 제안들을 제시하지요. 우선 1장에서는 기존의 GDP를 보완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을 추천합니다. ‘생산보다는 소득과 소비를 볼 것,’ ‘소득과 소비를 부와 연관해 고려할 것,’ ‘가계의 입장을 강조할 것,’ ‘소득, 소비 및 부의 분포에 더 주목할 것,’ 그리고 ‘소득에 관한 측정을 시장 외적인 활동까지 확장할 것’입니다.

 2장에서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문제를 다룹니다. 여기서도 다섯 가지 방안이 제시됩니다. ‘통계 조사 기관들은 주관적인 삶의 질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자료에 포함할 것,’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는 객관적 조건인 건강, 교육, 개인적 활동, 정치적 의사표현, 사회적 관계, 자연 환경, 위험을 측정하는 방법을 개선할 것,’ ‘삶의 질에 관한 모든 차원의 지표에서 불평등을 체계적으로 다룰 것,’ ‘삶의 질을 나타내는 영역들 간의 연관성을 밝히고, 이 정보를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고안할 때 사용할 것,’ ‘삶의 질의 영역들을 합산하여 서로 다른 수치 지표를 구성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통계 조사 기관들이 제공할 것’이 이들이지요.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지속가능성을 다룹니다. 네 가지 주요 제안은 ‘지속가능성을 나타내는 대시보드는 잘 정의된 보조 대시보드로 나누어져 있을 것(지속가능성과 현재의 웰빙 및 경제성과를 별개의 문제로 다룰 것),’ ‘이 보조 대시보드로 인간의 웰빙에 영향을 끼치는 저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 ‘현재의 기술로는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화폐로 측정하는 데에 한계가 있으니, 화폐가치로 평가된 지수를 대시보드에 포함하되 본질적으로 경제적 측면에 관한 부분으로 제한할 것,’ 그리고 ‘지속 가능성의 환경적 측면은 물리적 지표에 바탕을 둔 후속편으로 따로 다룰 것’입니다.   

 ‘웰빙’을 나타낼 수 있는 보다 총체적인 지표를 만들자는 위원회의 주장이 제게는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사람들은 경제학자를 의사에 비유하곤 합니다. 경제학자들은 국민경제가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관리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치료하기 위해 고심하는 사람들이죠. GDP는 측정이 쉬운데 반해 국민의 생활수준을 잘 표현해 준다는 점에서 ‘체온’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건국 초기에는 우리나라 경제의 열이 펄펄 끓었죠. 그리고 점차 경제가 발전하면서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1인당 GDP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지독한 감기가 낫기 시작하면서 열도 점차 떨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체온만으로 사람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열이 끓기 시작하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가면 혈당량,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등 여러 가지 지표를 측정합니다. 좋은 병원일수록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요.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위원회의 보고서는 새로운 지표의 완성이라기보다 시작에 가까웠습니다. 열정을 가진 후학들에게 남겨 놓은 일종의 과제이지요. 앞으로 ‘경제성과과 사회진보 측정’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한 개의 지수를 도출하는 데에 너무 많은 노력을 쏟기보다 여러 지표를 병렬적으로 구성하여 하나의 지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지수로 합산하려면 동일선상에 있지 않은 서로 다른 가치들의 우위를 판정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정보가 유실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권위 있는 기관에서 국제적인 지표 체계를 통일하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에도 OECD가 건강이나 교육 등 삶의 질에 관한 통계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며, UN은 1990년에 인간개발지수를 개발하여 매년 발표합니다. 하지만 통계 자료들이 하나의 체계로 통합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이밖에도 ‘국민총행복지수,’ ‘행복행성지수,’ ‘녹색GDP' 등 GDP를 보완하기 위한 서로 다른 지수들이 존재합니다. 지표가 통일되어 있지 않으면, 이를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한 투자의 중복이 일어나 비효율적이며, 서로 다른 지표를 사용하는 학자들이 교류하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개개의 지표에 대한 대중과 학계의 신뢰도 떨어지겠지요.  

