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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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8일 일요일

2군 선수의 경력이 1군 선수로의 전환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

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저의 최근 연구의 진행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현재 경제학부의 정식형과 함께 비정규직 경력이 노동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저희 연구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저희의 모델이나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증적인 자료가 부족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희의 연구는 비정규직의 경력이 노동시장에서 부정적인 신호를 발송한다는 가정을 근거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실제로 비정규직 경력이 노동시장에서 신호 효과를 갖는지에 대한 연구는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아직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비정규직이 노동시장에서 신호를 발송하는지, 그리고 그 신호가 부정적인지 여부를 직접 검증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가교인지 혹은 함정인지에 대한 논의는 한국의 노동경제학 연구에서 폭넓게 다루어졌습니다.
류재우 & 김재홍(2001)의 연구는 노동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 유동하는 노동력의 약 절반정도가 동일한 직장 내에서고용 상태의 향상에 따른 이동임을 밝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위한 선별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실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규직 근로자들의 비중이 하락한 기업의 경우 정규직 고용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임시직 형태로 관찰기간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류재우 & 김재홍(2001)의 연구뿐만 아니라 정규직이 같은 작업장 내의 정규직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디딤돌(stepping stone)의 역할을 한다거나 더 좋은 정규직 일자리로 건너가게 도와주는 가교(bridge)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실증하는 남재량(2009) 등의 연구 결과는 비정규직이 정규직 이행에 필요한 직업 숙련을 쌓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구직자-구인자 사이의 정보비대칭도 일부 해소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외국 문헌 중에서는 Flaherty & Siow(1995)의 연구가 비정규직이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으며, Waldman(1990)은 다양한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는 ‘up-or-out contract’ 도 일정한 관찰기간을 통해 근로자의 생산성을 측정하고, 노동시장에서 신호를 발송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는데 이는 ‘up-or-out contract’가 일반적인 비정규직과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 외에도 가장 최근의 연구인 스페인의 Guell and Petrongolo(2003)을 비롯해서 Gadecki et al.(1998), Neal(1999), Topel and Ward (1992) 등의 연구가 비정규직이 노동시장에서 선별장치 기능을 하고 있음을 실증하고 있지요. 
그러나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구직자의 정규직 전환 실패 경력이 노동시장에 발송하는 신호효과를 실증적으로 측정한 논문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Gagliarducci(2005)의 실증 연구는 비정규직을 전전한 경력이 노동시장에서 근로자의 능력에 대한 나쁜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제학적인 직관을 뒷받침하는 상황 증거를 제시합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가구 패널자료를 이용하여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근로자가 정규직 일자리를 가질 때까지 거쳐 간 일자리를 추적함으로써 비정규직을 반복적으로 전전할수록 정규직 전환 확률이 낮아짐을 밝혀내었습니다.
또한 류기철(2001)의 연구에 따르면 직전 직장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실직한 근로자는 전직 이전의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취업했던 근로자에 비해 정규직에 재취업할 가능성은 크게 낮은 반면 또 다시 비정규직이나 자영직에 재취업할 가능성은 높다는 사실을 밝혀내었습니다. 이 또한 비정규직-정규직 전환 실패의 경력이 시장에서 나쁜 신호로 작용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구직과정에서 과거 정규직-비정규직 전환 실패의 경력이 근로자의 능력에 대한 신호로 작용하고 있음을 뒷받침 하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한준 & 장지연(2003)의 연구에 따르면 20대에 정규직으로 고용되었다가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다시 정규직으로 전환될 확률이 높았으나, 20대 첫 직장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사람은 사실상 생애과정 동안 비정규직을 계속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에서는 엄밀하게 두 그룹 근로자의 개별적인 특징을 통제하지 못했지만 연구결과는 정규직비정규직의 경력이 이후 정규직 이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많은 선행연구가 비정규직 경력이 부정적인 신호를 발송한다는 상황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만, 그럼에도 직접적인 증가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근로자의 이질성(능력, 인적자본의 축척 정도)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비정규직의 신호 효과를 정확히 포착하려면 동일한 근로자들이 비정규직 경력만 다를 때 노동시장에서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근로자들의 이질성을 통제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동일한 근로자들의 비정규직/정규직 경력에 대한 시계열적 자료를 얻는것도 쉽지 않죠. 

