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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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7일 수요일

연애는 게임이다? - 게임이론으로 본 연애



             아이튠즈 U를 통해 Yale university Ben Polak 교수의 Game Theory를 듣고 있다. Prisoner’s dilemma Coordination problem에 대한 강의를 듣던 중 문득, 게임이론을 연애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의미있는 내용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Ben Polak 교수에 의하면, Game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Player(플레이어), 둘째, Strategy(전략), 셋째, Payoff(이득)가 그것이다. 연애를 하나의 게임으로 간주하고 연애의 구성요소들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연애는 남, 여 두 사람이 하는 게임이다. , 연애게임의 플레이어들을 남자와 여자 각 1명으로 상정할 수 있다. 복잡한 삼각관계, 동성 간의 사랑 등 수많은 경우의 수들은 본고에서는 배제하도록 하자. 본 게임에서는 남녀가 서로에게 마음이 있는 상태를 가정한다.
             연애과정 속에서 연애 당사자들은 무수히 많은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이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뭘까? 나를 사랑하지만 실수를 하는 걸까, 아니면 애정이 식은 것일까?’ 등의 fundamental한 고민에서부터, ‘내가 먼저 연락을 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까?’, ‘지금 사랑한다고 말할까, 말하지 말까?’, ‘데이트 신청을 문자로 할까, 전화로 할까?’, ‘액션 영화를 볼까, 멜로 영화를 볼까?’ 등의 technical한 고민까지 말이다. 하지만 게임 이론에서의 전략은 행위의 선택이며 설령 선택의 동기가 fundamental한 고민의 결과라고 해도, 결국 technical한 고민 끝에 한 행위만이 현실화된다. 또한 technical한 고민 역시 분류가 가능한데, 위에서 언급했던 문자와 전화, 액션 영화와 멜로 영화에 대한 고민은 사랑한다고 말할지 말지, 먼저 연락을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두 사람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2]. 따라서 필자는 연애의 전략으로 crucial하며 technical한 선택지만을 다루기로 하였으며, 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본고에서는 그 전략들을 두 가지로 분류하도록 하겠다. 그 두 가지 전략은 바로,

1.     들이댄다(사랑을 표현한다).
2.     안 들이댄다(사랑을 표현하지 않는다).

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각 플레이어는 들이대기 이전에는 상대방이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연애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연애게임의 Payoff를 정하면 게임의 모든 요소가 정의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중 상당수가 연애 경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또한 짝사랑의 경험 역시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장 행복할 때는 당연히 서로 들이대면서 사랑을 할 때이고, 가장 불행할 때는 나는 계속 들이대는데 상대방은 들이댈 기미가 전혀 없이 계속 튕기는 경우일 것이다. -10~10까지의 숫자로 Payoff를 표현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물론, 큰 숫자일수록 행복한 것이며, 순서쌍의 제 1성분은 Player 1의 행복, 2성분은 Player 2의 행복을 나타낸다[3].

Player 2(여자)
들이댄다
안 들이댄다
Player 1(남자)
들이댄다
(10, 10)
(-10, 5)
안 들이댄다
(5, -10)
(0, 0)

             이로써 연애게임의 모든 요소가 갖춰졌다. 이제 이 게임을 분석해보도록 하자. 남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만약 여자가 들이댄다면 들이대는 것이, 여자가 들이대지 않는다면 안 들이대는 것이 Best Response(최적대응)이므로, 이것만을 고려했을 때는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가 없고[4], 이는 여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이 들이댈 확률과 들이대지 않을 확률을 동일하다고 보면 남자 입장에서 들이댈 때의 평균 행복은 0, 들이대지 않을 때의 평균 행복은 2.5이므로, 대다수의 사람이 Risk Averse(위험 기피적)하다고 보면, 들이대는 것이 엄청난 각오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 역시 알 수 있다[5].
             하지만, 위험 기피 성향에 따라 남 여 모두가 들이대지 않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0, 0)의 결과를 얻는 것은 게임의 모든 Payoff를 알고 있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10, 10)이 두 플레이어 모두에게 더 좋은 결과이기 때문이다[6].
             Ben Polak Coordination Game Outcome을 개선시키는 데 Communication이 유용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남녀 모두 (10, 10) Payoff를 얻고 싶으나 상대방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들이대지 않는 것을 선택하게 되는 이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은 상대방에게 내가 들이대고자 한다는 것, 혹은 당신이 들이대면 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7]. 단순히 신호를 보내는 것, 의사소통을 하는 것만으로 남녀 모두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 게임은 그 단순한 형태와는 달리 상당히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초창기 커플들은 적어도 남녀 중 한 명이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펼치게 마련이다. ‘밀당이라는 말도 있듯이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은 짝사랑의 고통을 잘 이겨낸다. 연애 초기의 사람들이 위의 표와는 달리 짝사랑의 경우에도 높은 Payoff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에 반해 오래된 연인(오래됨의 기준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다)은 그러한 열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비교적 드물다. 오고가는 사랑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관성에 의해 사귀는 커플도 있고, 그러한 상황을 견디다 못해 헤어지는 커플도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많은 경우는 사실 서로를 사랑하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데 인색해진 까닭에 초래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표현했을 때 그 표현에 상대방이 응하지 않을 경우 받게 되는 슬픔, 스트레스에 기인한 것일 가능성이 클 것 같다. 따라서 오래된 연인들의 연애는 본고에서 논하고 있는 게임과 매우 유사한 경향을 띠고, Coodination Game의 해결책인 Communication을 통해 연애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 애정공세를 펼치지는 않더라도, 자신에게 사랑을 표현하면 그것을 흔쾌히 받고, 또 돌려줄 용의가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줌으로써 연애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어찌보면, 위의 Payoff 행렬을 좀 더 세분화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부담없는 사랑의 표현을 간간히 하면서 그 표현에 대한 Best Response(사랑의 표현)를 하기를 반복하는 것이 점차 (10, 10) Payoff, 즉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 아닐까? 남몰래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그러나 은은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Ben Polak, Yale University의 Game Theory 강의 참조






