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환영회식사

2013년 5월 16일 목요일

제가 세운 가설들을 비판해주세요!

저희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저희 경연 필진의 인원수가 상당히 많은 만큼 저희 나름대로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글을 올리는 날짜'가 정해져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어제 글을 올릴 차례였는데요.. 본의 아니게 이번 달에는 글을 조금 늦게.. 다음 주나 다다음주 정도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경연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지 세달이 되고 나니 멋진(?) 연구를 한 번 올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스트레스(?)로 인해 어떤 연구를 해보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조사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져서 아직 결론을 못 도출했어요;;


원래 생각해보고 있던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에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논문인데요..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이직 전후의 예측 정확도 차이를 분석하면서 그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비대칭 문제와 역선택을 다루었었던 '자본시장연구원'의 논문이 있었습니다. ([국내 애널리스트 이직에 관한 연구], 김종민, 이석훈, 작년 11월에 쓰여진 논문으로 자본시장연구원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로 다운 받아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충 그 논문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력이 길지 않은, 5년 미만의 경력을 가진 증권사 Analyst들은 예외적으로 정확히 기업의 성과를 예측했을 때, 이를 기회로 활용하여 자신의 정확한 능력을 알지 못 하는 다른 증권사로 이직할 강력한 유인이 있으며,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 볼 때 능력이 떨어지는 애널리스트들이 주로 이직시장에 나오게 됨으로써 이직시장에서 능력이 뛰어난 애널리스트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따라서 이런 경향이 장기적으로 볼 때, 정확한 기업분석 노력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결론만 놓고 보면 경제 원론 수준에서 배웠던 전형적인 Lemon Market 사례인데요.. 물론, 실제로 논문을 읽어보면 절대 수월하게 읽히는 쉬운 논문은 아니구요.. 뒤에 부록까지 합치면 120쪽이 넘어가는 긴 논문인지라 사실 논문 내용 소개만 해도 나름 의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자본시장연구원 홈페이지에 가입만 하면 논문도 다운받아 볼 수 있고, 많은 대학생들이 그러하듯이 (-_-;;) abstract만 읽어도 논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터라 그럴 필요도 없을것 같고요.

그래서 나름 이 논문에서 비판해 볼만한 부분이 있을까 생각해 봤더니 눈에 띄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1) 이 논문에 따르면 경력이 꽤 쌓인, 5년 이상의 애널리스트들은 이직 이후 예측의 정확도가 그다지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약하게 기업 실적 예측의 정확도가 이직 이후 개선되는 경향마저 보입니다.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경력이 일천한 애널리스트들입니다.

2) 생각건대,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어떤 직업이던 능력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물론, 오랜 시간 재무학계에서 이루어졌던 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은 공포감이 들 정도로 정확하지 않아왔다고 합니다만.. 이익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애널리스트를 10년 정도 하게 되면 나름대로 그 기업과 그 산업을 분석하는 분석가 나름의 틀과 노하우가 생겼을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그 애널리스트의 예측실적과 실제 기업의 실적 사이에 발생하는 오차의 크기는 안정적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게 제 가설인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어떤 해에는 꽤 정확하게 예측했다가 다음 해에는 완전히 엉뚱한 예측을 하기보다는, 매해 어느 정도씩 오차를 범하지만 그 오차의 크기는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이 부분이 첫번째 검증해 볼 지점이 되겠지요.)

3) 위에서 제가 품은 의문이 많다면, 경력이 오래 된 애널리스트(이제부터는 편의상 경력이 오래된 애널리스트는 숙련노동자, 경력이 부족한 애널리스트는 비숙련노동자라고 하겠습니다. 경제학적으로 숙력/비숙련을 나누는 기준을 생각해보면 엉터리 분류지만)가 회사를 옮겼을 때 실적 예측의 정확도가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은 숙련노동자 시장이 비숙련노동자 시장보다 정보 비대칭이 적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각 시장 노동자의 특성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4) 이 논문에 따르면 비숙련 노동자 중 예외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사람들이 이를 기회로 삼아 이직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금융시장의 노동 수요자들이 과연 그렇게 정보가 부족할까요? 공부하겠다고 결심을 하기 전 개인적으로 그 쪽 업계에 취직하려고 준비를 몇 년 했었는데요.. 그 당시 느꼈던 생각은 "금융 업계는 정말 좁아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한 다리, 최대 두 다리 건너서  모를 사람은 없겠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고려할 때 정보가 부족해서 다른 증권사가 일시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비숙련 노동자를 scout해간다는 가정은 너무 naive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결국 한 증권사가 다른 증권사의 비숙련 노동자를 뽑아 갈 때는 상당한 정보들을 이용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사람들을 scout할 것이구요. 이런 경향 때문에 비숙련노동자 중 이직하는 사람들은 뛰어난 인재들일 가능성이 높고, 아마 그 경향 때문에 EPS 예측치도 비교적 정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6) 그러면 그렇게 다른 회사로 넘어간 비숙련 애널리스트의 예측 정확도는 다음 해에 왜 안 좋아지는 것일까요? 회사가 바뀌고 새로운 분석 방법을 접하면서 기존의 회사에서 배웠던 것과의 '충돌'을 이직 초기에는 비숙련 애널리스트가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측치의 정확도도 떨어질 수 있구요.

7) 제가 조사해 보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직을 입사 초기에 경험했던 애널리스트와, 이직 없이 쭉 한 회사에서 근무했던 애널리스트의 성과를 비교해 볼 때, 제가 세운 가설들이 맞다면 이직을 경험한 쪽의 분석 정확도가 유의미하게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로 회사를 옮긴 것은 내부적으로 유능하다고 평가받던 분석가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8) 결국, 애널리스트에 관련된 정보가 더 자세히 공시되어야 한다는 자본시장연구원 논문의 연구결과는 분명히 옳은 것이기는 합니다만, 이 연구는 한 애널리스트의 능력이 직장을 옮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있다는 것이죠. (능력 없는 애널리스트가 이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있는 애널리스트들이 주로 이직을 한다는 점, 이직 이후 단기적인 예측 성과 악화는 비숙련 애널리스트들이 환경변화를 겪으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 새 회사에 적응하고 나면 예측 정확도가 상당히 개선될 수 있으며 이러한 가정 하에서는 몇년이 지난 뒤 더 좋은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네요.)

9) 많은 애널리스트가 경력이 쌓이면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로 가는 등 진로의 변화가 발생한다는 점, 애널리스트의 성과 평가가 예측의 정확도가 아니라 얼마나 영업에 기여했는지에 더 중점을 둬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도 분명히 고려되어야 할 요인이라고 생각하구요..

이렇게 생각을 넓혀가다보니 조사할 게 너무 많아지더군요. 제가 시간을 두고 조사해서 언젠가 경연에 한 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미완성 상태로 이번 달 글을 마치기는 아쉬우니 다음주나 다다음주 정도에 편하게 '창조경제'에 대해서 한번 더 글을 써보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이정도에서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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