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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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0일 월요일

Endowment Effect



 이번에도 여느 때의 포스팅과 마찬가지로, 제가 보고자 하는 건 실제로 사람들의 행동이 그렇게 되는지, 그렇지 않다면 왜 그렇지 않은 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보다 넓은 관점에서 사족을 달자면, 저는 ‘진공상태’의 인간을 잘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다양한 마찰과 저항이 있는 현실세계를 이해하고, 경제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이론을 만들어 갈 때 우리는 소득효과는 작고, 한 재화에 대한 최대지불용의(Maximum Willingness to pay : WTP)와 이 재화를 상대방에게 제공하기 위한 최소요건(Minimum Willingness to accept : WTA)의 차이는 사실상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시하고서 이론을 흔히 전개해나갑니다. 즉, 준지대를 누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평균적인 수준에서 WTA=WTP라는 것을 가정하는 셈입니다.
 
 (쓸데없는 사족이긴 한데) 사실 Walrasian paradigm에서 이런 원칙은 모두가 가격수용자(price taker)라는 가정아래서 성립할 수 없는데, 그래서 왈라스의 일반균형에서는 수요와 공급을 미리 예측해 가격을 미리 조정하는 전지전능한 ‘왈라스 경매인(Walrasian Auctioneer)’이라는 독특한 존재를 가정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누가 왈라스 경매인인지는 알 수 없죠. 차후에 왈라스 경매인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peated Market Experiments
 
 여하튼 왈라스 세계관의 이런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상적인 한 교환경제를 실제로 구성한다고 생각해보죠. 편의상 한 강의실을 빌려서 그 안에 44명의 학부생을 피험자로 모셔왔다고 하겠습니다. (Kahneman, Knetsch and Thaler; KKT(1990)에서는 Cornell 대학의 경제학, 법학 전공자 44명을 대상으로 했다고 합니다.) 그중 11분을 랜덤하게 선택해서 토큰을 줍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항을 지시합니다.
 
 “이 시장에서 물건은 토큰으로만 교환됩니다. 소유자 측이라면 여러분은 토큰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구매자라면, 그 토큰들을 구매하실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토큰들의 가치는 $x입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토큰의 가치를 적어내시면, 오늘 실험을 주관하는 저희들이 실제로 그 금액만큼을 이전해 드립니다. 그러니까 각 사람마다 토큰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겠죠. 여러분들의 스케줄이 모아지면, 그 뒤에 토큰의 가격이 결정됩니다. 예상가격들이 주어지면 다음 두 가지의 선택사항 중 한 지시사항을 따라주세요.”
 
 (1) 이 가격에 토큰을 팔거나 시장가격을 수용하겠다. (Owner)/ 토큰을 이 가격에 구매하고, 가격과 차이나는 만큼은 현금으로 받겠다. (Buyer)
 (2) 토큰을 팔지 않고, 차액만큼은 현금으로 받겠다. (Owner)/ 토큰을 이 가격에 사지 않겠다. (Buyer)
그리고 자신이 결정한 행동에 x표를 마킹하라고 하겠습니다. 0.5$단위로 구분된 다음과 같은 표를 나눠주는 거죠.

             ...
가격이 $8.75 이면 나는 토큰을 팔겠다. ( ) 팔지 않겠다. ( )
가격이 $8.25 이면 나는 토큰을 팔겠다. ( ) 팔지 않겠다. ( )
            ....
 
피험자들로부터 가격 스케줄을 얻은 후 시장청산가격이 얼마이며, 거래는 몇 건이 일어나야 하고, 초과수요나 초과공급이 존재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피험자들에게 알려줍니다. 최대한 완전경쟁시장과 가까운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현혹?
 
