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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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11일 목요일

Gabaix(2011), Acemoglu.et.al.(2012), 그리고 한국.

   이전까지 거시경제학에서는 개별 기업의 shock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미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루트N 분산 효과(square root N diversification effect)라고도 일컫는데요. 왜냐하면 한 경제에 N개의 기업이 존재할 경우 각 개별기업의 shock은 루트N의 속도로 전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잦아들기 때문에(die out) 한 경제에 많은 기업이 존재할 경우(즉, N이 매우 큰 경우), 한 기업의 shock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0(1/루트N)에 수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에 관해 반대의 의견을 제시하는 페이퍼가 몇 개 발표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로서 Xavier Gabaix(2011)와 Acemoglu.et.al.(2012)를 들 수 있습니다. 각 페이퍼에서는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개별 기업의 idiosyncratic shock이 전체 경기 변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특별 배당이 미국 전체의 personal income을 증대시켰다는 Bureau of Economic Analysis(2005)의 발표나,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량 중 삼성과 현대가 35%나 차지한다는 사실은 개별 기업의 shock이 전체 경기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클 것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두 연구는 이러한 사례로부터 얻은 직관을 체계적으로 증명함과 동시에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글 에서는 두 연구를 간략히 살펴보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 기업의 생산성 shock이 전체 경기변동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Gabaix(2011)는 경제에서 기업크기의 분포가 정규분포가 아니라 두꺼운 꼬리를 갖는 분포를 가질 경우에 전통적인 루트N 분산 효과(square root N diversification effect)는 적용되지 않음을 증명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기업크기의 분포가 두꺼운 꼬리를 갖은 비대칭적인 분포라면, 개별 기업의 shock이 루트 N의 속도로 사라지지 않고 그보다 훨씬 느린 속도인 로그N의 속도로 사라짐을 증명하였습니다. 이를 Gabaix(2011)는 “Granular Hypothesis”라 일컬었습니다. 이는 개별 기업의 shock이 압축되지 않는 한 알, 한 알의 ‘grain’으로서 전체 경기 변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Gabaix(2011)가 붙인 이름입니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Gabaix(2011)는 개별 기업의 생산성 shock이 전체 경기 변동의 어느 정도를 설명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Gabaix(2011)는 이를 실질 GDP 변동을 종속변수로 하고, 그가 새로이 정의한 Granular 잔차를 독립변수로 하여 회귀분석을 실시하고, adjusted-R square를 살펴봄으로써 확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Gabaix(2011)는 상위 20~100개 기업의 1인당 순매출액 변동이 전체 순매출액 변동의 평균과 얼마나 차이나는지를 개별기업의 shock으로 놓고, 이를 가중합함으로써 Granular 잔차를 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중합이라는 것은 각 기업의 매출액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weight으로 하여 합했다는 것입니다. Gabaix(2011)는 위의 방법을 통해, 미국의 경우, 개별기업의 shock이 전체 경제 변동의 약 30%를 설명함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사실 우리나라가 대기업 중심의 경제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Gabaix(2011)가 주장한 Granular 가설이 더 부합할 것이라는 것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수출량의 대략 35%를 삼성과 현대, 두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개별기업의 생산성 shock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임을 추측해 볼 수 있지요. 실제로, 매년 순매출액 기준으로 상위 2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여 Gabaix(2011)와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회귀분석을 실시하여 adjusted-R square를 구해보면 40% 이상으로 나타남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참고로 분석기간은 1994~2011로 하였고, 외환위기로 인한 structural change를 고려하여 분석 기간을 1999~2011로 한정하여 보면 adjusted R-square는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즉, 추측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 기업이 전체 경기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물론 자료의 제약으로 인하여 Gabaix(2011)에 비해 분석기간이 짧다는 한계는 존재합니다.)

   Gabaix(2011)에 이어 Acemoglu.et.al.(2012)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비슷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Acemoglu.et.al.(2012)에서는 개별 기업의 shock이 전체 경기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매커니즘을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Gabaix(2011)가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데 있어 기업의 ‘크기’에 주목한 것과는 달리 Acemoglu.et.al.(2012)은 한 경제의 sector간의 구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sector 간의 구조라는 것은 투입-산출 구조를 의미합니다. 즉, 한 sector에서 상품을 생산함에 있어, 어떤 sector들에서 얼마만큼의 투입이 필요했는지의 구조가 한 개별 sector의 shock이 전체 경기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만약 어떤 기업이 이러한 sector 간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 그만큼 그 sector의 shock이 전체 경기변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Acemoglu.et.al.(2012)은 경제 내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sector와 많은 sector들이 연결되어 있고, 또 그 sector들과 2차적으로 연결된 다른 sector들이 많다면, 그 sector의 shock은 일종의 연쇄효과(cascade effect)를 통해 전체 경기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Acemoglu.et.al.(2012)의 주장은 기업 크기 분포와는 상관없이 성립하는 주장이지요. 즉, Gabaix(2011)의 주장과는 달리, Acemoglu.et.al.(2012)의 주장에 따르면, 기업 크기의 분포가 두터운 꼬리를 가지고 있지 않고 균형된 분포일지라도 개별 기업의 shock이 전체 경기변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두 paper 모두 엄밀한 수학적 증명으로 각각 주장을 theorem화시켜 증명하고 있습니다.)
   Acemoglu.et.al.(2012)에서도 Gabaix(2011)와 마찬가지로 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에 힘을 더 실어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투입-산출 행렬을 바탕으로 sector 간 네트워크를 파악하고 실제로 경제에서 특히 중요한 sector가 있는지, 즉, dominant한 sector가 있는지를 네트워크에서의 outdegree, indegree share의 실증적 분포(empirical density)를 비모수(nonparametric) 추정하고, 또 outdegree share의 실증적 분포의 꼬리를 나타내는 모수를 추정함으로써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 경제의 네트워크가 비대칭적임을 밝혀내었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개별 sector의 shock이 미국의 전체 경기 변동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1980년부터 2005년까지 5년마다 발표되는 산업연관표를 바탕으로 Acemoglu.et.al.(2012)과 같은 방법으로 추정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역시 몇몇의 sector가 전체 sector가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비대칭적 네트워크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 역시 개별 sector의 shock이 전체 경기 변동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꼬리를 나타내는 모수가 1과 2사이에 있을 때 power-law와 같이 두터운 꼬리를 지님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out-degree share의 실증분포의 꼬리에 관한 모수를 추정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consistent하게 1과 2사이로 나타남을 알 수 있고, 특히 2nd order의 경우에는 더 작은 추정치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수치가 작을수록 꼬리가 두텁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전체 경기변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 전통적인 주장과는 달리 개별 기업이나 개별 sector의 shock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최근의 두 연구를 소개하고, 또 이를 실제 우리나라 데이터에 적용해본 결과를 제시해 보았습니다. 앞으로는 따라서 경기 변동을 설명할 때 물가, 소비 등등의 거시적인 데이터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데이터 등 미시적인 데이터를 들여봐야할 일이 많아지겠죠? 거시가 더 복잡해진다는 뜻인걸까요? :)


참고문헌

ACEMOGLU,D., V.M.CARVALHO, A.OZDAGLAR, and A. TAHBAZSALEHI(2012), "The Netowrk Origins of Aggregate Fluctuations", Econometrica, 80(5), 1977-2016
XAVIER GABAIX(2011), "The Granular Origins of Aggregate Fluctuations", Econometrica 79(3), 733-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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