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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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3일 수요일

페이스북 IPO 사태의 아이러니(1부)





최근 국제 뉴스면에 페이스북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18일 주당 38달러의 공모가로 총 1040억 달러 (약 121조)의 자금을 모았습니다.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 자신은 이를 통해 200억달러대의 부자가 되기도 하였지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38달러로 시작했던 주가가 현재까지 총 26.3% 떨어진 31달러대까지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때 공모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만큼의 손해를 본 것이지요. 기업공개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겼다는 혐의로 당국의 조사까지 받게 되었고요.
참고로 IPO 때의 공모가 및 공개주식 수는 주관사(underwriter)와 기업 (여기서는 페이스북)이 협의하여 결정합니다. 공모가를 너무 높게 잡으면 공개된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이 없겠지요. 기업의 가치에 걸맞지 않게 비싼 돈을 주고 주식을 사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반대로 공모가를 너무 낮게 잡으면 기업이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페이스북이 주당 10달러에 기업공개를 실시했다면 투자자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끌었겠지요. 주가가 30달러 정도까지 상승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주식을 배정받은 사람들은 200%의 차익을 챙겼겠지요. 하지만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주당 38달러로 내놓았을 때보다 1/4 정도의 자금밖에 조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적정선의 공모가를 결정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자금 조달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은 투자자들이 적정주가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가격에 공모가를 설정하는 것이겠지요. 주관사는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끔 기업공개기업을 최대한 돕는 것이 임무이겠고요.
경제학에서는 흔히 경제주체들이 평균적으로 합리적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IPO에서도 평균적으로는 적정주가와 공모가가 적어도 비슷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와야겠지요. 적정주가와 공모가가 얼마나 비슷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가 바로 첫날 수익률 (first-day return)입니다. 기업의 적정주가가 공모가와 일치했다면 IPO 첫날 그 회사의 주가가 더 오르거나 떨어질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공모가를 너무 낮게 잡았다면 첫날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고 공모가를 높게 잡았다면 첫날 주가는 오히려 떨어질 것입니다. 즉, 첫날 수익률이 0에 가깝다는 것이 공모가를 적정주가와 일치시켰는지, 다시 말해 기업이 자금조달을 극대화하였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첫날 수익률이 금융학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게 됩니다. (이하 제시하는 통계는 모두 미국 주식시장에 관한 것입니다) 첫날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강력한 양(+)의 값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IT열풍이 불던 99년에는 무려 평균 첫날 수익률이 72%였고 IT거품이 꺼진 2001년부터 2012년까지 3차례를 빼고는 모두 첫날 수익률의 평균이 10% 이상이었습니다. 2012년 현재도 평균 첫날 수익률이 16%에 달하고 있고요. 다시 말해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공모가를 10% 높게 잡았더라면 자금 조달도 10% 늘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실현되지 못한 자금을 "Money on the tabl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돈을 더 모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뜻이지요.
금융학자들은 왜 IPO공모가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적정주가보다 항상 평가절하 (underpriced)되어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실제 가치보다 공모가를 낮게 가져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쪽의 이론에서는 주로 정보의 비대칭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Rock, 1984) 쉽게 말하면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충분히 낮은 가격에 주식을 제시하지 않으면 충분한 투자자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이론이 10%이상의 평가절하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행동경제학적으로 이를 설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많았는데요 예를 들어 첫날에 주가가 많이 오르면 언론에 화제가 되어서 기업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등의 설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론은 바로 “스캔들”로 이 현상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주관사의 시장 조작입니다. 참고로 첫날에 주가가 많이 오른다는 것은 공모가를 낮게 설정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주관사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주관사는 “Road Show"를 통해 기업공개가 되는 회사의 주식을 구매하라고 홍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날 주식이 많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홍보효과가 컸다는 뜻일 수도 있겠지요. 주관사의 시장조작은 대략 다음의 3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Spinning: 회사 운영진과 주관사와의 결탁관계. 회사운영진은 주관사가 공모가를 낮게 가져가는 것을 묵인하는 대신에 그 주관사가 다른 회사의 기업공개를 할 때 그들에게 주식을 배정해줄 것을 약속받는다. 주관사는 첫 날 주가 상승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고 회사 운영진은 다른 회사의 기업공개 때 받은 주식이 기업공개 첫날 가격이 상승하여 차익을 챙김. (불법임)
2)Laddering: 주관사가 단독으로 첫날 주가를 부양하는 방법. 특정한 사람/기관에게 주식을 배정해주는 대신에 그 대상자가 IPO이후 추가로 주식을 매수할 것을 약속받음. 그들의 추가 주식 매수로 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하게 됨. 그들은 적절한 시기에 주식을 팔고 빠져나오고 개인투자자들은 이후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음.
3)Analyst Lust: 회사와 주관사와의 결탁. 주관사는 의도적으로 공모가를 낮게 가져가고 회사는 이를 묵인함. 대신 그 주관사에 속한 애널리스트가 나중에 그 회사의 주식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해줄 것을 약속함. 주관사는 IPO 당일 주가상승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고 회사는 이후에 추가 주식 공개(SEO) 때 그 주관사 애널리스트의 도움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현재의 낮은 공모가를 묵인함.
핵심은 IPO의 평가절하 현상이 주관사의 이익추구 동기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들은 시장 질서를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이번 페이스북 IPO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바로 첫 날 주가 상승률은 0.61%에 그쳤던 것입니다.
오늘은 IPO에 대한 논란과 주요 이론들을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으므로 페이스북의 IPO 결과를 금융이론적으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는 다음 연재에서 쓰겠습니다. 아직 IPO를 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으므로 다음 연재 때까지 모인 자료들을 더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댓글 8개:

