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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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6일 월요일

실패에 대한 책임은 너만 지어라?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고, 또 다양한 의미에서의 실패를 경험합니다. 이때 이러한 실패로 인한 영향은 개인의 삶을 넘어 주변, 혹은 국가 전체로 까지 확산되기도 하는데요, 때문에 국가는 이러한 개인의 선택 및 실패에 여러 방법으로 개입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선택은 정말 우리만의 것이었을까요? 그래서 선택의 실패로 인한 문제의 책임은 모두 우리에게 있는 것이고, 그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홀로 미안해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한 전단계로 먼저 개인의 실패에 대처하는 국가의 자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초생활보장은 (실패를 포함한)원인에 관계없이 국민에게 기본적 생활 보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수많은 이유로 인해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을 가지고 삽니다. 때문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먹고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은 다들 들어놓고 싶어 할 것 같은데요, 이 제도는 이러한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국민의 기본적 권리라고 한다면, 국가가 이러한 제도를 실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창업투자보조는 정부가 개인의 선택과 실패를 보조하고 장려하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일에 정부가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이러한 선택을 통한 개인의 발전은 고용창출 그리고 기술혁신 등을 통하여 국가전체에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창업을 포함한 새로운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경우 그 정도의 위험을 떠안을 만큼의 여력이 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므로 작은 위험에 강한 국가가 위험의 일부를 분담한다면 더 많은 개인들이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 결과 더 많은 성공이 달성된다면 분명 더 많은 다른 이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입니다. 창조적 실패는 확실히 권장할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개인회생, 그리고 개인파산제도는 국가가 개인의 실패의 종류를 감안하여 그가 행하던 경제활동을 지속하며 실패에 대한 책임의 전부 혹은 일부를 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입니다. 원금의 온전한 상환이 불가능하다면, 채무자는 물론, 채권자 또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때 이 제도는 혜택을 채무자에게 집중시키되 채권자의 상황 또한 제도의 실행 이전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채무변제에 실패한 개인은 최저소득계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제도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접할 수 있는 하우스푸어대책은 어떤가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단 이것은 ‘집’이라는 특정한 재화에 대한 개인의 투자선택의 실패를 정부가 도와주어야하는가, 도와주어야 한다면 어떤 방법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우스푸어는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전까지의 주택가격상승기에 형성된 기대를 바탕으로 한 선택이 금융위기 이후의 주택거래감소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실패하게 되어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데요, 최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및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고1),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높아2) 이들의 실패가 가져올 파급력이 우려할 수준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이런 면에서 하우스푸어대책은 가계부채대책의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우스푸어대책을 제외한 현재 실행되고 있는 다른 정책들을 살펴보면, 정부는 크게 1.대상이 실패로 인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때, 또는 2.대상의 실패, 혹은 성공이 경제 전체, 혹은 경제의 상당한 부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을 때 그 문제에 개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개입은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있음에도 납득이 가는 면이 크다고 생각되고요. 지금까지 발표된 지표들을 보면3), 그리고 금융위기당시의 미국상황을 볼때 하우스푸어문제는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이 대책의 실행에 많은 반대의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중 하나는 아마 더 잘 살아보겠다고 자기 스스로 한 도박에 의한 결과를 왜 정부가 나서서 세금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키는가 하는 것인 듯싶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은 위에서 든 두 번째 정부개입의 요건, 즉 실패가 가져올 경제전체에 대한 파급력으로 어느 정도 펼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여기서 제가 궁금해 진 것은 이 실패의 책임이 과연 본인에게만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금융위기 때의 미국 금융회사들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 보겠습니다. 경제 호황기 때 그들 중 일부는 자격요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 주었고 또 다른 일부는 그것을 가지고 금융상품을 만들어 높은 신용등급을 매긴 후 그 당시의 기대와 정보 하에서 합당한 선택을 하던 사람들에게 그 상품을 ‘속여’팔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로인해 잭팟을 터뜨리게 되지요. 하지만 그 속임수는 오래가지 못했고, 그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인들이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잭팟은 여전히 그들의 손에 있는 채로요. Subprime Mortgage Loan(비우량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잘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결과의 책임이 이들에게만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돈을 벌기 위해 과도한 위험을 무릅쓴 금융회사들의 책임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금융위기 이전, 우리나라 사람들은 LTV4)가 60%인 상황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기준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만,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이 비율이 상승하게 되어5) 원금의 일부를 조기상환해야하는 부담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이 현재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대출이 결정되었다는 것이 채무자와 채권자가 서로 채무자의 변제능력에 대해 동의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상황이 바뀌어 이러한 동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에 대한 책임이 채무자에게만 지워진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문제, 그리고 대출자격 강화로 인한 투자규모의 축소문제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저에게는 그렇게 옳은 일인 것 같아보이지는 않습니다. 금융위기 이전의 미국 금융회사들처럼, 우리나라 금융회사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과도한 위험을 무릅쓰지는 않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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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2005년 521조4959억원에서 2012년 857조원(GDP대비 89%)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가계대출연체율 또한 2011년 12월 0.67%에서 2012년 4월 0.89%로 최근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대출 857조원 중 390조원으로 전체의 45.5%에 이른다.
3) 현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하우스푸어는 적게는 108만4000가구에서 많게는 156만9000가구에 달한다. 그리고 아파트 중도금 대출 연체율은 가계대출연체율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조사된다 - 매일경제 : 6월기준 1.84%, 조선비즈: 4월 말 기준 국민은행 9.07%, 수협 7.67% 등.
4) Loan To Value Ratio, 주택담보대출비율 - 담보가치대비 최대 대출 가능 한도
5) ex: LTV 60%하에서 1억의 주택을 담보로 6000만원을 빌렸을 때 주택가격이 8000만원으로 하락하게 되면 LTV는 6000/8000=75%가 된다.

