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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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6일 수요일

Homo Economicus에 대한 고찰 (4) [마지막] : 우리들이 꿈꾸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4. 결론 : 우리들이 꿈꾸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4.1 Homo economicus라는 제약조건
   지금까지 인간이 이기적 특성을 기본으로 상정한 homo economicus의 개념을 바탕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 그리고 보다 세밀하게는 최근 상당한 이슈가 되고 있는 분배와 복지 분야를 살펴보았습니다.
   Homo economicus가 상정하고 있는 인간의 이기적인 특성은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을 간과한 정부의 정책은 그 어떠한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었습니다. 어떠한 경제 정책이든지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위를 감안하지 않은 행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행동을 감안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것 역시 정부가 해야 할 일이자, 기본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득분배와 관련해서도 어떠한 소득 분배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문제는 다소 철학적인 영역일 수 있지만, 어떠한 소득 분배가 homo economicus의 상황 속에서 실현이 가능한가의 문제는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그리고 복지 제도와 관련해서도 주어진 복지 정책에 대해 사람들의 homo economicus적인 특성이 복지 제도가 처음 계획했던 대로 움직여줄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해볼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가정한 homo economicus적 설정은 정부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어떠한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제약조건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주어진 예산이 제약조건으로 작용하고, 다양한 종류의 최적화 문제를 풀어내는데 있어서 주어지는 제약조건들을 고려해야 하듯이, 정부가 특정한 목적(함수)를 가지고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서도, 인간에게는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특성이 존재한다는 homo economicus의 제약조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산제약을 넘어서는 효용의 증가는 실현시킬 수 없고, 제약조건의 범위를 넘어서는 지점으로 목적함수를 최적화시킬 수 없듯이, 정부의 정책 역시 사람들의 이기심이 작용하는 homo economicus의 제약조건이 상정하는 범위를 벗어나서 정부가 원하는 바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4.2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환상
   하지만 정부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때때로 인간은 일반적인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일종의 환상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어떠한 측면에서는 다분히 환상일 뿐이며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현실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혹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경제 정책에 대해, 그것들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고민하다가 보면, 특정한 지점에서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가정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른바 골목상권의 보호를 위해 대형 슈퍼마켓으로 하여금 월 2회 의무적으로 영업을 쉬도록 하는 등의 SSM 규제 정책의 경우, 그 이면에는 대형 슈퍼마켓들이 쉬면, 그만큼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약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재래시장을 이용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싼 값에, 더 좋은 물건을, 더 좋은 환경에서 사고 싶은 사람들의 homo economicus적 특성이러한 부분은 서민들에게도, 아니 어떻게 보면 서민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특성일 것입니다.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는, 다시 말해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재래시장을 생각해줄 것이라는, homo eoconomicus와 반대되는 가정이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싼 값에, 더 좋은 물건을, 더 좋은 환경에서 사고 싶은사람들은 대형 슈퍼마켓이 주말에 하루 쉬게 되면, 대게는 그 주말에 쉬지 않는 다른 날에 시간을 내어 쇼핑을 하거나, 그 전 주말에 미리 물건을 사기 때문에, 대형 슈퍼마켓의 영업을 규제하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만을 지닐 뿐, 재래시장이 활성화되는 실질적인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인간이 완벽하게 이기적인가라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이러한 부분은 오늘날 행동경제학의 영역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니부어의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관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시적인 차원에서 관찰되는 인간의 행위는 한 개인 미시적 차원에서보다는 더 이기적으로 관찰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정책의 경우,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homo economicus적 관점이 상당히 유효하며, 이를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정책은 비용만 들어갈 뿐,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4.3 해결책은 homo economicus가 약해지는 사회
   만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떠한 경제 정책도 homo economicus라는 인간 본성의 제약조건을 벗어날 수 없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그저 약육강식, 혹은 부익부 빈익빈의 숙명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요?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homo economicus적인 특성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하는 01의 이분법적인 성격이 아니라, homo economicus적인 특성이 얼마나 강하게 나타나는가 하는 정도(degree)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국가나 사회마다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나 의식구조가 있고, 이러한 구조는 그 사회에 속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결정하며, 이러한 부분들은 한 개인의 미시적인 특성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거시적인 차원에서 관찰되는 특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인의 이타적인 성격은 거시적인 정책 수립 차원에서의 homo economicus적 특성에 영향을 주기 힘들지만, 그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의식구조는 정책을 고려하는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homo economicus의 정도(degree)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근로 시간을 줄여서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이른바 job sharing 정책이 기존 노조의 반발 문제로 인하여 쉽게 수립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지만, 네덜란드의 경우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 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네덜란드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적 사상이 강하게 바탕에 깔려있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흔히 네덜란드 하면, 성적으로 자유롭고,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같은 것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네덜란드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러한 이미지는 도시 지역에 국한되어 있을 뿐, 도시를 벗어난 대부분의 시골지역은 아직까지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기독교 사상에서 직업은 일종의 절대자로부터 받은 소명(calling)이라는 의식이 있는데, 네덜란드의 경우 이러한 인식이 상당히 강해서, 무직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감당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 하에서 자신의 임금을 희생하기 싫어서 실직자들을 그대로 두는 것은, “주변의 타인이 자신의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무관심하게 방과하는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job sharing 정책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네덜란드의 사례는 한 국가 혹은 사회가 경제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마주치게 되는 homo economicus의 제약이 인간의 본성에 의한 외생적인측면도 존재하지만, 그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에 의해 좌우되는 내생적인측면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전반적이고 실질적인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당위적인 차원이 아닌, 사람들의 실제 행위에서 나타나는인식구조가 homo eocnomicus적 제약조건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인간의 이기적인 homo eocnomicus적 특성을 약화시킬 수 있을 때, 우리들이 꿈꾸고,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은 보다 커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구조는 경제 정책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주어지는 경제 정책에 따라 이기적으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할 뿐, 경제 정책이 사람들의 이기적인 특성을 변화시켜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은 경제학의 영역이 아닌, 정치, 도덕, 철학, 혹은 종교적인 영역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물론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이러한 부분들까지 고민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homo ecnomicus라는 다소 철학적일 수 있는 가정 위에서 많은 혹은 모든것들을 시작하는 경제학이 반드시 인지하고는 있어야하는 부분이며, 인간의 행위를 연구하는 경제학 역시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에 어느 정도는관심을 갖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3월부터 homo economicus라는 주제 하나만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 이제야 아직도 많이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끝에 이르렀네요. 사실 경제학 교과서의 가장 처음에 설명되는 ‘homo economicus’라는 개념에 대한 생각만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쓸 수 있었다는 것에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다음 달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1개:

  1. 연재하신 글 주욱 다 읽었습니다.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그리고 최대한 쉽게 글 적어주신 덕분에 재미있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한계를 어떤 정책을 수립, 집행하든간에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틴틴님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인간의 이기성을 줄이는 문제는 경제학의 문제라기 보다는 다른 분야의 문제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예전에 게임이론 관련 글을 썼을 때 했던 생각인데, 인간의 이기성에 바탕을 둔 정책수립이 인간의 이기성을 더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고, 못한다 못한다 하는 아이들처럼 말이죠.

    또 하나로, 말씀하신 것처럼 거시적인(개인보다는 집단) 측면의 이기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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