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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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6일 목요일

주택 시장의 미래에 대하여

(악덕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는 포스팅은 뒤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릴게요.)

             틈만 나면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시끌시끌합니다. 가격이 오르면 올라서, 떨어지면 떨어져서 문제라고 하고, 정부는 각종 대책들을 쏟아 내지요. 어떠한 제도[1]를 제정했다가 폐지하기도 하구요.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종종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어떻게 될까?’, ‘정부의 의도는 무엇일까?’, ‘저러는 게 소용이 있을까?’ 하는 막연한 의문을 갖곤 했습니다. 신문을 읽던 중 이번엔 주택거래량 감소에 대한 기사가 나왔길래 이 참에 주택 시장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올해 1~7월 전국의 주택거래량이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고 합니다[2]. 주택거래량 또한 다른 재화들의 거래량과 마찬가지로 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이 될 것입니다. 금번 주택거래량 감소의 원인은 수요측면의 충격으로 보입니다. 앞에서 참조한 기사에서 나인성 부동산써브 팀장은 대내외 경기불안과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집을 사는 것보다 빌리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주택거래량 감소가 수요측면의 충격에 의한 결과일 경우 집값이 떨어지게 되고, 집값이 떨어지면 건설경기 침체, 주택담보 대출의 부실화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주택보유의 목적은 투자목적과 실거주목적 두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투자는 임대수익과 자본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겠구요. 저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배경에는 고성장에 따른 소득 증가와 앞으로 주택가격이 더 상승할거라는 기대에 의한 수요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투자목적과 실거주목적의 주택 수요를 모두 늘렸을 것이고, 후자는 투자목적의 주택 수요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했겠지요.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과거와는 달라졌습니다. 추가적 성장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소득도 정체되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도 사그라들었습니다. 그 결과, 투자를 위한 주택수요가 줄어든 것이지요. 투자를 위한 주택수요가 줄어드는만큼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늘어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살 집을 보유한 가구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주택수요의 지속적 감소, 그에 따른 주택거래량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은 필연적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정부는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거래 활성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런 거대한 흐름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주택거래량 급감에 따른 주택가격 급락[3]을 막음으로써 다가올 충격의 진폭을 줄이고 그 시기를 늦추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올 미래라고 해도 그 미래로 향하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그 사이에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안간힘이 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건설업 종사자의 타 직종으로의 원만한 이직이 가장 중요한 대비가 아닐까 합니다[4].

             정부가 쥐고 있는 카드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먼저 주택가격 급락을 직접 막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가격 하한제와 공급제한이 뇌리에 떠오르지만, 가격 하한제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고, 공급제한을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있습니다[5]. 주택거래량 유지를 위해 거래비용을 감소시키는 방향의 정책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페지가 있는데 이는 주택거래량 감소를 더디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정책으로 생각됩니다. 주택보유에 따른 상대적 수익률을 높임으로써 투자목적의 주택수요를 진작시킬 수도 있을텐데, 이는 부동산과 대체관계에 있는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이미 상당히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수익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밖에도 DTI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도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시행 혹은 논의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들입니다. DTI 완화는 시중 유동성을 늘림으로써 주택거래를 늘리려는 조치인데 DTI 완화는 결국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주택가격 하락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위기의 크기를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항아리 가운데 부분에 균열이 생겨 물이 샐 때, 항아리 밑부분을 깬 조각으로 그 균열을 메우는 것 같아 보입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경우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수요측면을 자극하는 어떠한 요인도 될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떤 의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주택거래량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은 필연이며, 그 속도를 늦추고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데, 정부는 잘 하고 있는 것도(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헛발질을 하는 것도(분양가 상한제 폐지), 좀 애매한 것도(DTI 완화) 있더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2] 이데일리 강경지 기자, 올 상반기 주택거래량, 40만여건..역대 최저 2006년 이후 최저..부동산써브 조사 결과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newsid=02948726599656512&SCD=&DCD=A00402
[3] 거품 붕괴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4] 적극적인 해외판로의 개척도 중요하겠구요.
[5]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건설업의 구조적 발전단계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최인방 조사국 산업분석팀 과장, 박창현 산업분석팀 과장)이라는 제하의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지난 2000 67000개에 불과하던 건설업체수가 전문건설업체를 중심으로 2010년 현재 97000개로 45% 가까이 증가한 반면 건설업체당 부가가치액은 2000년대 초반 이후 55000만원~7억원 범위에서 정체된 상황이라고 합니다.

댓글 6개:

  1.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져야 하는 것은 필연적인데.. 글쓴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이 2007년 겪었던 것처럼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을 위해서 당국이 무진(?)애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DTI규제 완화는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클 것 같군요. DTI 완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면 별 의미 없는 행위인 것이고... 설령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고 보면 그만큼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해서 거품을 유지시키는 것이지 연착륙을 유도한다고 보기 어려우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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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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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음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정말 DTI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생각해보니 어떤 논리로 정당화가 가능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거래량 변화 -> 주택가격의 변화 이 경로보다는 주택수요 or 공급의 변화 -> 거래량 & 가격 변화 이 경로가 더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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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mboTango님 지적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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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주택시장의 문제에 관해 조사, 공부한 적이 있어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원인과 현상 및 그것이 유발할 문제점 등에 초점을 맞추고, 정책과 관련하여서는 '이러이러한 내용의 정책이 나오더라' 수준으로 짚고 넘어갔는데, 이 글을 읽으며 정책에 대한 평가로까지 생각을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향후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나 1~2인 가구의 증가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이에 대한 정책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장기에 걸쳐 상당 부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주택의 다운사이징과 소형주택의 수요 증가를 불러올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걸맞게 연령과 소득에 걸맞는 수요중심의 주택공급정책을 세우고, 영국이나 일본 등 외국의 사례처럼 은퇴자들의 주택 다운사이징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이 한국 주택시장에 대한 정책적 제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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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택 다운사이징은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 측면, 소형주택 수요 해소 측면에서요.

      여담으로 얼마 전 라디오를 통해 들었는데, 소형주택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주차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인~2인 가구가 늘어나면 단위 면적당 거주 가구 수는 늘어나는데 동일 면적에 할당되는 주차공간으로는 각 가구가 소유한 자동차를 주차하기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는데 문득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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