피험자들이 얼마나 합리적인 경제주체들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토큰 시장(induced- value market)에서의 실험이 끝나고 나서, buyer와 owner를 랜덤하게 뽑아 앉혀놓고, owner들에게 편의상 시중에서 $6.00에 거래되는 머그잔과 $3.98에 거래되는 볼펜을 제공합니다. 이 때 다음과 같은 지시사항을 제공합니다.
 
Owner
Buyer
여러분은 지금 물건을 소유하고 계십니다. 여러분은 이전 토큰시장에서 결정된 절차와 마찬가지로 그 물건을 한 가격을 정해 판매할 선택권이 있고, 적당한 가격에 처분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여러분 앞에 물건을 가진 사람을 보고 계십니다. 여러분은 이전 토큰시장에서 결정된 절차와 마찬가지로 적당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토큰시장에서는 완전시장의 이론대로 구매가격과 판매가격의 median이 일치했으며, 실제 거래량과 예상 거래량의 비율이 1로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이라면 매우 당연한 결과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 머그잔과 볼펜을 제공했을 때, 실제 거래량과 예상거래량의 비율이 머그잔의 경우는 0.2로, 볼펜의 경우는 0.41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머그잔을 11개 제공한 경우에 예상되는 거래는 11건이지만, 실제로는 2건 정도만 행해졌다는 거죠. (<Table 2> 의"Trades" 를 참조) 다시 말해 사람들이 어쩐지 거래를 꺼리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죠. <Table 2>에서 제공된 median값에서 간접적으로 확인 할 수 있듯이,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 보다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물건에 더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WTA와 WTP가 같지 않게 되고, WTA > WTP인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이를 초기부존효과(endowment effect)라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 같던 사람들이 갑자기 어째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일까요? 일단 현상에서부터 출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사람들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물건의 매력을 높게 보이도록 만드는 속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건을 가진 사람은 가격을 더 높여 받으려하죠. 시장에 있어 마찰적 요인이 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Walrasian Paradigm하 에서는 Bargaining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가격을 수용하게 되니까요.


왜 문제인가?
 
 Bargaining이 존재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문자 i 로 표시되던 개인들이 물건에 투여하는 주관적 가치가 가격에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시장에 '인격'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찰해보죠. 왈라스적 세계관이 도입되면서, 경제학은 ‘과학’이 되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그 패러다임 안에서는 모든 거래는 완전하고, 모든 인간은 합리적이며 이성적이었죠. 그 이전까지 존재하던 Political Economy에서 윤리, 도덕이라는 의미-인간들의 '관계'역시 중요하다는 것-의 'Political'의 형용사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초기부존효과는 인간의 실제 행동이 왈라스적 세계관에 완전히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KKT의 논문이 재미있게도 JPE에 실렸는데, 이 Political의 의미와 무관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경제학의 시선으로 볼 때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머그컵을 사는 사람의 입장을 없다가 생기는 경우, 머그컵을 파는 사람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가 상실하게 되는 경우로 생각해보면, 머그컵이 없다가 생겼을 때 생기는 좋아짐의 정도가 머그컵을 가지고 있다가 없어졌을 때 생기는 상실감만 못하다는 거죠. 그러니까 자기가 가지고 있던 것에서 생기는 손실에 있어서는 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겁니다.

 이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거래에 생산자와 구매자로 참여한다고 하면, ‘효용’이 더 이상 안정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기 힘든 거죠. 판매자인 경우에 물건에 부여하는 효용의 가치와 구매자인 경우에 물건에 부여하는 효용의 가치가 달라질 테니까요.
 
 
*References
 
-Kahneman, Knetsch and Thaler (1990), Experimental Tests of the Endowment Effect and the Coase Theorem,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vol. 98, no. 6
 
-장경덕(2010. 1. 19), 네이버 캐스트- 정글경제엔 어떤 인류가 살까?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90&contents_id=1863
 
-최정규(2007. 10. 17), EBS 지식프라임 손해보거나 혹은 똑같거나: http://www.youtube.com/watch?v=Ek5djHpCT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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