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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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8일 수요일

실험경제학과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


3세계 국가들은 최근 40년간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가 빈부격차의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와 남부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의 국민들은 여전히 최저 생계비보다도 작은 낮은 임금을 받으며 많은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실험을 통해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소득 수준과 건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험경제학(experiment economics)가 이러한 분야인데요, 오늘은 실험경제학이 개발경제학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고, 개발도상국들의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저개발국의 현주소에 대한 개관으로는 Banerjee and Duflo (2011)가 있습니다.
900만 명의 아이들이 매년 5세가 되기 전에 죽습니다. 사하라이남 지방 아프리카에서의 여성들은 30명 중 1명꼴로 아이를 낳다가 죽고, 이들의 평균수명은 55세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런가하면 인도의 경우, 10억 명에 달하는 인구 중 5,000만 명의 아이들이 문맹이다. 이러한 건강과 교육수준의 미달은 다음 세대의 가난으로 이어지고, 이를 Duflo“Poor Economics”에서 가난의 함정(poverty trap)"이라고 불렀습니다.
가난은 단순히 돈이 부족한 현상 그 자체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잠재력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책에서 Duflo는 재능이 있더라도 가난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살리지 못하는 현상을 포착하며 가난이 박탈하는 기회의 상실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는 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대응책을 제공하는 것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방충망을 이용하는 것은 말라리아의 유병률을 절반 이하로 줄여주는데 이는 전염성이 강한 말라리아가 사람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지요. 같은 맥락에서 지형적인 한계나, 기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에 대해 UN을 비롯한 국제적인 차원의 원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경제학으로 접근하기 위해 최근 Program Evaluation 방법론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Randomized Control Trials(RCT)인데 이는 가난한 사람들을 임의로 선발하여 특정 물품을 특정한 가격에 제공하거나 하는 등 일종의 실험을 시행하여 저개발국의 소득변화, 재화가격 변화에 대한 가격탄력성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에서 얻어진 실증적인 결과는 개발도상국 원조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실제로 이루어진 한 실험에 따르면 음식 원조는 개발도상국 생활 개선에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음식 원조의 본래 목적은, 부유한 사람은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묶여 있는 가난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음식에 대한 보조금은 가난한 사람들의 칼로리 섭취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보조금이 주어질 때 사람들은 더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사기 때문에 실제로 음식을 통해 얻는 칼로리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음식 원조를 통한 상관관계 분석 결과 사람들이 더 많은 요오드 영양소를 섭취할수록 더 많은 교육을 받게 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는 영양의 공급이 사람의 미래 임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과 직결되지요. 음식 원조에 따른 몇 가지 불확실한 결과들이 있지만, 먹는 것을 대신할 만한 많은 재화들이 있는 지금 무엇이 가장 효율적인 지원정책인지는 불확실합니다.
예컨대 또 다른 실험에서는, 말라리아를 줄이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가난을 줄여준다는 사
실은 명백하게 나타납니다. 한 예로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은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서 연 50% 이상 더 많은 소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거든요. 다른 예로 잠자리에 들기 전 방충망을 설치하는 것은 소득탄력성은 거의 없지만, 매우 가격탄력적인 특성을 갖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실험(social experiment)은 무엇이 저개발국을 지원하는 효율적인 정책인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이 미래 소득과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있더라도 건강 데이터가 건강 수준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정확한 결과를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Strauss and Thomas (1998)의 경우 건강상태가 좋아질 때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건강과 노동소득의 관계', '건강과 소득의 관계', '건강과 교육수준의 관계' 등을 살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키는 교육의 양뿐만 아니라 질까지도 반영하는 대용변수로서 건강상태와 생산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는데, 이는 더 가난한 지역일수록 평균적으로 더 낮은 키를 보인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키는 교육의 양뿐만 아니라 질까지도 반영하는 대용변수입니다. 또한 BMI 데이터는 역시 건강과 영양 상태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이러한 측도가 전적으로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낮은 건강 수준이 노동 공급을 감소시킨다 하더라도, 이것이 생산성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합니다. 왜냐하면 같은 음식의 공급량과 계산된 칼로리를 통해서 영양을 분석하더라도 직업의 신체적 강도, 사람의 소화 능력 등에 따라 많은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영양과 노동 결과 사이에는 선형관계보다는 비선형관계가 존재한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며,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제약 조건 때문에 건강에 대한 확실한 측정수단을 얻는 것은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발전론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가난한 국가가난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과 소득에 심각한 악영향을 받는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극빈층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문제를 분석하고 있는 Banerjee and Duflo (2007)가 대표적인데요. 이들 나라의 가족은 하루에 1.08달러 이하의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이들의 생활은 특별히 개선되지 않습니다. 이런 가족들은 대부분 많은 아이들을 가지고 있으며, 평균 연령도 매우 낮습니다.
무엇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조사의 대상이 된 13개의 극빈층 국가에서는 가계의 음식 비중이 56%에서 78%를 차지합니다. 엥겔지수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하지만 소득의 증가에 대한 음식 비중의 탄력성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비슷합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은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등 내구재를 가지고 있지 못하며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끼니 걱정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교육수준에도 거의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농촌의 경우 여러 개의 직장을 가지고 작업장을 전전하면서 소득을 충당합니다. 벵갈 지역, 과테말라의 자료의 자료들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 하지요.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경우 또한 마찬가지로 직업의 전문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 특정 분야에 오래 종사하여 전문성을 키울 수가 없다는 것이죠.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돈을 빌릴 수 없는 환경도 이들의 가난을 악화시키는 요인입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친척들이나 대부업자에게서 돈을 빌리며, 일반적인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은 5%-6.4%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매우 적은 사람들만이 저축을 하는데, 대부분의 나라에서 하루에 1달러 미만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 중 14% 이하만이 자신의 계좌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보험시장에의 접근성도 떨어집니다. 소위 말하는 인맥과 같은 사회적 연결망(social network)이 보험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들 나라에는 사회적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기나 수도에 대한 접근성은 이들 국가에서 좋지 않은 편입니다. 이런 부분의 취약성은 유아 사망률과 전염병 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또한 인도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교육 수준도 매우 낮은데, 교육의 등록률과 교사의 질 모두 낮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를 하거나 학교에 다니면서도 여전히 문맹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러한 실태에 대한 실증 분석으로는 대표적으로 Jensen and Miller (2008a)Jensen and Miller(2008b)가 있습니다. 전자는 세계 식량가격의 상승이 중국의 가난한 가정의 영양과 소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합니다. 후난 지방의 경우 영양 상태의 감소는 없었고, 간수 지방의 경우 약간의 감소는 있었지만 이것이 계절 효과에 의한 것이라고 할 때 역시 별다른 변동이 없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작물의 경우 국가에 의해 가격이 유지되었고, 저소득층 가계는 더 낮은 가격의 음식을 사 먹음으로써 칼로리는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국가통계를 바탕으로 2006년의 영양과 소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계 식량가격의 상승에도 쌀이나 밀 등 중요한 작물들은 약간의 가격 상승만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고기 종류는 많은 가격 상승이 있었는데 후난 지방에서 17-46%, 간수 지방에서13-25%의 상승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후난지방에서는 쌀의 소비량을, 간수 지방에서는 밀의소비량을 대폭적으로 늘림으로써 섭취하는 칼로리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냅니다. 한편 후자의 경우 중국 후난 지방과 간수 지방의 같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중국의 가난한사람들에게 기펜재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후난 지방의 경우 가난한 사람들은 주로 쌀에 의존하는데, 일정 소득수준까지는 고기와 쌀이 완전대체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 이상의 소득수준에서는 대체성이 점차적으로 완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 고기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강해진다는 것이죠. 저자들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기의 가격을 일정 금액씩 내려 주는 실험을 한 결과 쌀의 기펜재적 성격을 확인하였습니다. 후난 지방의 경우 72%를 곡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간수 지방의 경우 77%를 곡물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쌀 가격의 1% 상승은 0.22%의 쌀 소비 감소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실험 결과는 저소득층 가계가 어떤 식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경제적 충격에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이와 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저개발국 원조 문제에 대해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무엇이 저개발국의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가?
두번째는 과연 선진국의 원조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효율적인가?
첫째 물음은 지난 1980년대 경제성장 이론에서 많이 다루어지던 주제였으나, 최근에는 Program Evaluation 등의 방법을 통해 보다 미시적인 측면 실증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제도적이거나 정치적인 측면에서 설명되던 아프리카의 빈곤 또한 사람들의 경제적 유인체계를 통해 새롭게 이해되고 있습니다.
둘째 물음은 역시 활발한 실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저개발국 가계의 소득을 개선
하고 영양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임의적인 실험(random experiment)의 방법론은 저개발국에서 특히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의 실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실증적인 문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최근 매우 선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며 무수히 많은 Missing Data 문제, 지속적인 추적의 실패 등 현실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실험 자체가 피실험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더욱 정교한 실험 디자인이 필요할 것입니다.
 

