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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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일요일

우리, 커피 한잔하며 최적조세율을 도출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지 않겠소?


여러분, 램지(Frank Plumpton Ramsey)라는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재정학, 혹은 거시경제학에서, ‘주어진 재정수입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정부가 왜곡조세(distortionary taxation)를 사용할 때 사회 효용의 감소를 최소화하는 최적 조세정책은 어떤 형태를 갖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문제를 우리는 Ramsey problem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여기서 찾은 답은 Ramsey plan이라고 부르고요. 그리고 램지라는 이름은 경제 성장론에서 또 한 번 등장합니다. 바로 Ramsey’s model(혹은 Ramsey-Cass-Koopmans model)이라는 용어로요. 

사실 저는 요즘 탈세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물론 진전은 전혀 없습니다. 때문에 이 주제에 관련된 논문들을 틈틈이 프린트만 해읽어보고 있는데요, 작년 봄 학기에 수강하였던 대학원 거시과목에서 Ramsey problem이라는 용어로 처음(사실 학부 거시 책에도 램지라는 이름은 나옵니다, 최적조세정책을 배웠으니까요. 하지만 기억에 없네요)접한 이 이름을 최근 읽은 논문들에서 Ramsey’s model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다시 접하고 나니 이 Ramsey라는 분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 그의 뒤를 한번 밟아 보았습니다. 

F. P. Ramsey(1903-1930)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며, 경제학자입니다. 그는 Trinity College, Cambridge에서 수학을 전공하였고, John Maynard Keynes의 지지 하에 King’s College, Cambridge의 교수가 됩니다[1]. 이곳에서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Ramsey는 Keynes와 Arther Cecil Pigou의 요청(?)으로 세 편의 경제학 논문, Truth and Probability(1926), A Contribution to the Theory of Taxation(1927), 그리고 A Mathematical Theory of Saving(1928)을 쓰게 되는데요, 이 세 편의 논문은 각각 경제학의 세 분야, the theory of expected utility and of decisions under uncertainty, Public finance, 그리고 Economic growth의 발전에 크나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2]. 하지만 만성 간 질환을 겪고 있던 그는 1930년, 수술이 잘못되어 26세의 나이에 요절하게 되고, 안타깝게도 그의 연구는 거기서 멈추게 되지요. 

만약 그가 1930년에 죽지 않았다면 현대 경제학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있을까요? P. G. Duarte의 연구에 따르면 그는 그렇게까지 경제학에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1928년 A Mathematical Theory of Saving을 Keynes에게 제출하며 Keynes에게 보내었던 편지에서 그는, “Of course the whole thing is a waste of time as I’m mainly occupied on a book on logic, from which this distracts me so that I’m glad to have it done. But it’s much easier to concentrate on than philosophy and the difficulties that arise rather obsess me.”[2]라고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남긴 세 편의 논문이 경제학에 준 영향과, 그의 옆에 Keynes와 Pigou가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현대 경제학의 모습이 지금과는 매우 달라졌으리라는 상상에 매우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진지한 경제학 공부에 발을 들여놓으려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렇게 수학, 혹은 물리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경제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준 경우를 하나 둘 씩 보다보면, “나도 수학을 전공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나 먼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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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올 봄에는 새 옷을 차려입고 꽃과 함께 24동[3] 주위를 배회해볼까 합니다.




[1] http://en.wikipedia.org/wiki/Frank_P._Ramsey
[2] Duarte, P. G., 2009. Frank P. Ramsey: A Cambridge Economist. History of Political Economy
[3] 24동은 필자가 수학하고 있는 학교의 수학과 강좌가 주로 열리는 건물의 번호입니다.

댓글 3개:

  1. 잘 읽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요ㅎㅎ

    ramsey problem에서 최소화하는 사회후생은 사회 구성원의 효용의 합(공리주의적 사회후생함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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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msey problem을 풀 때 각 개인의 효용함수의 가중합으로 정의된 사회후생함수도 사용 가능합니다. 따라서 공리주의적 사회후생함수에만 국한된 풀이방법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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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블로그에 경제사상사 관련된 포스팅이 올라오니 뭔가 신기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더불어 올해는 가람 형 곁에 좋은 짝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이왕이면 24동 주위에서 찾을 수 있다면 더 좋겠군요!
    (형 필명이 곧 이름이니 이름 드러내도 상관없겠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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