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환영회식사

2013년 2월 2일 토요일

보이지 않는 계급, 갑을관계.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읽은 기사입니다. (갑의 횡포에 서러운 을치사해서 못다니겠어” <한겨레 2013.1.31.>http://www.hani.co.kr/arti/economy/working/572055.html) 우리나라 조직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갑을관계(을의 입장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기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저는 갑을 관계조직의 위계 질서에서 상위에 있지 않지만, 거래나 그 외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상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상위에 있는 것과 같은 압력을 행사하는 관계라고 규정하고자 합니다.

갑을관계는 우리나라의 조직에서는 흔히 보이는 현상입니다. A를 갑, B를 을의 위치에 있다고 할 때 AB가 겉으로는 동등한 직급/관계임에도 (더 심한 경우는 A가 직급상 B보다 낮음에도) AB를 업무상의 이점을 이용해 업무상으로나 업무에 관계 없이 자신의 편의대로 흔드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물론 갑을관계라고 해서 항상 을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갑에 당하기만 하지는 않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을이 갑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형성되는 것이 갑을관계이겠지요.

실제로 그래서 노동시장에 신규 취업하거나 중간에 이직을 하는 경우 소위 갑질할 수 있는 직장이 다른 직장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을 얻는 것도 사실입니다. 갑질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을의 설움은 피할 수 있는 직장을 찾게 되고. 또 서로 다른 조직이 아니더라도 같은 조직 안에서도 맡은 업무의 종류 부서의 소위 파워에 따라 얼마든지 갑을관계는 형성될 수 있습니다.

제가 외국에서 살아 본 것이 아니라 외국도 노동시장에 갑을관계라는 것이 이렇게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렇게 언론에 나올 정도로 문제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다면 갑을 관계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완화시킬 수 있는가를 한 번 생각해 봄직 할 것 같네요.

제 생각에 갑을 관계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한 번 갑()이면 계속 갑()’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공통지식(common knowledge)처럼 되어 있고, 또 그게 어느 정도는 실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갑의 입장에서는 지금 갑질을 좀 해대더라도 나중에 을이 (갑질을 당한데 대한) 보복을 할 것이라 크게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갑질을 한다는 거지요.

일단 사회적으로 갑을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오늘은 내가 저 사람보다 갑이더라도, 내일은 내가 을의 입장이 될 수 있다라는 일종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갑을 모두에 형성된다면 갑을 관계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아무리 무한기간 반복되는 게임이더라도 내가 다음 기에도 그 다음 기에도 계속 갑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면 갑질은 현재부터 계속되겠지요. 하지만 내가 내일 갑일 확률이 더 낮아진다면, 그래서 섣불리 갑질했다가 다음기나 그 다음기에 곱절로 보복당할 때의 기대보수가 크다면 오늘 함부로 갑질을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내가 오늘 갑()이더라도 내일은 을()일 수있는 노동시장이 되려면 그 만큼 갑과 을의 변화가 지금보다 잦아야 할 것이고, 그럼 조직 내 상하의 교체 뿐 아니라 조직내 수평적 이동, 그리고 조직간 이동(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일수록 갑을관계는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러니까 노동시장에서 직종내 또는 직종간 수직/수평 이동을 더 활발하게 만들어야한다!’라는 주장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특히 어떤 갑을관계를 표시할 수 있는 지표 내지 갑을 관계의 존재를 통계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그러한 직종들의 직종내/직종간 이동성을 높일 수 있다면 갑을관계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갑을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갑을관계가 정말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문제라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분 계시는지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