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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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8일 화요일

대한민국은 집값이 싸다?

기사링크: 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sc=50000001&cm=%C0%FC%C3%BC%20%B1%E2%BB%E7&year=2013&no=450836&relatedcode=&wonNo=450994

OECD 리포트 링크: http://www.oecd.org/eco/outlook/focusonhouseprices.htm

 위의 기사는 매일경제의 "[NEWS Briefing]OECD “한국 집값 저평가됐다”…소득 대비 집값 38% 낮아 "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실제 있는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깔끔하게 사실을 기술한 기사입니다. 하지만 내집마련을 걱정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들이 이 기사를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요? 만일 내가 살면서 느끼는 것과 숫자가 암시하는 것이 다르다면, 무엇이 그 차이를 유발하는 것일까요?

 첫째,  OECD에서 발표하는 house-to-income ratio는 각 나라의 주택가격지표를 일인당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자료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은행에서 라스파이레스식으로 산출하는 주택가격지표를 사용합니다. 덜 엄밀하게 말하자면, 평균적인 집값을 평균적인 소득으로 나눈 것이지요. 비싼 집과 싼 집의 가격 차이가 얼마나 큰지, 소득 격차는 얼마나 되는지 등 집값과 소득의 '분포'에 대한 다른 정보는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른 집은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가장 비싸던 상위 10% 집의 집값만 떨어져도 house-to-income ratio는 떨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의 5분위와 1분위 사이의 격차가 최근들어 크게 줄었습니다.

 둘째, 기사의 표에서 제시된 퍼센트(%)가 의미하는 것은 장기평균값으로부터의 이탈입니다. 사실 어떤 자산의 가치가 '저평가' 혹은 '고평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굳이 이를 논하고 싶다면 '장기평균'은 참 괜찮은 기준입니다. 하지만 완전무결한 기준은 아닙니다. 장기평균값 계산에 들어간 기간동안 '거품'이 있었던 것이라면, 표의 % 값이 음수인 것이 오히려 적정한 가격일 수도 있겠지요.

 민생을 돌보는 조선시대의 '성군'과 같은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집값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떤 통계 자료가 유용할까요? 간단하게는 집값의 각 분위와 소득의 각 분위를 알면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한 번에 보기 쉽도록 하려면 각 분위별로 그 비율을 계산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하위 10% 주택가격을 하위 10%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비율, 하위 20% 주택가격을 하위 20%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비율.... 등을 제시하는 것이지요. 좀 더 숫자를 들여다볼 시간이 있는 성군이라면 여기에 각 분위별로 방 수, 냉난방 정도 등 집의 상태를 대강이나마 알 수 있는 지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편 항상소득이론을 감안한다면 소득보다는 소비를 기준으로 분위를 나누는 것도 좋겠지요.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자료와 국가통계포털의 가계동향조사(소비지출) 및 소득분배지표(가처분소득) 자료를 이용해 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집값 부담이 줄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집값 부담이 늘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3년 가처분소득은 아직 자료가 없습니다.)


    1분위 2분위 3분위 4분위 5분위
2013 주택가격(5월) 10015 16194 22006 30188 51861
  가처분소득 0 0 0 0 0
  소비(1분기) 127 197 250 300 397
  가격/소득 0 0 0 0 0
  가격/소비 798288101131
2012 주택가격(5월) 9661 15751 22022 31034 55319
  소득(연평균가처분) 65 130 177 232 363
  소비(2분기) 124 190 228 282 369
  가격/소득 149121124134152
  가격/소비 788397110150
2011 주택가격(5월) 8275 14356 20466 29793 54909
  소득(연평균가처분) 60 123 167 216 346
  소비(2분기) 116 183 228 273 351
  가격/소득 138117123138159
  가격/소비 727890109156
2010 주택가격(5월) 7103 12763 19325 29559 56655
  소득(연평균가처분) 58 116 157 206 327
  소비(2분기) 113 171 212 258 350
  가격/소득 122110123143173
  가격/소비 637591115162
2009 주택가격(5월) 6666 11823 18463 29110 55848
  소득(연평균가처분) 54 108 148 195 311
  소비(2분기) 107 157 200 243 327
  가격/소득 123109125149180
  가격/소비 627592120171

 현대 사회에서, 간단한 통계자료라도 어떻게 가공하느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는 교과서적인 '느낀점'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대부분 중요한 의사결정자들은 아침네시에 일과를 시작했다는 조선시대 왕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너무너무 바쁘셔서 저처럼 한나절 들여 자료를 찾고 계산하는 일에 신경을 쏟는 데에 대한 비용(Attention cost)이 클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자료 처리 방법도 많을 것 같아요. 여러분이 '성군'이라면 어떤 자료를 보시고 싶으실 것 같으세요?

p.s.
 사실 저는 기사 표의 세 번째 칸이 무엇을 위해 제시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임대료 대비 집값 비율과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장기평균으로부터 이탈한 값을 평균한 값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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