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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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9일 금요일

게임 화폐 인플레이션 - (1) 게임 화폐 인플레이션은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가?


지난해 5 15,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디아블로'의 새 시리즈가 발매되었습니다. 수 천명의 팬들이 밤새워 '디아블로'의 발매를 기다렸고, 팬들의 뜨거운 성원은 PC방을 만석으로 만들고, '디아블로'의 개발사인 블리자드의 서버를 버벅이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디아블로'의 흥행 파괴력은 생각만큼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유야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의 불균형으로 인해 많은 사용자들이 게임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많은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던 디아블로 발매 사태의 모습입니다. 이들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지금도 디아블로3를 플레이하고 있을까요?
 
'디아블로'에서 발생한 '경제 시스템의 불균형'이란 경제학과 동떨어져 있는 현상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게임 내 화폐가 굉장히 많아지면서, 사용자 간 거래 아이템들의 가치가 폭등한 겁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게임 인플레이션'이란 이름을 붙이며 '게임 내 대표적인 경제 현상'이라고 언급합니다만, 사실 이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inflation)또는 물가상승은 한 국가의 재화와 용역 가격 등의 전반적인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상태를 말한다. 이는 동시에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과 구매력의 약화현상을 가져온다. 인플레이션의 주요원인으로는 유통되는 통화공급의 증가 등이 있으며, 구체적인 원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경제학파별로 차이가 있다.


- 출처: 위키피디아, 검색어 '인플레이션'
 
아마 많은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전통적인 의미의 '인플레이션'은 위와 같을 겁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 인플레이션'의 정의를 제가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게임 인플레이션: 게임 내 거래 상품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상태를 말한다. 이는 동시에 게임 내 통화가치 하락과 구매력의 약화현상을 가져온다. 게임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게임 내 화폐량'의 급격한 증가이다
 
게임 인플레이션의 정의와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의 정의를 비교해 보시면, '게임 인플레이션'의 특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선, 게임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다시 말해, 게임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뒤, 이를 해소하고자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 내 아이템 등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지 않는 한) 사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거래하는 상품의 가격을 상승시킵니다. , 게임 내 사용자 간 거래가 가능한 상품들의 가격을 상승시키지만, 게임 내 거래 불가능한 상품들, 다시 말해 상점에서 사용자들이 돈을 소비하여 획득하는 아이템들의 가격에는 변화를 주지 못합니다.
 
이는,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시장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 세계에서의 돈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장소와 장소 사이를 돌고 돕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사용자들은 게임 개발자가 지급하는 돈을 받고, 그 돈을 소비(혹은 소멸)시켜 상품을 구매합니다. , 사용자들 사이에서 게임 화폐는 마치 현실 화폐들처럼 돌고 돌지만, 실질적인 게임 화폐의 흐름은 순환 구조가 아닌, 일방통행 - 생성되는 곳과 소멸되는 곳만 존재 - 에 불과 합니다.
 
두 번째로, '통화가치 하락'과 구매력 약화현상'을 언급한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2부에서 좀 더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만, 간단히 살펴 보면, 일반적인 인플레이션 현상과 마찬가지로 게임 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고, 같은 상품을 구매하는데 더 많은 화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구매력의 약화를 불러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통화가치 하락과 구매력의 약화 현상은 화폐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 - , 현재의 구매력을 미래로 이전시키는 데 이용되는 수단 - 에 문제를 일으키고, 화폐를 보유하기 보다는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 왜냐면, 화폐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지만, 상품의 가치는 계속 오르기 때문입니다 - 기존의 유저들은 부를 계속 축척할 수 있으나, 신규유저들이 기존 유저들의 수준의 부를 따라잡기는 점점 어려워 집니다. , 초기 진입 장벽이 형성되기 쉽고, 이로부터 게임 유입 인구의 감소 등의 여러가지 부작용이 야기됩니다. 이 부분 역시 다음에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마비노기란 게임 속 인플레이션에 대한 분석 글에서 발췌한 도식입니다. 다른 게임들의 인플레이션 현상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출처: http://plafina.egloos.com/1024373
 
끝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게임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주로 '게임 내 화폐량'의 급격한 증가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화폐량 증가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크게 언급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선 저보다 여러분들이 훨씬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잠시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1. 초과수요: 실물수요의 계속적인 증가와 과잉 통화공급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며 인플레이션을 야기함
2. 비용상승: 제품의 생산비용이 상승하면서 제품가격의 상승을 초래하며 물가가 상승하고 이로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함
3. 기타이유: 수요의 이동, 공공요금 인상, 저생산성, 카르텔 등으로도 발생 가능
 
그런데 게임 인플레이션은 게임 내 화폐량이 급증하면서 이로부터 물가 상승이 야기되면서 발생되어 왔습니다. 이는 게임이 가진 본질적인 시스템 - 게임 내 화폐의 지급 및 소비 방식 - 과 관련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게임 내 화폐는 2호선 지하철처럼 순환구조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1호선 지하철과 같이 어느 한쪽에서 시작하여, 어느 한쪽에서 끝나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사용자들이 게임 플레이 중에 얻게 되는 화폐량은, 언제나 소비하는 화폐량보다 많습니다. 사용자들은 더 많은 화폐를 원하면,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은 화폐를 벌 수 있는 곳이 바로 게임 속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의 창고에 더 많은 돈을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마다 조금씩 꺼내 쓰는 자세를 취하며, 이는 결국 화폐량의 증가를 야기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게임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볼까 합니다.
 
