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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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1일 화요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아는 당신의 품격있는 한시간은 얼마 짜리? (커피 값 빼고)



  미시경제학에서 흔히 보는 노동공급 모형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효용함수: U(소비,여가시간)
예산제약식: 소비=<임금*(주어진시간-여가시간)+비근로소득

여기서 주어진시간-여가시간은 노동시간이 됩니다.

  이를 최적화하게 되면 소비와 여가의 한계대체율(MRS)이 임금과 같아짐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한 시간의 추가적인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 정확히 한 시간의 임금만큼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이죠. 즉 추가적인 여가 한 시간의 가치는 한 시간의 임금이 됩니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의 여가 한 시간의 가치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네, 말은 거창했지만 그냥 시간당 임금을 조사한 거죠... 하지만 시간당 임금이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자료는 없어서, 저 나름대로 시간당 임금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제가 정의한 시간당 임금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매력평가실질GDP(기준년도 2005)/[총근로자수*근로자당평균근로시간(1년)]

  근로자당 평균근로시간은 OECD에서 제공하는 자료밖에 찾지 못해서 OECD 국가들에 대해서만 알아보았습니다. 조사해 본 결과, 2009년 국가별 시간당 임금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즉 2005년 미국달러를 기준으로 한국의 시간당 임금은 약 17달러, 가장 높은 룩셈부르크는 64달러, 미국은 35달러, 일본은 22달러 정도였습니다. 생각보다 한국의 시간당 임금이 많이 낮죠? 그 이유는 한국인의 평균근로시간이 굉장히 높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국의 고용률은 오히려 낮은 편입니다.) 2009년 국가별 평균근로시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편 2009년 국가별 1인당 GDP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기준년도 2005):

여기에서는 미세하게나마 한국의 상대적 위치가 나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의 1인당 GDP가 비교적 높은 것은 한국인들이 그만큼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1인당 GDP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적인 삶의 질을 더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평소에 우리나라가 비슷한 정도의 1인당GDP를 가진 나라보다 훨씬 각박한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거든요. 특히 2007년 스페인에서 잠시 지낼 때에는, 스페인이 우리나라랑 비슷한 1인당GDP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훨씬 행복한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었는데 위 표들을 통해 그 이유가 명확하게 보입니다.

댓글 7개:

  1. 오 정말 스페인이 근로시간당 gdp는 더 높군요. 통계자료를 이용한 깔끔하고 내용 있는 글 좋습니다! 그런데 실질구매력으로 따진 국민소득에는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이 둘 다 포함될 것 같은데, 노동소득만 따로 구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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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 정말 스페인이 근로시간당 gdp는 더 높군요. 통계자료를 이용한 깔끔하고 내용 있는 글 좋습니다! 그런데 실질구매력으로 따진 국민소득에는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이 둘 다 포함될 것 같은데, 노동소득만 따로 구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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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재미있는 연구결과입니다. 어떤의미에서 볼때 개인의 효용이 근로자 1명당 Y에 비례하고 노동시간 L에 반비례하는 방식을 통해 1인당 행복지수를 개략적으로 산출할수도 있을것 같군요.

    노동소득만 따로 구하는 방법은 일단 총 GDP는 나와있으므로 [GDP - 자본소득 = 노동소득 ] 이 될 것 같은데요..

    예시적으로 전년도의 '국가총자산' 을 바탕으로 구할수 있을 것 같네요. 예를들어 2010년 현재 우리나라에 축적된 총자산이 7778조5630억원 인데, 당해 자산에 국가 전체의 실질이자율을 곱한 만큼이 2011년의 순자본소득이 된다고 볼수 있겠지요. (명목자본소득은 명목이자율을 곱하면 될것이고) 시장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경우 비금융자산의 수익률이 금융자산의 수익률보다 낮을 경우 금융자산에 대한 상대수요가 증가하여 이자율이 낮아지는 방식으로 균형을 이루므로 어느정도 타당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명목이자율 5%를 적용한다면 2011년의 자본소득은 약 390조 정도 되겠네요.

    자본소득, 순수 노동소득(자본소득을 제외한)만 따로 구한 통계표는 애석하게도 찾지 못했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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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국가 전체의 실질이자율로 사용할 만한 지표가 있을까요? 제가 생각했을 땐 이자율 종류가 너무 많아서 타당한 기준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기간별, 시가별로 다르니까요. 혹시 특정 지표 산출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신지요?
      제 생각엔 평균임금에 취업 인구를 곱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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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만약 CD 시장이 충분히 효율적이라면,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명목이자율 지표로 쓰기 적합하다고 봅니다. 이 금리를 바탕으로 해서 경제 전체가 인식하는 명목이자율(명목자본수익률)이 CD금리보다 높다면 양도성 예금증서의 수요감소->금리상승->균형... 반대로 CD금리보다 낮다면 양도성예금증서 수요증가->CD금리하락->균형.. 하는 방식으로 경제 전체가 직면하는 명목수익률에 직면할것 같네요.
      (실질수익률은 명목수익률에서 인플레이션을 빼주면 되니..)

      그런데 우리나라의 CD 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터라 회의가 좀 들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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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짧지만 매우 재밌는 결과입니다.

    위에 실버쏘온님 말씀대로 'GNP-비노동소득'을 통해 한 국가 국민들의 총노동소득을 구한 후 총노동시간으로 나눠주면 보다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본소득 말고도 다른 부문들도 다 빼줘야겠지요.

    MamboTango님의 이 글에서 보여주는 데이터들이 다른 변수들과 어떤 관계를 보이는지를 살펴보면 더 재밌는 결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노동자들의 건강(기대수명, 병원 가는 횟수 등등)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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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간결하지만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평소에 한국사람들이 유럽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많이 일하지만 소득이 그에 비해 높지는 않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통계자료로도 그렇군요.ㅠㅠ. 크루그먼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대부분이 생산요소의 투입증가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한 말이 떠오릅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의 향상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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