그래서 저와 정식형은 프로 야구 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하였습니다. 
프로야구선수는 1군 선수, 2군 선수, 그리고 신고 선수로 크게 나뉘는데요, 저희는 2군 선수와 신고 선수의 경력이 1군 선수로의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혹은 1군 선수의 연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확인해보았습니다. 저희 가설에 따르면 2군 혹은 신고 선수의 경력은 1군 선수로의 전환 확률을 낮추거나 혹은 1군 선수의 연봉을 낮출 것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저희가 MLB 프로야구 선수데이터를 바탕으로 얻은 2군 경력이 1군 선수의 연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MLB는 선수의 1군, 2군 경력에 대한 시계열적인 자료를 공시해두어 연구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별 선수들의 능력은 타율/승률/실점 등으로 매우 거칠게 통제하였습니다. 


 그림이 너무 작아서 잘 안보이시나요? 선수들의 능력을 통제한 상태에서 2군 경력을 임금에 회귀한 결과입니다. p-value는 충분히 작게 나오네요.



이 그래프는 회귀분석한 결과를 그래프로 그려본 것이구요.
이러한 결과는 2군 경력이 1군 경력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다소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저희가 실증 연구에 있어 지나치게 문제를 단순화하여 승률/타율/실책 등으로 통제되지 못하는 능력의 차이가 연봉에 미치는 영향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사실 모든 MLB 야구팀에 대한 연구로 확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처음 몇개의 팀만 골라서 해 보았던 것이구요, 더 많은 비판과 의견을 수용해서 전 팀에 확대해서 회귀분석을 실시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야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2군, 신고선수의 경력이 능력을 통제했을 때 1군으로의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1개:

  1.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설명변수가 마이너리그에서의 경력 년수라는 전제 하에 생각나는 점들을 적어 보겠습니다.

    1. 일단 n이 너무 작은데, 이 OLS 추정치를 일치추정량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 회귀분석 결과는 개인자료를 돌린건가요 아니면 관측치 하나하나가 팀 별 평균 자료인가요? 개인자료라면 관측치가 지나치게 작은 것 같고, 팀별 평균 자료라면 Poolability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팀별로 선수들의 경력, 임금등이 얼마나 이질적인지.

    2. 설명변수가 2군(AAA이하 리그)에서의 경력을 의미하는 것라면 마이너리그에서 똑같은 N년의 경력을 가졌더라도 그것의 구성이 다를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컨대 같은 1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 하더라도 그게 AAA에서의 1년인지 독립리그에서의 1년인지 루키리그에서의 1년인지 이런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또 문제가 될 수 있는게, 마이너리그에서의 경력 년도라는 것이 최초에 선수가 드래프트 된 팀의 특성에 따라서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이 팀이 NL소속인지, AL소속인지부터 시작해서 유망주를 빨리 키우는 팀인지 베테랑 중심으로 굴러가는 팀인지, 성적이 좋았던 팀인지 나빴던 팀인지, 재정 상태는 어떤지, 팜 시스템은 어떤지 등등. 선수들이 랜덤하게 선택되는게 아니라 룰에 따라 팀별 순번대로 드래프트 되는 것에 따른 selection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기변동적인 요소에 따른 시계열 차원의 문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같은 능력의 선수라도 특정 년도에 드래프트된 선수들의 평균적인 질이 더 높았다면, 그 코호트에 소속된 선수의 마이너리그 경력이 더 길 가능성이 있겠죠.

    재밌는 시도같습니다만, 정제된 분석을 위해서는 생각해야 할 문제가 많고 복잡할 것 같네요. 제한적이지만 패널 고정효과/임의효과 분석을 시도해 봄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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