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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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6일 토요일

주식 투자와 경제학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노벨 경제학상은 빠질 수 없는 연말 이벤트겠지요? 지난 14일 스웨덴 과학원은 이번 연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시카고 대학의 유진 파마, 라스 한센 교수 그리고 예일 대학의 로버트 쉴러 교수를 선정하였습니다. 역시나 학계에 몸담지 않은 사람들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보았을 만큼 유력 수상자로 오르내리던 분들입니다. 노벨 위원회 측은 이들의 주요 업적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실증연구를 꼽았습니다.

   사실 금융이라는 카테고리로 함께 묶이긴 하였지만 파마와 쉴러는 서로 대척점에 선 두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번 노벨상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특히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둘러싸고 두 사람은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지요. 파마는 효율적 시장 가설의 대부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정보를 즉각 반영하기 때문에 과거 정보에 기초한 어떠한 투자전략으로도 리스크 대비 초과수익을 거둘 수 없다는 게 요지입니다. 반면에 쉴러 교수는 여러 실증 논거를 통해 이를 체계적으로 비판해왔습니다. 투자자들에겐 심리적 측면이 존재하며, 단순한 정보를 활용한 투자로도 유의미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마침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 만큼 오늘은 주식시장과 그 효율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 대해서도 검토해보려 하는데요, 효율적 시장 가설에 대한 이론적 논의 배경을 간단히 살펴보고 이를 기각할 수 있을 법한(?) 투자전략을 제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침팬지 vs 펀드 메니저

   주식 차익거래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투자자들의 꿈이었습니다. 사실 주식은 기본적으로 배당금을 기초로 한 상품입니다. 회사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돈을 투자하는 대가로 주주들은 매년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배당금으로 공여 받습니다. 경영에도 관여를 하고요. 이때 배당금에 대한 권리를 투자자들끼리 서로 사고파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입니다. 그래서 주식가격이라 한다면 단순히 미래 배당금에 대한 가치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당연히 회사의 수익 전망이 좋을수록 그 주가도 높게 형성되겠지요. 또한 시장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나중에 되파는 식으로 차익거래를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주식가격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차익을 거두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는 저의 경험적으로도-_-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좋은 회사의 주식은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저평가 되어 보이는 주식에 실제로는 제가 모르는 악재가 숨어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실 전문 투자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 과거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침팬지에게 수건을 던지게 해 주식을 구매하는 방법을 실험해 보았다고 합니다. 이를 전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수익률과 비교해보자 상당 수는 별반 차이가 없거나 침팬지가 오히려 나은 결과를 보였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입니다.

   이러한 연구 동기로 출발한 것이 바로 효율적 시장 가설입니다. 유진 파마 교수는 1965년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주식 가격은 일종의 랜덤워크를 따르고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또 실증적으로 보이고자 했습니다. 그러니까 주식시장은 현재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으므로 미래의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게 핵심 주장입니다.

   그는 정보 반영의 정도에 따라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분류하였는데, 첫째 약형 효율성은(Weak form efficiency) 현재 주가에 과거 주가 변동에 대한 모든 정보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경우 이미 지나간 주가 패턴에 기초한 투자전략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흔히 사설 주식 방송을 보면 쌍봉형이나 T형 캔들, 장대양봉 등 괴이한 이름으로 투자 조언을 해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약형 효율성 하에서 이런 추세 분석은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둘째 준강형 효율성은(Semi-strong form) 현재 주식 가격에 회계 자료, 뉴스 등 시장에 공시된 모든 정보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경우 추세 분석뿐만 아니라 시장 정보를 활용,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하는 가치투자 또한 그 효과를 상실하게 됩니다. 앞서 말한 전문 펀드 메니저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강형 효율성은(Strong form) 현재 주가에 시장 정보 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의 비공개 정보까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쯤 되면 투자를 통한 차익실현이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본 것이지요.

   효율적 시장 가설이 제기된 이후 파마 본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실증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쏟아냈습니다. 이를 위해 Event Study를 활용하기도 했고 초과 수익률이 존재하지 않음을 여러 회귀 모형을 통해 밝혀내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금융 시장의 효율성은 8~90년대에 들어서 주류적인 견해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때 대체로 합의되었던 주장은 주식시장이 준강형 효율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우연한 경우에 차익실현의 여지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내재 가치를 정확히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당시 인덱스 펀드가 널리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인덱스 펀드란 고도의 투자 분석에 의존하는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시장에 있는 모든 기업의 주식을 통째로(weighted average) 구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차피 시장은 효율적이라면 분석에 드는 수수료나 거래비용이라도 아끼자는 것이지요. 실제로 일류 투자은행의 펀드라 할지라도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을 이기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로버트 쉴러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이에 대한 반대 논거를 꾸준히 제기하였습니다. 특히나 집중적으로 제기되었던 부분 중 하나는 몇 가지 단순한 과거정보에 의한 투자가 실제로 굉장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주가/회사이익 비율(P/E ratio)을 가지고 쓴 투자 방식, 과거 몇 년간 부진했던 주식(Looser stocks)에 투자하는 방식, 심지어 12월달에 아무 주식이나 샀다가 1월에 파는 방식(January Effect)만을 가지고도 과거 몇 십 년간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을 속속들이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요소가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사례들도 다수 제시되었습니다. 예를들어 투자자들은 주식가격이 하락할 때는 손해 실현을 피하기 휘해 매각을 미루고, 상승할 때는 빠른 수익 실현을 위해 매각을 앞당긴다는 것입니다. 이후 학계 흐름을 결정적으로 뒤바꾸었던 분기점은 2000년 초반의 닷컴 버블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2년만에 400%나 치솟았던 나스닥 지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증발하여 원래 수준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과 연구는 금융에 대해 효율성을 넘어, 보다 행태학적으로 접근해야할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2. 똑똑한 침팬지 되기 

