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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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6일 일요일

한계편익, 지불용의, 그리고 어떤 상품을 가장 원하는 사람


부제: 교과서 내용정리

이번 포스트는 MangoTango님의 이전 글인 김축구와 강부자, 그리고 소비자잉여를 학교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통하여 저 나름의 방법으로 정리, 보완해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만, 결국 재미는 떨어지고 내용은 별 다를 것 없는 그냥 그런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경제경시대회를 준비하시는 우리 전국고교생 독자느님들께서 유용하게 사용하실 수 있는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였다는 것에 그 의미를 두어볼까 합니다. 
(독자님들 사랑해요 ㅃㅇㅃㅇ~~) 

“맨큐의 경제학”에 따르면 수요량이란 소비자들이 값을 치르고 구입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재화의 양을 말하며, 수요곡선은 이런 가격과 수요량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지칭합니다. 또한, 지불용의는 구입희망자가 어떤 재화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최고금액을 말하구요.

한 사람의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곡선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 우리는 소득과 소비 가능한 다른 상품의 가격 등, 다른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고 그 상품의 가격만이 변하였을 때 그 사람이 선택하는 수요량을 관찰, 기록하여 수요곡선을 도출하게 됩니다. 이때, 다른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한 상품의 가격이 변화하게 되면 가지고 있던 소비능력, 즉 소득이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살 수 있는 다른 상품의 양이 변화하게 됩니다. 800원으로 300원짜리 키커 초콜릿 두개와 200원짜리 추파춥스 하나를 사먹던 사람에게 키커 초콜릿의 가격이 200원으로 떨어지는 천운이 내려진다면 그 사람은 추파춥스를 하나 더 살 수 있게 되니까요. 이렇게 살 수 있는 재화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우리는 실질소득이 상승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상품의 가격이 변화함에 따라 의도치 않게 달라지는 조건들 중 특히 실질소득의 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우리의 수요곡선은 세 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1. 표준수요곡선(Standard Demand Curve) ; 돈으로 환산한 소득을 고정시킨 채 도출한 수요곡선
  2. 슬러츠키수요곡선(Slutsky Demand Curve) : 재화단위로 나타낸 소득(구매력)을 고정시킨 채 도출한 수요곡선
  3. 힉스수요곡선(Hicks Demand Curve) : 기존에 누리고 있던 만족감(효용)을 고정시킨 채 도출한 수요곡선
- Hal R. Varian, Intermediate Microeconomics -

지불용의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살펴볼까요? 지불용의는 소득의 일부를 사용하여 상품 하나를 구매하였을 때 그 상품을 통해 얻는 효용을 정확하게 상쇄시키는 크기의 줄어든 소득을 의미합니다.(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득, 혹은 돈을 통해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득을 통해 만족감을 느낀다는 말은 그리 어색한 것 같지 않습니다)즉, 특정 양의 상품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상품을 하나 더 가짐으로써 추가되는 만족감이 그 상품을 추가로 갖지 않고 그 가격에 해당하는 소득을 가지고 있을 때의 만족감과 같아지는 가격수준인 것이지요. 이러한 지불용의의 의미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은 힉스수요곡선인 것 같습니다. 힉스수요곡선위에서는 상품하나를 더 산다고 해서 그 사람이 얻는 만족감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힉스수요곡선은 동일한 만족감을 얻기 위하여 추가적 상품소비와 맞바꾸어야 하는 소득의 크기를 보여 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각 수요량에서의 힉스수요곡선의 높이는 그 수요량에서의 재화 한 단위에 대한 지불용의를 뜻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지불용의의 의미와 수요곡선의 도출과정으로부터, 주어진 소득 하에서 소비 가능한, 혹은 소비가능하다는 가정 하에 특정 소비량 하에서 어떤 상품의 마지막 단위를 소비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의 크기를 그 상품의 가격단위로 계산할 수 있게 됩니다. (첫 번째로 소비한 상품의 가격을 1로 놓고 나면 각 소비수준에 따른 만족감의 상대적 크기를 얻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이 가격단위로 계산된 만족감의 크기는 각 단위의 소비량에 대응하는 힉스수요곡선상의 가격과 일치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특정상품에 대한 경제 전체의 수요곡선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다른 모든 조건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가격을 매우 높은 수준에서 점차 낮추어 나가다 보면 자신의 소득수준 하에서 그 상품을 사기 위해 포기할 수 있는 소득의 일부가 가장 높은 사람이 등장하게 됩니다. 물론 이때 그 사람의 만족감은 그 상품 하나를 소비하거나 하지 않거나 같은 수준일 것입니다. 이 수준의 가격에서 그 상품에 대한 경제 전체의 수요는 하나입니다. 이렇게 가격을 계속 내리다 보면 자신의 소득수준 하에서 그 상품 하나와 자신의 소득 중 일부를 맞바꾸려는 사람들이 한명 씩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가격과 소비량 사이의 관계를 알아 내고나면 우리는 경제 전체의 수요곡선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개인의 소득수준 차이를 제외한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 이 경제 전체의 수요곡선은 개인의 수요곡선을 각 가격에 대해 더한 것과 같겠지요.

