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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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6일 목요일

예기치 못하는 전세값의 패러독스

예기치 못하는 전세값의 패러독스

 

 
흔히 전세는 아파트 집값보다 싸다고 인식됩니다. 만약 어떤 집의 매매가가 3억인데 전세가 3억원 혹은 그 이상이라면? 이 집 주인 미쳤나보다...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실상 조금만 우리가 노력을 기울여 분석해보면, 주택가격의 상승이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전세값이 아파트 집값보다 낮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분석을 단순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정을 생각해봅시다:
 
1)개인은 자신의 기대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한다. 따라서 주거편익이 일정하다면,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극소화하기 위해 행동한다.
2)위험중립자를 가정한다.
3)개인의 시간할인율은 이자율과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이는 다소 위험한 가정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이 시간이라는 재화를 금전이라는 재화와 동질적으로 취급한다는 가정을 도입하면 가능할 것이다.
4)개인은 현재의 이자율(r) , 현재의 주택가격상승률(π)을 바탕으로 미래의 이자율, 주택가격상승률을 예측한다. 가령 현재(혹은 측정의 어느 한 시점)에서 시장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t 기의 주택가격 상승률 πt = π +e 가 될 것이고, e 의 평균오차는 0이 될 것이다. 따라서 t기의 상승률은 평균적으로 π로 예측된다.
 
 
이 경우 계산의 편의를 위해 주택가격이 3억원인 경우, 전세값은 p * 3억 인 경우를 가정해봅시다.(p = 전세값의 주택가격 대비 비율이 될겁니다)
 
<주택을 구매할 경우의 비용>
 
①금전적인 편익: t 기간 이후 주택가격. 즉 (1+π)t/(1+r)t * 3억
 
②금전적인 비용: 3억을 차입해서 주택구매에 사용한 후 이를 t기간 후 상환한다고 할 때 금전적인 비용의 현재가치는 3억(1+r)t/(1+r)t = 3억. 단, t = 0 ~∞
 
③주택구매의 순비용: 금전적인 편익 - 금전적인 비용.
따라서 이는 (1+π)t/(1+r)t * 3억 - 3억 = [(1+π)t/(1+r)t - 1]*3억 이 됩니다.
 
<주택을 전세로 입주할 경우의 비용>

이 경우 분석을 간단히 하기 위해 현재의 고정금리 r로 3억원을 전부 대출받아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하겠습니다.
p * 3억의 전세금을 맡기고 입주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t기간 후에 자신이 상환받는 전세금의 현재가치는 (p * 3억)/(1+r)t 입니다.
반면 당해 전세금을 고정금리 r로 차입한 후, t 기간 후에 상환해야 할 부채의 현재가치를 구해보면 p*3억(1+r)t/(1+r)t
 
따라서 주택을 전세로 입주할 경우의 순비용은 (p * 3억)/(1+r)t - p*3억 입니다.
 
주택과 전세가격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1+π)t/(1+r)t - 1]*3억 = (p * 3억)/(1+r)t - p*3억
 
즉 주택구매시의 순비용과 전세입주시의 순비용이 동일해야 합니다.(주택서비스에서 나오는 총편익은 동일하기 때문에)
 
위 식을 정리하면 p = [(1+π)t/(1+r)t - 1]/[1/(1+r)t -1], 즉 전세값의 주택가격대비 할증률을 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현재와 같이 π = 0 이거나 혹은 - 로 기대되는 경우, 전세값이 주택가격과 같거나 혹은 높게 책정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가령 π=0, r=5% 라고 할 경우, p = [1/(1+r)t - 1)]/[1/(1+r)t -1] 이 되고,
 
따라서 전세값은 주택가격과 일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반면 π = (-)로 예측되는 경우, 당연히 전세값은 주택가격을 상회해야 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택가격이 0 혹은 - 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값은 주택가격과의 갭(Gap)이 줄어들지언정 주택가격과 동일하거나 혹은 상회하는 전세가격이 형성되는 권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이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1)실제로 차입할때의 이자율과 저축이자율, 시간할인율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 하지만 주택구매자와 주택전세자가 모두 동일하게 차입으로 자금조달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위의 차이는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차입이자율>저축이자율이고 주택구매자의 경우 차입자금이 아닌 저축자금을 소비하여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가정을 할 경우,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의 금전적 순비용이 다소 감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택의 구매를 통한 취득세 등을 추가적으로 감안할 경우, 이러한 가정에도 불구하고 전세금이 주택가격보다 낮을 이유가 없습니다.)
 
