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연 제 글에서는 오랜만에(!) 최근에 읽은 노동경제학 논문을 한 편 리뷰 하려고 합니다.
보통 ‘내’가 일을 하다 갑자기 중병에 걸리면 노동공급을 줄이게 될 것입니다. (물론 아닐 수 도 있지만!) 그렇다면, 만약 결혼한 부부에 있어 배우자가 중병에 걸릴 경우 다른 한 배우자의 노동공급은 줄어들까요, 늘어날까요.
저는 저 질문을 보았을 때 언뜻 보고 ‘당연히 늘리지 않겠어?’라고 생각했어요. 가구의 생애소득이 줄었기 때문에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한 명의 배우자가 노동시장에 뛰어들 것이 ‘자명’하지 않을까 싶었지요. 이러한 배우자의 실직 시 다른 배우자가 노동공급을 늘리는 현상(또는 늘리려고 비경제활동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는 현상)을 노동경제학에서는 부가노동자효과(Added Worker Effect, AWE)라고 합니다.
하지만 Coile(2004)에서는 배우자의 건강 충격(health shock)이 발생한다고 해서 반드시 AWE가 미미하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AWE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로 저자가 제시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지금부터 A를 기존에 노동공급을 하였으나 지금은 병에 걸려 노동공급을 줄인 노동자, B를 그 배우자로 지칭하겠습니다.)
① 보험 내지 연금의 존재 때문입니다. A가 병에 걸렸을 때 보험이나 정부가 제공하는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종전의 가구소득보다 적잖은 규모의 소득이 보전된다면 B의 추가적 노동공급을 구축(crowding out)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때 아마 B의 노동소득-여가에 대한 한계대체율도 고려해서 B의 여가에 대한 한계효용이 상대적으로 더 커야겠죠.)
② 또 하나는 A의 중병이 단순히 A의 노동공급시간을 줄일 뿐 아니라 B의 시간도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짧게 말해 병수발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 B의 총시간은 24시간이 아니라 24-(병구완 시간)이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실증적으로 그렇다면 부가노동자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Coile는 미국의 HRS라는 건강 패널 데이터의 6년치 자료를 사용해 보여주었습니다. 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읽으며 재밌었던 지점은 그렇다면 저 ‘질병’을 어떻게 변수로 포함시킬까 하는 부분이었는데, 미국에는 기능장애지수(Functional Impairment Index)라는 것이 있어서 17가지의 외부적 활동에 대해 얼마나 불편한지를 조사한 후 이를 토대로 0~1의 값을 부여한다고 합니다. (낮을수록 건강함을 의미.) 이 지수 이외에 ‘질병’을 설명변수에 넣는 방법으로, 3가지 종류의 건강에 대한 충격을 검토했다고 하는데 급성질환 / 만성질환 / 사고 이렇게 나뉩니다.
실증분석 결과를 보면 부인이 질병에 걸렸을 경우 남편은 부가노동자효과가 나타납니다만 그 효과는 (부인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에 대비) 상대적으로 미미했으며 반대로 남편이 질병에 걸렸을 경우 부인의 부가노동자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논문의 표 3, 4 참고)
AWE가 작게 나타날 수 있는 한 원인으로 제기되는 것이, 노령부부의 경우 ‘여가’와 ‘병수발 시간’이 서로 보완적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배우자가 병들어 직업을 관둘 경우 다른 한 사람도 배우자의 병수발을 하며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오히려 노동시간을 줄일 가능성이 있지 않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자는 HRS 데이터에서 ‘귀하는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우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 배우자가 병든 이후 부인/남편에 있어 각각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았습니다. 부인의 경우 남편의 질병에 대해 지수가 그리 변하지 않는 반면, 남편은 부인의 질병에 대해 위 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편과 부인의 지수 변화가 같다는 가설은 5% 수준에서 기각됩니다.) 이를 통해 성별에 따라 배우자의 건강충격에 따른 AWE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어느 정도 설명해 낼 수 있게 되었군요.
건강 충격에 대한 노동공급은 또한 고용주와 국가가 제공하는 ‘은퇴자 건강 보험’ 편익에도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분석결과 고용주가 제공하는 보험이 있는 경우 배우자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아진다고 나옵니다. 재밌는 것은, (배우자가 질병에 걸린 상황에서) 성별 간 행동의 차이가 있어, 남편의 경우 아내가 이 건강보험에 들었을 때 노동공급을 줄이는 반면, 아내의 경우 노동공급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네요. (반면 논문에서 ‘장애 보험’의 편익에 대해 분석해 보니 반대로 아내가 노동공급을 줄이는 결과가 나온다고 하는데, 위 두 보험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군요. 추후 더 공부해 보겠습니다...)
결국 논문에서 시사하는 것은, 배우자의 건강충격에 대해 다른 배우자가 노동공급을 늘리더라도 그 증가분이 아픈 배우자가 노동공급을 줄이는 것보다 미미하기 때문에, 배우자의 질병이 가구에 ‘실질 금융 위험(real financial risk)’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위험(risk)’에 대한 보험을 국가나 고용주가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후생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Courtney C.Coile (2004) ‘Health Shocks and Couples' Labor Supply Decisions’ NBER Working paper, Revise and resubmit at the Journal of Population Economic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