한계편익의 의미는 어떤 상품의 마지막 단위를 소비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의 크기입니다.- 이준구, 이창용, 경제학원론 -  그런데 이것을 지불용의와 동일시하여 이것이 가장 높다는 것이 가격의 단위로도, 효용의 단위로도 그 상품에게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위에 길게 설명을 하였지만, 수요곡선의 높이는 주어진 소득수준 하에서 그 상품의 수요량에 따라 상품 하나를 위해 최대한 얼마만큼의 소득을 포기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 줍니다. 즉, 소득의 크기가 달라진다면 같은 수요량에 대해서도 다른 지불용의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소득수준이 낮다는 것은 소득이라는 상품을 적게 가지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고, 일반적인 경우 한 상품을 적게 가지고 있으면 많이 가지고 있을 때보다 그 상품 하나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매긴다는 것을 생각하면, MamboTango님이 김축구와 강부자, 그리고 소비자잉여에서 정확하게 설명해 주었듯, 소득 한 단위(1원)에 대한 가치는 소득이 적은 쪽이 더 높게 매기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의 한 상품에 대한 지불용의는 같은 소비량에서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에 비해 낮을 수 있으나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한계편익, 즉 상품에 대해 매기는 가치는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 쪽이 훨씬 높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들이 모든 상품에 대해 같은 선호를 갖는다는 다소 파격적인, 하지만 흔히 사용되는 가정을 사용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의 소득이 동일하지 않다면 지불용의를 한계편익대신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그렇다면 한계편익을 측정할 수 있는 다른 지표를 찾아보아야겠지만, 이는 GDP를 대신하여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찾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연구일 것입니다.

위의 설명으로부터 우리는 현실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현실에서는 어떤 상품에 가장 높은 가치를 매기는 사람일지라도 소득의 제약 때문에 그 상품을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통하여 소득 분포의 불평등도를 완화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축구의 소득이 강부자의 그것보다 더 빠른 비율로 상승하여 그와 강부자의 소득격차가 줄어들고, 김축구에게 축구화를 소비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생기게 된다면 당연히 그가 자신의 소득 하에서 축구화에 대해 매기는 지불용의는 강부자의 그것보다 같거나 높아져 김축구는 축구화를 사게 될 것이고, 처음부터 김축구가 축구화에 매기는 가치는 강부자의 것보다 높았기 때문에 강부자가 축구화를 사던지 그렇지 않던지 사회총잉여는 상승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사회총잉여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무엇인가를 더 원하는 사람이 그것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더 좋은 상황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 김축구의 소득이 더 빠른 비율로 상승해야하는 이유는 당연합니다.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이 둘의 소득 뿐 아니라 축구화의 가격 또한 같은 비율로 상승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김축구는 축구화를 살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댓글 5개:

  1. 잘 읽었습니다!
    저도 평소에 종종 생각해 보던 문제인데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셨군요.
    그런데 역시 불평등도 완화는 그 방법이 어때야 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간단한 예로 강부자의 돈을 일정부분 떼어서 김축구에게 주는 방법이 있겠지요 (일종의 소득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그것을 얼마나 떼어서 줘야 하는지가 일단 문제가 되겠습니다. 너무 많이 뗀다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가 전혀 안될테니까요. 또 김축구에게 그것을 그냥 주는게 좋을지, 의료비/교육비 지원 등의 형태로 좋을지의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제도의 존재 자체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요.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중요한 주제이고 개인적으로 제가 나중에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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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oundmidnight님의 댓글에 동의합니다. 소득과 지불용의의 관계는 소득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에 중요한 논거로 쓰일 수 있지만, 과연 어느 정도까지 불균형을 완화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민감한 이슈이지요. 덧붙여 저는 현재 수준의 소득불평등이 과연 몇 퍼센트나 사람들의 생산성 차이에 의한 것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친 예로, 대학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청소 노동자 아주머니의 생산성이 과연 대학 행정실장의 1/5에도 못 미칠까요?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생산성 평가는 모두가 수긍할 객관적인 근거가 없으니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평균적으로 임금의 몇 퍼센트가 '생산성'을 직접 반영하고 몇 퍼센트가 그 사람이 누리는 '지대'를 반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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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대부분의 일자리의 임금은 진입장벽, 즉 얻을 수 있는 지대에 따라 그 수준이 크게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진입장벽의 높이는 진입에 요구되는, 생산성의 proxy(정확하든 정확하지 않든, 그리고 생산성이라는 것 또한 flyingbunny님 말씀대로 명확하지않은) 라 할 수 있는 지적능력에 비례하겠지요} 근로자들이 현실적으로 살기위해 어떤 일이든 해야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요공급균형만을 생각해 봐도 진입장벽이 없는곳의 노동공급은 진입장벽이 있는곳에 비하여 당연히 많을 수 밖에 없고 임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상당수의 고등교육이수자들도 일정부분 이런 생각에서 자신의 교육수준을 선택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소득불평등도의 완화라는 이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고있음에는 틀림없으나 그 해결책의 도출은 매우 어려워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밖에는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경제학교과서에 나오는 모형을 보다보면 ‘이 분석은 가치판단은 최소화(내지는 배재) 한 채 효율성에만 그 관심을 국한한 것’이라는 각주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에대한 정당성은 누군가 공평성 등의 가치판단을 할때에도 효율성을 고려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부터 얻고있는 듯 한데요, 결국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답을 찾기위해서 철학으로 전공분야를 바꾸어야하는것인지도 모르겠네요.(센델형님…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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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경제경시 준비생이 아니라 대학원 준비생도 유용한 글 같은데요? 좋은 복습 되었습니다. 저는 이로부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고, 다만 '시장은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신화를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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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공감가는 글이네요. 결국 시장청산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사회의 '기수적 효용의 합' 조차도 극대화된다는 보장이 없겠네요. 서수적 효용만을 철저하게 따질 경우 사회적 후생 자체를 측정하기가 곤란하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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