   이처럼 효율적 시장 가설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거를 살펴 볼 때, 대체로 주식시장은 효율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를 기각할 수 있을 법한 몇 가지 투자전략을 구상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한정해 본다면 그 점이 더 분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장 내에 개인 투자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주가 형성 과정에 노이즈가 많이 끼어 있다고 볼 수 있고, 또 회계자료가 선진국에 비해 불투명한 점, 공매도가 허가되지 않은 점 등 시스템적으로 효율성을 저해할 요소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주식 가격이 해당 기업의 정보를 정확하기 반영하지 못 한다면 특정 투자 기법을 통해 리스크 대비 초과수익을 거두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투자자들의 심리패턴이 체계적으로 주식시장에 나타나는 경우 그 활용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아래 도표는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본 포트폴리오입니다. 기본적으로는 Looser Stock을 사는 전략인데, 05년부터 12년까지 나흘 간격으로 제일 많이 떨어진 KOSPI 주식 10개를 사고 나흘 뒤에 파는 것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때 주식을 사는 비율은 그때그때 마다 10개 회사의 시가총액을 가중 평균하였습니다. 이를 만약 반복했다고 했다 치면 그 결과 7년동안 누적수익률이 9607%에 달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벤치마크인 코스피 인덱스 수익률보다 월등히 높은 결과인데, 여러모로 뭔가 저의 투기 욕구를 자극하는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물론 몇 가지 함정은 존재합니다. 일단 가장 결정적인 것은 경영난으로 인해 KOSPI에서 퇴출된 기업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실제 투자를 할 때는 나흘 간 제일 많이 떨어진 주식 중에 파산하는 주식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시뮬레이션에서는 그 중에서 미퇴출된 10개 기업만 취사선택 되다 보니 상당한 리스크가 회피된 거라 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투자 간격을 나흘로 하는가, 일주일로 하는가 혹은 투자 개시일을 어느 때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누적 수익률이 제로가 될 수도, 몇 천 퍼센트씩도 뒤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 9607%는 그런 고위험에 대한 보상일지도 모르지요. 또 마지막으로 가중평균을 해서 투자했다고 했는데, 이를 실제 실현하는 것에는 난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같이 주당 100만원을 상회하는 주식은 적은 돈으로 다루기가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모로 재미는 있었던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위의 결점을 보다 잘 다듬는 다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효율적 시장 가설을 기각하는 한 근거가 될 수도 있을라나요. 아니면 나중에 진짜 투기를 이렇게 해볼 지도 모르지요. 쪽박을 차고 한강에 가지는 말아야 할텐데요.

3. 이어지는 수수께끼

   지금까지 금융시장과 그 효율성에 대해 여러 논거를 살펴보았습니다. 주식시장에는 매 순가 큰 자금이 오가는 만큼 그에 대한 분석은 아주 오래 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학계와 업계를 가리지 않고요. 파마와 쉴러, 한센 교수는 그 안에서 경제학적 이해를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2013년 노벨상 수여은 이를 기리기 위한 현시대의 징표일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아직도 많은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듯 보입니다. 현 세기에 들어와서는 국제금융시장이 통합이 더욱 가속되어 이젠 세계 각 국의 작은 움직임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까지 영향을 주는 형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행동경제학적 접근은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보다 복합적으로 이해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의 집단행동이 결부되면 주식 가격은 도무지 합리적인 예상 범위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를 푸는 것은 더욱 어려운 숙제가 될런가요? 18세기 남해 회사 (The South Sea Company) 주식에 투자하였다가 20,000 파운드의 손실을 입은 아이작 뉴턴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I can calculate the motions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people”

예나 지금이나 똑똑한 머리로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주식가격이었던 모양입니다.


댓글 1개:

  1. 쓰고보니 한센 교수의 이야기가 없는데, 저는 한센을 계량경제학에서 GMM으로만 알고 있어서 어떻게 나머지 두 사람과 묶였는지 처음에는 의아하긴 했습니다. 나중에 들어 보니 금융시장에 대한 실증 연구에서 특히 GMM이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하네요. 경제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센의 업적이 가장 독보적이라고 회자되는 모양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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