  1. 이런건 어디서 배우셨나요?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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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 저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한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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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글의 내용은 기업재무론연구라는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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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예전에 코스닥 상장 첫해에 20배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분도 있어서 신기해했는데, 저런 이론으로 설명이 어느정도 가능할거 같군요.

    1)Spinning : 이건 말하자면 음모론 적인 시각이라고 해야할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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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음 글이 기다려지네요. 이 글을 읽으면서 경제학부 학생으로서 참 기업의 회계나 재무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기업의 공모가와 시장에서 평가된 가격 사이의 괴리가 경제성장률이나 분배에 영향을 미친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일까요? '시장의 교란'이 실제로 얼마나 '나쁜' 것인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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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장의 교란이 나쁜건 선량한? 투자자 들이 손해를 보는 측면 이겠죠? 일종의 작전 세력 같은거니까요 골드만삭스가 부실 금융상품 좋다고 광고한다음 자기는 팔고 빠진일이 있었는데 회사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비슷한 측면이 있겠네요
      스피닝 같은경우는 기존 주주(기업공개전)와 매니저와의 대리인 문제로 볼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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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pinning 은 실제로 과거에 행해졌던 일입니다^^ 그거에 대한 페이퍼도 있지요 (Riu and Ritter, Review of Finanacial Studies) 지금은 단속이 심해져서 쉽게 할수 없는 일입니다 Salomon Smith Barney 의 사례가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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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기업재무론연구... roundmidnight님은 대학원생이신가요? 저렇게 행동재무론 입장에서 설명하셨다면 김정욱교수님이실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보이는데ㅎㅎ 김정욱 교수님 학부가 저희 경제과 출신이시죠ㅋ Analyst Lust나 Spinning도 충분히 이유는 될 수 있겠지만, 사실 Laddering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럴만한 유인이 충분하구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때, 일시적으로 효율적인 시장 가격에서 벗어나도록 정보를 갖고 있는 소수의 사람이 가격을 조작할 가능성은 충분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기업 내부에 있는 사람들만 가격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그 기업내부의 사람 수가 많은 '대기업'이 기업공개를 할 때(예를 들면 삼성생명이 좋은 예가 되겠네요. 삼성생명이 재작년 5월에 기업공개한 이후 오히려 주가가 계속 떨여졌었죠. 2년이 지난지금도 공모가 수준에 상당히 못미치고 있구요. 이게 삼성생명처럼 관심이 집중되고 많은 내부인이 있는 회사에서는 담합이 불가능해서 그런것이지 않을까 하는 제 가설입니다.),'중소기업'이 기업공개를 할 때보다 저런 일종의 가격 조작이 더 어려운가가 궁금하네요. 아무래도 인원수가 많은 만큼 외부로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담합해야 할 사람도 많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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