댓글 2개:

  1. 사실 저는 버클리에서 운좋게도 이와 관련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Global Poverty and Impact Evaluation이라는 수업이었는데 실제로 개발 경제학(Development Economics)에서 실험쪽이 최신 트렌드이고 최근에 엄청난 발전을 한 것으로 압니다. 운이 좋게도 제가 버클리에서 공부할 당시 CEGA day라고 UC 계열 학교의 개발경제학자들이 모여 최신 연구에 대한 발표를 하는 학회가 있었는데도 그 때도 전부 이와 관련된 실증분석 얘기 뿐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이 수업을 수강할 당시 Duflo et.al. paper만 10편 넘게 읽은 것 같습니다. 저는 우선 이 수업을 수강하면서 이 분야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먼저 연구 자체의 motivation이 매우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저개발국의 발전을 위해 원조를 해줘야 하는데,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렇다면 어떤 데에 투자를 했을 때 가장 효율적일 수 있겠느냐, 혹은 여기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연구의 출발점이 따뜻한 가슴, 차가운 이성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습니다. 또, 전혀 실증적 분석이 불가능할 것 같은 것들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디자인한 RCT 실험, 혹은 여러가지 계량 테크닠(제가 거기서 배운 테크닠은Randomization, Difference in differences, Treatment on the treated, Propensity Score Matching, IV, 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 등이 있었습니다.)으로 분석을 해낸다는 점에서 방법론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또,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 사람들을 위해 거기서 제가 배웠던 큰 주제들도 함께 남깁니다.(Education, health and nutrition, credit markets and microfiancne, politics and corruption, institutions and developments, data collection and logistics 등)그래서 한편으로는 우리 학교에 이런 과목이 없다는 점도 매우 아쉽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이 수업을 듣지 않았었더라면 전혀 몰랐을 내용들인데 알고 있는 상록이가 신기하기도 하네요~ 아무튼 저는 주제나 방법론 등등에 매우 큰 매력을 느끼고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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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Banergee와 Duflo의 "Poor Economics"를 선물 받고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로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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