2)주택을 전세로 세입하는 경우, 주거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 즉, 일반적으로 전세의 계약기간은 t=50 혹은 그 이상의 다기간이 아닌 2~3년 안팎의 단기간으로 세입하는 경우가 많고, 그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조건으로 계약을 하거나 혹은 다른 주택을 찾아야 할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따라서 주택구매의 가격이 전세가격에 비해 높게 형성되는 것은 위험프리미엄(Risk premium)의 대가라 볼 수 있다.
=> 그러나 그런식으로 치면 주택구매자 역시도 주택가격의 변동이라는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즉, 주택가격의 변동에 대해서 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전세 세입자와 달리 주택구매자는 경기변동에 따른 주택가격의 변동, 그에 따라 금전적인 비용이 달라지는 위험성을 역시 갖고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전세 계약기간 종료 후 마땅한 주택을 찾지 못해 주거서비스를 영위하는 자체가 문제되는 극히 일부의 경우에 한해, 전세자가 보다 높은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말하자면 속물효과. 즉, 대부분이 월세/전세로 살아가는 상황에서 실제 주택보유자로 사는 것은 단순히 주거서비스 말고도 개인의 효용을 증대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4)주택구매자로서 사는 것이 전세자에 비해 이사비용 등이 적게 드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주택보유자로 살게 될 경우, 취득세 등의 세금과, (인플레이션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주택매매시의 양도차익세 등의 비용에 노출됩니다. 전세자의 경우 이사비용은 존재하지만 이러한 부대비용은 없습니다.
 
전세가격이 주택구매가격보다 현저히(그래도 예전의 50% 수준에 비해 현재는 80%수준까지 올랐다지만)낮은 상태로 이탈하는 이유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고찰해 보았는데, 깔끔한 대답을 내리기가 역시 어렵네요. 현명하신 의견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댓글 4개:

  1.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전세금이 법적으로 보호되는 한도가 낮아서 전세금을 날리게 되는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집이 있는 경우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일종의 보험 역할도 할 수 있구요. 각종 재테크 책에서 내집마련을 재테크의 시초로 이야기하는데 그 책들을 참고하면 이유는 더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주택보유자로 사는 그 자체의 효용이 상당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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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론 그런 측면이 격차의 주원인이겠지만 주택구매시 취득세 및 주택보유자가 관리비가 더 많이 든다는 점(주택전세자의 경우 각종수리비등을 주택의 소유자와 나누어서 부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을 고려할때,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현실에서도 전세가 20프로 이상 싼가격에 거래되는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네요. 전세자가 전세금의 일부를 떼일 위험만큼, 주택보유자도 주택 가격이 크게하락할 위험에 놓여있는것 아닐까요? (실제로 버블이 심한 몇몇지역은 최근 4년간 주택가격이 50프로이상 하락했습니다. 서울지역의 주택다수가 비슷한 위험에 놓여있구요) 그리고 전세를 들기 전에 대부분 집에 대한 저당권설정등을 확인하므로 위험기피자일수록 안전하고 다소 비싼 전세집을 찾으려 할것이므로, 전세금 위험이 결정적이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유동성제약이 심한 계층일수록 주택구매에 매력을 느끼고 그렇지않은 게층은 매력을 느끼지 못할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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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택보유의 목적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세자가 전세금의 일부를 떼일 위험만큼, 주택보유자도 주택 가격이 크게하락할 위험에 놓여있는것 아닐까요?"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전세자가 전세금의 일부를 떼일 때는 살 곳도 잃게 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주택 보유자는 그 집에서 살 수 있으니까요. 위의 모형은 실거주 목적보다는 투자자산으로서의 주택 보유와 전세의 비교에 적합할 것 같아요. 모형의 가정에서 주택서비스의 총편익이 동일하다고 하셨는데, 주택 보유가 전세보다 주거의 안정성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총편익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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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맞는 말씀입니다만, '완전차입' 가정이 중요합니다. 만약 전부 차입을 통해 전세금 혹은 주택구입자금을 조달한다면, 주택가격이 하락하여 법정 총부채상환비율 혹은 주택담보대출비율에 비해 부채의 비율이 증가한다면, 초과분을 즉각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압박이 생기게 될거고 이에 따라 주택을 매각해야 하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완전차입 가정을 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실제적인 현실을 어느정도 모형화 한 것인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당수가 하우스푸어, 즉 자산의 상당부분이 부채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생각해 볼때, 부동산 가격의 하락위험은 단순히 '자산가격이 떨어져서 기분나쁘네?' 수준의 위험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거주지를 상실할 위험에도 놓일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동산버블이 꺼지면서 이러한 이유로 주택을 매각하여 부채조차도 충당하지 못한 사례가 외국에 여럿 보도되었구요.

      본인 자산이 충분하다면 주택구입의 이러한 위험은 문제되지 않겠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절대 다수라는 거죠.

      사실 이 글을 쓴 의도가 그것입니다. '전세를 통한 거주지확보가 충분한 위험에 노출될수 있다는건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주택구입의 위험성을 너무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 이 점을 무시(?)하고 있는 정책당국에서는 '빚을 늘려서 집을 사세요' 하고 DTI 완화니 주택담보대출비율 상승이니 하고 있는데, 문제는 시장 자체가 이러한 위험을 가볍게 보지 않기 때문에 주택수요가 오히려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지 않은가, 라는 의도로 부족하지만 의문을 던져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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