[2] 물론 서로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할 경우 둘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Ben Polak도 수업 중 그 내용을 언급한 바 있으나 필자는 그러한 것이 매우 중대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3] 보통 남성보다 여성이 사랑받는 것을 선호한다는 견해가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Payoff가 비대칭적이어야 하겠지만, 본고에서는 성()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짝사랑을 하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시간단위가 길어질수록 짝사랑은 점점 힘들고 불행해진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사랑을 받는 입장에서는 사랑받지 않을 때보다는 행복감을 느낄 것이므로 양의 Payoff를 가정하였고, 현실에서는 일방적으로 받는 사랑에 대한 부담이 사랑을 받는 사람 역시 불행하게 만들 가능성이 존재한다.
[4] There is no Strictly Dominated Strategy.
[5] 상대방이 들이댈 확률에 따라 Best Response Curve를 그릴 수도 있으나 본고에서는 하지 않겠다.
[6] (0, 0), (10, 10) 모두 Nash Equilibrium이다. 이렇듯 여러 개의 Nash Equilibrium이 존재하는 게임을 Coordination Game이라고 한다. Nash Equilibrium이 무엇인지가 궁금하다면 위키피디아 참조할 것.
[7] 들이댈 것을 들이댄다는 뜻이니 좀 어색한 표현이긴 하다.

댓글 11개:

  1. 지금 생각해보면 연애는 위와 같은 게임이기 보다는 sequential game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걸 파악 못 한 덕분에 꽤나 고생 중인 기간이지요... 아무튼 가볍고 간단한 글로 스타트 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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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제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렇겠네요~ 그렇다면 무한 반복 순차 게임으로 바꾸면 결론이 어떻게 달라질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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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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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댓글을 달고 보니 위 글은 '이미 연애가 진행중' 인 상황에서 연애를 '진행시키는' 전략이라고 보아야겠군요.. 그렇게 본다면 결국 '서로에게 좋은 감정이 있더라도 연애가 잘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위험기피 성향 때문에' 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결국 연애는 타이밍, 그것도 초창기의 전략설정과 그에 대한 긍정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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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리고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연애가 잔행중이고 마음이 있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이 잘해주면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면서 거의 보답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보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상대가 들이대고 나는 들이대지 않는', 소위 '공주, 왕자대접' 을 받는 상황이 '상대와 내가 동시에 들이대는' 것보다 페이가 더 높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연애가 잘 되지 않는 이유중 하나로 이러한 '왕자, 공주병' 을 꼽을수도 있겠네요.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판타지를 자극하는 드라마의 멋진 주인공이 남녀 모두에게 환상을 크게 심어놓아서 서로 대접받으려 하다 보니 연애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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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받으면서 주지않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추측에 동의합니다. 참 어찌보면 연애만큼 심오한 문제도 없는 것 같아요. 더불어 연애의 평균적인 성공률이 오른다면 국가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궁금하네요. 둘 다 상대의 마음을 확인한 기간보다는 일방적인 구애가 이루어질 때 총지출은 더 많을 것 같은데, 짝사랑을 하는 사람은 생산활동에 전념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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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위 분석을 약간만 확장하면, 상대방이 들이대도록 유도하는 것이 나의 위험을 상대에게 전가하여 자신의 페이오프 기대치를 늘리는 좋은(?) 전략일 것 같군요. 상대를 정말 사랑하는 경우는 오히려 스스로 위험을 떠맡아 들이대는 것이 최적 선택일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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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네, 자신이 들이대는 비중(확률)을 동일하게 유지한 채로 상대가 들이대는 비중(확률)을 높일수록 기대되는 페이오프가 증가하는 것을 수식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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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단순하면서도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이네요.^^ 저두 실제 상황에 좀 더 알맞게 모델을 확장하는 제안하을 하나 하자면, 남자기 기분 좋을때/나쁠때, 여자가 기분 좋을때/나쁠때 의 네 가지 조합의 payoff table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분이 좋을 때는 상대방이 들이대는 것을 받아줄 때의 이익이 더 커지고 내가 들이대고 상대가 튕겼을 때의 손실이 더 작아지는 식으로요... 상대의 기분을 잘 파악하지 못하거나 서로 기분상태가 엇갈려서 '밀땅'이 제대로 안 이루어지고 관계가 소원해지는 메커니즘도 이 모델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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