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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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1일 수요일

선별적유류세 인하가 기름값 인상의 해결책인가?

최근 가파른 기름값 인상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휘발유 값이 리터당 2000원이 넘어가는 주유소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 화제였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은 주유소를 찾기가 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유류세 인하입니다. 유류세 인하가 국내유가 인하의 가장 쉬운 해결책인 것은 사실입니다. 휘발유 가격은 정유사의 세전 가격, 유류세, 유통 마진으로 구성되는데 세전 가격과 유통 마진은 민간이 결정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건드리기가 어렵겠지요. 결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유류세 인하 밖에 없는 셈입니다.

그런데 유류세 인하에 반대하는 목소리 중 하나는 유류세 인하가 오히려 부유층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다음 한국 지방세 연구원의 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유류세를 내릴 경우 부유층에 돌아가는 혜택이 서민층의 6.3배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기름값이 오르면 힘든 사람들은 주로 서민들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선별적 혜택을 주는 것이 낫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주장입니다. 이 보고서는 선별적 혜택의 방법으로서 준중형차 이하에 대한 유류세 선별적 환급을 제시합니다. 사실 정부는 2008년 5월부터 배기량 1000㏄ 미만 경차에 대해 ℓ당 250원씩 연간 10만원 내에서 유류세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시행해왔기도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유류세 인하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 이유는 유류세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효과"를 해결하기 위한 정당한 세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유류세가 없으면 소비자들이 사회적으로 최적의 양보다 더 많이 휘발유를 소비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대기는 어렵지만 자동차 휘발유 측면에서만 얘기하면 먼저 지구 온난화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계속해서 부각되고 있고, 원자력 발전의 문제점의 부상으로 상당 기간 석유소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지금보다 차량통행이 더 줄어드는게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할 것이라는 추측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연비가 낮은 중대형 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75%에 달하는 과시적 자동차 문화 등을 봐서도 현재 우리나라의 휘발유 소비는 사회적으로 최적 소비량보다 많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주 5일제를 시행하고 이를 따르는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감소시켜주는 혜택을 주는 것도 현재 자동차 운행량이 최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잇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류세 인하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실 선별적 유류세 인하 또한 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효율성이 감소된다는 측면에서 무차별적 유류세 인하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별적 유류세 인하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더 적을 것이고 (즉, 휘발유 소비량이 더 적게 증가 할 것이고) 분배의 문제에도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선별적 유류세 인하가 무차별적 유류세 인하보다는 그나마 더 나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유류세 인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서민들의 교통비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대중교통비 인하가 그 방법입니다. 최근 서울시의 기본요금이 900원에서 1050원으로 인상된 것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유가 인상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중교통요금을 오히려 낮춰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선별적 유류세 인하에 투입될 예산을 대중교통 부문에 투입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대중교통 가격인하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 휘발유의 최적 소비량: 대중교통 사용 증가는 휘발유 소비를 감소 시켜서 휘발유의 소비량을 최적 소비량에 근접하게 한다. 그에 반해 유류세 인하는 휘발유 소비를 오히려 증가시킨다.


2. 대중교통의 최적 소비량: 대중교통의 최적소비량에 비해 현재 소비량은 더 적다고 보여진다.

정부에서 계속해서 대중교통을 더 이용하자는 켐페인을 벌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교통 공짜로 타는 날을 정해서 대중교통을 홍보하는 노력을 볼 때 (정부의 판단이 옳다면) 대중교통 이용량을 좀 더 늘리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대중교통 요금 보조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시킨다.




3. 분배의 정의: 대중교통은 주로 서민층에서 이용한다고 본다면 요금 인하의 혜택은 주로 서민층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선별적 유가인하와 비슷한 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선별적 요금인하보다는 대중교통 요금 인하가 사회적으로 더 효율적인 결과를 낼 수 있고 분배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같은 예산을 들인다면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저의 주장에 대한 비판은 택시 기사나 화물차 운전자 등 생업으로 어쩔 수 없이 기름을 많이 소비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일 것입니다. 택시는 사실 LPG가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어 보이나 만약 LPG가스 가격이 상승하면 택시의 운행도 감소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마찬가지로 경유 값 상승으로 화물차 운행량이 줄어드는 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철강이나 시멘트 가격이 상승하면 건설업이 침체되어서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현상인데 특별히 유류에만 예외를 둘 필요는 없겠지요. 게다가 시장이 잘 작동한다면 기름값 상승분은 화물차 운전자들의 임금에 반영이 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해야지 정부의 보조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화물차 운전자들 뿐 아니라 그들의 고용주에게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댓글 7개:

  1. 동의합니다. 저는 대중교통 요금 인하보다는 출퇴근 시간에 차량수를 좀 더 늘렸으면 좋겠어요. 훨씬 costly 할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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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관심있는 주제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대중교통 기본요금을 현금 1000원/카드 950원 이렇게 책정하는게 적당하다고 봅니다. 대중교통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도 동감하고 유류세를 낮출 필요는 없다고 보구요, 특히 대중교통 기본요금을 1050원으로 하게 되면 저 같이 가끔 버스 이용하면서 귀찮아서 현금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훨씬 불편할거 같은 생각이 드네요. 대중교통 기본요금이 1050원이면 현금으로는 1100원 혹은 1150원이 되는건가요? 잔돈으로 900원을 받든 850원을 받든 '요금상승' 이 문제가 아니라 '잔돈의 귀찮음' 즉 비금전적 불편익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이 더 줄어들 것 같은 생각이... 현금 1천원일때가 참 간편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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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교통수단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염두에 두고 있우신 것인지요? 이 논리를 좀더 확장하면 오히려 유류세를 올리고 그렇게 걷친 세금으로 대중교통에 보조금을 줘야 되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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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교통수단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가 어떤 의미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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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기름값 인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소득이 변하지 않았을 때 기름값의 소득 대비 비중이 늘어나서 다른 소비 or 저축이 줄어들고,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를 기름값의 변화(가격관리)보다는 분배구조의 개선(소득의 관리)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름값의 인상은 필수적 소비(통근 etc)보다 과시적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 이는 환경문제, 교통정체 등을 해결하는 기능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잘 사시는 분들 돈을 빼앗아다가 못 사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되는 일인데
    잘 사시는 분들의 힘이 워낙 세다는게 참 어려운 일이에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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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사신다는 이유만으로 못 사시는 분들에게 돈을 나눌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만일 이분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추가적인 혜택을 받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유류세가 실제로 외부효과를 해결하고 있는데, 부유층이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외제차를 몰기 위해 로비를 해서 비선별적인 유류세 인하를 주장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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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간단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좋은 글이네요. 그런데 유류세 인하 대신 대중교통 요금을 인하할 경우 언급하신대로 택배기사나 택시기사 등 기름값에 민감한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생계에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이런 분들만 선별적으로 소득을 보조하기 어려운 것이 제안하신 정책을 수행하는 데에 걸림돌이겠네요. 봄님이 말씀하신대로 선별적 유류세 '인상' 하되 그 기준을 자동차의 크기로 두지 않고 '생계형'과 '비생계형'으로 나누면 어떨까요?
    또한 그 예산을 대중교통에 보태되, 차가 가장 막히는 출퇴근 시간에는 맘보탱고님 제안처럼 대중교통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대중교통 요금을 더욱 할인하는 방식(예컨대 아침 7시부터 9시까지는 500원)으로 하면 어떨까요?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길이 덜 막힐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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