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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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일 수요일

통계로 확인해보는 부익부빈익빈2

이번 글에서는 지난 글에 이어 우리나라의 양극화 통계 자료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포스팅을 읽어 보신 독자 한 분께서 오프라인으로 제게 한 가지 뼈 있는 의문을 제기해 주셨어요. 만일 저소득층이 부채로 소비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소비수준이 감소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생활은 더 어려워진 것이 아닐까하는 점이었지요. 이런 가능성을 살피기 위해 저소득층의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순자산’이나, 월별 이자 지출액의 변화 추이를 살펴볼 것을 제안 하셨지요. 그렇게 해서 새로 살펴본 내용을 다시 여러분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제가 사용한 자는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2010년과 2011년의 가계금융조사, 2006년의 가계자산조사, 그리고 2000년과 1996년의 가구소비실태조사 결과입니다. (월별 이자액은 조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충분한 자료가 쌓이지 않았더군요ㅠㅠ) 지난 번 글이 '소득'을 중심으로 한 것이라면 이번 글은 '부'가 중심입니다.

우선 ‘순자산액’이라는 지표를 정의했는데, 이는 가계금융조사 자료에서는 금융자산(저축액+전월세보증금)과 실물자산을 합한 데서 금융부채와 임대보증금을 차감한 것이고요. 가계자산조사 자료에서는 저축과 부동산과 기타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금액입니다. 가구소비실태조사에서는 실물자산 자료를 찾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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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만원(순금융자산+순실물자산)
200620102011
전체평균24,164.4 23,066 24,560
소득1분위11,570.6 9,929 9,401
소득2분위15,625.7 12,868 13,381
소득3분위17,142.5 16,497 18,963
소득4분위24,565.5 24,306 27,779
소득5분위51,913.4 51,717 53,258



 2006년과 2011년을 비교할 때 소득 1분위와 2분위의 자산은 줄어든 반면 3분위 이상은 늘어난 것을 발견할 수 있군요. '소득'편에서는 상대적인 격차는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의 절대적인 소득이나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근거는 발견하기 어려웠는데 '자산'을 살펴보니 문자 그대로 '부익부빈익빈'에 가까운 현상이 관찰됩니다.

한편 ‘순금융자산’이라는 지표도 정의했는데, 이는 가계금융조사에서는 저축액에서 제한 것이고, 가계자산조사와 2000년 가구소비실태조사에서는 저축액에서 부채액을 제한 것입니다. 1996년 가구소비실태조사에서는 저축보유액에서 부채잔액을 제한 것입니다. 원래 통계청에서 금융자산이나 금융부채를 정의할 때에는 전월세보증금 및 임대보증금을 포함하지만, 저는 이를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 1996년 자료에는 전월세보증금 및 임대보증금이 없었는데, 최대한 과거까지 비교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단위: 만원(순금융자산만-전월세보증금, 임대보증금 제외)
 19962000200620102011
전체평균 1116.041,424.4 1,688.8 992 1,426
소득1분위 419.33224.1 910.1 266 162
소득2분위 640.25459.4 1,017.3 269 257
소득3분위 788.71981.2 1,329.9 651 1,056
소득4분위 1229.021,485.8 1,210.5 1,247 1,311
소득5분위 2502.483,970.7 3,976.0 2,530 4,341



 여기에서도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뚜렷이 관찰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2006년을 기준으로 관찰되는 갑작스러운 변화입니다. 특히 소득 1분위의 경우 평균 순금융자산이 2006년에는 거의 910만원에 이르렀다가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에는 266만원으로 감소하고, 고작 1년 뒤인 2011년에는 162만원에 불과하게 되는 점이 눈에 띱니다. 한편 소득 4분위는 금융위기로 인한 타격이 거의 없었고, 소득 5분위는 큰 타격을 입었으나 2011년이 되자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네요.

 소득 1분위의 순자산 및 순금융자산 변화 추이는 사실 제게 미스테리하게 다가왔습니다. 분명 지난 번에 소득과 소비 변화를 살펴보았을 때에 두 지표 모두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대체로 안정적이었거든요.  제가 추측해 본 바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기간에 소득1분위 계층이 꾸준히 부채를 통해 소비를 유지한 것은 아닐까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지난 번에 찾아 둔 자료를 보니, 실제로 이들은 일정한 폭으로 소비가 소득을 상회하고 있더군요.  

 결국 이제까지 자료를 종합해보면,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상대적 부'가 아니라, '절대적 부'로도 말입니다. 다소 거친 비유지만, 역사 시간에 배웠던 '소작농과 지주'를 떠올려 보면 될 것 같아요. 소작농 돌쇠가 늘 같은 반찬에 같은 밥을 먹고, 그의 밭에서는 매년 일정한 소출이 나오며, 그에게 돌아오는 몫도 소출의 1/2로 정해져 있다고 합시다. 그의 소득과 소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돌쇠가 매년 먹어치우는 양이 그의 밭에서 나오는 평균 소출의 1/2보다 크다면 그는 늘 적자 상태일테고,  지주 어른에게 그만큼을 빌려야 할 테지요. 결국 그의 빚은 늘어만 가고, 갚아야 하는 이자도 계속 증가할테고요.
 끝으로, '경제적 형평성'을 따질 때 '결과의 평등'을 따지는 지표는 지니계수, 엣킨슨지수 등 몇 가지 방법을 들어 보았고 그 지표들이 실제로 사회에서 활용되는 것 같은데, '기회의 평등'을 따지는 지표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혹시 독자들 중 '기회의 평등'에 관련된 지표를 아신다면 제게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회의 평등'은 최초 자원배분에 있어서의 형평성과 규칙의 공정성을 포괄합니다. 불완전한 지표라도 좋습니다. Acemoglu가 정치부패에 관한 지표를 Political Risk Services가 제공하는 “risk of expropriation”index로 사용했다는 것이 제가 아는 가장 가까운 사례이네요.

댓글 2개:

  1. 항상 느끼지만 자료조사 정말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으로만 평가했을 때 소득 1,2분위는 정말 경기에 따라서 엄청나게 크게 변하는군요..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순금융자산 데이터로만 평가했을 때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시점이 경제호황기보단 경제위기처럼 보이네요. 다만 부유층이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남은 것을 실물자산에 투자하였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순자산액 지표가 2000년정도만 나와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데이터가 없다는게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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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경제위기 기간(2007~2009)사이에 빈부격차가 매우 심해졌다고 해도 위 자료가 상당히 의미있는 데이터로 보입니다. IMF 사태를 기점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몰락하고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빈부격차가 (적어도) 상대적으로는 심각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니...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데이터가 일정한 선형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전환점에서 크게 점프하거나 크게 하강한 후, 다시 선형을 그리는 형태로 나아가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되는 때가 많거든요.

    일정한 경제위기/공황 시기마다 빈부격차가 절대적/상대적으로 심각해진후 그 이후로는 일정수준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반복된다고 가정할 경우(물론 그냥 가정이지만) 단기적 추세만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로 보아도 빈부격차가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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