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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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9일 목요일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 (1)


   여러분, 혹시 티핑 포인트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는 말콤 글래드웰(Malcom Gladwell)이 그의 저서 “The Tipping Point How Little Things Can Make Big Difference”에서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용어로서, 비슷한 말로는 Threshold point, the moment of critical mass, boiling point가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기준점, 한계점, 혹은 역치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저자는 이러한 특정 한계점을 기준으로 엄청난 결과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들에 주목하여 어떠한 원리로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이러한 티핑 포인트가 전혀 인위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 “티핑 포인트라는 것이 여러 주체들의 상호작용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에 접목시킨 재밌는 연구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David Card et. al.(2008, QJE)“Tipping and the Dynamics of Segregation in Neighborhoods and Schools”라는 연구입니다. Card et. al.(2008)은 인종 분리 문제(Racial Segregation Problem)티핑 포인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이를 간단한 이론과 실증적 분석을 통해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비록 인종관련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큰 이슈가 아니지만,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우리나라의 인종구성도 다양해지고 있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문제 역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이 역시 우리가 점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인종 분리 문제(Racial Segregation Problem)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주거지역 분리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연구 주제가 그리 한국의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또 무엇보다 연구 방법론이나 아이디어가 상당히 흥미롭기 때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직접 페이퍼를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무엇보다도 전혀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그럼 본격적으로 Card et.al.(2008)의 연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인종 분리 문제(Racial Segregation)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인종 분리 문제(Racial Segregation)는 백인들의 주거지역과 기타 인종들의 주거지역이 분리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비록 인종차별이 법적으로 금지되었으나 여전히 인종 분리 현상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국 어느 도시에나 있는 China Town, 그리고 뉴욕의 할렘가에 흑인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 대표적인 인종 분리 현상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인종 분리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비록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여전히 암묵적인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고, 각 인종별 소득 차이에 의한 구매력 차이일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소수 인종 그룹에 대한 선호도 차이에 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중 Card et al.(2008)은 선호(Preference)에 의한 분리에 주목하였습니다. , 백인의 소수 인종 비율에 대한 선호도, 그리고 소수 인종 그룹의 소수 인종 비율에 대한 선호도 차이에 따른 상호작용이 인종분리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러한 요인과 인종분리 현상이 티핑포인트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라는 재화를 구매할 때 우리는 집의 크기나 공간 배치, 건물 구조, 건물 재료 등 집 그 자체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의 위치, 이웃 구성, 학군 등 여러 가지를 동시에 고려합니다. , 우리가 집을 구매한다는 것은 일종의 상품 묶음(bundle)을 구매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집에 대한 각 경제주체들의 지불용의(willingness to pay)에는 이웃 구성에 대한 선호도 역시 반영되어 있을 것입니다.(그래서 이라는 재화가 참 재밌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소수 인종 그룹 비율(m)에 대한 각 인종별 입찰지대 곡선(Bid-rent Curve)은 인종 그룹별로 서로 다른 형태를 띨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고 각기 다른 입찰 지대 곡선이 상호작용하면서 입찰 지대 및 소수인종 비율에 대한 균형이 생길 것임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간단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다음의 그래프와 같은 세 가지의 균형이 생길 수 있음을 보이고 있습니다.(자세한 그래프 도출에 대한 설명은 논문을 참고하시길..)
 
 
  
   여기서 주목하실 점은 AC의 균형은 안정적인 균형인 데에 비해 B는 불안정한 균형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B 균형에서 소수인종비율이 조금만 높아지면 인종 분리 현상을 나타내는 C 균형으로 바로 옮겨갈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B 균형의 소수인종비율(m*)이 바로 티핑 포인트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러한 이론적 배경이 실제 현실에서도 적용될까요?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티핑 포인트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Card et. al.(2008)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 방법을 통해 실제로도 티핑 포인트가 존재함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제가 사실 처음에 티핑 포인트에 관심이 갔던 것도 티핑 포인트라는 아이디어 자체도 재미있지만 이를 경제학에서 실증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도구도 역시 발견이 되었다는 점에서 였습니다. 데이터 존재 여부가 여전히 큰 이슈이겠지만요. 아무튼 이 논문에서도 RD 방법론을 통해 지역 내 소수인종의 비율이 특정 한계점인 티핑 포인트를 넘어가면 지역 내 백인들의 비율이 현저히 줄어들고 소수인종의 비율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는 추정 결과 그래프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논문 참조)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각 주(state)별로 티핑 포인트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살고 있는 LASan Antonio에서는 티핑 포인트가 높게 형성되어 있고, 인종 구성비가 상대적으로 다양치 않은 Portland 같은 지역에서는 티핑 포인트가 낮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는 티핑 포인트 이론의 현실 설명력이 그만큼 높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결과라 생각됩니다.
  
   저는 처음 이 논문에 대해 알게 됐을 때, 일단 티핑 포인트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재밌고, (작은 차이가 엄청난 결과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재밌고 신기하지 않나요?) 또 무엇보다도 계량 경제학적 분석 툴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아주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제가 생각했을 때 이론적으로 티핑 포인트가 형성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안정적인 균형과 비안정적인 균형이 모두 형성되는 균형이 여러 개 생길 수 있는 모형이어야 하고, 그 중 가운데 균형이 비안정적인 균형이어서 그 점에서 조금만 이탈하면 다른 양 쪽의 안정적 균형으로 완전히 수렴해버릴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이 점에 주목하여, 제가 예전에 동태적 거시경제이론을 들을 때, 복지와 경제성장 간의 관계를 설명해 보는 과제에서 이 모형을 응용해 본 적이 있는데, (.. 그렇다고 실증적 테스트를 제가 직접 해 본 것은 아닙니다. 사실, 데이터 존재 여부부터 불투명하고, 어떤 변수로 측정해야하는지 등등 많은 이슈가 있지만.. 일단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 뿐이긴 하지만...)
다음 글에는 이에 대해 이어서 쓰겠습니다.
 
<Reference>
David Card, Alexandre Mas and Jesse Rothstein, “Tipping and the Dynamics of
     Segregation”,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2008) 123 (1): 177-218.

댓글 1개:

  1. 김대일 교수님 노동경제학 연구 시간에 들었는데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Bond, E., and N. E. Coulson., "Externalities, Filtering and Neighborhood Change," Journal of Urban Economics, 1989.

    Juhn, Chinhui., Kevin M. Murphy., and Brooks Pierce., "Accounting for the Slowdown in Black-White Wage Convergence," AEI Studies #520., 1990.

    도 같은 문제의식을 같은 비슷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논문인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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