일단은 게임 경제의 구조와 실제 경제의 구조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비교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현대 경제의 구조는 크게 가계, 기업, 정부로 구분되며, 여기에 외국이나, 은행과 같은 요소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GDP, 물가, 인플레이션, 경제성장, 저축, , 실업, 금융시장, 시장과 같은 여러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아주 복잡한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찾은 이미지인데, 이것 외에도 다양한 구조도가 존재하지만, 핵심은 돈의 흐름이 여러 경제 주체들을 거치며 순환구조를 띈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게임 경제의 구조는 훨씬 간단합니다. 게임 경제는 오직 서비스 제공자(게임 개발자)와 서비스 사용자(게이머)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 성장이 존재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화폐'만을 고려하면 되는 아주 단순한 구조로 이뤄져 있기 대문에, GDP, 경제성장, 저축, 실업, 금융시장 따위가 게임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실제 경제보다 훨씬 단순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게임 경제이지만, 그렇다고 게임 세계 속 인플레이션을 해소하는 것이 실제 세계보다 쉬우냐 하면...그건 또 아닙니다. 이러한 단순한 구조가 갖는 본질적인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 경제에는 서비스 제공 업체와 서비스 사용자가 존재합니다. 서비스 제공 업체는 화폐의 통제를 담당하지만, 이들이 화폐를 통제하는 방식은 꽤 독특합니다. , 중앙은행 등을 통해 화폐를 순환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상점이나 퀘스트(게임 내에서 사용자들에게 주어진 임무로써, 임무를 달성 하게 될 경우 게임 내 화폐를 획득할 수 있음)와 같은 게임 내 시스템을 통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화폐량과 사용자들이 소비하는 화폐량을 통제합니다.
 
서비스 사용자들은 이러한 게임 내 시스템을 통해 화폐를 생산하고 소비하게 됩니다. 이는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는 현실세계와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이렇게 사용자들이 생산한 게임 화폐는 사용자들 사이의 거래에 사용되는데, 이러한 일종의 '시장 활동'은 사용자 간 거래의 여지가 있는 모든 게임에서 존재합니다.
 
 
 
이 사진에는 모바일 게임 '타이니팜'의 퀘스트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 개발사는 퀘스트나 이벤트, 아이템 되팔기 등의 방식으로 사용자들에게 화폐를 공급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사용자들은 이러한 행동을 반복해서 취함으로써 화폐를 생산하는 셈입니다.
 
 
이 사진에서 보듯이, 게임 개발사는 게임 내부의 여러가지 시스템 - 상점, 스킬 배우기, 강화, 수리 - 을 통해 사용자들의 화폐 소비를 유발하고, 이로부터 화폐를 소멸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비스 제공 업체, 즉 게임 개발사는 사용자들이 더 즐거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서비스 사용자들은 더 많은 화폐를 획득하는 것으로부터 '즐거운 플레이'를 실현시키고자 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용자들은 (게임 개발자들의 예상치를 넘어서는) 더 많은 화폐를 획득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화폐를 더 많이 생산하려 하지만, 게임 개발자들이 만들어 놓은 갖가지 '화폐 소비 유발 장치'들을 요리조리 피하고자 애씁니다.
 
 
이 사진은, 모바일 게임 '룰 더 스카이'에서 어느 사용자가 풍차를 잔뜩 지어놓은 모습입니다. 풍차가 초반 건물들 가운데서는 시간당 골드 획득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이처럼 풍차를 잔뜩 지어놓고 게임을 진행하곤 합니다.
 
위 사진과 같이, 사용자들은 더 많은 게임 내 화폐를 얻고자 항상 노력합니다. 이렇게 게임 화폐나 아이템을 열심히 모으는 행위를 게임 용어로 '파밍'이라고 하는데, '파밍'과 같은 경제 활동(?)은 모바일 게임, PC 게임을 가리지 않고 빈번히 발생합니다.
 
결국, 더 많은 화폐를 더 빨리 모아야 게임 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그로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용자들로썬, 화폐 획득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고, 개발자들 역시 이러한 사용자들의 본성(?)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 게임 세계에서는 화폐 수량을 거시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으며, 사용자들은 파밍과 같은 방법을 통해 무한의 골드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개발자들을 딜레마에 빠뜨립니다.
 
사용자들이 더 즐거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화폐를 획득케 해야 하지만, 너무 많은 화폐가 사용자들에 의해 생산되면, 게임 인플레이션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한대의 화폐를 양산할 수 있는 사용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개발자들은 사용자들이 무한대로 화폐를 소비하게끔 만드는 수 밖에 없습니다.
 
, 화폐 인플레이션에 맞서, 모든 개발자들에게 주어진 퀘스트는 꽤 명확합니다:
 
" 사용자들의 화폐를 모조리 불태워라"
(다음에 계속)
 
 
ps. 빠른 연재를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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