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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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2일 일요일

자영업의 경제학


외국에 나갔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면 느끼는 독특한 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거리를 수놓는 수많은 간판들이지요. 이 간판들의 주인은 대부분 작은 가게들입니다. 식당, 편의점, 학원에서부터 병원, 옷 가게, 치킨집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참 많지요
 이와 관련하여 오늘은 제가 요즘 쓰고 있는 텀페이퍼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노동시장과 자영업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볼 때 28.8%.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4번째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입니다. OECD에서 매년 발표하는 자료를 한 번 살펴봅시다.



위의 도표를 보면 크게 두 가지점이 눈에 띕니다. 첫째, 국가별 자영업자 비율이 상당히 큰 폭으로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높은 쪽에서는 멕시코, 한국, 이탈리아와 같이 그 비율이 25%를 상회하는 국가들이 있는 반면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등과 같이 7%가 채 안 되는 국가들도 존재합니다. 단순히 국가별 편차라고 보기에는 크고 주목할만한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러한 자영업자 비율은 어느 나라나 시간에 따라 완만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그 순위는 견고하다는 것입니다. 20년 전에 높던 나라는 아직도 높고 낮던 나라는 아직도 낮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OECD가 이 통계수치를 발표한 십수년 동안 3~4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이는 높은 자영업자 비율이 한 나라 경제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왜 자영업자 비율이 특정 국가에서유난히 높은 걸까요? 이 질문은 우리의 호기심도 자극하지만 또 국가 정책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주제이기도 할 것입니다.

언뜻 보아서는 눈에 띄는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한 가지 정도 꼽자면 소득수준일까요. 대체로 높은 소득의 국가들은 산업이 고도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자영업 보다는 임금근로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영업자 비율이 감소하는 것도 전반적인 경제 성장의 결실이라 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일인당 소득 수준이 유일한 요인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국가가 있는 반면 (이탈리아, 우리나라 등) 반대로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자영업자 비율이 훨씬 낮은 나라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헝가리, 아이슬란드 등) 그렇다면 경제에서 자영업자 비율을 결정하는 다른 요소로 어떤 것이 더 있을 수 있을 수 있을까요.


2.     기존 연구들

자영업자라는 주제를 미국 경제학계에서 중요히 다루고 있진 않은 것 같습니다. 자국내에 그리 중요한 이슈가 아니여서 그런걸까요. 주로 유럽 쪽 국가들에서 쓰여진 논문들이 많은데 이들 연구에서 일인당 gdp외에 중요하게 꼽는 요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세금입니다. 자영업자가 되는 유인 중에 하나로 세금 문제가 있습니다. 직장인은 흔히 유리지갑이라고들 하지요? 임근 근로자의 경우 소득이 투명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부과된 세금을 회피할 길이 부재합니다. 반면에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추적하기 힘든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Torrini, 2002)의 논문에서는 소득세율이 높고 세금 회피기회가 많은 나라들일수록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는 실증 결과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둘째, 노동시장 규제입니다. 임시직(temporary workers)에 대한 규제가 강한 나라에서는 기업들이 경기 변동에 따른 위험을 헷지하기 위해 고용을 우회하려는 유인을 갖습니다. 다시 말해 정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기 보다는 하청의 형태로 개인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지요. (Antunes, Centeno, 2007) 얼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학습지 교사 같은 경우도 기업이 변칙적으로 고용한 자영업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는 한 나라 경제에서 공적 영역(public sector)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경제 주체의 독립적인 시장활동이 제약될수록 자영업자 비율은 감소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위의 요인들 보다 임금 근로자들의 강제 퇴직 문제가 주로 제기되곤 합니다. 실직한 근로자들이 재취업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자영업자로 내몰린다는 것이 그 요지 입니다.


3.     저의 생각?
 