 앞으로 경제학자들이 할 일이 많다고 봅니다. 우선 국제적인 표준 지표 체계를 관리하고 통계 조사를 실시할 기관을 만드는 데에 경제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세계 각국이 이 기관에 투자하고 조사관들이 통계 자료를 객관적으로 구축하도록 제도와 유인체계를 잘 설계해야겠지요. 또한 꾸준히 지표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일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며, 개발된 지표 체계를 이용하여 연구 범위를 넓혀나간다면 경제학자들이 세상에 기여할 여지가 더욱 커지리라고 봅니다. 국민의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문제에 보다 다차원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테니까요. 

 어렸을 때 부모님께 몸이 아프다고 칭얼대다가, ‘열이 없으니 꾀병’이라는 대답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몸이 아플 때라면 서운한 마음이 들지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률,’ ‘실업률,’ 물가, KOSPI 등 측정하기 쉬운 지수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10년 뒤 대한민국 경제가 두 배로 성장했다고 상상해 봅시다. 과연 우리 국민은 두 배 더 행복할까요? 경제 성장이 국민 복지 향상을 가져오다는 것이 과연 만고불변의 법칙일까요? 이젠 경제학자들이 과감한 도약을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국민의 생활수준에 영향을 끼치는지, 우리는 진정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다시 한 번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경제학자의 보람은 무엇일까요? 세상을 단순화한 모델이 풍기는 지적 아름다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데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위 글에 잘못된 번역이 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게 있습니다.
솔직한 의견, 평가, 자유로운 커멘트 부탁드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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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댓글)

webspider019:
너무 많은 지표로 구성된 지표체계는 어떠한 현상을 낱낱이 묘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 지표체계를 구성하는 지표의 수가 많아질수록 그 체계의 활용도가 떨어질 거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하지만 flyingbunny 씨 말씀대로 활용의 편의를 위하여 많은 요소들을 적은 수의 지표로 묶어 표현하면 각 지표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 주관적인 "가중치"를 부여할 수 밖에 없겠지요. 모델 구축 작업과 지표체계 구축 작업이 매우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 세계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현실 세계에 대한 설명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요. 어느 선이 가장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음... 전 그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더불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으로 건강, 교육, 개인적 활동, 정치적 의사표현 등등 많은 요소들이 위 글에 언급되어 있는데, 이 요소들을 병렬적인 지표체계로 다루더라도, 각각의 지표 역시 수많은 세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입니다. 각 세부 요소들을 어떻게 취사 선택하느냐, 또 취사 선택된 세부 요소들에 어떠한 근거로 가중치를 부여할 것인가 등의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건강: 당뇨병, 암, 위궤양 발병률, 평균 운동시간, 평균 수면시간, 식습관 etc
더불어 지표의 선택에는 그 지표를 사용하는 주체의 의도가 반영되게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경제성장률에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정부의 정책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며, 분배의 문제가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제성장률을 이야기하고, GDP를 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목적이 분배보다는 성장(저는 이것이 특히 국가대표기업들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이라는 것이구요. GDP를 대체할 지표의 고안도 중요하지만 각국 정부가 대체 지표를 "수요"하게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고름이 터지는 수밖에 없나...

실버쏘온:
제 생각은 매우 단순한 의견입니다만 '웰빙 지수' 가 실질적으로 삶의 질을 잘 반영하려면 CPI와 같이 100개 정도의 바스켓을 만들어 놓고, 5년 단위로 바스켓에 '추가지표 투입/설명력 떨어지는 지표 퇴출' 을 반복해서 보다 현실 적합성을 늘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보면 CPI처럼 '대표삶의질지수' 를 개발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결국 가중치를 어떻게 두느냐는 큰 문제로 보입니다. 물가지수를 모방하더라도, 소비 바스켓이 정해진 CPI와 달리 삶의 질은 소비패턴으로 가중치를 측정하기가 어려우니까요..
결국 이 문제는 설문조사와 통계의 축적에 희망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