댓글 4개:

  1. 십...십일분 늦었는데... 월요일이라니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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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불완전판매에 대한 것은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겠지만 계약 시 원금 손실 가능성을 고지해 준 경우라면, 투자자가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협상력 차이 때문에 금융사에 유리한 조건의 거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럴 경우 제3자(정부 등)가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 옳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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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융위기를 야기한 미국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해 주면 안 되는 그룹에게까지 대출을 해주고, 부실화 위험이 있는 기초자산을 가지고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 것은 이윤을 얻기 위해 금융회사로써 지어야 할 수준 이상의 위험을 부담 한 일종의 우위에 서 있는 도박을 한, 즉 정보는 그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고 실패하더라도 그들의 이익은 국민과 정부가 책임져주는 행위를 한 것이라는 생각으로부터 우리나라 금융회사들도 이와 같은 도박을 했던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현 상황에 대한 그들의 책임은 없는지 의문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된 것이었는데요. 대출의 경우 원금손실을 가져오는 것은 채무자 측이니, 원금손실가능성 고지 대신 원금상환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채무자가 약속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불과 1~2년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하면서도 믿었던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과 2012년도 4월 말 기준으로 102조4000억 원이나 되는 은행과 건설사가 손잡고 입주자들에게 제공했던 집단대출을 놓고 생각해보면 은행 또한 최근까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요건을 완화시켜 대출을 실행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면 대출계약시 원금상환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약속 받은 것만으로 현재 상황에 대한 은행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네요.
      그리고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협상력에 차이가 있다면 누군가 투자자의 편에 서줌으로써 협상력차이를 완화시켜주는 것이 옳은 일 아닐까요? 물론 효율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투자자를 도와주어야 하는가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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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물론 전혀 안전하지 않은 파생상품을 쪼개고, 증권화를 통해 위험성을 AAA로 속여서 판 금융회사들의 잘못은 당연히 인정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속아서 파생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그것 역시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만약 위험한 상품을 구매하고 당해 금융회사의 파산으로 인한 손실을 정부에서 필요 이상으로 벌충해준다면 소비자들은 상품의 위험성에 별 신경쓰지 않고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며, 이러한 상황은 또 다른 금융위기를 낳을 것으로 보이네요. (실제적인 위험을 신경쓰지 않는 소비자 - 구제금융을 믿고 수익률에만 신경쓰는 금융회사, 의 조합이니..)

    제가 생각하기엔 금융회사나 투자자 모두가 100% 에 가깝게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위험할때 정부가 개입해서 '어떻게든 구제해주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더욱 문제가 되거든요. 이번 사태의 경우 정부에서 구제금융을 제공해주고 이에 따라 당해 금융회사의 자산 혹은 지분 등을 대가로 받은 뒤에, 경제가 호전되면 이를 다시 매각하여 재원을 마련한 뒤 감세 등을 통해 국민의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구제금융은 금융회사의 자산/지분 등을 정부에 담보로 잡힘으로서 변제능력이 충분한 경우에만 제공하는 것으로 하도록 하고요. 다만 위험도에 따른 자산인정비율을 차등조정해야겠지요.

    (ex. 3조의 지분+자산을 가진 금융회사 -> 위험도가 높아 자산인정비율 30% -> 3조의 자산을 전부 정부에 담보로 잡힐경우 정부에서 9천억의 구제금융을 제공 -> 경기 호전된 이후 구제금융을 상환받거나 자산을 매각하여 재정충당후 감세정책으로 세금환급

    ex. 4조의 지분+자산을 가졌으나 담보인정비율은 25%에 불과하고 순부채가 1조이상인 경우 -> 자력으로 상환능력이 없다고 보고 구제금융 제공하지 않음)

    이런식으로 법안을 제공해서 금융회사, 투자자 모두가 스스로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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