이처럼 자영업자 비율을 결정하는 요인들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하게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덧붙여 점진적 은퇴과정(partial retirement)의 부재를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아보고 싶습니다. 자영업을 근로자의 은퇴과정에서 주어지는 선택 중 하나로 생각해 봅시다. 근로자들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보임금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존과 같은 임금일 때에도 공급하고자 하는 노동시간을 줄이고자 합니다. 여기서 시간은 물리적인 시간뿐만 아니라 노동강도와 스트레스(위계서열 아래에 있을 때 받는)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때 제도적인 이유나 기업의 technology 상의 이유로 개개 근로자의 탄력적인 노동 근로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에 노동자들은 경직된 임금 근로는 그만두고 자영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유인이 생깁니다. 생애 주 직장에서 발생하는 퇴직연령이 더 빨라질 것입니다. 대신에 개인은 노동 투입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고요

어떻게 보면 위에서 제시한 마지막 요인, 근로자들의 강제 실직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노동 공급 측면에서의 퇴직 유인입니다. 우리 나라의 퇴직 과정이 미국에서처럼 해고(fire)나 정리해고(lay-off)를 통한 것인 경우는 드뭅니다. 보통은 기업들이 퇴직금+특별 위로금을 제시한 가운데 고령 노동자들 중 자원자를 받는 형태를 띠고요. 반대로 어떤 기업들은 임금 하락을 조건으로 정년 연장을 지원제로 받기도 하는데 (임금 피크제) 이 경우 오히려 지원자가 미달인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 업무 강도나 노동 시간, 스트레스를 유연하게 조정하기 힘든 경우 노동자들은 대안적 은퇴 과정으로서 자영업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고령 자영업자들의 만족도를 조사해본 여러 나라연구를 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만족 정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국가별로도 생각해보면 노동 근무 형태의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가들일 수록 자영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시사하는 한 가지 재밌는 통계를 이야기하고 마치겠습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가장 낮은 다섯 개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터키, 멕시코,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입니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나라들의 순서랑도 참 비슷하지요. 일반적으로 여성 참가율이 높은 나라들에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유연한 근무 시스템(Flexitime)입니다. 근무형태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육아 부담이 있는 기혼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여가 용이한 것이지요.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때 노동 근무 형태의 경직성과 고령 노동자들의 자영업 전환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다른 자료를 통해 제대로 분석해보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나중에 텀 페이퍼 쓰는 게 좀 진전이 되면 기회를 보아 제가 구상 중인 자영업자 경제 모형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4개:

  1. 분명히 노경연구 텀페이퍼 프로포절 때 들은 이야기들일 것 같은데 여기서 이렇게 읽으니까 새롭네요ㅎㅎ

    여튼... 궁금한 건 자영업자 가운데 어떤 사람들이 자영업자가 되는지에 대한 더 자세한 통계자료는 없는가요? 흔히 '회사 다니다 40대에 짤리면 닭 튀긴다' 이런 얘길 많이 하지만 정말로 자영업자 비중 가운데 그런 사람들이 많은건지...이런걸 확인하는게 중요할 것 같은데, 그런 자료가 없다면 KLIPS나 다른 데이터에서 자영업 샘플을 모아 그들이 가진 특징을 봐야할 것 같고요. 국가별 데이터 비교라는게 사실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자영업자라는 것이 해외 통계자료에서 나타난 '자영업'의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지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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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제로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50~60대가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반대로 연령별 경제활동 인구를 보아도 3,40대보다 50,60대에서 자영업을 직업으로 삼은 이들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패널 자료를 통해 연구한 자료를 보아도 40대에는 정규직 직장 -> 50대 이후에는 자영업 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상당부분 되었구요.

      국가별로는 아직 자세한 통계자료를 모으지는 못했는데 대체로 자영업에서 고연령 중년 남성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여럿 언급되곤 하는 것 같습니다. 국가별 자영업의 정의에 관한 문제는 음^^; 저도 사실 간과하고 있었는데 텀 페이퍼를 쓸 때 자세히 체크해 보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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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또 한가지 생각이 드는게, 만약 우리 자영업자 비중 가운데 장년/노년층 비중이 높다면 혹 퇴직 후 연금제도의 존재 같은 것이 자영업 비중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노년층 자영업이라는 것이 만약 은퇴후 자기 호구지책 보다 불확실성에 대비한 self-insurance로서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적지 않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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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말씀하신 대로 연금 역시 중요한 요소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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