flyingbunny:
두 분 소중한 의견 감사드려요. 두 분 말씀대로 결국 변화가 일어나려면 각국이 양질의 지표체계 구축 및 관리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이를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정부는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여론이 점차 경제성장에서 분배로 관심을 돌리는 지금의 추세가 유지된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 저는 "지표의 수가 많아질수록 체계의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webspider019 씨 추측과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1차적인 지표들을 묶어서 만든 '2차 지수' (예컨대 환경지수)들을 함께 발표하면 오히려 적절한 상황에 맞게 지표와 지수를 취사선택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2차지수'를 구성하는 1차지표들의 가중치 문제에는 가치 평가가 필연적으로 수반되겠지요. 하지만 GDP를 기준으로 한 경제성과 측정에도 결국은 암묵적인 가치 평가가 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심없이' 하나의 가치 체계를 받아들이는 것과 비교하여, '가치 비교'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이 비용에 비해 삶의 질을 보다 정확히 측정하는 지표 체계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더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규 씨가 말씀하신 '추가지표 투입/설명력 떨어지는 지표 퇴출'에 관해서는, 각국이 대표 경제학자를 파견하여 이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webspider019:
그렇네요. GDP도 GDP에 포함시키는 항목들의 선택에 분명 가치판단이 들어가니까요. 지표의 수와 지표체계의 활용도에 대한 문제는, A와 B와 C에 a, b, c의 가중치를 주고 만든 D=aA+bB+cC 지표가 있을 때, A, B, C와 D를 모두 사용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이 역시 GDP에 대입해보니, GDP도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등의 세부 지표를 함께 활용하고 있군요. 모델에의 유추는 적절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유추를 써먹기 위해 노력하자면 너무 많은 세부 지표를 도입할수록 너무 많고 복잡한 측정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가 많은 모델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세부 지표가 많을수록 각각에 대한 가중치의 '가짓수' 역시 늘어나구요. 가중치의 가짓수가 늘어나는 것이 작업을 편하게 해줄지 더 힘들게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댓글 3개:

  1. GDP의 오랜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거시전체흐름을 볼 때의 유용성측면에서는 이를 보편적으로 능가할 만한 지표가 아직까지는 없었던 것 같은데, 물론 GDP보다 좋은 지표를 앞으로 경제학자들이 만들어낸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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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직은 없었던 이유 가운데, 과거에는 절대적 빈곤이 중요한 이슈인 나라들이 많았고 경기변동 및 불황도 원인을 찾고 통제하기 어려운 블랙박스로 남아있었기 때문도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gdp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기존의 지표들은 gdp의 문제점은 일부 해결했지만 gdp의 장점 또한 많이 놓쳤기에 이를 대신하지 못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대적 빈곤 문제에서 해방된 선진국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해서도, 개발도상국이 환경과 약자를 고려하는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지표 개발을 위한 노력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많은 노력을 들여도 기대만큼 좋은 지표 치계를 개발하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에 크게 기여한 과거의 업적들 대부분 시작 단계에서는 앞날이 불투명한 모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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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 읽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글이네요. 저는 이 글의 요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국가의 관점에서 아마 가장 “낭만적인”(이상적이나 비현실적인 – 이라는 뜻이 있다고 수능을 준비하면서 외웠던 기억이 나네요) 목적함수는 “국민의 행복도” 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를 정확히 정의하기도 힘들고, 측정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 행복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관습적으로 믿어지고 있는 GDP, 물가상승률, 실업 정도의 어떤 함수를 목적함수로 삼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도 잘 지켜지지는 않는 것 같지만요…)

    그런데 이 변수들만 신경을 쓰다 보면 놓치게 되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어떤 정책, 제도, 문화 등이 그 목적함수는 증대시키되 행복도는 감소시킬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제 생각에 이는 이미 한국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전에 스페인에 있을 때 느낀 건데, 그쪽 애들은 돈 버는 거 그렇게 관심 없는 것 같습니다. 점심 시간도 보통 두시간이고, 정말 많은 상점들이 6시 반이면 문을 닫습니다 (스페인은 한국보다 날을 약 2시간 정도 늦게 시작하기 때문에 – 이를테면 저녁식사도 9시는 되어서야 하죠 – 한국으로 치면 약 네시 반에 문을 다 닫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행복해 보이죠. 반면 한국에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봅시다. 제 친구는 금융권에서 인턴을 하는데 6시반 출근 12시 퇴근이랍니다. 과연 “국민의 행복도”가 어디에서 더 높을까요? 환자의 열을 내리려다가 환자의 증세를 악화시켜 버리면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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